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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치 님의 서재입니다.

말도 안 되는 먼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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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치
작품등록일 :
2023.09.10 22:15
최근연재일 :
2023.09.15 12:20
연재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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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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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9,072

작성
23.09.12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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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유리 발테르

DUMMY

퍼억.


델은 두령의 복부를 걷어차며 검을 뽑았다. 피와 함께 보랏빛 액체가 뚝뚝 떨어진다.

온몸에 번진 그것이 두령을 그대로 마비시켰다. 내장이 죄 터지면서 이미 죽은 목숨이긴 하지만.


“두, 두령님이...!”

“이, 이럴 수가.”


도적들의 사기가 바닥까지 떨어졌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설마 두령까지 이렇게 허무히 당할진 몰랐던 것이다.


“대가리는 끝났고, 나머지 잔챙이들은...”


주변을 둘러보던 델은 그만 검을 내렸다.

남은 잔당들도 발테르의 전사들이 요절을 내고 있었다.


“제, 제발 살려주십쇼!”

“저, 저흰 그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몇몇 숨이 붙은 놈들이 목숨을 애원했으나, 유리 발테르는 칼같이 그것을 묵살했다.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나왔어야지.”


싸늘한 목소리. 감정이란 것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곳에서 보니, 확실히 회귀 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마저 죽인다.”

“예.”


전투는, 아니 일방적인 학살은 그렇게 끝이 났다.


히이잉!


주인 잃은 말들이 사방팔방으로 도망가버린다.

갖다가 팔면 돈은 나오겠지만 그다지 아쉬울 건 없다.

변두리 도적들이 타는 말이라고 해봐야 조랑말보다도 못한 수준이니.


“가, 감사합니다!”


상인들은 그제야 얼굴을 내밀었다. 진땀 좀 뺐는지 연거푸 안도의 숨을 내쉰다.


“용병님들 덕에 살았습니다.”

“저희보단 저분께 더 감사 인사를 하셔야 할 겁니다.”


검을 집어넣은 유리 발테르가 델을 가리켰다. 양손으로 공손히.


“아! 감사드립니다!”

“마차 얻어탄 값은 해야죠.”


델의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상인들이 약속이나 한 듯 손을 내젓는다.


“그 값은 하시고도 남습니다. 받은 돈은 그대로 돌려 드리겠습니다. 아니지, 캉루나 시에 들어가는 대로 따로 사례도 하겠습니다! 괜찮으신지...?”

“저야 마다할 이유가 없죠. 그럽시다.”

“예!”


이번에도 공짜 마차를 타게 생겼다. 역으로 돈도 받고.


델은 거의 절하다시피 허리를 숙이는 상인들을 뒤로 한 채 두령의 시체 앞에 쭈그려 앉았다.


[돌발 퀘스트 <싸우거나, 순순히 항복하거나>를 클리어했습니다]

[보상을 획득하십시오.]


퀘스트를 클리어했으니 보상을 받을 차례였다. 게임처럼 자동으로 획득되진 않아 이렇게 직접 뒤져야 한다.


‘이거군.’


곧 짧은 단검 하나가 손에 잡힌다. 델은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붉은 귀 단검

구분 : 무기구 - 단검

효과 : 빠른 공격이 가능하다. 급소에 투척 시 치명상을 입힌다.」


자이언트 보아의 이빨 검이 있어 주력 무기로는 딱히 쓸모가 없지만, 부가 효과가 괜찮다.

급소에 투척 시 치명상.

잘만 맞히면 한 방에 골로 보낼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델은 도적들의 귀때기마냥 붉게 빛나는 그것을 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떠오르는 알림.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대충 졸개들만 대여섯.

부두령.

거기에 미니 보스긴 해도 어쨌든 보스로 분류되는 두령까지.

혼자 그만큼을 잡았다.

하지만 레벨 차가 커서 찔끔 오르고 말아야 정상인데.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

·

·


쭉쭉 올라간다.

