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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치 님의 서재입니다.

말도 안 되는 먼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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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치
작품등록일 :
2023.09.10 22:15
최근연재일 :
2023.09.1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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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72

작성
23.09.1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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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위장 용병

DUMMY

델은 자정이 다 돼서야 마을로 돌아왔다.

삭신이 쑤시다 못해 퉁퉁 부었다.

눈꺼풀은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꾸 아래로 내려갔다.


“고된 하루였군.”


곧장 숙소로 간 델은 샤워만 얼른 하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작은 마을의 숙소다 보니 침대는 형편없었다. 나무판때기에 쿠션감 제로의 천 몇 장 깐 게 전부.

그래도 촌장이 나름 신경 써줘서 이렇게라도 자는 것이다.

어제까진 나무판때기가 전부였다.


잠든 델의 입꼬리가 빙긋 말려 올라갔다.

그는 자면서도 행복했다.


대천사의 성스러운 축복.

모든 경험치 두 배.


그것으로 말미암아 회귀 전엔 넘지 못했던 ‘한계’를 넘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그것만 있는 게 아니다.


룬을 비롯해 대륙 곳곳에 퍼져 있는 온갖 기물들.


모두 얻어서, 이번엔 기필코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 탈출하리라.


그렇게 밤이 지나갔다.


***


이른 아침, 숙소를 나선 델은 떠날 채비를 했다.

히든 피스까지 가져왔으니 더는 반달 마을에 머물 이유가 없었다.


“떠나십니까?”

“예.”

“아쉽군요. 더 대접해드리고 싶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주민들이 배웅을 나왔다.

로르 베어를 처치해준 게 적잖이 고마웠던 모양이다.

사실 델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주민들에게 도움을 받았다.


‘회귀 전의 일이긴 하지만.’


델은 허리 숙여 인사한 뒤 마을 북문으로 향했다.

그곳엔 마차가 몇 대 늘어서 있었다. 인근 도시 상인들이 거래차 들렀다고.

델은 촌장의 배려로 거기에 얻어타게 되었다.


“촌장님이 잘 좀 챙겨달라 몇 번을 부탁하시던데. 큰 도움이라도 주셨나 봅니다?”

“예, 뭐.”


촌장이 말을 어떻게 해줬는지 따로 돈도 안 냈다.

그러고 보니 자이언트 보아의 이빨 검부터 시작해 이 마차 얻어타는 것까지, 반달 마을에서 지출한 돈이 거의 없다.


덕분에 델의 주머니는 과할 정도로 풍족했다. 하지만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

그리고 다 요긴하게 쓸 때가 있다.


마차는 곧 출발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알림이 떠올랐다.


[튜토리얼이 종료되었습니다.]

[이제부터 메인 퀘스트 1이 진행됩니다.]


<존 발테르 준남작 처단>

반란을 일으켜 도시를 집어삼킨 존 발테르 준남작을 처단하십시오.


권장레벨 : 7

보상 : 돈, 강화석


메인 퀘스트 1.

존 발테르 준남작 처단.


오등작에 못 낀다고는 하나 어쨌든 귀족을 죽여야 한다는 점에서, 시작부터 난이도가 꽤 높다.

주변에 병사들만 최소 수십은 될 테니까.

그놈들을 다 죽인 후에 최종적으로 메인 보스인 존 발테르 준남작까지 처단해야 하는 것이다.

권장레벨이 7이나 되는 이유다.


‘존 발테르 준남작은 오랜 시간 무술을 익힌 단련자. 그래서 회귀 전엔 고생 좀 했지.’


지금은 물론 얘기가 다르다. 권장레벨을 훨씬 상회하는, 10레벨.

한 손 주머니에 찔러넣고 싸워도 이긴다.

그러나 방심할 수는 없다.


앞서 말했듯 주변에 병사들이 많을 것이기에 까딱 잘못하면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간다. 다굴에는 장사가 없기 때문이다.


델은 알림을 끄며 저 멀리 서쪽을 바라봤다.


캉루나 시.


존 발테르 준남작은 그곳에 있다.

거리가 제법 돼서 중간에 마을 하나를 더 거쳐가야 한다.

이 상인들은 그쪽에서 이틀을 묵는다고 하니, 마차도 새로 빌려타야 할 것 같다.


그로부터 몇 시간이 흘렀다.


부지런히 내달린 마차가 다음 마을에 도착했다.

델은 상인들에게 인사한 뒤 다른 상인들을 찾아나섰다.

개인 말이 있으면 좋겠지만 에리테이아에서 말은 지구의 자동차와 같다.


