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敏炅花 님의 서재입니다.

자살 희망자들이 세계를 구합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珉耿花
작품등록일 :
2022.05.11 16:03
최근연재일 :
2022.09.30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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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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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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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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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쪽

7. 기초 훈련소

DUMMY

다음 훈련은 무기술 훈련. 훈련생들은 넓은 체육관에 도착했다.


“오, 왔어?”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장신의 여성이 훈련생들을 반겼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은색 단발머리, 그리고 하늘 높이 솟아오른 귀였다. 뒤이어 허리에 찬 검은색 검이 보였다. 검 손잡이에는 문양이 있었는데, 거리가 멀어서 식별할 수는 없었다.


“본 교관은 무기술 훈련 및 냉병기 훈련을 맡고 있어. 종족은 엘프. 뭐,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지? 우리 종족은 지구에서 제법 유명하다는 모양이니까. 세부적인 부분은 조금 달라도. 귀가 밝다는 건 사실이니 헛소리 할 때는 주의하길 바랄게. 그밖에는······.”


그녀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앞을 가리켰다.


“관찰을 쓰도록 해. 이미 익숙한 사람도 있는 모양이지만,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에쉬할트에서는 사람을 처음 만나면 가장 먼저 관찰을 쓰거든. 그러라고 만들어놓은 거기도 하고.”


나는 그녀의 말에 관찰을 사용했다.


[이름 : 엘리샤

소속 : 대륙

레벨 : 6


근력 : B+

내구 : B-

회복 : C

마력 : F]


상태창이 떠올랐다.


“자, 그럼 시간도 없는데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자.”


그녀는 상태창을 확인할 수 있도록 잠시 시간을 둔 뒤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 훈련은 그냥 무기술 훈련이라고 뭉뚱그려서 이름 붙이긴 했지만 정확히 말하면 무기를 다루는 방법을 배우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사용할 무기를 찾는 시간에 가까워.

사람마다 선호하는 바가 다르고 재능 있는 부분이 다른 법, 필시 각자 자신만의 무기를 찾아서 다양하게 고를 텐데, 내가 어떻게 그걸 다 가르칠 수 있겠어. 내 수준 정도 되면 기본적으로 모든 무기를 다 다룰 수 있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본적인 수준이고, 결국 한계가 있기 마련이야.

그러므로 이번 시간에 너희들이 할 일은 다양한 무기를 한 번씩 다뤄보면서 어떤 게 좋은지, 어떤 것에 재능이 있는지 확인하는 거야. 앞으로 어떻게 싸워나갈 건지는 응당 스스로가 정하는 거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지만 제대로 무기를 다뤄본 적 없는 이들에게 있어 그건 너무나 막막하고 막연한 일이니까. 내 목표는 그 첫 단추를 끼워주는 것.

그런 후 다음 훈련으로 넘어가는 거지. 누구는 검을 선택해서 계속 내 밑에서 배울 거고, 누구는 도끼나 망치 같은 걸 선택해서 오그룬에게 배울 거고, 열병기를 선택해서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고, 혹은 아예 마법 특화 쪽으로 가서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겠지. 어느 쪽이든, 정답은 없어. 아니, 모든 게 정답이라는 게 맞는 표현일지도.”


엘리샤는 몸을 살짝 틀어 그녀의 뒤를 가리켰다. 그곳엔 목검, 목봉, 나무 방패 등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설명은 이쯤 하면 됐겠지. 시작해보자고. 일단 내가 제일 자신 있게 다룰 수 있는 검부터. 다들 목검 한 자루씩 들고 와.”


훈련생들은 엘리샤의 지시에 따라 목검 한 자루씩을 들고 왔다. 엘리샤는 다들 목검을 제대로 들었는지 한 번 훑어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대단한 건 없어. 검을 뽑아서,”


엘리샤는 허리춤에 찬 검을 뽑았다. 칠흑의 검신이 소리조차 내지 않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 높이 들어올리고,”


그녀는 양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검을 하늘 높이 들어올렸다.


