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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ra 님의 서재입니다.

힐러인데 다 죽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mdra
작품등록일 :
2019.11.13 21:03
최근연재일 :
2019.11.14 22:05
연재수 :
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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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
추천수 :
4
글자수 :
19,155

작성
19.11.1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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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힐러인데 다 죽임 3화

DUMMY

파이트 리그란 무엇인가?

물어보면 제각기 말이 다른데 핵심은 하나다.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야만적이고 자극적인 경기.’


하수인을 보조하며 상대 팀의 첨탑을 파괴하고 적을 제압하며 본진을 파괴한다.

경기에 따라서 다른 규칙에 다른 맵을 쓰기도 한다.

게임과도 같은 구성이지만 현실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 다르다.

즉 상대 팀의 파이터를 죽이는 일도 현실에서 이루어진다.


물론 사람이 죽어 나가는 스포츠가 허락될 리 없으니 보험이 있다.

경기 도중에는 절대로 목숨을 잃지 않고, 선수의 부상을 줄이고자 몇 겹의 안전 장치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치유할 수 없는 부상으로 은퇴하는 선수가 심심찮게 나온다.

비판적인 사람들은 이렇게 잔인한 스포츠는 당장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이 잔인한 걸 정말 싫어했으면 검투사나 MMA도 없었겠지?’


사람들이 좋아하기에 파이트 리그는 국제적인 스포츠가 되었다.

5년 전에도 축구를 제치고 세계 최대 규모의 스포츠 시장으로 성장 중인 추세였다.

초인이 된 각성자들에게 어울리는 새로운 무대가 필요하다는 점도 한몫했다.

불을 뿜거나 순간이동을 하면서 축구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사람들이 모였으니 싸움도 평범하지 않다.

개인의 능력에 맞춘 전문적이고 실전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더 나은 훈련 개발의 최전선에 선 곳이 바로 각지의 명문 클럽들.

그렇기에 이곳은 인맥을 써서 섭외할 만한 훈련 장소였다.


현재 국내 최고의 클럽이라는 FC(Fight Club) 서울.

FC 서울이 언론에도 함부로 노출하지 않는 최신식 연습실이 바로 이곳이다.

감독님은 라이벌 팀 소속 감독이면서 이곳을 어떻게 빌렸는지 모르겠다.

궁금하긴 한데 방법까지 알 필요는 없으니 적당히 넘어갔다.


서론이 길었는데 요점은 그거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교관이나 이곳 시설의 전문성은 보장되어 있다.

교관이 자신을 현역 수준이라고 평가했으니 실제로 틀림없는 현역 수준.

머리로는 아는데 가슴이 따르지 않는다.


‘고작 이걸로 현역 레벨이라고? 믿기지가 않는데.’


한창 때야 현역 레벨을 넘어 최고에 가까운 파이터였다.

옛날 얘기고 지금은 예전보다 몸이 굼뜨다는 게 확 느껴진다.

게다가 개인 사정으로 능력도 쓰지 않고 측정한 결과다.

천사의 권능도, 과거 자신을 정상으로 이끌었던 각성 능력도.

그것들 없이 현재의 현역들에 비견될 만큼 리그가 만만하진 않을 텐데.


“다시 한 번 기록 재 볼게요.”


그러니 다시 한 번.

만에 하나 오류가 있었을지도 모르니 새로 재 본다.

아까 인공지능과 모의전을 하며 감각도 티끌만큼은 돌아왔다.

다시 싸우면 실력에 조금 더 감이 잡힐 것도 같다.


“지치셨을 텐데 괜찮아요?”

“이제 몸 좀 풀렸는데요. 제 경기 보셨으면 체력 아시죠? 난이도 두 단계 높여 주세요.”

“아직은 많이 힘드실 것 같은데······. 그래도 응원할게요.”


교관은 미심쩍어하면서도 훈련 기구를 작동했다.

무대 내 장치들에 불이 들어오고 중앙에서 2M 거구의 인간형 로봇이 나타난다.

길쭉한 팔과 커다란 체구까지 육체파 파이터를 완벽히 모방한 형태.

하수인이니 첨탑이니 하는 요소는 배제하고 1대1 대결 실력을 기르기 위한 훈련이다.

결투용 깡통이 마치 사람처럼 말을 건넨다.


“사용자의 기록된 정보에 비해 설정된 난이도가 높습니다. 유효한 훈련이 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인지하고 있으니 덤벼.”

“확인. 훈련을 시작합니다.”


제멋대로 떠들던 로봇이 자세를 잡는다.

표준적인 신체 강화계 각성자들을 모방한 스타일.

다른 이능은 몰라도 강화계만은 충실히 재현한 사양의 훈련 기구다.

두 단계 올렸으니 로봇의 신체 능력은 말 그대로 비인간적이다.


팡! 팡! 팡!


기습적으로 근접하여 주먹질을 연타.

훨씬 긴 팔의 리치와 신체 능력을 믿는 과감한 접근이다.