이게 다 <대천사의 성스러운 축복> 룬 덕이었다. 경험치가 두 배로 적용되는 것!


레벨업으로 이어지지 않은 건 아쉽지만, 기껏해야 4~5레벨 놈들 잡고 그런 것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

아무튼 간에, 개고생해가며 얻은 보람이 있다.


“저기.”


만족해하는 델의 앞에 누군가가 다가온다.


“고맙습니다, 검사님. 실력이 대단하시더군요.”


유리 발테르였다. 델을 보는 시선이 아까까지와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평범한 나그네겠거니 했는데, 알고 보니 엄청난 실력자였던 것이다.


“제가 좀 칩니다.”

“아...! 넵! 인정합니다.”


델이 당연하다는 듯 수긍하자, 유리 발테르는 잠깐 당황했다.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었다.

그녀는 같은 검사로서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았다.


‘보랏빛을 띠는 검신. 사지를 마비시키며 내상을 입히는 극독. 저 검은, 아마 자이언트 보아의 이빨로 만든 검일 거야.’


무기빨도 물론 있었겠지. 그러나 일반적인 검이었어도 결과는 똑같았으리라고 유리 발테르는 생각했다.


상대의 공격을 너무나도 간단히 빗겨내는 유연한 움직임.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하고 빠른 반격.


애초에 전투능력 자체가 천양지차였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어디 용병대 소속은 아니신 것 같은데... 맞나요? 검술을 전문적으로 배우신 느낌이 들어서요.”

“모험가라고 해두죠.”

“그러시군요.”


모험가에도 종류가 여러 가지지만 유리 발테르는 그만 입을 다물었다.

이 이상 캐묻는 건 실례였다.

하지만 가슴 속에서 피어오르는 어떤 간절한 마음 하나.


‘이분이 우리와 함께 해준다면... 존 발테르를 제거하는 데 큰 힘이 될 텐데. 한 번 부탁해볼까?’


유리 발테르는 이후 수하들과 긴밀한 대화를 나누었다.

모두 그녀와 같은 생각이었다.


“용병님들, 다시 출발해도 되겠습니까?”

“네, 그러시죠.”


그녀는 결심하며 마차에 올라탔다. 무언갈 부탁할 땐 진심을 보여야 한다.

그녀는 마스크를 벗어 던졌다.

복수를 다짐한 후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았던 얼굴이 드러났다.


“모험가님, 저는 캉루나 시 발테르 가문의 장녀인 유리 발테르라고 합니다.”

“예?”


뜬금없는 급발진에 델은 적잖이 당혹했다.

유리 발테르는 차분히, 그리고 정중히 입을 뗐다.


“모험가님께 도움을 요청하고 싶습니다.”

“도움이요?”

“현재 발테르 가문은 반역자로 인해...”


그때부터 꽤 장황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대충, 작은 아버지였던 존 발테르가 반역을 저질러 쿠론 발테르를 죽인 뒤 가주의 자리를 차지했다는 뭐 그런 내용.

회귀 전에 메인 퀘스트 1을 클리어해봤던 델은 그 이야기를 잘 알고 있었다.


‘사이즈 딱 나오네.’


유리 발테르가 갑자기 이러는 것도 짐작이 갔다.

붉은 귀 도적단을 쓰러뜨린 실력.

그 실력을, 자신의 복수에 쓰고 싶은 것이리라.


“...해서, 저는 남은 수하들과 함께 칼을 갈고 있었습니다. 존 발테르를 처단하기 위해서요. 이제 그것을 실행하려 합니다.”

“캉루나 시로 가서 존 발테르를 죽이겠다?”

“네. 이미 작전도 세워뒀습니다.”


그 작전이라면 접는 게 좋을 거야. 성공했으면 그렇게 감옥에 갇힌 상태로 만났었을 리가 없잖아?

라는 말은 일단 삼켜뒀다.

델이 물었다.


“그래서요?”

“그 작전에... 모험가님께서 도움을 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도움이라.”

