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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디 님의 서재입니다.

빛이여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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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디
작품등록일 :
2019.11.15 19:28
최근연재일 :
2019.12.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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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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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97

작성
19.11.2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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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1장 명배의 대전

DUMMY

11장

명배의 대전










-쿠르르르르르

굳게 닫힌 거대한 철문이 몇 번을 덜컹 거리더니 요란한 쇳소리를 내며 결국 힘겹게 열렸다.


“이봐~ 꼭 이기라구! 케케케~”


누런 치아를 드러내며 헤벌쭉 웃는 간수가 묶인 포승줄을 풀어주며 말을 건네 오지만 명배의 귀에는 지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발끝에서부터 심장까지 전해지는 관중의 우렁찬 함성조차도 말이다.


철문이 열리자 서서히 시야에 들어오는 투기장 내부. 그곳에 갇혀있던 비릿한 피비린내가 열린 철문 사이로 파도처럼 몰려왔다. 불과 한걸음 앞에 대전을 맞이한 명배에게 이 모든 것은 난생 처음 경험하는 낯선 것들이었다.


쏟아지는 햇볕아래에 온전히 드러난 투기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넓었다. 티비에서 봤던 UFC의 옥타곤처럼 전체적으로 팔각형이었지만, 그라운드의 크기는 옥타곤의 대략 수십 배는 넘어 보였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건, 말도 안 되게 겹겹이 쌓인 가파른 관중석이었다. 투기장 전체를 답답할 만큼 에워싸고 있는 관중석은 마치, 수만 명이 운집해서 높은 벽을 만들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 위압감에 눌려 온몸이 짓눌리듯 불편했다.


그렇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중, 갑자기 화장을 한 웬 머리 큰 녀석이 나타나 명배를 향해 징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윙크를 날렸다. 그리고 한 손에 쥔 뿔에 대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오우~! 드디어 등장한 오~~~늘의 주인공!! 그가 왔다!! 지상에서 살아 돌아온 온 악의 화신!! 악의 결정체!!! 악의 끝판왕!!! 이 세계를 모조리 악의 불꽃으로 불살라버리겠다는!!! 테에~~~~엘루인!!!”


명배는 사이돈 덕분에 본인도 알지 못한 악마의 타이틀을 모조리 거머쥐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관중의 반응은 여느 때보다도 기대감에 들떠있었다.


-우우우우우우우———!!!

투기장 가득 흥분에 찬 야유가 쏟아졌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명배는 너무도 긴장한 나머지 그들의 야유조차 환호로 받아드리고 있었다.


<일단 시간을 끌어. 그러다 때가되면 내가 널 구해줄게.>


루하마가 알려준 방법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 미친놈 같은 진짜 미친놈이지만 여기까지 와서 믿을 건 그 녀석뿐이었다.


오금이 저려오면서 손바닥에 땀이 배어났다. 모든 게 다 환영이라는 훌다의 말을 금과옥조처럼 믿는다 하더라도 눈앞의 모든 것이 너무나 리얼해서 긴장을 떨치기가 쉽지 않았다.


“쿄쿄쿄쿄~ 자, 그럼! 이 무시무시한 텔루인을 상대로 천상계의 자존심을 세워줄 오늘의 대전 상대는~!!!”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아마도 레치라는 놈일 거야. 몸집도 작고 힘도 없는 놈>


명배는 루하마가 했던 말을 몇 번이고 떠올리며 지금의 긴장을 털어버리려 애썼다.


-쿠르르르르르

이윽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반대쪽 철문이 힘겹게 열렸다.


(그 꼬맹이가 말했던 녀석이겠지.)


문 너머의 어둠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레치.


명배는 안심했다.

아니, 안심하고 싶었다. 불과 몇 초전까지만 해도 그럴 수 있을 거라 기대했었다. 지금껏 살면서 본 사람 중 그 누구보다 제일 흉악하게 생긴 이 근육질의 거구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시X! 뭐야!? 몸집도 작고 힘도 없는 놈이라며!?)


관중 틈에서 대전을 지켜보던 루하마 역시, 명배만큼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분명 레치였는데!? 왜 하필 저 녀석으로 바뀐 거지??)