“한쪽 발을 들었다가,”


그녀의 오른발이 살짝 지면에서 뜨는 것과 동시에,


“그 발을 내딛는 것과 동시에 발끝에서부터 다리, 허리, 어깨, 팔, 손목까지 전신의 모든 힘을 통일해 내려치는 거지.”


그대로 내려쳤다. 검이 순간적으로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나타났다. 뒤이어 날카로운 바람소리와 함께 거센 돌풍이 체육관을 휘저었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이게 세로 베기야. 딱히 대단하진 않지만 사실 검의 모든 건 여기서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나머지는 응용이랄까.”


다시 한 번 검이 움직였다.


“사선 베기. 세로 베기를 조금 튼 것.”


다시 한 번 검이 움직였다.


“가로 베기. 세로 베기를 좀 더 튼 것.”


다시 한 번 검이 움직였다.


“올려치기. 세로 베기를 반대로 한 것.”


그녀의 검이 움직일 때마다 몇 번이고 돌풍이 불었다.


“간단하지?”


그녀는 빙긋 웃었다. 그러나 돌풍이 지나간 후 남은 건 정적뿐이었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한 후 검을 집어넣었다.


“그러니 이걸 하는 거야. 이것만 해도 대충은 알 수 있거든. 교관이나 훈련생이나. 교관은 그 훈련생의 재능 유무를 파악할 수 있고, 훈련생은 자신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지. 어디까지나 맛보기 정도니 많이 할 필요는 없고, 정확한 자세로, 제대로 집중해서, 딱 100번만 하자. 다른 무기도 써보려면 시간 부족하잖아.”


이후부턴 육체적인 시간이었다.


“발끝에 신경을 좀 더 써야지! 힘이 안 실리잖아!”


엘리샤는 때로는 자세를 수정해주기도,


“봐봐. 등을 움직인다는 느낌으로, 이렇게! 내가 말했잖아. 전신의 힘을 통일한다고. 등에 있는 근육도 마찬가지야.”


때로는 시범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훈련생들이 검을 휘두르는 걸 감독했다.


“정확한 자세가 아니면 의미가 없어! 정석이 확실히 잡혀있어야 변화를 줘도 본질이 변하지 않지! 이번 건 무효!”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효에,


“다른 무기가 더 좋을 거 같다고? 좋아, 일단 알겠어. 하지만 하던 건 마저 해야지. 재능 있는 종목과 선호하는 종목이 다른 건 자주 있는 일이고, 그 사이에서 최고의 효율을 뽑아내려면 재능 쪽도 봐야 하지 않겠어?

재능이 없는 거 같다고?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내가 판단해. 지금 당장은 보잘것없어 보여도 대기만성일 수도 있어. 숨겨진 재능이라는 거, 애들 가르치면서 한두 번 본 게 아니거든. 그러니 최소한 100번은 끝내줘야겠어.”


중간에 멈추는 것도,


“괜찮아. 안 죽어, 안 죽어. 그야, 원래는 이렇게 단련하면 안 되긴 하지. 근성장에 있어서 자극만큼 중요한 게 휴식이니까. 무작정 때려박는 무대포식 훈련은 보기엔 멋진 근성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영구적인 근육 손상을 가져오기 마련.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원래의 경우고. 너희가 끼고 있는 반지가 뭐라고 생각해? 안내자나 모험가 사무소 직원한테 들었을 거 아냐. 오리하르콘이야, 오리하르콘. 그 자체로 마나를 뿜어내는, 그야말로 차원연합 최고의 보물. 번역 기능? 상태창? 어디까지나 오리하르콘이 계속해서 뿜어내는 마나의 일부를 용도에 맞게 변환하는 것에 불과하지. 모든 마법 도구가 그렇듯, 그 반지도 착용자에게 농도 짙은 마나를 계속해서 제공한다는 뜻이야.

