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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는 먼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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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치
작품등록일 :
2023.09.10 22:15
최근연재일 :
2023.09.1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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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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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성흔, 보검, 아스티움의 열쇠

DUMMY

[메인 퀘스트 1 <존 발테르 준남작 처단>을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은 추후 발테르 가문의 인물들로부터 받을 수 있습니다.]


이어 퀘스트 종료 알림까지 떴을 때, 델은 무기를 버리며 투항하는 병대장들과 병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존 발테르가 죽어서만이 아니었다.

상황이 이미 끝나 있었다.

오십이 넘는 인원이, 속된 말로 개박살이 나버린 것이다.


“우리가 이겼어!”

“와아아!”


뜨거운 함성이 가슴을 울린다. 어차피 남일이라 별 관심 없었던 델도 그 순간만큼은 뭔가 찡한 걸 느꼈다.


눈시울을 붉히던 유리 발테르는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어떻게든 울음을 참아내려 했다.

복받친 감정에 그녀는 결국 왈칵 눈물을 쏟았다.


델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 존 발테르의 시체쪽으로 다가갔다.


그는 인중에 박힌 붉은 귀 단검부터 뺐다.

다행히 상태가 괜찮다.

대장간 가서 살짝 수리만 받으면 될 것 같다.


그 다음, 놈의 심장부에 손을 가져갔다. 무언가가 빨려 들어온 건 그와 동시였다.


[존 발테르의 ‘성흔’을 획득하였습니다.]


성흔.

메인 보스들은 저마다 특질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데, 이 성흔에 그 특질이 담겨 있다.


‘룬처럼 내 몸에 담아내면, 그 특질이 고스란히 나한테 넘어온다.’


흡수까진 시간이 꽤 소요된다.

당장은 할 수 없다.

델은 별 형태로 생긴 그것을 주머니에 잘 챙겨 넣었다.


“모험가님!”


그의 주위엔 어느새 발테르의 전사들이 몰려 있었다.

다들 아직도 격양된 얼굴이다.

유리 발테르는 그새 눈이 팅팅 부어 있었다. 짙은 쌍꺼풀이 다 가려질 만큼.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녀는 허리를 90도 가까이 꺾으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다른 발테르의 전사들도 일제히 몸을 숙인다.


“그러다 허리 끊어지겠습니다. 그만들 하세요.”

“아닙니다!”

“거 참.”


델은 픽 웃으며 뒤를 돌아봤다.

병대장들과 병사들이 머리통을 땅에 처박은 채 꼼짝도 못하고 있다.

불안에 바들바들 떨기까지.


델이 물었다.


“저들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모험가님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제 판단이면.”


스르릉.


보랏빛 검이 다시 성을 낸다. 병대장들과 병사들이 소리를 듣고는 다급히 외쳤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주,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델은 검을 그들에게 뻗은 채 유리 발테르를 바라봤다.


“제 판단이면, 전부 죽입니다. 괜한 후환은 만들어봐야 좋을 거 없습니다. 허나.”


그는 도로 검을 내렸다.


“이 성의, 그리고 이 발테르 가문의 주인은 이제 유리 발테르 당신입니다. 당신 뜻대로 하십시오.”

“!”


성의 주인.

그리고 발테르 가문의 주인.

델의 그 한 마디가, 오랫동안 꺼져 있었던 유리 발테르의 어떤 불꽃을 다시 피어올렸다.

그녀가 지시했다.


“전부 죽인다.”

“예!”


병대장들과 병사들이 재차 목숨을 구걸했지만, 유리 발테르는 눈 하나 깜짝 안 했다.

발테르의 전사들도 망설임 없이 그들의 목을 벴다.


“혹 저 때문이라면.”


델이 넌지시 꺼내는 말에, 유리 발테르는 고개를 저었다.


“저 역시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그러셨군요.”

“믿는 도끼에 발등이 두 번이나 찍혀선 안 되니까요.”

“옳으신 말씀입니다.”


곧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었다.

정문을 따라 이어진 길 위로 수십 구의 시체가 쌓였다.

존 발테르는 그 한가운데에 눈도 못 감은 채 죽어 있었다.

가만히 그를 내려다보던 유리 발테르가 물었다.


“마지막에 그건 뭐였을까요?”

“그거라니요?”

“분명 모험가님께 양쪽 어깻죽지가 썰리고 극독으로 내상까지 입었었는데... 갑자기 한순간에 멀쩡해지지 않았나요? 마치 회생이라도 한 듯이요.”


맞다.

회생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존 발테르가 지닌 특질이다.


“맞습니다. 회생입니다.”


델은 솔직하게 답해주었다. 유리 발테르는 의아해했다.


“마법이나 주술을 안 쓰고도 그런 게 가능해요?”

“마족과 계약을 맺거나 특수한 힘을 지닌 약초를 먹으면 안 될 것도 없죠.”

“설마 전자인가요?”

