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敏炅花 님의 서재입니다.

자살 희망자들이 세계를 구합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珉耿花
작품등록일 :
2022.05.11 16:03
최근연재일 :
2022.09.30 01:36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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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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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수 :
287,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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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4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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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4. 하이켈른으로 가는 길

DUMMY

무르니아의 동문에 도착했을 땐 이미 저녁 무렵이었다. 서쪽 너머로 해가 기울고 있었고, 붉은 노을이 하늘을 물들이고 있었다.


“으아! 드디어 도착했네. 마차 탈 때마다 느끼는 건데, 난 이 땅바닥이 너무 좋아.”


마차에서 내린 유키노가 기지개를 켜면서 말했다. 그리고는 마차에서 내린 나머지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이것도 인연인데, 어때? 같이 한 잔 하는 건?”


“전 좋아요!”


가장 먼저 코나츠가 손을 번쩍 들었다. 자말과 코디는 서로 시선을 교환한 후 답했다.


“네가 산다면 얼마든지.”


“와, 레벨 4짜리 두 놈이나 모여서 레벨 2를 등쳐먹는다고? 당신들은 양심을 지구에 두고 왔습니까?”


“공짜 술은 레벨을 막론하고 좋아하는 법이지.”


“에휴.”


유키노는 한숨을 한 번 쉬고는 이번엔 마부를 불렀다.


“한센 영감! 영감도 같이 갈래요? 오늘 고생도 많으셨잖아요.”


“마음만 감사히 받지. 나는 집에서 가족들이랑 저녁을 먹어야 해서. 지구인들끼리 재밌는 시간 보내게.”


마부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럼 어쩔 수 없죠. 넌 어때, 한별?”


유키노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아마 후회는 안 할 걸요. 와타나베 씨는 무르니아에 대한 거라면 베테랑이에요. 괜찮은 식당을 모두 외우고 있죠.”


“어차피 오늘은 더 이상 하이켈른으로 가는 마차가 없을 거야. 애초에 그리 마차가 많이 다니는 곳도 아닌데다가 저녁 시간이기도 하니까. 불도 쉽게 못 켜는 이곳에서 밤에 마차를 움직이려면 그에 걸맞은 가치가 있어야 하는데 하이켈른이 그 정도는 아니잖아.”


코나츠와 자말이 은근하게 같이 갈 것을 권유했다.


“저는 먼저 무기를 봐야 할 것 같아요.”


나는 턱짓으로 등을 가리켰다. 자말은 커다란 방패를, 코디는 활을, 유키노와 코나츠는 소총을 배낭과 함께 메고 있었지만, 내 등에는 배낭밖에 없었다.


“그럼 더더욱 와타나베 씨와 함께 가야죠.”


코나츠가 내 팔에 매달렸다.


“와타나베 씨, 괜찮은 무기 상점 알고 있죠?”


“냉병기 쪽은 잘 몰라도 화기 쪽은 확실하게 알지. 총기 위주로 취급하는 진짜 괜찮은 곳 하나 있으니 그쪽을 소개해줄게.”


유키노에게서 긍정적인 대답이 나오자 코나츠는 히히 웃으며 팔에 힘을 주었다. 이렇게까지 말하니 거절할 수 없어 나는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저도 가겠습니다.”


“해냈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코나츠가 만세를 외쳤다.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노래하는 주점이라고 알지?”


“알지. 북쪽 지구에 있는 주점 말하는 거지?”


“그래, 거기. 코나츠랑 코디 데리고 먼저 가서 적당한 걸로 주문해놔. 나는 한별이랑 같이 무기 상점 들렀다가 바로 갈게.”


“알았어. 입력. 그밖에는? 혹시 특별히 주문해놓을 거 있어?”


“소시지 모음. 거기 스페인 스타일로 소시지 엄청 맛있게 해. 그리고 흑맥주. 기네스가 부럽지 않을 정도야.”


“엄청 기대되는데.”


자말은 유키노와 짧은 대화를 주고받은 뒤,


“그럼 그때 보자.”


