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敏炅花 님의 서재입니다.

자살 희망자들이 세계를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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珉耿花
작품등록일 :
2022.05.11 16:03
최근연재일 :
2022.09.30 01:36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905
추천수 :
22
글자수 :
287,342

작성
22.09.26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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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8. 첫 임무

DUMMY

이미 장 웨이가 설명한 바 있듯, 이번 임무 자체는 매우 간단했다. 기존의 순찰 경로를 따라 움직이며 주변의 상황을 살핀 후 사령관에게 보고. 벌레를 만났을 경우엔 만약 격멸할 수 있다면 격멸, 못 이길 거 같으면 후퇴하여 지원군을 요청.


그러나 문제는 시간과 거리였다. 6시간이나 되는 일일 임무 수행 시간과 50km나 되는 긴 순찰 경로, 이 두 가지는 그 존재만으로 고작 주변을 살피며 걸을 뿐인 이 행위의 임무 난이도를 E급까지 끌어올렸다.


심지어 계절은 여름. 이제 끝을 보이는 선선한 여름이라 해도 여름은 여름이었다. 북쪽으로 갈수록 적도에 가까워지는 탓에 습도가 높진 않았지만 태울 듯이 내리쬐는 햇빛은 자연스레 체력을 앗아갔다.


그리하여 지금에 이른다.


“하아······ 하아······.”


턱 끝까지 숨이 차오른다. 시야가 흐릿하다. 하지만 멈추진 않는다. 앞을 보고, 앞서가는 사람들을 따라 계속해서 발을 옮긴다.


기초 훈련소에서 했던 행군과는 또 다르네.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없이, 그저 잡생각만이 머리를 가득 채운다. 기초 훈련소에서 했던 행군은 비록 무게가 조금 나갈지언정 거리도 40km밖에 안 되었고 시간도 넉넉하게 7시간이나 있었다. 오그룬의 체력 단련을 제대로 이수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역시 임무는 임무라는 걸까. 고작 E급 임무에도 이렇게 빌빌거리는 것을 보니 어째서 기초 훈련소가 ‘기초’ 훈련소인지 알 것 같았다. 그건 정말 ‘기초’ 수준에 불과했던 것이리라.


“많이 힘들어? 조금 쉬었다가 갈까?”


나보다 앞서서 걷던 다넬이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괜찮습니다.”


나는 대답을 하면서 다넬을 존경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고작 천옷 따위 걸친 나와 달리 다넬은 두터운 갑옷을 둘둘 두르고 있었다. 임무 시작 전에 지나가듯 물어보니 무게가 자그마치 30kg에 달한다고 했다. 방어구 무게만으로. 거기에 다넬은 족히 10kg은 나갈 대검을 사용하니 단순 무장으로만 40kg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위는 이 정도는 입어야 돼. 그래야지 버틸 수 있거든. 단순히 방어력의 문제가 아니야. 무게라는 건, 질량이라는 건 그 자체로 전투에 유리한 요소야.

생각해봐. 운동 에너지라는 게 질량하고 비례하잖아. 질량이 커질수록 공격에 담아낼 수 있는 에너지가 커진다는 거지. 게다가 동일한 힘을 받았을 때 물체의 가속도는 질량에 반비례를 하잖아. 그 말은, 물론 나 역시 움직일 때 더 큰 힘을 들여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상대가 나에게 공격을 가할 때도 쉽게 밀려나지 않는다는 뜻이야. 전선을 사수해야하는 전위에게 있어서 쉽게 밀려나지 않는 것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겠어?


다넬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했으나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는 그렇게 엄청난 무게를 짊어지고도 나보다 더 빨리, 더 오래 움직일 수 있었으니까.


“정말 괜찮은 거 맞아?”


다넬이 재차 물어보았다. 나는 잡생각에서 벗어나 다시 정신을 부여잡았다.


“네. 정말로 괜찮습니다.”


“괜찮긴 무슨.”


어느새 다가온 마리아가 내 어깨에 팔을 두르며 말했다.


“한 눈에 봐도 스틱스 강에 발가락 정도는 빠져 있구만. 그게 괜찮은 거면 저기 뮈엔느 뒤쪽 공동묘지에 누워있는 애들도 꺼내다가 CPR 하면 살아나겠다.”


마리아는 내 모습을 위아래로 몇 번 훑더니 가장 앞에서 걷고 있는 장 웨이를 불렀다.


“장 웨이 영감.”


“응? 왜 그러는가?”


한창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걸어가던 장 웨이가 뒤를 돌아보았다.


