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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치 님의 서재입니다.

말도 안 되는 먼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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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치
작품등록일 :
2023.09.10 22:15
최근연재일 :
2023.09.15 12:20
연재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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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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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3
글자수 :
39,072

작성
23.09.1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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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존 발테르

DUMMY

“허억, 허억! 서, 성주님!”


병사 하나가 헐레벌떡 연회장으로 들어선다.

시녀들을 낀 채 와인잔을 들던 존 발테르는 그 모습에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일인데 그리 소란이냐? 지금 연회 중인 거 안 보이느냐?”

“기, 기습입니다!”

“뭐? 기습?”


그는 벌떡 일어섰다. 손에 들린 와인잔이 흔들리며 하얀 식탁보를 적신다.


“아, 아니 기습이라기보다는 그러니까...!”

“똑바로 말해라!”


거친 일갈에 병사는 얼른 정신을 차렸다.


“웬 용병들이 정문으로 쳐들어왔습니다!”

“뭣이?!”

“지금도 밀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때.


두두둥!

두둥!


위험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린다.

정문쪽이었다.


“어떤 정신나간 용병들이 내 성을!”


존 발테르는 와인잔을 부수며 소리쳤다.


“당장 병력을 집결시켜라!”

“예!”


연회에 참여했던 병대장들이 발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가운 차림인 존 발테르와 달리 그들은 무장을 갖추고 있었다.


“네년들은 뭐하고 있느냐! 안채에서 내 장비 가져와!”

“네, 네!”


기분 상했다고 시중 들던 아이를 칼로 베어버리는 인간이었다.

존 발테르는.

시녀들은 누구한테 쫓기는 것마냥 서둘러 안채로 들어갔다.

그녀들은 금세 장비를 가지고 나왔다.

그것이 존 발테르의 몸에 빠르게 채워졌다.


마침내 검 한 자루까지 손에 쥔 존 발테르가 정문으로 내달렸다.

진즉에 집결된 병사들이 그 뒤를 따랐다.

각 병대장들까지 해서 그 인원은 도합 55명에 이르렀다.


이윽고 드러난 광경.


“!”

“!”


정문을 지나면 바로 있는 병훈련장에, 시체가 벌써 대여섯 구나 쌓여 있었다.

문지기들은 보이지도 않았다.

그새 다 당한 것이다.


“뭐하는 놈들이냐!”


존 발테르는 검을 빼든 채 고함쳤다.

누군가 뚜벅뚜벅 걸어나왔다.


“오랜 만이다, 존 발테르.”


보랏빛 검을 든 정체불명의 청년이었다. 분명 일면식도 없는데, 그는 이미 존 발테르를 잘 알고 있는 냥 행동했다.


“기름기에 번들거리는 그 면상은 여전하구나. 오, 연회라도 하고 있었나?”


갑옷 사이로 삐져나온 비단옷. 청년, 델이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어쩌다 보니 날을 잘 잡았네. 한참 밥 먹다가 갑자기 칼 들고 싸우려면 속이 많이 부대낄 텐데 말이야.”

“뭐하는 놈이냐고 물었다!”

“아직도 모르겠어?”


델은 어깨를 으쓱하며 턱끝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병훈련장에서 또 다른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뒤로 열댓 명의 용병들이 있었다.


죄다 복면을 쓰고 있어 처음엔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그도 잠시였다. 그들은 더는 필요없다는 듯 복면을 벗어던졌다.


“?!!!”

“성주님, 저들은!”


존 발테르는 한 눈에 그들을 알아봤다. 특히 한가운데에 있는 여자.

모를 수가 없는 얼굴이었다.


“네년이 감히!”


한때 그의 제자였으며, 본래 가주 쿠론 발테르의 장녀인 유리 발테르였다.


“존 발테르. 이 날만을 기다렸다. 오늘로서 넌 끝이다.”


유리 발테르는 한 자 한 자에 분노를 담아 내뱉었다.

격노한 채 그녀를 직시하던 존 발테르가 돌연 웃음을 터뜨렸다.


“주제 파악이 안 됐구나. 주변을 둘러보거라. 겨우 그 정도 수로 나의 이 수많은 병사들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

“이 존 발테르는 이길 수 있을 성 싶고?”

“-”

“네년은 죽었다 깨어나도 날 쓰러뜨릴 수 없-”

“거 되게 시끄럽네.”


델이 귀를 후비며 말했다.


“연설 언제까지 하시게?”

“저놈이!”

“성주님, 제 당장 저 천둥벌거숭이를 죽여 없애겠습니다!”


