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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ra 님의 서재입니다.

힐러인데 다 죽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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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ra
작품등록일 :
2019.11.13 21:03
최근연재일 :
2019.11.14 22:05
연재수 :
4 회
조회수 :
275
추천수 :
4
글자수 :
19,155

작성
19.11.13 23:05
조회
108
추천
1
글자
6쪽

힐러인데 다 죽임 1화 - 프롤로그

DUMMY

파이트 리그라는 스포츠가 있다.

특수한 힘에 눈뜬 각성자들이 규칙에 따라 승패를 겨루는 종합 격투 경기.

각성자들이 활약하는 새로운 시대의 스포츠로 급부상했다.


이우신은 그곳에서 한때 파이터로서 최고의 자리를 논했던 적이 있었다.

데뷔한 순간부터 약자였던 적이 없는 천부적인 싸움꾼이자 각성자.

먼치킨이라는 말이 어울렸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또 아침이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은 까마득한 얘기다.

회복할 수 없는 부상으로 은퇴하여 골방에 처박힌 지 5년차.

과거에 번 돈을 까먹으며 죽지 못해 살고 있다.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먼지더미 방 안에서 습관적으로 눈을 뜬다.


새삼 우울해질 시기도 지났고 이젠 아무래도 좋다.

특별한 힘을 주었던 신조차도 자신을 버렸다.

이대로 지내다 보면 언젠가 잠들어 영원히 평온해지겠지.

하늘에 올랐다 나락에 처박힌 이후 항상, 어두운 이불 속에 몸을 웅크리며 눈을 감는다.


‘어제 먹을 것도 다 떨어졌던 것 같은데. 아니, 그제였나.’


몸은 망가지고 날개는 꺾였다.

내일이 없다는 좌절은 감상이 아니라 일상이었다.

다시 하늘로 날아오를 일은 꿈에서도 없다.

그렇게 믿고 있었다.


[들리십니까······. 저는 당신의 수호 천사인 안드레아입니다······. 지금 당신의 머릿속에 직접 말을 걸고 있습니다······.]


음성이 돌연, 머릿속을 때렸다.

어딘가 신성하게 들리는 음성이 뇌리에 새겨진다.

한편으로는 성스러움 속에 묘한 현실감이 느껴진다.

대꾸는 뜻밖으로 편안하게 나왔다.


“네가 정말로 수호 천사라면 왜 이제 나타난 건데? 보다시피 내가 상태가 많이 안 좋아. 좀 더 잘 나갈 때 오지 그랬어?”


수호 천사란 인간을 환난에서 지키고 수렁에서 건지는 하느님의 심부름꾼.

근데 이 꼴이 되어 5년이 지난 마당에 수호 천사 나부랭이가 있든지 말든지.

정체에 의심을 품는다기보다는 관심이 없다.

관심이 없으니 대꾸도 대충대충 하게 된다.


[제 근무가 오늘부터 시작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거 참 그럴듯한 이유네.”


천사들도 당번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그나마 조금이라도 느끼고 있던 성스러움이 와장창 깨졌다.

각성자들에게 힘을 내려 준 무수한 신들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그 중에서도 이렇게 현실적이다 못해 친근한 체험담은 없었다.


“관심은 고마운데 나한테 남은 게 없거든? 수호 천사라는 분께서 날 지키려고 해도 지킬 게 없단 말이야.”


자신의 처지는 잘 알고 있다. 한때 잘나갔지만 결국 퇴물이다.

자칭 수호 천사가 나타났는데도 건성으로 넘길 만큼 삶에 의욕이 없다.

그에게 뭘 바라고 말을 걸었는지는 몰라도 들을 마음이 나지 않는다.


[당신이 회복할 수 없는 저주를 입고 본의 아니게 파이터를 은퇴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을 각성시켜 준 잡신에게도 버림받으셨다고.]


그런데 무척이나 듣고 싶어지게 운을 뗀다.

이우신은 누군가의 악의 서린 저주를 받았다.

