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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치 님의 서재입니다.

말도 안 되는 먼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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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치
작품등록일 :
2023.09.10 22:15
최근연재일 :
2023.09.15 12:20
연재수 :
8 회
조회수 :
9,574
추천수 :
393
글자수 :
39,072

작성
23.09.10 22:16
조회
1,917
추천
63
글자
9쪽

돌아오다

DUMMY

다그닥다그닥.


달리는 이동마차 안, 수갑 찬 인간 두 명이 그곳에 갇혀 있다. 며칠 굶었는지 피골에 상접한 몰골이다.


“흐흐, 두 놈 다 팔면 꽤 나오겠지?”

“그럼. 특히 저 어린놈은 남색가들이 환장해서 달려들걸? 얼굴이 반반하게 생겨가지고.”


그들은 노예였다. 노예상들이 밖에서 그들을 보며 행복한 상상에 젖어갔다.


“한데 좀 이상하지 않아?”

“뭐가?”

“화전민치고는 지나치게 얼굴이 곱잖아. 살면서 고생 한 번 안 해본 것마냥.”

“아직 어려서 딱히 일을 안 했겠지.”

“그런가?”

“뭐 어디 귀족집 도련님이 화전민 행세라도 했을까봐?”

“하기야.”


두 노예 중 유독 노예상들의 관심을 받는 이가 있었다.

나이는 많이 쳐줘봐야 열둘에서 열셋.

어리디어린 소년이었다.


그때.


“어이.”


맞은편에 앉아 있던 청년이 소년을 부른다.


“...날 부른 건가?”

“그래.”


청년은 이동마차 밖을 스윽 둘러보고는 말했다. 노예상들이 듣지 못하게끔 속삭이는 목소리로.


“곧 네 호위기사들이 널 구하러 올 거다.”

“...뭐?”

“베럴드와 가일. 맞잖아, 네 수하들.”

“그 이름을 어떻게...?!”


소년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청년은 개의치 않은 채 제 말만 이어갔다.


“그건 네가 알 바 없고, 네 호위기사들이 노예상들을 처치하면 바로 나부터 풀게 해.”


청년이 턱을 까딱이며 아래쪽을 가리킨다. 그의 손에도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녹슬고 금이 간 조잡한 수갑이었지만 그래도 평범한 인간이 풀기엔 많이 짱짱했다.

애당초 청년의 상태도 말이 아니었다.

비쩍 곯아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또 눈빛은 선명했다.


“내 질문에 먼저 답해라. 베럴드와 가일, 네가 그들을 어떻게 알고 있지?”

“네가 누군지 알고 있으니까.”

“!”

“그래서 베럴드와 가일도 알고 있는 거다.”

“너 대체 정체가 뭐-”

“그게 중요한 게 아냐. 넌 그냥 나부터 이 수갑에서 벗어나게 해주면 돼. 살고 싶다면.”


청년은 싹둑 소년의 말을 자르며 고개를 빙글빙글 돌렸다.

몸을 풀 듯이.


“도착했군.”


그리고 어딜갈 바라봤다. 외곽 가도의 숲길, 그곳 한편에서 갑자기 복면 쓴 남자 두 명이 튀어나왔다.

그는 그들의 정체를 이미 아는 것처럼 보였다.


소년도 눈만 간신히 보이는 그들을 바로 알아봤다.


“서, 설마!”


동시에 밖에선 소란이 일었다.


“웬 놈들이냐!”

“도적들인가!”


노예상은 총 여덟. 마부를 제외해도 일곱이었다. 그들 모두 창과 도끼에 갑옷까지 걸치고 있었다.

반면 두 복면인은 검 한 자루씩이 전부였다.


“겨우 두 놈이서 겁도 없이 왔구나!”

“죽여버려!”


이 노예들 잡으려고 온갖 산과 거리를 뒤졌다. 돈다발이 코앞인데 빼앗길 수 있으랴.

노예상들은 무기를 쳐든 채 일제히 두 복면인에게 달려들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처억!


창과 도끼가 한 번 휘둘러지기도 전에, 검이 세 번 그어졌다.

머리통이 데굴데굴 굴러 떨어졌다.


철푸덕.


목만 남은 시체가 땅바닥에 엎어진다. 붉으락푸르락하던 얼굴들이 샛노랗게 변한다.


공포.

압도.

전의상실.


노예상들은 그렇게 표현할 만한 표정들로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도망치기에도 이미 늦었다.


처억!

처억!


벼락처럼 움직인 두 복면인이 눈 깜짝할 새 나머지 노예상들까지 전부 죽여버렸다.

마부는 진즉에 심장이 관통당해 절명했다.


여기저기 너부러진 고깃덩어리 여덟 개.


두 복면인은 그 시체들에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들은 곧장 이동마차쪽으로 달려갔다. 시선이 한 명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소년은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베럴드! 가일!”

“예! 저희가 왔습니다!”


두 복면인, 베럴드와 가일은 그대로 이동마차를 썰어버렸다.

목재로 된 그것은 쉽게 부서졌다.


열쇠는 이미 노예상들에게서 빼앗았다. 바로 소년부터 풀어주려는데, 소년이 다른 이를 가리킨다.


“저 사람부터 풀어주어라.”

“예?”

“어서.”


바로 옆에서 같이 일어나 있는 웬 청년이었다.

어찌 된 영문인진 모르겠지만 베럴드와 가일은 일단 시키는 대로 했다.

소년은 자신들의 상관이나 마찬가지기에.


“이봐, 기사.”


족쇄를 벗으며 자유의 몸이 된 청년이 대뜸 무언갈 낚아챘다.


“잠시 이것 좀 빌리지.”