그리고, 저번 수업 시간에 배웠지? 마나란 만변의 정수이자 생명의 근원. 그 반지만 끼고 있어도 신체의 회복이 더 빨라지는 건 물론이고, 마나의 감응력도 좋아지고 마법의 효율도 좋아지고, 이것저것 효과가 많아. 근육의 회복도 당연히 빨라지지.

괜히 기초 훈련소의 일정이 5주라는 빡빡한 시간 안에 구성된 게 아니야. 차원 연합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원이 사람인데, 만에 하나라도 너희한테 안 좋을 일을 우리가 시키겠니? 다 믿는 구석이 있는 거지.

그러니 걱정 말고 하던 거나 계속 해. 힘들다? 몸에 무리가 간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런 건 내가 판단해. 너희가 아니라. 적어도 지금은 내가 너희보다 너희의 상태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고, 내가 보기에 너희는 아직 더 할 수 있으니까.”


지쳐 쓰러지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목검으로 세로 베기 100번. 그 다음엔 목봉으로 찌르기 100번. 그 다음엔 나무 도끼로 내려찍기 100번. 그리고 또 다시 무기를 바꿔서 100번.


눈이 풀리기 시작한다. 몸에 걸친 옷가지가 땀에 흠뻑 젖어 점점 무거워진다. 그러나 이내 전신에 감각이 무뎌져 그조차 희미해진다.


“자, 자, 여기까지. 시간 다 됐어.”


마침내 2시간이 지나고 엘리샤가 훈련의 끝을 고했다. 훈련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무기를 내려놓고 손을 벌벌 떨었다.


“힘들다고 저녁 건너지 말고. 가능한 많이, 억지로라도 꾸역꾸역 밀어 넣고. 굳이 당부하지 않아도 될 테지만 잠은 충분히 자도록 하고. 이만 해산.”


엘리샤는 몇 가지 당부를 한 후 훈련생들을 해산했다. 직원들이 다가와 훈련생들을 인솔했다. 기숙사로 돌아와 몸을 씻었다. 저녁을 먹었다. 침대에 몸을 누이자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다음날도 훈련은 계속되었다. 기숙사를 울리는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이끌려 아침 일찍 잠에서 깨면 직원들이 훈련생들을 인솔한다.


“오늘은 조금 더 난이도를 높여봅시다. 여기 모래주머니 있으니까 팔다리에 하나씩 차고, 어제처럼 하는 겁니다. 한 번 해봤으니 할 만하겠죠?”


오그룬의 체력 단련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오그룬은 1kg은 될 거 같은 모래주머니를 가득 쌓아놓고 싱글싱글 웃었다.


녹초가 된 채로 기숙사로 돌아가 몸을 씻고 아침 식사를 한다.


“싸움이란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손자병법(孫子兵法)에서 말하길,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을 지니(知彼知己 百戰不殆), 즉 싸움에 임하기 앞서 위험을 줄이고 보신을 하기 위해선 우선 적에 대해 상세히 알고 자신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거야.”

이번 시간에 내가 해줄 건 상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 너희가 싸워야 하는 벌레들에 대한 정보 말이야. 솔직히 여기 있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막연하게 생각할 뿐이잖아? 뭔가 엄청 무서운 놈들이 밖에 있는 것 같다, 사람도 많이 다친다, 일부는 죽기도 한다더라, 이런 생각들. 개개인의 상상에 따라 부풀려진 것도 있을 거고, 오히려 축소된 것도 있을 거고, 뭐가 됐든 간에 구체적이진 않겠지. 물론 이 중엔 직접 겪어본 사람들도 있겠다만.”


이어서 전략 및 전술 교관 제이슨의 벌레학 수업.


[이름 : 제이슨

소속 : 대륙

레벨 : 6


근력 : B

내구 : B-

회복 : C

마력 : E-]


“벌레. 차원 연합이 파악하지 못 한 이차원에서 온 침략자를 부르는 말이지. 이들이 기원한 차원이 어느 곳인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어. 파악하더라도 선제공격을 가하진 않을 거고. 위험성도 높을뿐더러, 차원 연합의 존재 의의는 각 차원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고 그를 위해 각 차원의 자위력을 향상시키는 것이지 위협이 된다고 그 차원의 생명체를 멸절시키는 것이 아니니까.