“얼마나 왔고, 얼마나 더 가야하고, 얼마나 여유가 있어요?”


“잠시만 기다리게.”


장 웨이는 품에서 지도를 꺼내 펼쳤다. 잠시 지도를 살펴본 장 웨이가 입을 열었다.


“이제 반환점까지 절반 왔고, 시간은 1시간 30분이 흘렀군. 예정대로 순조롭게 가는 중이야. 여유는, 별로 없네.”


“10분 정도는 뺄 수 있죠?”


“뭐, 귀환 시간이 조금 늦는 것 정도는 크게 문제가 없을 테니 빼려면 뺄 수 있네. 어두워지면 길을 찾기 어려워 난감하긴 하겠지만, 다행히 지금은 해가 긴 여름이 아닌가. 크게 상관은 없을 거 같군.”


“그럼 10분만 쉽시다. 이러다 비전투손실 생기겠어요.”


장 웨이의 답을 들은 마리아가 나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장 웨이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그렇게 하는 게 좋겠군.”


나를 확인한 장 웨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괜찮습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내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는 나 역시 잘 알고 있다. 분명 꼴사나운 모습을 하고 있겠지. 그래도 나 때문에 임무에 차질이 생기는 건 바라지 않았다. 임무에 나온 이상 나 역시 하나의 모험가. 내 몫을 해야 했다.


“닥쳐. 그대로 움직이면 반환점 도착했을 때쯤엔 아예 허벅지가 풍선처럼 펑 하고 터져버릴 게 뻔히 보이는데, 그럼 우리가 너를 업고 가리?

그리고, 그 상태로 벌레를 만나면 어쩔 거야? 우리가 대부분 처리하겠지만, 우리를 넘어서서 너한테 달려들면, 그러면 어쩔 건데. 적어도 몸을 움직여서 피할 수는 있어야 할 거 아니야.

우리는 그냥 걷는 게 아니야. 마라톤이 아니라고. 한계까지 몰아붙여서 도착점에 도착하면 끝, 이런 게 아니라, 전투 능력을 유지한 상태로 걸어야 한다고.”


내가 한사코 반대하자 마리아는 내 옆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더니 오금을 발끝으로 툭 밀었다. 그러자 안 그래도 힘이 빠져있던 다리가 그대로 무너졌다. 바닥에 철푸덕 쓰러진 나를 보고 마리아가 한숨을 쉬며 내 옆에 주저앉았다.


“우리도 다 레벨 2부터 시작한 사람들이야. 네 상태가 어떤지 우리도 잘 알고 있어. 다 겪어봤던 일이고. 이렇게 될 줄 모르고 널 데려온 것도 아니야. 다 감안하고 데려온 거지.

그러니 고집 부리지 마라. 그냥 쉬어. 지금 이렇게 쓸데없는 말싸움 하는 동안에도 휴식 시간은 차근차근 줄어들고 있단다.”


할 말이 없었다. 나는 몸에서 완전히 힘을 풀고 대지에 몸을 맡겼다. 그대로 고개만 돌려 마리아를 쳐다봤다.


“감사합니다.”


“어우. 징그럽게 감사는 무슨.”


내 감사인사에 마리아는 소름 끼친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는 손을 휘저었다.


“물이나 마셔. 마시는 방법은 알고 있지?”


“네.”


기초 훈련소에서 배운 내용이었다. 직접 몸으로 겪기도 했고. 이렇게 강도 높은 신체 활동을 할 때 목이 마르다고 한 번에 너무 많은 물을 마시면 여러모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체할 수도 있고, 탈진할 수도 있다. 순간적으로 혈중 농도가 너무 낮아져 쇼크가 올 가능성도 낮지만 존재한다.


그렇기에 나는 물통을 꺼내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그리고 마치 입으로 물을 흡수하듯 조금씩 목구멍으로 흘려보냈다. 전신에서 격하게 수분을 요청하고 있었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천천히 몸을 물에 적응시켜나갔다.


마리아는 그런 내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물통을 꺼내들었다. 마리아 역시 나처럼 천천히 물을 마셨다. 한참동안 서로 말없이 물을 마신 후에야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물통을 내려놓았다.


“하아······.”


저절로 만족스러운 탄성이 흘러나왔다. 마리아는 내 탄성이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


“감사라고 했지.”


“네?”


“아까, 감사라고 했잖아.”


“아, 네.”


“뭐야, 내가 잘못 들었던 거야?”


“아닙니다. 제대로 들으셨습니다.”


바로 샐쭉하게 변하는 마리아의 눈매를 보고 나는 서둘러 답했다. 마리아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살짝 노려보다가 말을 이었다.