‘존나게 비싸단 뜻이지.’


돈 모으는 대로 말부터 사야겠다고 생각하던 델은 한 상단을 발견했다. 짐 싣고 분주히 움직이는 게 곧 떠날 모양새다.

델은 얼른 그들에게 다가갔다.


“실례합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그는 간략히 상황을 설명했다.


“...해서, 마차를 좀 얻어탈 수 있을까 하는데요.”

“알겠습니다. 뒷칸으로 타시지요.”


다행히 흔쾌히 수락해주었다. 돈 준다고 하니 자리를 내준 것이긴 하지만.


“용병님들, 출발하겠습니다!”


호위로 고용된 용병이 넷이나 돼서, 그들에게 나갈 돈을 델의 돈으로 약간이라도 메꾸는 듯했다.


“안녕하십니까.”

“반갑소.”


델은 고개만 까딱이며 용병들과 인사했다.

자리는 짐마차 맨 뒷칸.

용병들도 그곳에 같이 탔다.


‘어라?’


델은 맞은편에 앉은 용병 한 명을 보며 의아해했다.

감기라도 걸렸는지 마스크를 쓴 남자.

다른 용병들과 달리 몸이 좀 여리여리하다.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든 델은 슬쩍 그를 훑어봤다.

짙은 쌍꺼풀.

그리고 왼쪽 눈 옆에 박힌 점 하나.

불현듯 떠오르는 이가 있었다.


‘...유리 발테르?’


존 발테르 준남작이 반란을 일으키기 전까지 캉루나 시는 쿠론 발테르의 것이었다. 유리 발테르는 그 쿠론 발테르의 장녀다.


즉, 마스크를 쓴 이 용병은 남자가 아니다.

여자다.


델은 황당해졌다.


‘뭐야, 이거? 메인 퀘스트 1에서 유리 발테르는 감옥에 갇힌 상태로 등장했었는데.’


당시 듣기로는, 용병으로 위장해 복수를 감행하다 실패해 감옥에 갇혔... 아, 그런 건가.

델은 그제야 알 것 같았다.


‘메인 퀘스트 1을 진행하는 시점이 회귀 전보다 훨씬 빨라. 그래서 유리 발테르가 복수를 시작하기 전에 만나게 된 거야.’


물론 이렇게 위장 용병인 상태에서 만나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어쩌면 인연일 수도 있고.


하여튼 신기했다.


‘뭐, 내가 신경 쓸 건 없지.’


메인 퀘스트 1을 진행함에 있어 유리 발테르는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는다.

설령 죽더라도 클리어하는 데엔 문제가 없다는 뜻.


‘유리 발테르도 존 발테르 준남작을 죽이는 게 목적일 터, 같이 일하면 좋긴 하겠다만.’


무턱대고 그러자고 하면 미친놈으로 볼 터였다.

애초에 그녀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었다.

델은 그냥 본래의 계획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캉루나 시로 간 후 상황을 살피며 병사들을 기습, 이어 존 발테르 준남작까지 처단하는 것.


아주 심플하게.


그러는 사이 마차는 가도를 내달리고 있었다. 이 속도면 늦어도 오늘 밤에는 도착할 것이다.

델은 메인 퀘스트 1과 별개로 캉루나 시에서 할 일들을 떠올려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길 얼마간.


어디선가 난데없이 뿔피리 소리가 울렸다.


뿌구구구!


사방에서 먼지구름이 일었다.

몬스터가 아니었다.

말 탄 사람들이 이쪽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포위라도 하듯이.


상인들은 사색이 됐다.


“요, 용병님들! 도적입니다! 도적이 나타났습니다!”


전혀 예상 못한 얼굴이었다.

그럴 것이 원래 이 길목엔 도적들이 활동하지 않는다.

도적단 자체가 존재하지도 않고.


아마 원정을 나온 듯했다.

델은 왠지 저 도적들에 대해 알 것 같았다.


‘붉은 귀 도적단인가.’


회귀 전에 딱 이런 상황에서 도적들을 마주쳐 가지고 있던 걸 다 털렸기 때문이다. 물건은 절대 못 넘긴다며 버티던 한 상인은 목이 잘려 죽었고.

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수가 많습니다.”

“성가신 일이 생겼구나.”


용병들이 일어섰다.

상하관계가 분명해 보이는 대화를 들으며 델은 저 남자 용병이, 아니 여자 용병이 유리 발테르임을 다시 한 번 확신했다.

물론 당장 중요한 건 저 도적들이었다.

어느새 지척까지 와 있었다.