방어를 굳히고 신중히 좌측으로 몸을 빼냈다.

이 정도 공격은 그저 환영 인사다.


쉬이이익!


벌어진 거리를 뚫고 재빠른 훅이 상단을 가른다.

맞으면 최소 중상이지만 이번에도 회피.

팔이 크게 궤적을 그린 직후 틈이 보였지만 들어가면 역으로 당한다.

구석으로 몰리지 않게 다시 좌측으로 돌았다.


신체능력의 우월함은 곧 절대적인 공세권.

로봇이 단단한 잽과 훅으로 시종일관 압박한다.

스태미너가 넘쳐나니 끊임없는 압박이 가능해진다.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끝인 상황에 감각이 몸을 이끈다.


‘조금씩 본능이 살아나는 것 같아.’


격 높은 천사와 융합했다고는 해도 육신은 인간의 것.

인간으로서의 직관이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를 고한다.

과거의 폼이 미세하게나마 조금씩 현재와 겹쳐진다.


로봇이 냉정하게 거리를 재며 간격 안팎을 오간다.

앞선 전투 데이터를 반영하여 유효타에 당하지 않을 거리만을 유지한다.

인공지능답게 지극히 효율적으로 리스크를 배제하는 판단이지만.

깡통 따위와 경기를 질질 끌 마음은 전무하다.


‘아직 장기전까진 신경이 안 따라주거든.’

“합!”


일부러 기합을 지르며 큰 궤적으로 주먹을 내지른다.

로봇이 비웃는 듯 흘리며 더 긴 리치를 바탕으로 카운터를 노린다.

타격을 끌어냈으니 이걸로 거리 안이다.

상체를 비틀어 카운터 펀치를 빗기며 자세를 잡는다.


빠악!

‘큭!’


어깨에 유효타를 입어 찾아오는 고통을 누른다.

진짜 노림수는 힘을 실어 둔 오른다리에서 나왔다.

타격으로 휘청이는 신체 균형을 가누며 다리를 뻗는다.

로봇도 반사적으로 다리를 움츠렸지만 한발 늦었다.


촤아악!


그림처럼 들어간 로우킥이 허벅지를 통타한다.

인공 근육에 충격이 전해지며 로봇이 잠시 움츠러든다.

욕심 부릴 만도 하지만 추가타 없이 곧바로 간격에서 빠져나온다.

서로 한 대씩 교환했으니 피해는 비슷하다.


냉정히 따지면 신체 내구의 차이 때문에 이쪽의 손해.

정강이로 넣은 로우킥보다 어깨에 빗겨 맞은 주먹이 더 타격이 클 만큼 차이가 난다.

뼈를 주고 살을 깎고도 이기는 게 신체 강화 능력자들의 싸움 방식.

불합리한 차이지만 이쪽은 더 불합리한 수단이 있다.


‘그는 우리 생명을 보존하시고 우리를 넘어지지 않게 하신다.’


기도를 올리면서 오른손을 어깨에 가져다 댄다.

이내 손끝에서 빛이 번쩍이며 부상당한 부위를 감싸 안는다.

몇 초 후 손을 떼면 모든 고통이 사라져 있다.

천사가 주님의 이적을 빌리는 권능, 치유의 증명이다.


처음부터 치유까지 감안한 딜교환이었다.

맞아도 피해가 사라지니 정당한 교환이 되지 않는다.

아주 기초적이고 그만큼 효과적인 치유의 활용법이다.

천사였을 적보다 약해졌지만 사용법은 동일하기에 곧장 적응했다.


‘회복 계열이 잘 쓸 수만 있으면 1티어란 말이지.’


이어진 그림도 유사했다.

억지로 딜교환을 유도한 다음 치유로 무마한다.

실전에선 변수가 많은 방법이지만 1대1이 전제라면 얼마든지 자유롭다.


“입은 피해 막대함. 사용자의 승리로 판정합니다.”


누적된 딜링에 깡통은 10분을 채 버티지 못한다.

변수 없이 승리 판정이 내려졌다.


“대단하세요! 난이도를 너무 높게 잡으셔서 걱정했는데 제가 보는 눈이 없었네요! 완전 쌩쌩하신데요?”


팬을 자처하던 교관이 팬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본다.

아부인 줄은 알지만 기분은 좋다.

기분은 기분이고 현실은 짚고 넘어간다.


“그래봐야 로봇이죠. 루키 리그만 해도 저것보단 기술 좋은 사람들이 많잖아요?”


프로의 최저 라인이자 등용문으로 불리는 루키 리그.

우습게 여겨지곤 하는데 그들 또한 파이터를 생업으로 삼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저 깡통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는데 반박이 거세다.


“적어도 저희 클럽이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방금 쓰러뜨리신 난이도는 루키 리그 최상위 수준이에요. 이우신 님이 쓰신 기존 능력과 새로 각성하신 회복 능력이면 지금 당장 루키 리그에서 뛰셔도 어나더 레벨이에요!”