병대장들이 격분하며 앞으로 튀어 나가려 하자, 존 발테르가 놔두라는 듯 손짓했다.


“네놈은 누구지? 누군데 아까부터 그리 입을 놀리느냐? 저년 치마폭에 둘러싸인 용병 나부랭이인가? 밤일 잘해주든?”

“쓰레기인 건 알았지만 생각보다 더하군.”


델은 검을 든 채 성큼 나아갔다.


“그래도 지 조카인데 치마폭이니, 밤일이니... 하기야, 조카를 위했으면 애초에 배반도 안 했겠지.”

“뭘 믿고 그리 까부느냐?”

“실력.”

“실력? 흐하하하!”


웃음소리가 더욱 커졌다. 존 발테르는 이제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것 같으니, 내가 다시 집어 넣어주겠다. 여봐라, 당장 저 반란자들을 처단하라! 단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예!”


병사들은 일제히 무기를 빼 들었다.

검과 방패.

창.

뒷선에선 궁사들이 줄지어 선다.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대형을 갖췄다.

성내에 따로 훈련장을 두면서까지 훈련시킨 결과물이었다.

실력은 두말하면 입만 아프다.

저 주제 파악 못하는 머저리들은 곧 파도처럼 쓸려나갈 것이다.


“케엑.”

“도, 독입니다!”


분명 그렇게 돼야 하는데.


“독을 발산하는 검이다! 조심해라!”

“제기랄!”


죽어나가는 건 저쪽이 아닌 이쪽이었다.

델이 홀로 전장을 휘젓고 있었다.


궁사들이 다급히 활을 쏴댔으나, 발테르의 전사들이 바로 맞대응했다.

시위를 당기다 눈깔이 뚫려 즉사하는 궁사 하나.

바로 옆에 있던 놈도 곧 명을 달리한다.


“이런!”


병대장들은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저, 저 자를 막을 수가 없습니다!”


오십이 넘는 숫자가 한 번에 돌격했다. 궁사들을 빼도 저들보단 족히 네 배가 넘었다.

그런데도 상대가 안 됐다.


“커헉.”


그 와중에 병대장도 배를 움켜쥐며 쓰러졌다.

역류한 피가 입밖으로 터져나왔다.

그냥 독이 아니었다.

단 한 방울로도 사망에 이르게 하는, 극독이었다.

그들은 그것을 그제야 파악했다.


“우라질!”


존 발테르의 입가에도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원흉은 델이었다.

델에게 당한 이만 벌써 병사 여덟에 병대장이 둘이었다.


검을 부서져라 말아쥔 존 발테르가 델에게 쇄도했다.


“네노오옴! 죽여버리겠다!”


존 발테르의 힘은 유리 발테르가 그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녀는 상대하던 병대장을 밀쳐내며 델을 바라봤다.


“모험가님!”

“전 걱정마시고, 본인 역할에 충실하십쇼.”


너무나 편안해 보이는 얼굴이다. 그녀는 퍼뜩 대답했다.


“네!”


델은 그대로 자리에 서서 첫 번째 메인 보스를 기다렸다.


존 발테르.


게임의 성격을 띠는 세상이다 보니 메인 보스도 페이즈가 나뉘어져 있다.

존 발테르의 경우엔 1페이즈는 검사 타입, 2페이즈는 회생과 함께 신체능력 향상을 이룬다.


누차 말했듯 그렇다고 진짜 게임은 아니기에 갑자기 시간이 멈추며 머릿속에서 컷씬이 재생되진 않지만, 조심은 해야 된다는 것이다.

페이즈가 넘어가면 전투력이 급상승하기에.


슥.


물론, 지금은 예외였다.


“느려.”


벼락처럼 휘둘러지는 검을 델은 어깨만 접어 간단히 피해냈다.

그러면서 찌르기.


“퀘엑.”


자이언트 보아의 이빨 검 앞엔 존 발테르라도 장사 없었다. 목 졸려진 사람처럼 얼굴에 핏대가 솟았다.

복부엔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극독이 온몸에 번지기까지 순식간이었다.


채앵!


용케도 다음 공격은 막아냈지만 델은 이미 삼연타를 날리고 있었다.


스극.


방금 전 존 발테르가 달려오면서 휘둘렀던 검보다, 델이 그냥 가볍게 휘두른 검이 몇 배는 더 빨랐다.

갑옷과 살가죽을 뚫고 들어가는 묵직하면서 출렁이는 감각.