“감사할 거 없어. 그 어떤 것도. 널 위한 게 아니야. 우리를 위한 거지. 너를 우리 파티에 들인 것도, 네가 지치지 않게 이렇게 적절하게 휴식을 취하는 것도, 어느 것 하나 너만을 위한 게 아니야.

너를 우리 파티에 들인 건 비록 지금 당장은 모자란 부분이 있을 지라도, 그로 인해 우리가 약간 피해를 보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 하더라도, 언젠가 네가 성장하면 그만큼 보상이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야. 우리 파티는 더욱 견고해질 거고, 우리는 더욱 안전해질 거고, 우리는 더욱 수월하게 임무를 수행해나갈 수 있게 될 거고, 그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고.

네가 지쳐 쓰러지기 전에 휴식을 취한 건 네가 쓰러지면 더욱 힘들어지기 때문이야. 우리가 너를 업고 가는 건 물론이요, 위기가 닥치면 너를 지키기 위해서 더욱 힘겹게 싸워야 할 거고, 심하면 내일 임무에 네가 동행할 수 없게 될 수도 있겠지. 그러면 네가 성장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거고.

다시 말해, 모든 일은 우리, 더 나아가 나 자신을 위한 일이야. 널 위한 게 아니라. 그러니 앞으로 감사하다는 말은 하지 마. 동료끼리는 서로 감사하고 그러는 거 아니야.”


동료. 동료라······.


나는 마리아의 말을 곱씹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말씀 감······.”


자연스레 감사 인사를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대신 주머니에서 육포를 꺼내 마리아에게 건넸다.


“육포 드실래요?”


“물론이지.”


마리아는 흔쾌히 육포를 받아들었다.


작가의말

에헤헤헤 드디어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에헤헤헤헤

-10


일반적으로 군대에서 하는 행군은 40km를 8시간 정도, 휴식 시간을 포함하면 그보다 좀 더 길게 잡아서 합니다. 대략 시속 5km 정도의 속력으로 움직이는 것이지요.

그러니 행군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그보다 더 긴 50km를 더 짧은 시간인 6시간 만에 주파하는 게 얼마나 말도 안 되게 힘든 일인지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기초 훈련소에서 7시간 만에 40km 행군을 하는 것도 솔직히 한국 군대로 치면 엄청난 수준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훈련 받고 받는 적정 임무가 F급... 별로 티가 안 나서 그렇지 지랄 맞게 빡센 세계관이 아닐 수가 없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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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8. 첫 임무 +2 22.09.30 7 0 10쪽
» 8. 첫 임무 22.09.26 11 0 10쪽
43 8. 첫 임무 22.09.25 13 0 16쪽
42 8. 첫 임무 22.09.22 18 0 20쪽
41 8. 첫 임무 22.09.19 14 0 14쪽
40 8. 첫 임무 22.09.16 14 0 19쪽
39 8. 첫 임무 22.09.11 9 0 10쪽
38 7. 기초 훈련소 22.09.08 11 0 10쪽
37 7. 기초 훈련소 22.09.04 14 0 10쪽
36 7. 기초 훈련소 22.08.25 10 0 13쪽
35 7. 기초 훈련소 22.08.25 11 0 10쪽
34 7. 기초 훈련소 22.08.18 17 0 27쪽
33 7. 기초 훈련소 22.08.07 11 0 18쪽
32 7. 기초 훈련소 22.07.29 11 0 20쪽
31 6. 삶에 대하여 22.07.18 13 0 12쪽
30 6. 삶에 대하여 22.07.15 14 0 19쪽
29 6. 삶에 대하여 22.07.10 16 0 10쪽
28 6. 삶에 대하여 22.07.07 14 0 10쪽
27 6. 삶에 대하여 22.07.05 19 0 18쪽
26 6. 삶에 대하여 22.07.02 14 0 10쪽
25 5. 일상 22.06.28 14 0 17쪽
24 5. 일상 22.06.27 29 0 12쪽
23 5. 일상 22.06.26 44 0 18쪽
22 5. 일상 22.06.25 29 0 14쪽
21 5. 일상 22.06.22 16 0 10쪽
20 4. 하이켈른으로 가는 길 +2 22.06.16 29 1 10쪽
19 4. 하이켈른으로 가는 길 22.06.15 21 1 11쪽
18 4. 하이켈른으로 가는 길 +2 22.06.15 21 1 13쪽
17 4. 하이켈른으로 가는 길 22.06.14 15 0 16쪽
16 4. 하이켈른으로 가는 길 22.06.13 22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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