‘원래 있던 능력은 쓰지도 않았는데?’


이번 대련에서 쓴 능력은 천사의 권능, 치유의 증명뿐이다.

천사와 합체하기 전부터 지닌 능력은 훈련에선 쓰기 힘든 종류.

눈에 띄지 않는 계열의 능력이긴 하지만 설마 사용 유무도 착각할 줄이야.

정말로 팬이 맞았는지 의구심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면 아부 빼고 진심으로 제가 당장 현역으로 뛰기에 적합하다고 보세요?”

“저 한 번도 아부 안 드렸어요! 완전 진심! 루키 리그는 씹어먹으실걸요? 스카우트팀 쪽에 이번 훈련 데이터 보내면 바로 달려와서 계약하자고 한다에 제 월급 걸게요.”

‘월급이면 어쩔 수 없지.’


진솔함이 느껴지는 평가였기에 생각을 고쳤다.

한국 리그 최고의 명문인 FC 서울 직원의 평가라면 그럭저럭 믿을 만하다.

자신이 과거의 기준과 비교하면서 너무 현재 수준을 깎아내렸는지.

감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생각하면서도 약간은 감을 되찾은 게 아닐까.


“그래도 훈련은 계속 할 거예요. 평가는 고마워요.”

“제가 훨씬 고맙죠! 전설의 부활을 처음으로 본 셈인데요!”


설마 현역들의 실력이 형편없어지진 않았을 터.

자신이 과거의 감을 일정 부분 되찾은 게 맞겠지.

아무래도 훈련보단 실전을 겪는 편이 폼을 빠르게 회복하는 데 적합하다.

그것 말고도 현역에는 큰 메리트가 있으니 계약을 물색하기로 결정했다.


‘천천히 리그 메타에 적응하다 보면 실제로 씹어먹는 데 오래 걸리지는 않겠지.’


알고 보면 너무 무른 예상이었다.


* * *


“좋은 클럽이네요. 시설도 나쁘지 않고.”


확고한 기준으로 클럽을 알아보고 계약 조건을 맞추기까지 일사천리.

하루 만에 계약도 마무리 단계에 놓여 스태프와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스태프들의 반응이 여러모로 뜨거운데 대체로 이게 실화인지 의심하는 쪽이었다.


“그렇지요? 제가 운영해서 그런 게 아니라 진짜로 좋은 곳입니다. 그리고 훈련장은 이쪽입니다.”


이우신이라는 대어가 제발로 굴러들어오니 단장은 희희낙락.

계약 조건에서 많은 양보를 했지만 그럼에도 이우신이 온다면 무조건 이득이다.

양측 모두 만족할 선에서 계약 조건을 써냈다고만 해 두겠다.


“말씀드린 조건 기억하시죠? 너무 수준 미달이거나 인성적으로 문제가 보이거나 하면 계약서에 서명하는 걸 다시 고민해 볼 수도 있어요.”

“이해합니다. 최적의 클럽에서 복귀하고 싶으실 테니.”


서명 전에 마지막으로 훈련장에서 예비 팀원들을 직접 보고 결정한다.

루키 리그에 많은 걸 바라진 않고 기본만 해 주면 된다.

자신의 기준은 5년 전에 맞춰져 있으니 요즘 현역들이라면 여유로울 터.

훈련장에 도착해서 자체 청백전을 지켜보았다.

기합 소리와 비명 소리, 능력이 발하는 소음과 색색의 빛깔이 난무한다.


“······.”

“이우신 님? 뭔가 마음에 안 드시는 구석이라도 있으신지.”


팀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다시 훑어본다.

하나같이 예전엔 상상도 못 했던 개성적인 생김새를 하고 있다.

아무래도 좋고 실력과 인성이 바닥만 아니면 상관없는데.

지금 보니 상관이 있어질 것 같다.


“단장님. 앞에 계신 파이터 분들이 1군 맞죠?”

“네. 저 친구들이 오늘 컨디션이 다소 나쁜 상태인데 양해를······.”

“어, 컨디션은 모르겠고요.”


몸 관리가 안 돼서 군살이 잔뜩 붙은 전사.

그나마 근육돼지라도 되면 양반이고 전체적으로 파이터 같지가 않다.

심지어는 도서관에서 책만 읽게 생긴 꼬맹이에 좋게 말해 건강미녀인 아가씨까지.

프로 파이터 클럽이 아니라 망해 가는 동네 헬스장에 잘못 온 것 같다.


“저희 애들이 리그 평균에 뒤떨어지는 건 절대 아닌데······.”

“그럼 그 평균이 문제겠네요.”


시대가 지나서 선수들 레벨도 높아졌을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파이터 수준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라면 차라리 가볍지.

예전엔 저렇게 취미로 운동하는 수준의 근육으로는 명함도 못 내밀었다.

몸으로 싸우는 게 기본이던 과거와는 리그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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