“그래. 그때 보자.”


코디와 코나츠를 이끌고 골목으로 사라졌다.


“그럼 나도 슬슬 가봐야겠군.”


“잘 가요, 한센 영감. 다음에 또 보자고.”


이어서 마부도 마차를 이끌고 떠나갔다.


“그럼 우리도 가보자, 한별. 자, 따라와.”


모두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자 유키노가 내 어깨에 팔을 걸치며 나를 이끌었다. 무르니아의 동문에서 서쪽으로, 무르니아의 중앙 광장에서 남쪽으로, 거기서 또 골목길로.


무르니아는 북서쪽 전선을 뒷받침하는 후방기지답게 상당히 크고, 또한 번화한 곳이었다. 수도인 뮈엔느랑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도시 자체도 넓었고, 그만큼 건물도, 사람도 많았다. 이제 곧 밤이 되는 저녁 무렵임에도 길거리에 사람이 가득할 정도였다.


유키노는 그런 인파 속에서도 능수능란하게 길을 헤쳐 나갔다. 대체 어떻게 하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그 많은 사람을 헤치고 걸으면서도 어깨 한 번 부딪히지 않았다. 또한 복잡한 골목을 다니면서도 한 번도 헤매지 않고 거침없이 나아갔다.


“정말로 유키노 씨는 무르니아에 대해 잘 아시는 군요.”


나는 적잖이 감탄하며 말했다.


“이야. 한국인은 이래서 좋아. 바로 이름부터 부르니, 금방 친해지는 거 같다니까.”


유키노는 깔깔 웃으면서 어깨에 두른 팔을 풀고 등을 팡팡 쳤다. 나는 뭔가 실수한 건가 싶어 유키노의 손을 피하지 않고 맞고 있었다.


“아, 일본에서는 엄청 친해지지 않는 이상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지 않거든. 성으로 서로를 부르다가 충분히 친해지면 서로 합의를 하고, 그제야 이름을 불러. 뭐, 문화 차이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나는 오히려 이런 게 좋거든.”


내 반응을 보고 유키노가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는 본래 주제로 돌아갔다.


“어쨌든, 무르니아에 대해서 잘 아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잘 알지. 여긴 내 두 번째 고향이나 다를 바 없는 곳이야. 기초 훈련소를 이수하자마자 여기로 왔고, 임무 떠나거나 다치거나 장비 맞추거나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무르니아에 있었거든.

이제 슬슬 2년 다 되어가나? 아마 모험가로 활동한 시간만 따지면 자말이나 코디보다 내가 오래됐을 걸. 무르니아에 머물러 있던 시간을 따지면 압도적으로 오래되었고. 비록 레벨은 내가 더 낮지만.”


마차 안에서 했던 생각이 틀린 게 아니었구나.


“그럼······.”


나는 뭔가를 물으려다 입을 다물었다. 이건 어쩌면 굉장한 실례일 수도 있다. 과연 물어봐도 될까.


“왜 활동은 더 오래 했는데 레벨은 더 낮냐는 거지?”


그러나 이미 운을 뗀 순간 유키노는 내 생각을 눈치 채고 있었다. 나는 할 말이 없어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실례되는 질문이긴 하지. 상대가 화를 낼 수도 있는 말이고. 하지만 신입이잖아. 아직 충분히 익숙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거지. 세상에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무엇보다 나는 그런 거 딱히 상관 없어하는 편이고.”


유키노가 내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레벨에 대해서는 대충 알고 있지?”


“네. 레벨은 그 사람의 종합적인 강함.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전투력으로 환산했을 때, 그 사람이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라고······.”


“맞아. 보통 안내자는 거기까지 설명하지. 그럼 생각해봐. 그걸 과연 어떻게 측정해야 할까?”


“음.”


“능력치가 엄청 낮은 사람을 상상해봐. 너무 낮아서 평범한 여자애한테도 질 거 같은 그런 사람 말이야. 그런데 그 사람이 엄청나게 돈이 많아. 너무너무 많아서 거의 한 차원의 모든 부를 다 차지하고 있을 정도야.