이렇게 명배와 루하마가 당황하고 있는 사이, 사이돈의 대전 상대 소개는 계속 이어졌다.


“텔루인을 가루로 만들어 줄 무자비한 살인마!!! 죠오오~~~~브!!!”


-워어어어어어어————!!!!!!!!

죠브가 호명되자, 귀를 양손으로 틀어막아야할 정도로 커다란 함성이 투기장을 뜨겁게 채웠다.


“죠브로 말할 것 같으면, 아무 이유 없이 그저 재미로만 수백 명을 살인!!! 아퀄라르를 대표하는 살인의 장인이자, 살인의 전문가이며 살인의 예술가라고 할 수 있지요~쿄쿄쿄!!!”


-우아아아아————!!!!!!

민머리를 반짝거리며 등장한 죠브는

수많은 관중의 열띤 함성에 호응하듯 눈썹 없이 부리부리한 눈으로 관중석 여기저기를 노려보며 양팔을 들어 포효했다.


(큰일이다! 죠브를 상대로 도망만 다니기는 힘들어!)


등줄기를 타고 내리는 식은땀이 어느새 셔츠를 축축하게 적셨다. 고민에 빠진 루하마는 급한 마음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기로 결심했다. 자칫하면 정체가 발각되어 위험에 처할 수 있겠지만 명배가 죽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도 없는 일. 대전이 시작되자마자 『음파의 날개』를 사용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때였다!


[쥐새끼 같은 놈, 드디어 잡았다!]


어디선가 들려온 날카로운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루하마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소용없다. 이 목소리는 네놈에게만 들리는 것이다.]


(젠장! 놈에게 정체가 탄로 난건가!)


루하마는 눈동자를 번뜩이며 즉시 바리스가 있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후훗. 그래, 네 놈 예상대로다. 룩사르에서 온 쥐새끼라 눈치하나는 빠르구나.]


정체가 발각된 이상, 이곳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 없었다. 루하마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루하마는 흐릿한 막이 자신을 가두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아챘다.


[이 바리스를 우습게 보지마라. 네놈에게 『세이렌의 구슬』을 이미 걸어 놨다. 쓸데없는 참견일랑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팟팟팟!

루하마는 바리스가 뭐라든지 신경 쓰지 않고 그 즉시 허리춤의 단도를 꺼내들어 눈앞의 막을 깨기 위해 열심히 칼날을 휘둘렀다.


[후훗, 쥐새끼가 뚫고 나갈 만큼 이 바리스의 론이 허접하다고 생각하는가? 괜한 수고 말고 쥐죽은 듯 조용히 있어라. 텔루인 다음은 네 놈 차례니까.]


“하아···”


깊은 한숨과 함께 쥐고 있던 단도를 다시 허리춤에 꽂아 넣은 루하마의 어깨가 축하고 처졌다. 대전을 앞두고 있는 명배를 그저 애처롭게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



죠브는 생긴 것과 달리 매우 민첩했다. 명배가 있는 힘껏 도망쳐보지만 번번이 따라잡히고 말았다. 이에 죽을 고비를 여러 차례 맞았다.


“푸하하하!! 냄새 그만 풍기고 일루와!! 가슴뼈가 으스러질 만큼 안아줄 테니까!!”


죠브는 도망만 다니는 명배를 향해 풍성한 가슴 털을 뽐내며 호탕하게 웃었다.


“···헉헉헉, 너 같으면 안기겠냐···.”


명배는 죠브의 가슴털보다 두꺼비 같이 생긴 그의 입에서 자꾸만 날름날름 거리며 나오는 긴 혀가 더욱 혐오스러웠다.


(하, 지친다······.)


얼굴에서 흐르는 땀방울이 턱 끝에 모여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체력은 점점 떨어지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도망만 다닐 수 있을까. 루하마라는 놈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건지 등장할 기미도 없고. 훌다 노인네랑 아는 사이라고 했을 때부터 뭔가 뒤통수가 얼얼해지는 느낌이었는데 그 때 알아챘어야 했나 싶었다.


