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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디 님의 서재입니다.

빛이여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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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디
작품등록일 :
2019.11.15 19:28
최근연재일 :
2019.12.30 19:0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1,429
추천수 :
7
글자수 :
199,197

작성
19.12.23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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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1장 내 이름은 바에라

DUMMY

31장

내 이름은 바에라










겹겹이 쌓아올린 야광석 주변으로 푸른빛의 비취석을 촘촘하게 박아 넣은 연회장의 샹들리에.

천장에서 내리쬐는 화려한 샹들리에 불빛이 이곳에 초대된 그녀들의 머릿결에 매끄러운 윤기를 더했다.


“맛있겠다! 언니!”


넓은 연회장 한 가운데 자리 잡은 그녀들 앞으로 식욕을 당기는 음식들이 계속해서 올랐다.


“아! 저것이 바로 비스모의 자랑인 칼라유로 만든 술입니다.”


긴 탁자 끝에 마주앉은 라하브가 때마침 술병을 가지고 들어온 여인을 향해 가볍게 손을 뻗었다.


-또르르르

아무 말 없이 여인이 따라주는 술을 무심하게 바라보던 프로메는 자신의 잔을 가볍게 들어 코끝으로 가져갔다.


“향이 오묘하구나.”


술잔에서 피어오르는 달짝지근한 향에 냄새만으로도 취기가 오를 것만 같았다.


“아냐 난 됐어. 이걸 마시면 돼.”


바로 옆에 앉은 키로메는 자신에게 술을 따르려는 여인을 향해 손을 가로 저었다.


-츄읍

입에 댄 술잔을 가볍게 기울여 맛을 본 프로메. 잔을 내려놓고 입술 끝에 남은 칼라유를 살며시 내민 혀로 천천히 쓸어냈다.

감았던 눈을 살포시 뜬 그녀의 매서운 시선이 마주앉은 라하브에게 곧장 향했다.


“라하브여, 자세한건 묻지 않겠다.”


“···응? 언니, 갑자기 왜??”


언니인 프로메를 의아하게 바라본 키로메의 양쪽 볼이 입안에 든 음식으로 빵빵하게 부풀어 있었다.


“···프로메님, 무엇을 말인지요?”


라하브는 대수롭지 않은 듯 여유를 부리며 되물었다. 감춰야만 하는 긴장감 때문이었을까. 미소 짓던 그의 눈가에 주름들이 가늘게 떨려오고 있었다.


“그럼, 이만 우린 일어나겠다. 가자! 키로메!”


-드르륵!

급히 의자를 밀고 자리에서 일어난 프로메. 그녀의 어깨위로 풍성하게 장식된 검은 깃털들이 일제히 출렁였다.


라하브와 프로메의 표정을 번갈아 살피던 키로메는 먹던 음식을 접시에 놓으며 마지못한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혹시, 연회가 마음에 안 드셔서 그러는지요?”


지팡이를 짚고 의자에서 몸을 일으킨 라하브가 돌아서려는 그녀들을 향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아니다. 좀처럼 맛보기 힘든 칼라유를 마신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또각. 또각. 또각.

프로메의 냉담한 목소리 뒤로 그녀의 도도한 구둣발 소리가 이어졌다.


“아직 해가 뜨려면 조금 더 기다리셔야 합니다만···.”


라하브의 말에 프로메가 그 자리에서 뚝하고 멈춰 섰다.


“···라하브여. 이걸로 됐다···.”


마그치로부터 되찾은 세오나의 눈물을 통해 나아졌다고는 하나, 비스모에 내려앉았던 스올의 저주를 말끔히 씻어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인지 비스모에 모여든 사람들과 라하브의 외모에서 스올의 저주를 감지한 프로메는 이들이 무언가 감추려하고 있음을 눈치 챌 수 있었다.

게다가 그녀들을 위해 준비된 술과 음식들은 급조된 것 치고 그 양이 너무나 많았다. 마치 그녀들의 발을 묶어두기 위해 준비한 것처럼 말이다.


준비한 연회를 통해 이들이 감추려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들에게 무엇을 바라는 것인지, 그 의도만큼은 어렴풋이 알게 된 것이다.


프로메는 라하브를 향해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우린 대역죄를 저지른 이방인들을 처단하기로 바리스님과 약속했다···.”


-또각. 또각. 또각.

프로메는 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며 말을 이어갔다.


“···그들이 이곳에 머물며 비스모에서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다만···.”


갑자기 출구 앞에 멈춰 선 그녀가 싸늘한 눈빛으로 라하브를 뒤돌아봤다.


“···이것으로 너는 그들과의 신의를 지켰다. 그리고 이제부터 우린, 바리스님과의 신의를 지키려고 한다. 그러니 그것으로 된 것이다.”