그럼 그 사람의 모든 걸 환산해 봤을 때, 그 사람의 레벨은 과연 몇이 되어야 할까?”


내가 고민하자 유키노가 예시를 들었다.


능력치만 본다면 분명 레벨 1. 그러나 과연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전투력으로 환산한다면, 과연 그것을 겨우 레벨 1로 취급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정도 돈이라면 누굴 고용해도 고용할 수 있을 것이고, 갑자기 미쳐버려서 그 많은 돈을 전부 블랙홀 같은 곳에다가 던져버리면, 그러면 그 차원의 경제는 한 순간에 파탄이 나버릴 거야. 차원의 거의 대부분의 돈이 한 사람에게 있었으니까. 그렇게 경제가 파탄나면 아마 죽는 사람도 엄청나게 나오겠지? 그럼 과연 그 사람을 ‘홀로 한 차원을 뒤흔들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을까? 고작 능력치 때문에?”


“말할 수 있겠죠. 그 사람은 비록 능력치는 낮아도 그 사람은 충분히 그럴 수 있으니.”


“그렇지. 이번엔 다른 예를 들어볼까. 능력치는 낮지만 엄청나게 머리가 좋은 사람이 있어. 너무너무 머리가 좋아서 차원 하나를 충분히 파괴할 무기를 설계할 수 있지. 그리고 그걸 만들 의지와 끈기도 가지고 있어. 그럼 과연 그 사람을 ‘홀로 한 차원을 뒤흔들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을까? 고작 능력치 때문에?”


“마찬가지로, 말할 수 있겠죠. 그 사람도 충분히 그럴 수 있으니.”


“정답이야. 그밖에도 겉으로 측정하긴 힘들지만 얼마든지 ‘강함’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 있어. 이제 생각해봐. 이것들을 과연 어떻게 측정해야 할까. 능력치엔 나오지도 않고, 제대로 측정하기도 힘든 것을, 과연 어떻게 해야 보다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을까?”


능력치에도 나오지 않고, 제대로 측정하기도 힘든 것들.


한참동안 답이 나오지 않자 유키노가 손가락을 튕겼다.


“답은 ‘업적’이야. 그 사람이 지금까지 이룬 것들을 토대로 판단하는 거지. 그리고 그 ‘업적’에 가치를 매기는 것이 바로 ‘공적치’야. 그 사람이 어떤 임무를 성사시켰느냐, 달리 말해 그 사람이 어떤 업적을 이뤘느냐, 그에 따라 모험가 사무소에서는 공적치를 지급해. 그러므로 공적치를 지불해 레벨을 올리도록 하면 그 사람의 업적과 레벨을 일치시킬 수 있지.

돈이 많은 사람이라면 그 돈으로 사람을 고용해서 보다 어려운 임무를 많이 성사시킬 수 있을 거고, 머리가 좋은 사람은 기발한 방법으로 원래라면 성사시키지 못 할 임무를 성사시킬 수 있을 거야. 인맥이 좋은 사람은 자신과 친한 사람들을 끌어 모아 임무를 성사시킬 수도 있을 거고. 원래라면 평가하기 힘든 이런 요소들을 이렇게 하면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되는 거지.”


“그러면 쉬운 임무만 해서 공적치를 쌓을 수도 있지 않나요?”


“쉬운 임무는 그만큼 공적치가 낮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열심히 해서 공적치를 충분히 쌓아 레벨을 올릴 정도라면, 그 사람의 끈기가 엄청나다는 건데, 그건 강함이라고 볼 수 없을까? 고작해야 한 명의 사람을 쓰러뜨릴 수 있는 능력치라도, 한 차원의 모든 생명체를 멸절할 때까지 끝없이 칼을 휘두를 수 있는 끈기라면, 과연 그 사람을 ‘홀로 차원을 뒤흔들 수 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 없는 걸까?”