“갑작스러우실 거 압니다. 당혹스러우실 것도 압니다.”


유리 발테르는 제 진심을 표했다.


“그만큼 절박합니다. 사례는 충분히 하겠습니다. 위험을 감수해주시는 것만큼, 확실하게 하겠습니다.”

“그 사례라는 거, 성공했을 경우에나 받을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그건...”


맞다.

성공하지 못하면 사례는 개뿔, 그저 개죽음일 뿐이다.

애초에 상대는 수십의 병사를 거느린 귀족.

일개 모험가가 미치지 않고선 그런 이를 죽이는 일에 동참할 리가 없다.


복수라는 감정에 취해, 자신이 너무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했음을 유리 발테르는 그제야 자각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말도 안 되는 부탁을... 못 들은 걸로 해주십시오. 정말 죄송합니다, 모험가님.”

“그게 아니라.”

“네?”


그거 좀 싸웠다고 허기가 진다. 델은 아작아작 육포를 씹으며 말했다.


“작전을, 제가 짜게 해주십쇼. 그럼 도와드리지.”

“작전을... 요?”

“예.”

“혹 이유를 여쭤도 될는지요? 말씀드렸다시피 이미 저희가 짜둔 작전이 있습니다.”


왜긴 왜야. 그 작전은 회귀 전에 실패했었다니까 그러네.

라는 말을 이번에도 겨우 참았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델에겐 더 좋은 작전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 작전은 제가 없는 상태에서 짠 거잖습니까?”

“네? 어... 어, 네. 그렇죠.”

“그러니 다시 짜야지요. 제가 참여하는 순간 전력이 크게 올라가는데.”


잘난 척.

거만.

우쭐거림.

지금 눈앞의 남자는 그렇게 표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코 허세는 아니었다.

그래서 인정했다.


“지당하신 말씀이시군요. 다만 하나 걱정되는 것은... 모험가님께선 존 발테르의 상황을 잘 모르시지 않습니까? 직접 작전을 짜시기엔 아무래도 애로사항이 많지 않을까, 조금 염려가 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이 아니라 매우 많이 염려됐다.

뭘 믿고 맡긴단 말인가?


“상황은 몰라도 됩니다.”

“상황을 모르는데 어찌...?”

“정공법이죠.”

“!”

“무작정 쳐들어가자는 게 아닙니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방비가 허술한 날이 있을 터, 그때를 노리잔 얘깁니다.”

“그렇지만... 적진 한복판입니다.”


적진 한복판이라 병력이 전부 모여 있을 건데 방비가 허술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냔 소리였다.

나팔 한 번만 울려도, 결국엔 포위당하게 될 테니 말이다.


“역으로 포위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포위당해도 됩니다.”


델이 즉답했다.


“일당백에게 포위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습니다. 다 없애버리면 그만이죠.”

“!”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놀랄 노 자였다. 그런데도 계속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참, 활쟁이 놈들이 있다면 그놈들은 알아서 잘 제거해주시고.”

“그건 걱정마십시오. 저희 쪽에도 궁술에 능한 이들이 있습니다.”

“이분들 중에요?”


조용히 두 사람의 대화를 경청하고 있는 발테르의 전사들. 델이 턱 끝으로 그들을 가리키자, 유리 발테르는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뭐야, 인원이 더 있는 거였습니까?”

“네. 캉루나 시에 들어가는 대로 열 명이 추가로 합류할 예정입니다.”

“괜히 머리 굴렸네.”

“...네?”


더는 볼 것 없다는 듯 델이 툭 내뱉었다.


“그냥 아무 때나 쳐들어갑시다. 그럼 이겨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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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 발테르 +3 23.09.12 1,057 46 10쪽
4 위장 용병 +3 23.09.11 1,218 48 11쪽
3 기반 +4 23.09.10 1,388 50 12쪽
2 튜토리얼 +3 23.09.10 1,567 55 11쪽
1 돌아오다 +10 23.09.10 1,924 6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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