“글쎄요. 거기까진 저도 잘.”

“아무튼 신기하네요. 사실상 목숨이 하나 더 붙어 있는 격이잖아요?”

“그렇죠. 즉사당하지 않는 이상.”


사실상 목숨이 하나 더 붙어 있는 격.

델이 두 번의 레벨업보다 존 발테르의 성흔을 더 중요시하게 본 이유였다.


“대단하세요... 모험가님은 정말이지...”

“예?”

“그런 불가사의한 힘을 가진 이를 상처 하나 없이 쓰러뜨리셨잖아요.”

“그야 뭐, 이놈보다 제가 더 불가사의한 힘을 가졌으니까요.”


이젠 이런 말도 더 이상 오만으로 들리지 않는다. 명백한 사실이다. 유리 발테르는 오른손을 제 심장에 맞대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무사들이 누군가에게 존경의 의미를 담는 무도의 제스쳐였다.


“존경합니다. 진심으로요.”


***


존 발테르의 죽음으로 가문은 본래의 주인에게 돌아갔다.

유리 발테르에게 말이다.


캉루나 시 곳곳에 그 소식이 전해졌고, 온갖 무용담이 나돌았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델의 이야기는 없었다.

그가 신신당부했기 때문이다.


“이 일은 온전히 유리님과 발테르의 전사들이 한 걸로 돼야 합니다.”

“전 무조건 모험가님의 말씀에 따르는 입장이지만... 사실이 알려지는 게 모험가님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도움은 되겠지만 귀찮아질 것 같아서요.”

“귀찮아진다는 게 어떤?”

“얼굴과 이름이 알려지면 보통 어디 길바닥 나가기도 힘들어지죠.”

“아...!”


경험담이었다. 회귀 전의 델은 현실로 치면 톱스타 연예인이었다.

그는 그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하시죠.”

“네, 모험가님.”


캉루나 시 같은 변두리 시골바닥에서 유명해져봐야 뭐 얼마나 유명해지겠냐만은, 말이란 것은 몇 다리만 건너가도 개미새끼가 호랑이를 죽였단 식으로 변질된다.

그래서다.


그러고나서 델은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다.

회귀 후 쉬지 않고 달려온 몸을 좀 달래줄 필요가 있었다.


[성흔을 담아내기 위해선 고도의 집중이 필요합니다.]


성흔 작업도 하면서.


[지금부터 성흔을 담아냅니다.]


델은 가부좌를 틀고 앉은 뒤 눈을 감았다.

양손은 무릎 위에 척.


그는 금새 무의식의 공간으로 들어갔다.

알림이 말하는 고도의 집중이란 건 그에게 식은 죽 먹기였다.

회귀 전에 밥 먹듯이 했으니까.


스스스.


무언가 타오르는 소리와 함께 델은 몸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앞에 놓아둔 존 발테르의 성흔이, 별처럼 빛나는 그것이 그에게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작업이 모두 끝나기까진 불과 30분이었다.

원랜 몇 시간, 심하면 며칠도 더 걸리는 걸 이만큼 단축시킨 것이다.


델은 다시 눈을 떴다.

팔다리가 약간 저렸지만 그런 건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

눈앞에 떠오른 알림을 보느라.


[존 발테르의 성흔 <회생>이 각인되었습니다.]

[죽음의 순간, 몸이 원 상태로 돌아갑니다.]


회생.

나중에 얻을 고위 성흔들의 그것과 비교해도 결코 꿇리지 않는 미친 효과.


‘회귀 전엔 성흔이란 게 존재하는지를 몰랐어. 그래서 존 발테르를 죽이고도 이걸 못 챙겼지.’


존 발테르의 성흔을 놓친 건 델이 회귀 전에 가장 후회했던 일 중 하나였다.

그 아쉬움을 드디어 달랜 것이다.


“후후.”


어쨌든 이걸로, 델에겐 라이프가 한 개 더 추가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다음 날.


델은 유리 발테르로부터 메인 퀘스트 1의 보상을 받게 되었다.


“약속드렸던 사례입니다.”


일단 돈.

스토리 진행이 달라지며 유리 발테르가 직접적으로 개입해서 그런지 액수가 회귀 전 때보다 배로 늘었다.


“이건 강화석입니다. 저희 발테르 가문은 이걸 이용해 검의 등급을 키우곤 했죠.”


강화석도 일반 강화석이 아닌 고급 강화석을 받았다.

+1로 끝날 것이 +2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효율이 매우 좋다.


“고맙습니다.”

“하나가 더 있습니다.”


하나가 더.

그 말에 델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회귀 전엔 없었던 전개니까.


“잠시 절 따라 오시겠어요?”

“예.”


유리 발테르는 델을 성내 지하실로 안내했다.


“가주께선 늘 말씀하셨어요.”


그녀가 발광등을 든 채 안쪽으로 들어갔다.