정론이었다. 그 정도의 끈기를 가지고 있다면 그 끈기만으로도 그 사람은 충분히 강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


“기초 훈련소에 가면 배우겠지만, 레벨을 올리면 그에 따른 혜택이 있어. 보다 많은 보상을 주는, 높은 등급의 임무를 맡을 수 있다거나 차원 연합 본부와 거래를 할 때 할인을 해준다거나, 특별한 물건을 살 수 있는 특수 상점에서는 레벨이 높을수록 더 뛰어난 물건을 구매할 자격을 부여해.

이런 혜택 때문에 다들 레벨을 올리려고 하고, 그렇기에 보다 명확하게 그 사람의 강함과 레벨을 일치시킬 수 있고. 뭐, 이것저것 생각 많이 한 시스템이야. 부작용이 아예 없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 그걸 감수할 만한 시스템이지.”


유키노는 잠깐 말을 쉬었다가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내 레벨이 낮은 이유는 이런 시스템 때문이야. 레벨을 올리려면 공적치를 지불해야 한다, 이 말은 공적치를 지불할 수 없다면 레벨을 올릴 수 없다는 뜻이야. 다르게 말하자면, 충분한 공적치를 축적할 수 없다면 레벨을 올릴 수 없다는 뜻이지.

나는 말이지, 마력을 다루는 재능이 형편없어. 내 능력치를 보면 알잖아. 마력 등급이 엄청 낮은 거. 그런데 우리가 싸우는 벌레들은 최하급 병과가 아닌 이상에야 마력을 제대로 쓰지 못 하면 피해를 입히기 힘들거든. 이건 안내자한테 들어봤지?”


확실히 비슷한 말은 했던 것 같았다.


-로봇으로는 적의 최하급 병과 정도나 제대로 상대할 수 있어 한계가 명확했고, 인형과 골렘도 크게 차이가 없었죠.


그때는 왜 로봇으로는 제대로 상대할 수 없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마력 같은 이쪽의 개념을 알고 보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방법을 떠올린 게, 적극적으로 화기를 운용하자는 거였어. 마력을 넣기는 힘들어도 관통력하고 충격은 충분하니까. 소총 정도는 우습게 막아내는 벌레들의 마력 보호막이라도 총열이 휘도록 쏘면 흠집 정도는 난단 말이지. 그동안 벌레 놈들의 접근을 저지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고.

쓸 수 있는 건 다 써봤지. 산탄총, 대물 저격총, 수류탄, 크레모아, 로켓포, 박격포, 안 써본 무기가 없을 정도야. 임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거 같으면 펑펑 잘도 터트렸어.

그런데, 소총탄이나 산탄총탄 같은 조그마한 것 정도는 여기에서도 만들 수 있고, 소환하는 것도 별로 안 어렵다보니 돈으로 살 수 있지만, 수류탄이나 포탄 같은 보다 본격적인 화약 무기들은 오직 소환으로만 수급이 되거든. 그러다 보니 그것들은 공적치로만 살 수 있어. 그런 것들을 펑펑 터트렸으니 내 공적치가 남아나겠어? 도저히 레벨을 올릴 만큼 축적할 수가 없더라.”


맨날 적자만 나. 헤헤.


유키노는 실없이 웃으면서 뒤통수를 긁적였다. 그 실없는 웃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씁쓸한 미소로 바뀌었다.


“일반적으로는 공적치를 쓰면서까지 임무를 완수하진 않지. 특수 상점에서 그런 것들을 파는 이유도 ‘이걸 써서라도 임무를 완수해라’보단 ‘정 위험하면 이거라도 써서 생환해라’에 가깝고.

아마 내 수준으로도 할 수 있는, 적당히 소총만 쓰면서 할 수 있는 쉬운 임무만 맡았다면 지금쯤은 레벨이 더 높았을 거야. 적자만 보면서 임무를 다닐 바에, 그 공적치로 특수 상점에서 좋은 거 사다가 먹으면서 수련에 힘썼다면 능력치를 더 높일 수도 있었을 거고. 4레벨, 어쩌면 5레벨도 될 수 있었겠지. 그야, 2년이나 있었으니까. 이 방식이 보다 일반적인 방식이기도 하고.

