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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삼더덕의 서재

상남자특)지옥에서 무쌍찍음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홍삼더덕
작품등록일 :
2019.10.02 22:17
최근연재일 :
2020.02.04 19:15
연재수 :
1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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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77,479

작성
20.01.20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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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03. 앙그라마이뉴(2)

DUMMY

난 합리적인 사람이었다. 의협마냥 돌아다니면서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스타일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소시민에 가까웠지.


이런 세상에서 인류애에 의거한 행동은 사랑보다는 오지랖에 가까웠다. 그리고 오지랖을 부리다가 파멸의 기로로 들어서는 사람은 수도 없이 많았다.


하지만 이젠 악마 대공도 처치할 힘을 얻은 마당에 두려워 할 것이 무엇이 있단 말인가.


“좋아. 우린 갈 길 가자. 대신 신들이라면 저 안을 탐사하고 뭐가 있는지 말해줄 수 있겠지. 사악한 존재가 있다면 그 안에서 격멸하거나 가둘 것이고 그저 순례자라면 놓아줄 거야.”


악마가 이걸 들었으면 길길이 날뛰며 어리석은 필멸자라고 욕설을 퍼부었겠지만 다행히도 그는 비버에게 정신 못 차리고 있었다.


“전신강림.”


열 명의 전투의 신이 분신에 강림하여 나타났다.


‘오늘은 또 무슨 일로 부른 거야? 강대한 전투가 우릴 기다리고 있나?’


항우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비둘기전 이후로 그는 전투에 목말라 있었다. 상대할 만한 놈들이 없다나 뭐라나.


“정찰을 하려고. 혹시 여기 앙그라 마이뉴라는 것. 들어본 적 있어?”


‘내가 많은 신들을 만나보았지만 놈처럼 사악함에 찌들어 있는 놈도 없어. 원래는 사악한 것을 표현하기 위한 추상적인 대상이 필요해서 만든 존재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인간들이 믿기 시작하면 그 존재가 실체화되거든. 악신의 화신을 만들고 그것을 린치하는 마을도 생긴 순간부터 앙그라 마이뉴는 생겨나기 시작한 거야.’


오딘이 말을 열었다. 그는 지혜와 전쟁의 신으로서 조언을 해주었다.


‘카아아아앜,,,,,, 퉤!! 놈은,, 기분 나빠, 대의도~~ 뭣도 없단,, 말이지.’


강태공도 특유의 말투로 적의를 드러냈다.


“저 악마들에 의하면 저 안에 그 앙그라 마이뉴가 붙잡혀 있다는군.”


‘푸하하하하!! 놈이 악마들에게 갇혀? 내 들었던 말들 중 가장 웃기는군. 놈은 우리 수준보다도 더 악랄한 새끼야. 그런 놈이 잡혀 있을 리가 없잖아? 저 안에서 놈의 기운이 좀 느껴지긴 하지만 찌꺼기 같은 느낌이지 절대로 놈은 아니야.’


“잠깐. 세트. 뭐하는 거..”


‘별 것 아니라고. 저 안에 있는 것은 놈의 화신으로 강제당한 그 놈이야.’


좀 더 상황을 보고 들어가려고 했건만 저 망할 놈이 문을 그냥 따고 들어가 버렸다. 앞으로는 다른 고분고분한 군신을 찾아봐야 하나.


“우린 가보겠어. 시간이 없어서 말이지. 그 안에 들어가서 사악한 것은 죽이고 인간은 풀어줘.”


불길한 기분을 지울 수 없지만 군신 아홉이 들어가는데 별 문제라도 있겠나 싶다. 신 그 자체도 아니고 그냥 화신이라는데.


“가자. 결과는 나중에 물어보도록 하지.”


‘뭐야? 너도 싸우는 것 아니었어? 그럼 난 왜 부른 거야?’


“넌 만일의 사태 때문에 부르기도 했고 물어볼 것도 있어서.”


‘아! 이게 뭐야. 임마. 전쟁도 아닌 곳에 전신을 부르고. 그래서 뭘 물어보고 싶은데?’


그는 틱틱거리면서도 대답은 잘 해줬다.


“만약 내가 천국으로 올라가면 너희는 이 세상에 남아?”


‘네가 말하는 천국이 엘로힘의 것이라면 그래. 우린 여기에 남는다. 우린 여기에선 신이고 악마고 군림하는 자지만 저 천상으로 올라가게 되면 그저 한낱 너와 같은 영혼에 불과하지. 그곳이 아무리 아름답고 좋은 곳이라 한들 우리는 신격을 버리고 엘로힘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싶지 않아.’


“신격이라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거야?”


그는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당연히 중요하지! 나 같이 인간이었다가 신이 된 존재에게는 더더욱. 이것은 내 인생 전체를 평가하며 받은 증표야. 위대한 왕이자 장군, 학살자, 전투에서 단 한 번도 패배한 적 없는 자. 수많은 이명을 증거하는 위격이라고. 고작 영혼의 구원을 위해서 이것을 포기한다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 이 세상에서 얼마나 많은 인간들이 내 이름을 연호했는데. 내 모든 인생과 세월을 담은 이야기야. 절대로 버릴 수 없지.’