-우우우우우우우~~~!!!!!

계속해서 도망만 다니는 명배를 향해 관중의 야유가 빗발쳤다.


“아아함~음냐. 도망만 다니는 텔루인 때문에 이 사이돈이 지금 너~~무 졸려요~ 어쩌면 좋죠? 바리스님??”


사이돈이 하품을 해대며 바리스를 향해 소리치자 모든 관중의 시선이 제일 높은 관람석 쪽으로 일제히 향했다.


“좋다! 사이돈!! 저들에게 무기를 쥐어줘라! 그리고 서로 치열하게 결투시켜라! 만약, 다시 지루해진다면 저 둘에게 회개 받을 자격을 부여하지 않겠다!!”


“들었죠, 두 사람?? 자자~ 각자 원하는 무기를 줄 테니 제에바알~ 이 사이돈이 짜릿해 질 수 있도록 피터지게 싸워봐요~ 알겠죠??”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윙크를 날리던 사이돈은 부하들을 불러 무기들이 잔뜩 실린 짐수레를 가져오게 했다.


“원하는 무기는 뭐든 한 개만!! 욕심 부리면 미워요~ 쿄쿄쿄!!”


수레로 먼저 다가간 죠브는 끝부분에 철침이 달린 거대한 메이스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번쩍 집어 들었다. 스치기만 해도 뼈째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위험천만한 무기를 들고는 아직 수레 건너편에서 머뭇거리고 선 명배를 향해 혀를 빠르게 날름거리며 씨익 웃었다.


(으으으······.)


난데없는 오한을 느낀 명배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얼굴을 좌우로 짧게 흔들었다.


(맞아! 공격과 방어! 모두 가능한 무기를 찾아야만 해!)


수레위의 무기들을 바라보는 그의 진지해진 눈빛이 일순간 반짝였다.


(어차피 상대가 근거리 무기다 이거지? 좋아! 그렇다면, 난 원거리 무기로 응수하겠다!!)


명배는 짐수레에 실린 수많은 무기들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석궁을 잽싸게 집어 들었다. 그렇게 무기를 결정하고 한 발짝 뒤로 물러나자, 사이돈의 부하들이 서둘러 짐수레를 치웠다.


“자자~ 죠브는 메이스!! 텔루인은 석궁!! 쿄쿄쿄~ 그럼, 짜릿한 결투 부탁해요~!!”


“···저, 저기요!? 자, 잠시만···!!”


다급해진 명배가 떨리는 목소리로 손을 흔들어 사이돈을 불렀다.


“···아니, 달랑 석궁만 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잖아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항의하는 명배에게 사이돈 역시 한쪽 눈썹을 떨구며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런이런~ 기억력 나쁜 녀석이네!! 원하는 무기는 뭐든 한 개만 이라고, 이 잘생긴 사이돈이 분명 말했잖아!! 이 욕심쟁이야!!!!!!”


그랬다. 석궁과 화살이 한 세트가 아니었던 것이다.


(역시, 지독한 냄새만큼이나 지독하게 기억력이 나쁜 녀석이네.)


관중석에 앉아서 명배를 지켜보던 루하마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맨몸으로 붙었을 때도 죠브의 긴팔 때문에 피하기 쉽지 않았는데 긴 메이스 덕분에 죠브의 공격범위가 더 넓어지게 됐다. 명배에게 점점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이 된 것이다.


(···마, 망했다···.)


아니나 다를까, 달려드는 죠브가 힘껏 휘두른 메이스의 끝부분이 순식간에 그의 몸에 닿으려했다.


<지금부터 보이는 것은 전부 환영입니다. 속지 마십시오.>


그렇다.

이 상황에서 훌다의 가르침이란 그 자체로 절대 진리였다. 다 환영이니 굳이 겁먹을 필요가 없었다.


-촤악!

메이스의 끝에 달린 철침이 명배의 왼쪽 팔뚝을 스치자, 입고 있던 추리닝 상의가 살점과 같이 힘없이 뜯겨 나갔다


“이 냄새나는 녀석, 잘도 피하는군! 이번에는 운이 좋았지만 두 번은 없다!!”