어깻죽지에 붉은 선이 생기며 피가 터져나온다. 존 발테르는 비명을 질러댔다.


알림이 울린 건 바로 그때였다.


[전투의 영향으로 새로운 기술 <찌르기>가 파생되었습니다.]

[찌르는 공격의 대미지와 경직 발생률을 높입니다.]


[전투의 영향으로 새로운 기술 <베기>가 파생되었습니다.]

[베는 공격의 대미지와 속도를 높입니다.]


기본 중의 기본 기술.

그러면서 초고레벨까지도 써먹는 알짜배기 기술.


찌르기와 베기.


과장 조금 보태서, 이 두 가지만으로도 칼밥 먹는 데엔 무리가 없다.


“원래는 한 몇 달 걸렸었는데. 엄청 단축시켰네.”


그렇게 중얼거리는 와중에도 델의 검은 존 발테르의 몸뚱이를 또 한 번 헤집고 있었다.

반대쪽 어깻죽지가 걸레짝이 됐다.

갑옷이 통째로 썰려나가며.


“성주님!!”

“비, 빌어먹을!”


대가리가 벼랑 끝에 몰리자 병사들과 병대장들은 당혹에 젖었다.

하지만 위험하긴 그들이 더 위험했다.

발테르의 전사들이 그들을 거의 찢어발기다시피 하고 있었다.

델이 초장부터 초전박살내면서 대형이 와르르 무너진 것이다.


그 순간.


“크아아아!”


맹수의 그것 같은 포효가 전장에 메아리처럼 울려퍼진다.


벌떡.


다 죽어가던 존 발테르가 언제 그랬냐는 듯 회생했다.

거짓말처럼 출혈이 그치고, 극독에 마비됐던 몸은 쌩쌩해졌다.

눈알은 죄 실핏줄이 터져 시뻘겋게 변했다.

2페이즈에 들어간 것이다.


“저게 대체...!!”


적잖이 충격적이었는지 병사들과 병대장들도 일순 굳어버렸다.

발테르의 전사들도 마찬가지.

평온한 건 델뿐이었다.


사사삭.


존 발테르는 단순히 회생만 한 게 아니었다.


스가가가가각!


신체능력이 향상되며, 검을 움직이는 힘과 속도가 배로 뛰었다.


콰직!


수직으로 들린 검이 델을 내리쳤다. 델은 검을 수평으로 해 그것을 막아냈다.

확실히, 까다로워지긴 했다.


그래서, 귀찮아졌다.


콰직!!


재차 공격을 막은 델이 거리를 벌리며 요대를 뒤적였다.

붉게 빛나는 단검 한 자루.

붉은 귀 단검.

그는 그것을 성난 들소처럼 달려드는 존 발테르에게 투척했다.


툭.


갑옷이 가려주지 않는, 면상 한복판으로.


풀썩.


날뛰던 존 발테르가 힘없이 늘어졌다. 단검은 그의 인중에 꽂혀 있었다.


“음, 운이 좋았군.”


적당히 타이밍만 빼앗고 검으로 마무리하려던 차였다.

그런데 어떻게 딱 급소에 꽂힌 것이다.


“급소에 맞히면 치명상을 입힌다더니, 효과 한 번 확실하네.”


더는 손 쓸 게 없었다.

존 발테르는 죽었다.

2페이즈로 넘어왔으니 회생도 불가능한 상태였다.

애초에 즉사해서 회생될 것도 없겠지만.


“서, 성주께서...!”

“존 발테르가 죽었다! 존 발테르가 죽었어!”


전장에 희비가 교차했다.

문득 눈이 마주친 유리 발테르가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동시에, 알림이 울렸다.


[메인 보스 <존 발테르>를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가 큰 폭으로 상승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10레벨 → 12레벨]


[존 발테르의 ‘성흔’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두 번의 레벨업도 물론 좋지만 그보단 맨 마지막이 더 중요했다.


성흔.


사실 이번 일의 보상으로 뭘 받게 되든 아무래도 좋았다.

이 성흔이란 것만 가져올 수 있다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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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발테르 +1 23.09.14 781 43 11쪽
6 발테르의 전사들 +4 23.09.13 905 42 12쪽
5 유리 발테르 +3 23.09.12 1,056 46 10쪽
4 위장 용병 +3 23.09.11 1,217 48 11쪽
3 기반 +4 23.09.10 1,387 50 12쪽
2 튜토리얼 +3 23.09.10 1,564 55 11쪽
1 돌아오다 +10 23.09.10 1,918 6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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