항우를 보면 왜 아스트리드가 자신의 사가에 집착했는지 알 것 같다. 인생의 마지막 평가를 받아서 위대한 자로 칭송받아 후대까지 이어지는 것. 그것을 바란 모양이다.


다만 아스트리드는 결국 전사와 같은 죽음을 맞이하지 못해서 결말을 쓰지 못하였고, 그 결말을 찾기 위해 방황하는 점. 항우는 이야기의 온점까지 찍은 후에 그 이야기의 명성을 지키기 위하여 천국에 올라가길 거부한다는 것.


둘 다 자존심은 무진장 센 사람들이다.


“하지만 더 이상 네 신화를 읊어주고 이야기 해줄 사람이 없다면 그 신격이 다 무슨 소용이야?”


‘음. 그건 마음에 안 드는 이야기긴 하지. 살아 있을 때 ’내가 바로 항우다!‘ 라고 외쳤을 때 보통 사람들은 벌벌 떨면서 만인지적의 항우를 올려다 볼 생각도 못 하는 것이 좋긴 했어. 하지만 진정한 신화는 일컬어주는 사람이 없음에도 빛나는 법이지. 그래서 내가 항상 빛나는 것이고.’


몇 시간이 지났다. 항우와의 대담은 꽤 즐거웠다. 한 때 무신의 자리에 올랐던 사내의 입담은 생각보다 걸걸하고 흥미로웠던 것이다.


이제는 다시 눈이 몰아치는 산길.


“짐 끄는 말이 될 생각은 없으니 이만 물러가지.”


“나중에 보자고.”


방울이는 다시 썰매를 꺼냈고 우리는 다시 썰매를 끌었다. 오늘은 이미 첫 번째 성소를 지났고 두 번째 성소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 성소는 저 산 정상에 있다.


“움직이기 전에 여기서 이른 저녁 먹고 움직이자. 다들 든든하게 먹어둬.”


카야파스가 열심히 뭔가를 끓이고 저녁을 먹는다. 우리의 하루는 이렇게 끝나는 것 같았다. 하늘에서 뭔가가 뚝 떨어지기 전까지는. 물론 하늘에서 뭔가 떨어지는 것이 지옥에서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니지만 길한 일은 아니잖아.


“제기랄. 뭔가 불길한 기분이 드는데.”


방울이는 재빨리 총을 꺼내들었고 모든 적의는 그것을 향했다.


“..?”


사내였다. 하지만 그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람으로서의 기능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도록 강요당한 인간을?


사지는 모두 잘려나갔다. 사지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은 검은 사념처럼 느껴지는 연기가 채우고 있었다. 그것은 팔짱을 낀, 정확히는 팔을 구속당한 모양이었다.


저런 상처를 입고도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부상. 온 몸을 붕대로 감은 미라처럼 보인다.


압권은 얼굴이었다. 귓바퀴는 모두 잘려나가 소리를 듣기 힘들게 되어 있었고 얼굴의 모든 구멍은 꿰매져 열 수 없게 되어 있었다.


그러한 존재가 저런 기운을 내뿜으며 우리를 향해 서있다니.


“저게 그 안에 유폐되어 있던 것? 신들이 풀어준 거야?”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들어가나 했는데.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간 모양이었나 보다.”


“다들 멈춰. 저것이 먼저 공격하면 우리도 공격한다.”


미지의 존재와의 조우는 언제나 두렵군. 빙의자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말이지.


만약 그가 신들을 모두 물리치고 그에게 왔다면 그는 꽤 강력한 힘을 갖고 있을 것이다.


세트의 개짓거리로 이 강력한 이가 풀려난 것은 아닐까? 갑자기 부아가 치미는군.


“원하는 것이 뭐냐? 내 말이 들리나?”


그것은 그저 아무 말 없이 그들을 향해 서있을 뿐이었다. 다만 그것은 불안하게 고개를 주억거리며 뭔가를 시도하고 있었다.


“자기. 말을 하려면 최소한 저 입을 열어줘야 할 것 같은데.”


실밥은 뜯어내려고 했던 모든 노력이 허사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이 실밥은 강철 와이어로 연결되어 있었다.


“가만히 있어. 내가 그거 뜯어볼 테니까.”


천천히 다가가자 그것이 기척을 느끼고 반응하기 시작한다. 분명히 공격적이군.


“워워. 진정하라고. 말 하고 싶지 않아?”


귓바퀴가 없어서 안 들리는 건가. 난청 할배를 상대할 때처럼, 아니면 우리 아빠를 상대할 때처럼 크게 외치는 수밖에 없었다.


“입 열어준다고!”


이게 무슨 대낮부터 뭐하는 짓인가. 고요속의 대화인가.


눈 닫히고 코도 없고 입도 없는 놈과 어떤 대화가 가능한 것인가. 수화? 모스부호? 그걸 저놈들이 알까?