벌레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면 역시나 압도적인 신체 능력이 있을 거야. 일반적으로 신체 능력이라 함은 어느 정도 적정 한계가 있기 마련이야. 적어도 차원 연합에서 연구한 바에 따르면 그랬지.

몸집에 비해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개미나 풍뎅이 같은 작은 동물들은 비록 자신의 몸집에 비해서는 큰 힘을 낼 수 있으나 몸집 자체가 워낙 작아서 그렇게 큰 힘을 내지 못 해. 코끼리 같이 커다란 동물들은 생장에 비교적 긴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번식 능력 또한 그렇게 뛰어나지 않지. 물 밖으로 나오면 스스로의 무게에 짓눌리는 고래는 말할 것도 없고.

이걸 초월하는 방법은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하나 뿐이야. 마나를 사용하는 것. 차원마다 제각기 다른 방식을 운용하지만, 마나를 사용하면 이런 신체적 한계를 초월해서 객체에게 허락된 수준 이상의 힘을 내는 게 가능하지. 그래서 마나를 다루는 것이 법칙과 이치를 다시 쓰는 권능의 영역으로 취급되는 거고, 권능을 제한하는 차원의 벽에 의해 마나가 제한되는 거고.

그런데 벌레들은 이 신체적 한계가 보통 생물에 비해 아득히 높아. 개미처럼 몸집에 비해 훨씬 큰 힘을 낼 수 있으면서도, 코끼리와 같이 몸집이 큰 개체가 있을 정도고, 그러면서도 생장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고, 번식 능력 또한 뛰어나서 잠깐만 방심하면 순식간에 지면을 새까맣게 물들이지. 그들이 처음 에쉬할트를 침공했을 때, 대부분의 권능이 제한된 상태에서 에쉬할트를 정복할 수 있었던 건 이런 신체 능력 덕분이야. 신체 능력 자체는 권능이 아니라 생명체 본연의 힘이니까.

그렇다고 벌레들이 신체 능력만 앞세우는 건 아니야. 벌레가 가진 권능 중 하나는 주변 마나를 그 자체로 흡수하는 것, 차원의 벽은 어디까지나 권능을 제한하는 것일 뿐 완전히 제거하는 건 아니었기에 이런 식으로 마나를 다루는 것까지는 어떻게 하지 못 했지. 전쟁 초기엔 신체 능력만 앞세우는 전술을 주로 사용하던 벌레들도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이곳의 마나를 흡수하면서 자신들의 차원에서 사용하던 방식으로 마나를 운용하기 시작했어.

그중 대표적인 게 마력 방벽이야.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벌레들은, 심지어 가장 등급이 낮은 벌레라 하더라도, 마나를 이용해 마력 방벽을 두르기 때문에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피해를 주기 힘들어. 이를테면 방탄복을 둘둘 두르고 있다고 해야 할까.

올바른 예시는 아닐 거야. 그래도 방탄복이라면 충격을 분산시킨다거나, 압력을 줄인다거나 하는 원리라서 그 이상의 힘으로 공격하면 뚫리지만, 마력 방벽은 변화 그 자체를 제어하는 기술이라서 똑같이 마나를 사용해 공격하지 않으면 뚫리지 않거든. 일정 수준 이상 가면 마나를 이용한 기술이 강제되는 이유고, 다른 수단도 많이 가지고 있는 차원 연합에서 굳이 사람을 전쟁터에 밀어 넣는 이유지. 로봇은 마나를 쓰지 못 하니까.

물론 여지는 있어. 검으로 뚫을 수 없어도, 총알로 관통하지 못 해도, 그 운동량 자체는 그대로 전달되거든. 권총 따위로는 절대 뚫을 수 없는 방탄복을 입고 있어도 수백 발 갈기면 결국 그 충격에 죽는다, 이런 개념이야. 하지만 딱 보기에도 엄청 비효율적이고 힘들어 보이잖아? 어디까지나 ‘여지’에 불과, 완전한 ‘대체’는 되지 않는 거지.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벌레를 상대하는 전술은······.”