“수확이 좋군. 다 털면 돈이 꽤 되겠어.”

“크흐흐, 제가 뭐랬습니까, 두령? 먼 길 오는 보람이 있다니까요.”


거친 용모의 사내들. 하나 같이 귀가 시뻘겋게 물들어져 있다.

델의 예상이 맞았다.

붉은 귀 도적단이었다.


그때.


[돌발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싸우거나, 순순히 항복하거나>

캉루나 시 일대에서 활동하는 붉은 귀 도적단과 마주했습니다. 머릿수가 매우 많습니다. 현명하게 판단하십시오.


권장레벨 : ?

보상 : 붉은 귀 단검


회귀 전과 똑같다.

이 돌발 퀘스트가 발생하는 것까지.


델은 그래서 웃었다.


“그때 니들한테 당한 거 못 갚아준 게 두고두고 아쉬웠는데, 잘 됐군. 하하!”


갑작스런 호탕한 웃음소리에 일순 정적이 흘렀다.

도적들은 말할 것도 없고, 상인들과 용병들도 정신 나갔냔 표정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델은 검을 뽑아 들었다.


스르릉.


자이언트 보아의 이빨 검이 번쩍번쩍 빛난다. 색도 보랏빛을 띠어서, 유독 더 이목이 끌린다.


“뮌 검이야, 저건?”

“색깔 한 번 드럽게도 생겼네.”


도적들이 코웃음을 쳤다.


“네놈, 용병인지 뭔지 모르겠다만 얌전히 있는 게 좋을 거다. 우리 붉은 귀 도적단은 말만 잘 따라주면 목숨까지 가져가진 않아.”


저 말은 사실이다. 돈 되는 것만 뜯어가지 목숨은 살려준다.

대신, 죽기 직전까지 팬다.

델은 실제로 맞아봐서 잘 알고 있었다.


“우리가 아량을 베풀 수 있게 잘 협조해라, 이 말이야.”

“개소리는 그만하시고.”

“뭐?”


각 잡고 싸우면 싸그리 다 못 잡을 것도 없지만, 굳이 혹시 모를 위험까지 감수할 필요는 없다. 델은 도적들을 무시한 채 용병들을, 아니 발테르 전사들을 바라봤다.


“가만 보고만 있을 거요? 전부 죽입시다.”

“그러지.”


유리 발테르는 말이 잘 통했다. 감옥에 갇혀 산송장 같았던 그녀는 이곳에 없었다.

검을 뽑아든 그녀가 소리쳤다.


“전부 죽인다!”

“예!”


상인들은 걸음아 나 살려라 마차 뒤로 숨은 상태.

가도 한복판에서 순식간에 싸움이 인다.


“뭣들 하느냐! 저 머저리 같은 것들을 죽여 없애라!”

“예!”


5 대 31. 보통의 경우라면 절대 전자가 이길 수 없다.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할 것이다.

그러나 이곳엔 보통이 아닌 사람이 존재했다.


“끄아악!”

“도, 독입니다!”


델은 순식간에 다섯의 명줄을 끊었다.

극독에 당한 도적 하나가 제 귀때기만큼이나 시뻘건 피를 토하며 바닥을 굴렀다.

그러는 동안 도적들의 도끼는 단 한 번도 델에게 닿지 못했다.

죄없는 허공만 슥슥 긁었다.


“저, 저놈부터 죽여라!”


그냥 전투능력 자체가 델이 더 월등했다.

10레벨.

반면 도적들은 많이 쳐줘야 4레벨.

손쉬운 상대였다.


“커억, 두, 두령님.”


부두령으로 추측되는 놈이 델에게 왼쪽 팔이 썰렸다. 그는 살려달라며 두령을 잡고 늘어졌다.

하지만 두령조차 이미 먹잇감 신세였다.

피에 젖은 보랏빛 검이 두령의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털 숭숭 난 거구의 몸이 파리마냥 파르르 떨린다.

보기 좋은 광경이다.


“자, 잠시만! 우, 우리 대화로 풀어보-”

“뭐라는 거야, 병신 같은 새끼가.”


푹!


일직선으로 뻗어진 검이 그대로 두령의 배때지를 관통한다. 더러운 주둥이가 비로소 닫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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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존 발테르 +1 23.09.14 780 4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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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유리 발테르 +3 23.09.12 1,056 46 10쪽
» 위장 용병 +3 23.09.11 1,217 48 11쪽
3 기반 +4 23.09.10 1,387 50 12쪽
2 튜토리얼 +3 23.09.10 1,564 55 11쪽
1 돌아오다 +10 23.09.10 1,918 6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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