저주로 입은 피해로 끝내 치유하지 못한 채 은퇴하고 말았다.

모든 영광을 잃고 방구석 폐인이 되자 그를 각성시키고 총애하던 신조차 외면했다.


“천사가 보면 잡신인가. 맞아. 그러니까 늦었지. 내 몸이 멀쩡했을 때면 모르겠는데 지금은-”


[제가 고쳐 드리겠습니다.]


이젠 하다 하다 자칭 수호 천사에게 이 소리를 들어 본다.

고쳐 주겠다는 한 마디에 몇 번이나 비참하게 속았던가.


“제안은 고마운데, 내가 아무것도 몰라서 못 고친 게 아니야. 천사를 섬기는 치유계 각성자들만 해도 열 명은 더 만나 봤는데 아무도 못 고친댔어.”


[저는 수호 천사입니다. 당신을 고치는 데 대가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당신 말대로 더 잃을 것도 없다면, 제 치료를 거부할 근거도 없지 않겠습니까?]


실은 공짜로 치료해 주겠다는 말도 최소 세 번은 들었다.

이번 제안의 차이점은 신인지 천사인지 모를 높으신 분의 제안이라는 것.

수호 천사가 맞다면 호의일 테니 거부할 근거도 없다.


“그건 그렇지. 맘대로 해 봐. 혹시라도 치료가 된다면 사과하고 뭐든 들어줄게.”


어쩌면 아직까지도 희망을 버리지 못한 걸지도 모르겠다.

먼짓구덩이 방에 뒹굴며 송장처럼 썩어 문드러지길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는데 아직도.


[훌륭한 결단입니다. 지금부터 일어나는 일은 치료의 일환이니 절대로 거부하지 마십시오. 받아들이지 않으면 영혼이 흔적도 없이 부서질 겁니다.]


대수롭지 않게 던져진 한 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뭐라고? 잠깐, 뭘 하려는 거야?”


그가 혼자 속으로 궁상을 떨든 말든 자칭 천사는 관심 없었다.

영혼이 부서질 수 있는 치료란 대체 뭐란 말인가?

더 의문을 품기도 전에 ‘치료’가 시작된다.

자기 영혼이 짜부러지는 기괴한 감각을 그는 느꼈다.


“으어어어어어······!”


천사는 주저 없이 그의 영혼 속으로 뛰어들었다.

천사의 격 높은 영혼이 인간의 영핵에 끌어안긴다.

영혼의 경계가 무너지고 서로의 모든 정체성이 무너졌다가 뒤엉켜서 하나가 된다.

인간과 천사가 합체하는 현장이었다.


······.


······.


······.


“아.”


정신이 들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잘 모르겠---조금씩 기억이 떠오르지만.

천사 안드레아와 인간 이우신이 합쳐지며 새로운 존재가 되었다.

천사에게 거창한 계획이 있었던 것도 같고, 천사로서 뭔가 새로운 일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지금은 전혀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에게 중요한 건 하나. 합체하면서 몸이 나았고 심지어 예전보다 더 건강해졌다는 거다.


‘다시 싸울 수 있어······!’


그거면 되었다.

살아갈 희망을 얻고 목표를 다지는 데 그거 하나면 충분했다.

싸울 수 있으니까, 그는 다시 최고의 파이터가 되기로 했다.

천사가 지닌 치유의 권능을 쓸 수 있음을 깨달은 건 나중 일이었다.


작가의말

천사가 나오지만 사실 신앙적 요소는 극히 적은 소설입니다!

깃털처럼 가벼운 글을 목표합니다! 각성자물과 AOS물의 혼합 장르네요.

혹시라도 존경하는 니콜로 작가님의 글과 소재가 유사하다는 지적이 있을까 봐 미리 말씀 드리자면, 완전히 다른 글이 될 테니 우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표절은 중대 문제입니다!

감사합니다!

 

 

*원래 업로드했던 부분이라 제목과 소개글만 고치려고 했는데, 글자수에 미달한다고 제목 바꾸기를 지원 안 해서 그냥 지우고 새로 올려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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