“은혜를 입거든 꼭 갚아라. 무조건 그에 보답을 해라. 라고요.”

“이미 돈에 강화석까지 주지 않으셨습니까?”

“그건 보답이라고 할 수 없죠.”


그녀는 뒤를 돌아봤다. 뒤따르던 델과 눈이 마주친다.


“모험가님께서 저와 발테르의 전사들에게 주신 은혜에 비하면.”


아무리 작전을 잘 짰어도 존 발테르를 처단하긴 힘들었을 것이다.

아니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전력 차는 그만큼 컸다.


그 불가능을, 델이 가능케 해주었다.


유리 발테르는 거기에 ‘진짜 보답’을 하고 싶었다.


“조금만 더 들어가면 됩니다.”


마치 보물을 찾으러 가는 느낌. 그 느낌은 틀리지 않았다.

마침내 유리 발테르가 발을 멈춘 곳에는, 기다란 상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발테르를 뜻하는 휘황찬란한 문양이 곳곳에 박힌 그런 상자가.


“저희 발테르 가문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보검이 하나 있습니다.”

“보검이요?”

“네. 7대 선조께서 철의 부스러기라는 괴물을 잡아 제작하셨다고 해요.”


철의 부스러기.

그 뼈가 강철만큼이나 단단한다고 하여 붙여진 명칭.

델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철의 부스러기는 히든 보스로 분류되어 잡는 건 둘째 치고 찾아내는 것부터 일이기 때문이다.


‘거의 서울에서 김 서방 찾기 급인데.’


델은 꼴깍 침을 삼켰다.


“그 보검이, 바로 이것입니다.”


그녀는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먹색의 검 한 자루가 들어 있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투박한 검.

하지만 이내 떠오른 정보창으로 말미암아 알 수 있었다.


「철의 부스러기 검 (히든)

구분 : 무기구 - 검

효과 : 모든 것을 파괴한다.」


이 검이 얼마나 사기적인 검인지를.

극독이란 특수성만 빼면 자이언트 보아의 이빨 검은 명함도 내밀지 못하리라.


“이것을 모험가님께 드리고 싶습니다.”


델은 넙죽 받으려다가, 그래도 양심상 이유는 한 번 물어봐주었다.


“가보를 주셔도 되는 겁니까?”

“그럼요. 이것이 모험가님께서 제게 주신 은혜예요.”


유리 발테르는 양손 위에 철의 부스러기 검을 올렸다.

그것을 델에게 내밀었다.


“가보는 가문이 온전할 때나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모험가님은 그 가문을 지켜주셨습니다. 이 보검의 주인이 되시기에 충분한 자격을 지니신 거죠.”

“음, 그러시다면야.”


델은 비로소 검을 받아들었다.


[히든 아이템 ‘철의 부스러기 검’을 획득하였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수확.

입이 안 다물어진다.


“잘 쓰겠습니다.”

“네. 가문의 보검이 모험가님 같은 분의 손에 들리게 돼서 영광이에요.”

“별 말씀을.”

“이제 나가실까요?”

“그러죠.”


지상으로 올라가며 델은 유리 발테르와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었다.

그래봐야 며칠인데 오랜 벗처럼 가까워진 느낌이다.

하지만 이젠 떠날 때가 왔다.


“아쉽네요. 며칠만 더 계시면 좋을 텐데...”

“직업이 직업인지라 어쩔 수가 없습니다.”


유리 발테르가 조심스레 물었다.


“혹, 이제 어디로 가시는지 여쭤도 될까요?”

“당장은 캉루나 시 일대를 돌아다니겠지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직업이 직업인지라 정처는 없습니다.”

“맞아... 모험가시니까...”


한숨을 내쉬던 그녀가 뭔가를 꺼냈다. 그것은 자그마한 패였다.

거기에 음각으로 박혀 있는 어떤 문양들.

델이 눈을 부릅떴다.


“아, 아니 그건!”

“네?”


그의 반응에 오히려 유리 발테르가 더 놀랐다.

그러거나 말거나 델은 미칠 것만 같았다.


메인 퀘스트 2의 숨겨진 지역, 아스티움.


천운으로 입구는 발견했지만 정작 입구를 딸 열쇠가 없어 발길을 돌렸었다.

이후 온갖 정보 길드에 수소문해봤으나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열쇠가...


“괜찮으시다면, 이것도 모험가님께 드리고 싶어서.”


지금 유리 발테르의 손에 들려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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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존 발테르 +1 23.09.14 781 43 11쪽
6 발테르의 전사들 +4 23.09.13 905 42 12쪽
5 유리 발테르 +3 23.09.12 1,057 46 10쪽
4 위장 용병 +3 23.09.11 1,218 48 11쪽
3 기반 +4 23.09.10 1,388 50 12쪽
2 튜토리얼 +3 23.09.10 1,567 55 11쪽
1 돌아오다 +10 23.09.10 1,924 6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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