하지만, 너도 알잖냐. 우리가 왜 싸우겠어. 왜 모험가가 되어서 목숨을 걸고 싸우겠어. 레벨? 부귀영화? 그럴 리가. 그런 건 아무 상관없어. 나만 그런 거 아닐 걸. 여기 오는 놈들 다 똑같아. 죄다 잃고, 뺏기고, 속고, 그렇게 빈털터리가 된 다음에는 결국 자기 목숨까지 버린 애들이야. 이미 물질적인 거는 알 바 아니라고. 꼭 레벨이 높고, 공적치가 많아야만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거 없어도 여기서 살아가는 거에 아무 지장 없는데, 왜 싸우겠어.

그냥, 하고 싶으니까. 잃지 않도록 하고 싶으니까. 더 이상 뺏기지 않도록, 속지 않도록 하고 싶으니까. 가능하면 많이, 최대한 많이, 손 닿는 데까지 만이라도.”


점점 깊은 골목으로 들어서며 주변이 점차 조용해졌다. 내 심정을 대변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내가 한 달 동안 기초훈련소 끝내고 무르니아에 와서 가장 먼저 느낀 게 뭔지 알아? 여긴 진짜 끔찍한 곳이라는 거야. 매일마다 누군가 다쳐. 심하면 죽어. 그때 생각했지. 아, 내가 한 달 동안 강해진다고 으쌰으쌰 하는 동안에도 누군가는 이렇게 계속 다치고 죽어갔겠구나.

내 수준에 맞는 임무 가려서 받고, 수련한답시고 어딘가에 박혀서 또 다시 으쌰으쌰하면, 그동안 원래라면 다치지 않을 수 있었던 이들이 다칠 거고, 살았어야 할 이들이 죽을 거야.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어. 그들을 흘려보낼 자신이 없었어.”


유키노는 발걸음을 멈췄다. 나 역시 따라서 멈췄다.


“이상, 폭탄광 와타나베 유키노의 넋두리였습니다!”


유키노가 활짝 웃으며 소리쳤다.


“역시 대화를 나누면서 걸으니까 빨리 도착한다. 여기야, 여기. 여기가 내가 말했던 무기 상점이야.”


우리는 어느새 각종 총기가 가득 진열된 상점에 도착해 있었다. 유키노는 밝은 얼굴로 내 팔을 붙잡고 문을 열었다. 그 얼굴은 어쩐지 아리에스가 항상 짓던 산뜻한 미소를 닮아 있었다.


작가의말

유키노가 했던 ‘한국인이랑 대화하면 금방 친해진 거 같아서 좋다’는 실제로 제가 호주 워킹홀리데이 갔을 때 만난 일본인 친구랑 대화하면서 들었던 말입니다.


우리나라는 보통 성+이름+직책으로 부르거나, 직책을 따로 두지 않는 학생일 땐 성+이름, 그리고 조금만 친해져도 이름을 써서 부르는 반면

일본은 엄청 친해지기 전까지는 이름을 거의 부르지 않습니다. 어지간하면 성으로 서로를 칭하죠.

한국인과 일본인이 만나면 일본의 그런 문화를 모르는 한국인은 바로 이름으로 부르곤 하는데, 그 일본인 입장에서도 한국에서는 성으로 부르는 문화가 없다 보니 나름대로 상대를 배려해 이름으로 상대를 부르고, 이는 결과적으로 ‘일본인의 시점’에서 볼 때 매우 친밀한 사이가 된 것처럼 느껴진다는 거였습니다.

꼭 써먹고 싶은 부분이었는데 드디어 써먹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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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7. 기초 훈련소 22.08.25 1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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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5. 일상 22.06.25 29 0 14쪽
21 5. 일상 22.06.22 1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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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4. 하이켈른으로 가는 길 22.06.15 21 1 11쪽
18 4. 하이켈른으로 가는 길 +2 22.06.15 21 1 13쪽
» 4. 하이켈른으로 가는 길 22.06.14 16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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