그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진동뿐인 것 같다.


“여기 모스 부호 쓸 줄 아는 사람 있어?”


“놈이 알아듣는다는 근거는 있고?”


그냥 발을 놀려본다. 타닥. 타닥. 타닥. 경쾌하게. 놈이 알아듣는 것이 있었을까?


“방울아. 금속 썰매 가지고 이런 소리 좀 계속 내봐. 위협적이지 않게.”


만약 누군가를 공격할 생각이었다면 저런 경박한 소리를 내진 않겠지. 나는 일단 그렇게 생각했다.


놈은 내 손이 닿자 흠칫 놀랐다. 놈의 팔다리에서 검은 기운이 퍼져나갔지만 공격적이진 않았다.


“가만히 있어. 가만히.”


놈은 차가운 철이 피부에 닿자 그는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여전히 상처입은 토끼처럼 바들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케이블은 튼튼했지만 보티크의 검은 날카로웠다.


입을 닫게 만들고 있었던 철사를 베어내자 놈이 오래 자맥질을 한 사람처럼 공기를 들여 마신다.


“흐어억!! 흐어.. 흐어.”


처음엔 길게 마셨다가 점점 짧아지고 정상 호흡으로 돌아오듯 그놈은 숨 쉬고 있었다.


“으어? 으어.. 으어?”


자세히 보니 놈의 혀는 잘려 있었다.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입을 움직이는 것뿐이었다.


“뭐라는 기야?”


“조용히 해봐. 입술을 한 번 읽어보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겠지.”


그놈의 입은 뽀뽀하듯 앞으로 내밀어졌다가 웃듯이 째졌다.


“우이. 우이? 위가 뭐지?”


“귀를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잘려나간 귀. 그리고 꿰매진 귓구멍. 거의 메워지다시피 한 살 때문에 제대로 들을 수 없는 것이겠지.


“조금 아플 거다.”


짧은 단검으로 귀를 메운 구멍을 파내자 그것이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한다.


“빨리 끝낼게!!!”


금방이었다. 제길. 그는 이제 우리의 말을 들을 수 있나?


“말이 들려? 들리면 으아으아 안 들리면 아무 말도 하지 마.”

“으아으아.”


말은 어떻게든 되는 것 같군.


“나머지도 해결해 줄 테니까. 움직이지 마. 참을 수 있겠어? 참을 수 있으면 으아으아. 안 들리면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으아으아.”


눈, 코, 모든 구멍을 해방해주고 나서야 놈은 움직임을 멈추었다. 문제는 그렇게 해도 놈이 우리와 소통할 방법은 없었지만.


비록 눈을 열어주었지만 그 눈 안에는 공허한 구멍만이 있었고 입 안에는 혀가 없었다.


아무 기능도 할 수 없을 텐데 열어주어도 도움이 될까?


하지만 우리의 걱정은 기우였다. 그의 팔다리를 이루던 검은 사념은 점점 뭉치더니 입과 코 귀 등 잘리고 결손된 부분을 스스로 메우기 시작했다.


한 때 비어 있던 부분은 다시 차기 시작했다. 다만 그것이 모두 검은 벌레들이 군집한 것처럼 움직였기에 별로 멋진 모양새는 아니었다.


“으어... 으아.. 으어으아..”


그는 혀로 달라붙은 검은 물체를 여기저기 움직이며 조정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서는 어눌하고 허접한 솜씨로 말을 시작했다.


“오..올라에에서 이...이.. 미아납니다.”


“아냐. 천천히 말해도 돼.”


“사으.. 사삼선년 마..마네.. 쓰는 허라.”


그는 점점 자신의 입과 눈을 잘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것 같았다. 마치 외계인 몸에 전이한 사람이 몸에 익숙해지는 것을 배우듯이 천천히 그는 자기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법을 배워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의 검은 눈과 마주했을 때, 맨 처음부터 하고 싶었던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넌 누구지? 이름은 당연히 모르겠지만. 네 목적은 뭐야?”


“더는.. 앙그라 마이뉴. 아악신의 아,... 바타. 제 목표.. 표는 워.. 원죄를 씻는 검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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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107. 펭귄(3) +8 20.01.24 882 44 12쪽
105 106. 펭귄(2) +8 20.01.23 859 40 13쪽
104 105. 펭귄 +7 20.01.22 892 46 12쪽
103 104. 앙그라마이뉴(3) +8 20.01.21 890 44 12쪽
» 103. 앙그라마이뉴(2) +7 20.01.20 864 38 12쪽
101 102. 앙그라 마이뉴 +9 20.01.19 956 46 14쪽
100 101. 잘가라 +15 20.01.18 923 54 12쪽
99 100. 혹한과 빙결의 땅 +9 20.01.17 892 4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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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98. 미친 주둥아리 +6 20.01.15 904 39 12쪽
96 97. 그녀를 뺏겠습니다 +8 20.01.14 1,053 37 12쪽
95 96. 이이제이 +7 20.01.13 883 4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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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93. 야 꿀벌 +7 20.01.10 934 4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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