***



-사사사사사삿

물위를 나는 것만 같았다.

고운 황금빛 가루로 뒤덮인 모래사막 위를 마치 미끄러지듯 내달리는 아나포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앗! 바질라이님! 저기 사막샘이 보여요!”


고삐를 잡은 루하마가 뒤를 향해 소리쳤다. 그의 양쪽 눈가에 눈물자국이 뻗어나 있었다.


“오! 저기서 좀 쉬자! 그리고 텔루인! 다시 말하지만, 네 녀석은 좀 더 그럴싸한 답을 준비해야 될 거다!!”


넬을 쓸 수 있게 된 이유에 대해 오는 내내 따지며 물어온 바질라이. 명배를 흘기던 그의 눈가에도 눈물자국이 선명하게 뻗어나 있었다.


“···하, 그게 다라고요···.”


같은 말을 수십 수백 번 반복한 것만 같았다. 지독하게 이어진 바질라이의 심문 앞에서 타는 목마름은 더욱 그를 괴롭혔다.

맞바람 때문인지 답답함 때문인지 원인은 알 수 없지만, 명배의 시린 눈에서 흐른 눈물은 양옆으로 계속해서 번져나가고 있었다.


-꿀꺽꿀꺽

도착하자마자 사막샘으로 뛰어든 명배는 물가에 고개를 처박고 미친 듯이 물을 마셨다.


샘 주변의 나무 밑동에 아나포의 고삐를 묶던 바질라이가 그런 명배를 향해 물었다.


“···근데 말야. 네 녀석도 이름이란 게 있지 않아?”


“어?! 그러게. 생각해보니 이름을 묻질 않았어!!”


나무 그늘아래서 웃통을 벗어 땀을 말리던 루하마가 수통을 꺼내들며 한마디 거들었다.


“···쿯억. ···며, 명배예요. 조명배···”


엎드린 채로 물을 마시다말고 바질라이를 바라본 명배가 서둘러 입가를 닦아냈다.


“묭바에? 바에?”


말을 들은 루하마가 수통에 물을 담다 말고 뒤로 나자빠지듯 웃음보를 터트렸다.


“푸하핳! 텔루인들은 너무 잔인한 거 아냐?? 아무리 냄새가 난다해도 자식 이름을 그렇게 짓다니!!”


히죽거리는 루하마를 바라보던 바질라이가 웃통을 벗어던지며 나무 그늘아래에 털썩 기대어 앉았다.


“루하마, 적당히 해. ···그나저나 이름을 안 이상, 우리도 그냥 바에라고 부르기는 좀 그러네···.”


“그 바에란게 뭔데요??”


루하마는 어리둥절해하는 명배를 향해 잔뜩 놀리고 싶다는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풉! 그럼 바에에 라를 붙여 바에라라고 부르면 되겠다!!”


“바에는 뭐고, 라는 또 왜 붙여?”


명배는 영문을 모른 채 바질라이와 루하마를 번갈아볼 뿐이었다.

그 순간, 그늘 아래에 앉은 바질라이가 소리를 죽이며 웃음을 참고 있는 게 명배의 눈에 띄었다.


“···텔루인. 아, 아니지. 바에라 형! 라는 향이 난다는 의미야. 그거라도 붙여서 불러야지~ 안 그럼 우리가 너무 나쁜 사람이 된다구~ 크크.”


“아니, 그러니까!! 바에가 여기서 무슨 뜻인데???”


루하마는 인상을 쓴 명배를 뒤로하고 낄낄거리면서 나무그늘로 슬금슬금 피했다.


“바에라 형! 형한테 딱 어울리는 이름이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키킥.”


명배는 나무 그늘아래서 쉬고 있는 두 사람을 멍하니 바라봤다.


바에라.

명배라는 이름에서 발음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당장 이 세계에 머물러야 했기에 이곳의 이름을 가지는 것 또한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뜻이야 뭐, 아무렴 어때···)


어차피 이곳에서만 쓰일 이름일 뿐이었다. 그다지 대수롭지 않았다. 가만 생각해보니 유명 축구 선수 이름 같기도 했다.

명배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번졌다.


그렇게 명배는 악취라는 뜻의 바에에 향이 난다는 의미의 접미어 라가 붙은 바에라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



“제발··· 으아악—!!”


이그나르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아퀄라르의 도시, 그랑가드.

불타는 건물 여기저기로 처절한 비명소리와 절규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사, 살려주세요···”


난데없이 찾아온 이그나르 병사들의 거친 발걸음은 이곳의 평화를 무참히 짓밟아 나갔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이그나르의 침공에 그랑가드의 미즈파에서 수십 명 남짓의 경비병을 급하게 동원해봤지만 수백 명에 가까운 적들을 당해낼 수 없었다.