메이스를 든 죠브가 재차공격을 하기위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명배는 피하기는커녕 팔뚝에서 흐르는 자신의 피를 보며 그저 멀뚱히 서있을 뿐이었다.


여기로 오기 전 경험했던 망자의 산책로. 분명 그곳에서는 떨어져 나간 팔다리도 곧잘 달라붙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리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봐도 너덜거리는 살점이 달라붙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팔다리가 뜯겨져 나가면서도 피한방울 조차 흐르지 않았다.


<육체가 받게 되는 고통 역시 전부 착각입니다.>


어쩌면 이곳으로 오기 전까지는 정말 훌다의 말이 전부 사실이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눈앞에 보이는 이 모든 것이 전부 100% 리얼이고, 사실이며, 팩트고, 진짜 현실이었다!


“죽어라!!!! 텔루인놈아!!!!”


번뜩 정신을 차리자 메이스를 높게 쳐든 성난 얼굴의 죠브가 바로 코앞까지 와 있었다.


“안돼애애애애애!!!!!!!!!!!!!!”


거침없이 돌진해오는 죠브 앞에서 본능적으로 눈을 질끈 감은 명배는 주먹 쥔 양손을 황급히 얼굴까지 들어올렸다.

이제 정말 죽는구나 싶었던 바로 그 순간 이었다. 주변의 빛들이 양손에 빠르게 모여들어 급속히 뜨거워졌다.


“아아아아악!!!!!!”


손가락 관절 마디마디가 금방이라도 녹아들 것만 같이 타오르는 고통!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명배는 비명을 내지르며 양손을 힘껏 뻗어 불같이 뜨거워진 손바닥을 활짝 펼쳤다.


-싸아아아아아아—————!

고주파의 찢어지는 굉음과 함께 투기장 전체가 번쩍였다. 방금 이곳에 태양이 떨어진 것 마냥 시리도록 눈이 부셔 그 누구도 제대로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말이다.


작가의말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더욱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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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여오라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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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5장 다시 찾은 룩사르 19.12.30 19 0 10쪽
35 34장 의문의 향방 19.12.26 31 0 11쪽
34 33장 스승 오르마 19.12.25 24 0 11쪽
33 32장 폭풍 속으로 19.12.24 22 0 11쪽
32 31장 내 이름은 바에라 19.12.23 27 0 10쪽
31 30장 빛을 남긴 자리 19.12.19 24 0 12쪽
30 29장 예고된 폭풍 19.12.18 36 0 12쪽
29 28장 잭팟 19.12.17 19 0 12쪽
28 27장 마그치의 기억 19.12.16 18 0 9쪽
27 26장 이판사판이다! 19.12.12 20 0 9쪽
26 25장 요행 19.12.11 38 0 13쪽
25 24장 어둠에 드러난 어둠 19.12.10 25 1 15쪽
24 23장 약자의 사정 19.12.09 32 0 13쪽
23 22장 소매치기 안코 19.12.05 28 0 13쪽
22 21장 쫓기는 자와 쫓는 자 19.12.04 25 0 11쪽
21 20장 비스모 19.12.03 35 0 11쪽
20 19장 패퇴의 죄 19.12.02 19 0 11쪽
19 18장 빛바랜 예언 19.11.28 36 0 12쪽
18 17장 텔루인의 정체 19.11.27 20 0 13쪽
17 16장 바질라이의 분투 19.11.26 33 0 14쪽
16 15장 안티몬의 추적 19.11.25 20 0 18쪽
15 14장 결투! 누테샤 19.11.23 23 0 20쪽
14 13장 안티몬의 의심 19.11.22 30 0 12쪽
13 12장 의심의 빛 19.11.21 41 0 12쪽
» 11장 명배의 대전 19.11.20 90 0 13쪽
11 10장 마고바얀 주디스 19.11.19 39 0 16쪽
10 9장 하코르 남매 19.11.18 53 0 13쪽
9 8장 투기장 가는 길 19.11.15 32 0 12쪽
8 7장 루하마의 작전 19.11.15 42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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