2시간의 수업이 끝나면,


“자, 좀 더 난이도를 높여봅시다. 이번엔 달리기 거리를 1km 더 늘릴 겁니다.”


다시금 오그룬의 체력 단련.


“전력을 2배로 늘리는 가장 쉬운 방법이 뭘까요? 2배로 강해지는 것? 그것도 물론 좋은 방법이지만 쉬운 방법은 아닙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동일한 전력을 가진 사람을 하나 찾아서 팀을 짜는 겁니다. 만약 호흡까지 잘 맞는다면, 그 상승효과는 고작 2배에 그치지 않고 3배, 4배로 오를 겁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언제나 집단을 이뤘던 것이고, 이 사실이 차원을 막론하고, 시대를 막론하고 변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기초 훈련소를 수료하시면 여러분은 모험가가 될 자격을 얻게 됩니다. 일부는 그저 자위(自衛) 수단을 얻게 된 것에 만족하시겠지만, 대부분은 모험가가 되어 전선에 뛰어 드실 겁니다. 그러면 필시 여러분은 누군가와 팀을 구성하게 될 겁니다.

그러지 않을 것 같다고요? 혼자 다닐 것 같다고요? 그렇다면 저는 당장 그분을 기초 훈련소에서 내쫓을 것입니다. 전선에 홀로 나서는 것만큼 위험하고 무식한 일은 찾기 힘드니 말입니다. 목숨을 잃을게 뻔히 보이는데 모험가의 자격을 줄 수는 없습니다. 자살이 목적이라면 굳이 기초 훈련소에서 고생하며 모험가가 되는 것보다는 차원 연합 본관으로 찾아가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곳에서는 분명 보다 평안한 방법을 제시해 줄 테니.

그러므로 여러분은 집단 전술의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럿이서 함께 합을 맞출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팀원의 구성에 따라 어떤 행동 요령이 필요한가, 균형 잡힌 팀이란 어떤 것인가 등등. 본 수업은 이런 각종 개념에 대한 이론 수업과 모의 대결을 통한 실습 수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체력 단련이 끝나면 집단 전술 교관 페리어스의 강의.


[이름 : 페리어스

소속 : 대륙

레벨 : 6


근력 : B-

내구 : C+

회복 : C-

마력 : F]


“어제에 이어서 간다. 오늘은 방패부터 다뤄보자. 2인 1조로 짜서, 한 명은 검을 들고 세로 베기 100번, 나머지 한 명은 방패를 들고 그걸 받아내는 거야. 자, 시간 없어. 빨리빨리 움직이자!”


점심을 먹고 엘리샤의 무기술 훈련.


“저번 시간에는 마나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마법의 기본 원리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이번에는 실습으로 넘어갈 거예요. 이전 시간에 이론으로 들었던 것을 실천해, 마법의 기초적인 구동으로 나아가는 거예요.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마나를 느끼는 거예요. 하지만 저번 시간에도 말했다시피 이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감각에도 포착되지 않고, 지식으로도 알지 못 하는, 그저 무의식의 영역에 있는 느낌을 파악하는 건 상상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니까요. 그렇기에 우리는 편법을 쓸 거예요.

편법이라고 말은 했지만, 솔직히 최초의 마법사가 마법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일궈낸 이래 이 방법을 쓰지 않은 이가 몇이나 될까요. 그만큼 보편적인 방법이에요. 저도 이렇게 배웠고, 대부분의 마법사들이 이렇게 마법에 입문하죠. 이런 방법을 써도 입문하기 어려운 것이 마법이기 때문이에요.

지금부터 저는 여러분께 마나를 흘려보낼 거예요. 미약한 가닥일 뿐이지만 분명 새로운 느낌일 터. 그걸 느끼고, 기억하고, 붙잡아서, 재현하는 거예요. 여러분의 의지를 이용해서.”