베럴드의 검이었다. 전투가 끝났다고는 하나 검은 그의 손에 여전히 꼭 쥐어져 있었다.

그것이 한순간에 청년의 손으로 넘어갔다.


“어?!”


반응조차 못했다.

알아차렸을 땐, 이미 청년이 검을 쥐고 있었다.


“너 지금 뭐하-”

“왔군.”


당혹한 베럴드, 그리고 옆에서 벙 찐 얼굴로 서 있는 가일을 뒤로 한 채 청년이 이동마차에서 뛰어내렸다.


진동이 울린 건 그와 동시였다.


쿠웅.


땅바닥을 뚫고 무언가가 솟구쳐올랐다. 주변 나무들보다도 한참 더 높고 큰 그것의 정체는, 거대한 뱀이었다.

길게 뻗은 송곳니에선 보랏빛 액체가 뚝뚝 떨어진다.

단 한 방울로도 온몸을 마비시키는 극독이다.


“자, 자이언트 보아!”

“이, 이런 미친!”


이 근방에 놈의 굴이 있었던 것일까.

베럴드와 가일은 패닉에 빠졌다.


“도련님! 어서 피하- 빌어먹을!”


소년이라도 도망가게 하고 싶었지만 이미 모든 통로가 거체에 막혀 있었다.

답이 없다.

놈의 비늘은 숙련기사의 검도 찢지 못한다.

애당초 놈에게 근접하기도 전에 저 아가리에 온몸이 씹히고 말 것이다.

아니면 극독에 당하거나 몸통에 질식되어 숨도 못 쉬고 저세상으로 가거나.


절망이 눈앞을 가리는 순간.


“!”

“!”

“!”


세 사람은 보았다. 자이언트 보아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는 청년의 모습을.


카아아아아악!


자이언트 보아가 괴음을 내지르며 머리통을 뻗었다.

빠르다.

크게 벌어진 아가리가 순식간에 표적으로 쇄도한다.


콰직!


맞물린 이빨에서 폭탄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난다. 그런데 그 안엔 아무것도 없다.


청년은 여전히 달리고 있었다. 운이 좋았던 것일까, 아니면 뭐였을까.


콰직!

콰직!


괴물 같은 자이언트 보아에게 청년은 벌레 그 자체였다.

그러나 놈의 공격은 단 한 번도 청년에게 닿지 않았다.

꼬리로 쳐내는 것도 애꿎은 허공만 두들길 뿐이었다.


베럴드와 가일의 입이 점점 벌어졌다.

소년도 경악했다.


너무나도 형편없는 그 몸이, 어느새 자이언트 보아의 거대한 몸에 올라타 있었다. 청년은 그 위를 가도처럼 내달렸다.


자이언트 보아가 미친듯이 몸을 흔들었다. 청년의 몸은 그런 와중에도 흔들림이 거의 없었다.


날이 바짝 선 검이 수직으로 들린다. 삽시간에 자이언트 보아의 머리통까지 닿은 청년이 검을 내려찍었다.


뀌에에에에에에에엑!


괴음이 비명으로 바뀌었다. 처음 느껴보는 격통에 자이언트 보아는 몸을 꼬아대며 발광했다.

청년은 비웃기라도 하듯 재차 검을 찔러박았다.


분수처럼 터져나가는 핏방울.


결국 굴러떨어진 청년도 땅바닥을 뒹굴었지만 전투는 이미 끝난 후였다.

거체가 혓바닥을 빼문 채 머리통을 처박는다.

자기가 뚫고 나왔던 땅속에.


“마, 맙소사.”

“이, 이게 대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렇지만 믿을 수 없다.


괴물을, 숙련기사들도 어려워 할 그런 괴물을 단신으로 잡아냈다.

심지어, 곧 죽어도 안 이상할 노예가.


“기사, 검 잘 썼다.”


청년이 피만 탈탈 털며 다가온다. 큰 일 치른 검은 그 명을 다했다.

이가 다 빠져 있다.

하지만 아쉬울 거 하나 없었다.

덕분에 목숨을 건졌으니.


“다, 당신은... 아, 아니 귀인은 누구십니까?”

“난 델이라고 한다.”


청년은 순순히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소년은 굳이 밝힐 필요가 없었다.


“넌 로퓨리 카이제일 테고.”

“제, 제 이름은 또 어찌...?!”


모든 게 의문스럽다.

황당하다.

자이언트 보아를 저 꼴로 만든 건 말할 것도 없고, 이름을 다 알고 있다.

그뿐인가?

상황이 이렇게 될 것도 미리 예상했다는 듯 행동했다.

대관절 정체가 뭐란 말인가?


“너의 카이제 가문은 현재는 몰락해 있지만 언젠가 다시 부흥할 날이 올 것이다.”

“!”

“그날이 오거든, 내 널 다시 찾아가마.”

“대, 대체 무슨 말씀을...?”

“오늘 이 은혜를 잊지 말란 소리다.”


청년은 그 말을 끝으로 돌아섰다. 할 일을 다 마쳤다는 듯이.


“저, 저어!”


소년이 다급히 외쳤다.

확인하고 싶은 게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거기에 대답을 할 것 같았으면 진즉에 해줬을 것이다.

그래도, 이거 하나는 꼭 물어보고 싶었다.


“그, 그런 몸으로 어떻게 저런 괴물을 잡을 수 있는 겁니까?”

“그래봐야 겨우 10레벨짜리거든.”

“예...?”


알아듣지도 못할 말만 남긴 채, 청년은 다시 몸을 돌렸다.

죽은 자이언트 보아의 머리통에서 무언갈 뽑아가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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