“카카캇!! 에노쉬를 받지 않은 아퀄라르의 아이들은 가차 없이 죽여라!!”


이그나르 병사들의 외침이 여기저기서 들려올 때 마다 아비규환이 된 그랑가드의 중심가는 시뻘건 핏빛으로 더욱 짙게 물들어갔다.


“···으윽! 이 야만적인 이그나르놈들아!! 네 놈들은 정녕 이 세계의 질서를 깨고 창조주에게 도전하려는 것이냐!!!”


자신의 목을 틀어쥔 이그나르의 정예대장을 향해 그랑가드의 미디안이 악다구니를 쏟아냈다.

그런 그를 심드렁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거구의 정예대장이 피식하고 웃음을 흘렸다.


“우리에게는 창조주 바로 위에 자쿨님이 계신다! 자쿨님께서 너희 아퀄라르인들은 오늘부로 신성한 이그나르의 노예가 될 것이라 하셨다. 그 뿐이다!”


-뿌드득

고통을 느낄 세도 없었다. 정예대장이 손아귀에 힘을 주자 미디안의 고개가 맥없이 앞으로 푹하고 꺾였다.


“위대한 이그나르의 병사들이여!!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불태워라!! 고귀하신 이그나르의 엘로힘이 오시는 길에 장애물을 둬선 안 된다!!”


-워어어어어어어————!!!!

참혹하게 도륙을 일삼던 병사들이 굶주린 짐승처럼 부르짖었다.


아퀄라르의 관문 도시, 그랑가드.

잿더미로 변해버린 그랑가드의 붉어진 하늘 위로 공습의 서막을 알리는 검은 연기가 거대하게 치솟아 올랐다.


***



사막샘의 나무 그늘 아래.

식은땀이 말라붙은 이마빡 위로 느닷없이 서늘한 기운이 찾아왔다.

깜빡 잠이 든 바에라가 이마를 매만지며 부스스 눈을 떴다.


“아퀄라르의 대역죄인은 들어라!! 마고바얀 주디스님의 명으로 그대들을 처단하겠다!”


익숙한 멘트.

분명 언젠가 한번 들어 본적이 있는 대사였다.

화들짝 놀란 바에라와 루하마가 약속이나 한 듯 서로를 바라보며 몸서리를 쳤다.


“···어서 일어나! 놈들이 쫓아왔어!”


어느새 윗옷을 입고 선 바질라이는 긴장된 눈빛으로 사막샘 건너편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프로메와 키로메.

그녀들이 마침내 그들 앞에 도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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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4장 의문의 향방 19.12.26 31 0 11쪽
34 33장 스승 오르마 19.12.25 24 0 11쪽
33 32장 폭풍 속으로 19.12.24 22 0 11쪽
» 31장 내 이름은 바에라 19.12.23 28 0 10쪽
31 30장 빛을 남긴 자리 19.12.19 24 0 12쪽
30 29장 예고된 폭풍 19.12.18 36 0 12쪽
29 28장 잭팟 19.12.17 19 0 12쪽
28 27장 마그치의 기억 19.12.16 18 0 9쪽
27 26장 이판사판이다! 19.12.12 20 0 9쪽
26 25장 요행 19.12.11 38 0 13쪽
25 24장 어둠에 드러난 어둠 19.12.10 25 1 15쪽
24 23장 약자의 사정 19.12.09 32 0 13쪽
23 22장 소매치기 안코 19.12.05 28 0 13쪽
22 21장 쫓기는 자와 쫓는 자 19.12.04 25 0 11쪽
21 20장 비스모 19.12.03 35 0 11쪽
20 19장 패퇴의 죄 19.12.02 19 0 11쪽
19 18장 빛바랜 예언 19.11.28 36 0 12쪽
18 17장 텔루인의 정체 19.11.27 20 0 13쪽
17 16장 바질라이의 분투 19.11.26 33 0 14쪽
16 15장 안티몬의 추적 19.11.25 20 0 18쪽
15 14장 결투! 누테샤 19.11.23 23 0 20쪽
14 13장 안티몬의 의심 19.11.22 30 0 12쪽
13 12장 의심의 빛 19.11.21 41 0 12쪽
12 11장 명배의 대전 19.11.20 90 0 13쪽
11 10장 마고바얀 주디스 19.11.19 39 0 16쪽
10 9장 하코르 남매 19.11.18 53 0 13쪽
9 8장 투기장 가는 길 19.11.15 32 0 12쪽
8 7장 루하마의 작전 19.11.15 42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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