무기술 훈련이 끝나면 제이린의 마법 수업.


“하루의 끝은 역시나 운동이죠. 오늘 하루도 보람차게 끝냈다는 의미에서 진을 쫙 빼고 갑시다.”


마법 수업 후엔 오그룬의 체력 단련으로 하루를 마무리.


저녁을 먹고 씻고 잠이 들면 또 다시 아침.


“오늘은 모래주머니를 하나 더 늘릴 겁니다.”


체력 단련.


“벌레들은 일종의 계급 사회를 가지고 있어. 개미를 연상하면 쉬울 거야. 여왕이 계급의 꼭대기에 위치하고, 그 아래로 다양한 벌레들이 분포하는 거지. 개미와 조금 다른 점은, 번식에 있어서 여왕이 모든 걸 전담하지 않는다는 점. 이걸 감안한다면 종교에 대입해서 신과 그 신을 숭배하는 신자들을 연상해볼 수도 있을 거야.

이번 시간은 벌레들의 계급에 대해 이야기할 거야. 솔직히 완벽하진 않아. 벌레들에 대해 지금까지 밝혀낸 바를 차원 연합의 방식으로 정리한 것에 불과하니까. 저들과 문화적 교류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저들의 체계가 우리에게 익숙한 것도 아니고. 하지만 임무 중에 벌레들과 조우했을 때 그들의 생태를 대략적으로 짐작하는 정도는 가능할 거야.”


벌레학 수업.


“근력 훈련의 난이도를 좀 더 높입시다. 턱걸이 좋아하십니까?”


체력 단련.


“우리는 결코 우리 스스로를 멀리서 내려 보듯 볼 수 없기에, 고작해야 우리의 시선이 닿는 곳밖에 볼 수 없기에,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언제나 충분치 않습니다. 등 뒤에서 공격을 받는다면 벌레들이 공격한다고 괴성을 지르지 않는 이상 공격을 당하는 그 순간까지도 우리는 그 사실을 알 수 없을 겁니다.

비단 이런 부분만이 아닙니다. 팀원의 공격이 충분치 않았는데 그걸 미처 보지 못 해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팀원이 뒤에서 원호를 하는데 그걸 알아차리지 못 해 오히려 진로를 막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듯 집단 전술에 있어서 정보의 부족은 비효율적인 움직임으로, 그리고 위험한 움직임으로까지 이어집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그리 많이 발생하는 일이 아닙니다. 단지 요령이 부족해서, 필요성을 간과했기 때문에, 경험이 없어서, 이런 사소한 이유로 놓치고 넘어갔을 뿐, 결국 정보가 부족했을 뿐이기에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본인이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이고 한 번 더 살펴본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급박하게 상황이 변하는 전투 중이라면 한가하게 몇 번이고 주위를 살필 여력은 없을 겁니다. 오히려 주위를 계속해서 살피면서 혼자만의 힘으로 정보를 습득하고 분석하려 했다간 급변하는 상황에 휩쓸려 위기를 맞이할 테죠.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보의 부재를 타파하려는 것인데 오히려 그로 인해 위기에 빠지게 된다면 본말전도(本末顚倒)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집단 전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원활한 정보 전달입니다. 수시로 자신이 지금 무엇을 봤는지,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신이 무엇을 할 것인지, 자신의 위치, 자신의 상황을 전달하고, 동시에 다른 팀원이 전달하는 정보를 듣는 겁니다.

예컨대 이런 겁니다. 내가 소총을 들어 무언가를 발견하고 발사할 때, 무엇을 발견했는지, 어디서 발견했는지 외치는 겁니다. 6시 방향 벌레 발견, 이런 식으로. 그래서 내가 지금 뭘 하려고 하는지도 붙인다면 더더욱 좋습니다. 6시 방향 벌레 발견 소총 발사, 이런 식으로. 그러면 그걸 들은 팀원은 빠르게 새로운 적의 출현을 알아차릴 거고, 그에 대비할 거고, 내 대응에 맞춰 자신 역시 행동 방침을 정할 겁니다.”


집단 전술 강의.


“오늘은 열병기를 다뤄볼 거야. 가장 먼저 소총. 벌레를 상대함에 있어서 최소한의 화력이라고 볼 수 있지. 그보다 약한 권총의 경우엔 제대로 저지조차 하기 힘들 거든. 정 위험할 땐 권총이라도 써야겠지만.

총을 다룸에 앞서 몇 가지만 설명하고 갈게. 총기 안전 수칙이라고, 총을 다룰 때는 몇 가지 꼭 명심하고 지켜야 할 것들이 있어. 총기에 의한 사고가 발생하는 걸 막는 거지. 총은 지금껏 다뤄온 냉병기와 달리 손가락으로 살짝만 잘못 눌러도 사람을 죽여 버릴 수 있으니까. 일정 수준에 이르면 마력 방벽으로 총알 정도는 가볍게 버텨낸다지만, 그걸 벌레들 마냥 맨날 두르고 있을 수는 없잖아. 그러니 이 몇 가지는 꼭 지키길 바랄게. 만약 내 수업 중에 이걸 지키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당장 때려눕히고 총을 압수할 거야. 두 번 다시 열병기 훈련에는 들어오지 못 할 거고.

첫째, 모든 총은 장전이 되어 있는 것으로 간주할 것. 둘째, 타격할 대상이 아니라면 절대 총구를 겨누지 말 것. 셋째, 발사 전까지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지 말 것. 마지막으로, 발사 전에 타격 대상과 그 주변을 명확히 인지할 것.”


무기술 훈련.


“이어서 실습을 재개합시다. 마나를 느끼지 못 한 분들은 계속해서 전념하시고, 마나를 느끼는 것에 성공한 분들은 다음 단계로 가보죠.

마나를 느끼는 것에 성공했다면 이번엔 그걸 움직이는 쪽으로 가볼 거예요. 마나를 움직여서 몸에 밀어 넣는 것으로 마나의 동화성에 의해 신체는 좀 더 마나에 친숙해지고, 보다 많은 변화를 내포할 수 있게 될 거예요. 이로써 여러분은 마나를 더욱 많이,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고, 더 나아가 마법의 발현으로 이어지죠.”


마법 수업.


“오늘 하루도 고생하셨습니다. 조금만 더 고생합시다.”


체력 단련.


다음날도,


“모래주머니를 하나 더 늘리고 싶은데, 그러면 부피가 너무 커서 행동에 제약이 생기잖아요, 그쵸? 그러니 이번에는 이걸 준비했습니다. 튼튼한 강철로 만든 팔찌입니다. 모래 주머니 4개 무게는 될 겁니다.”


훈련,


“이것은 바퀴벌레다. 높이가 60cm에 너비 50cm, 길이 1.5m. 벌레들의 최하급 병과 중 하나로, 지상을 담당하고 있지. 보다시피 참으로 흉악한 놈들이다. 그리고 비록 최하급 병과지만 이놈들도 마력 방벽을 두르고 있어서 평범한 소총으로는 저지하는 수준에 불과해. 만약 마나를 사용할 수 없다면, 약점을 노려야겠지. 바퀴벌레의 약점은······.”


훈련,


“많이 힘들어 보이시네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오늘은 더 이상 난이도를 높이지 않을 겁니다. 일단 익숙해지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자, 달리기 전에 몸부터 풀어봅시다.”


훈련,


“진형이란 무엇일까요. 집단 전술에서 진형이란 팀원의 배치 상태를 뜻하는 말입니다. 그럼 대체 이 진형이란 무엇이고, 왜 우리는 이걸 숙지해야 할까요. 여기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약간 두루뭉술하죠? 질문을 약간 변형해봅시다. 우리는 무기를 왜 주로 사용하는 손으로 잡습니까? 우리는 왜 방패로 몸을 가리죠? 우리는 왜 갑옷을 입고, 우리는 왜 머리를 보호할까요? 진형에 대한 이해는 여기서부터 시작이 됩니다.”


훈련,


“이어서 열병기에 대한 수업이야. 이번 시간엔 각종 화기를 다루는 방법을 숙달할 거야. 비록 벌레들이 마력 방벽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지만 강력한 충격을 가하는 화기는 여전히 유효한 수단이지. 대전차포 정도면 레벨 4에 해당하는 풍뎅이도 제압할 수 있어. 그 수급을 온전히 소환에 의지해야 한다는 점만 제외하면, 마력도 체력도 전부 떨어졌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기에 모자람이 없어.

가장 먼저 배울 것은 박격포야. 박격포는 곡사 화기에 속하는 무기로, 매우 큰 탄착각을 가지기에 직사 화기로 타격할 수 없는 엄폐된 적을 타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박격포탄의 구조는 맨 뒤에 있는 추진 신관, 이어서 추진 신관에 의해 동작하는 추진 장약, 그 앞에는 직접적인 충격을 가하는 폭약, 마지막으로 맨 앞에는 폭발을 주도하는 폭발 신관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훈련,


“이제 여러분은 마나를 느끼고 움직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육체를 마나에 친숙하게 만드는 방법 또한 익히셨고요. 다음 단계는 이렇게 친숙해진 육체를 중심으로 삼아, 마나를 움직여 마법을 발현하는 것입니다.

의지에 따라 세계의 법칙을 개변한다. 말은 멋지지만 장황하기만 하고 와닿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므로 범위를 좀 더 좁혀봅시다. 상상한 것을 현실로 구현한다. 어떤가요. 조금은 와닿나요? 그럼 이 방향으로 가보죠.

그럼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어떤 걸 상상하느냐, 얼마나 구체적으로 상상하느냐, 얼마나 빠르게 상상하느냐, 그 과정에 대해, 그리고 그걸 위한 소모 수준에 대해 명확하게 인지를 해야겠죠.”


훈련,


“체력은 모든 일의 기초입니다. 여러분처럼 몸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분들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하루의 마지막도 화려하게 장식합시다.”


또 다시 훈련.


훈련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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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8. 첫 임무 22.09.26 11 0 10쪽
43 8. 첫 임무 22.09.25 13 0 16쪽
42 8. 첫 임무 22.09.22 18 0 20쪽
41 8. 첫 임무 22.09.19 14 0 14쪽
40 8. 첫 임무 22.09.16 14 0 19쪽
39 8. 첫 임무 22.09.11 9 0 10쪽
38 7. 기초 훈련소 22.09.08 11 0 10쪽
37 7. 기초 훈련소 22.09.04 14 0 10쪽
36 7. 기초 훈련소 22.08.25 10 0 13쪽
35 7. 기초 훈련소 22.08.25 11 0 10쪽
» 7. 기초 훈련소 22.08.18 18 0 27쪽
33 7. 기초 훈련소 22.08.07 11 0 18쪽
32 7. 기초 훈련소 22.07.29 11 0 20쪽
31 6. 삶에 대하여 22.07.18 13 0 12쪽
30 6. 삶에 대하여 22.07.15 14 0 19쪽
29 6. 삶에 대하여 22.07.10 16 0 10쪽
28 6. 삶에 대하여 22.07.07 1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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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6. 삶에 대하여 22.07.02 14 0 10쪽
25 5. 일상 22.06.28 14 0 17쪽
24 5. 일상 22.06.27 29 0 12쪽
23 5. 일상 22.06.26 44 0 18쪽
22 5. 일상 22.06.25 29 0 14쪽
21 5. 일상 22.06.22 16 0 10쪽
20 4. 하이켈른으로 가는 길 +2 22.06.16 29 1 10쪽
19 4. 하이켈른으로 가는 길 22.06.15 21 1 11쪽
18 4. 하이켈른으로 가는 길 +2 22.06.15 21 1 13쪽
17 4. 하이켈른으로 가는 길 22.06.14 15 0 16쪽
16 4. 하이켈른으로 가는 길 22.06.13 22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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