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mdra 님의 서재입니다.

힐러인데 다 죽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mdra
작품등록일 :
2019.11.13 21:03
최근연재일 :
2019.11.14 22:05
연재수 :
4 회
조회수 :
273
추천수 :
4
글자수 :
19,155

작성
19.11.13 23:05
조회
75
추천
1
글자
13쪽

힐러인데 다 죽임 2화

DUMMY

5년 동안 부상으로 폐인이던 사람이 몸이 나았으면 뭐부터 해야 할까?

답이 뭔진 모르겠고 집안 청소부터 하기로 했다.


100L들이 쓰레기 봉투를 펼쳐서 일반 쓰레기부터 골라 담는다.

방 한구석에 소복이 쌓여 있어 치우기도 쉽다.

컵라면 용기로 된 탑이 무너지며 봉투 안으로 우수수 떨어진다.

일반 쓰레기인지 아닌지 아리송한 것들도 모조리 쓸어 담았다.


‘사람 사는 소굴이 아니었네.’


평소엔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침대에 처박혀 있어서 잘 몰랐다.

일어나서 오랜만에 방을 치우니 영락없이 쓰레기장 냄새다.

에덴에서 가장 더러운 곳도 이곳보다는 살 만하다.

앞으로는 가사 도우미라도 불러야겠다고 다짐했다.


점심 먹고 시작해서 저녁 될 때까지 청소하니 간신히 거지 굴간 신세는 면했다.

오랜만에 잡동사니에 파묻혀 있던 노트를 펼쳐 펜을 들었다.

먼지 덮인 표지를 넘기니 퀴퀴한 구린내가 코를 찌른다.

아직 어질어질한 머리를 굴리며 떠오르는 기억을 정리해 보기로 한다.


<안드레아와 이우신이 합체한 이유>


천사로서의 자신이 지닌 기억도 꽤나 살아났다.

뜬금없었던 합체에는 예상보다도 합리적인 목적이 있었다.

천사가 자기 격을 깎아내고 반 인간이 될 만큼 중대한 사유다.


안드레아는 하늘의 옥좌에 더 가까워지기를 열망하는 최하위 천사였다.

최하위라 한들 인간이나 일부 신보단 훨씬 위대하지만 천사치고는 대단치 않았다.

천사의 격을 높일 만큼 ‘선업’을 모으려면 평범한 수호 천사 근무로는 답이 없다.

따라서 선업을 많이 모을 특별한 방법을 떠올리게 됐다.


높은 자리에 오른 인간은 하계에서 막대한 선업을 쌓을 영향력을 지닌다.

파이터 가운데 정점이라면 충분히 그만한 지위가 된다.

마침 그가 새로 담당하게 된 인간은 한때 최고의 파이터였던 몸.

자신이 인간과 하나가 되어 정점에 복귀하면 선업을 수십 배는 빠르게 쌓을 수 있다.


안드레아는 영혼을 포함하여 자신이 지닌 전부를 이우신에게 투자한 것이다.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수십 배의 배당을 기대하고서.

그 결과가 반 천사 반 인간인 현재 상태.

자의식도 서로 섞여서 두 가지 목표를 함께 떠올리고 있다.


‘하나는 아무튼 원없이 싸우는 것. 또 하나는 최고의 자리에서 선업을 쌓는 것.’


싸우는 건 재활 후 아무 리그에 복귀하면 되니 어렵지 않다.

허나 강해지고 유명해져 마침내 최고에 이르기란 쉽지 않은 법.

근 몇 년간은 죽지 못해 살았지만 이제는 인생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당장 할 일들>


약 5년 동안 사회와 단절되어 살았으니 야만인이나 마찬가지.

천사로서의 지식은 유용하지만 사회 복귀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최강의 파이터’라는 거창한 목표가 있다면 대충 행동해선 안 된다.

가장 우선해야 할 일부터 적었다


<1. 파이트 리그 현황 알아보기>


이우신의 파이트 리그 지식은 5년 전 시점에 멈춰 있다.

현재의 최강자는 누구인지, 메타는 어떻게 바뀌었는지, 리그 업계는 얼마나 성장하였는지 등등.

새로 알아야 할 게 너무 많아서 오히려 당장 해결하기 곤란하다.


<2. 훈련 장소 구하기>


그러니 당장 해결이 시급한 과제는 이쪽이었다.

파이트 리그는 게임이나 스포츠로 포장되지만 엄연히 실전 싸움이다.

5년간 싸움은커녕 가벼운 운동조차 안 했으니 실전 감각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


최고에 가까웠던 예전의 감각을 되살려야 하고, 남은 천사의 권능도 점검해야 한다.

잃어버린 폼을 되찾는 데는 그만한 노력이 요구되는 법.

그러면서도 가급적 비밀이 지켜지는 곳에서 연습해야 하니 까다롭다.


‘어설프게 언론에 노출되거나 하면 이미지만 구길 거야.’


파이터 이우신의 전성기는 무척 짧았지만 그만큼 강렬했다.

5년 전이라고는 해도 상당한 인맥을 쌓아 두었다.

그 중 일부는 아직도 사용할 수 있을 터.

훈련장도 인맥을 통해 수배하면 된다.


‘5년 묵은 기억으로 제대로 된 훈련장이 구해질 리 없고.’


대신 비밀을 지켜야 하니 정말로 믿을 만한 사람이어야겠지.

기억을 뒤지며 연락처를 훑어 찾아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번호가 바뀌었다거나 옛 인연이라고 무시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도 연결되었다.

무겁고 탁한, 나이 지긋한 목소리다.


[······여태 잠수 타던 놈이 이제 와서 연락이냐.]

“잘 지내셨어요?”

[내가 묻고 싶다. 넌 뭐하느라 소식 하나 안 들렸냐?]

“말씀하신 대로 잠수 탔죠. 병신 돼서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지금은 나았지만 저주의 영향은 그만큼 강렬했다.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폐인이 될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그런 것치곤 목소리가 밝구나. 다 고친 거냐?]

“고쳤다기보단 알아서 나았죠. 5년이나 지났는데요.”


거짓말이지만 과연 천사의 영혼과 합체해서 나았다고는 말 못한다.

통상적으로 저주는 세월이 약이라는 인식이 있다.

상대도 납득하였는지 긍정하는 눈치다.


[네 성격이면 나은 지 얼마 안 돼서 연락한 걸 테지. 용건은?]

“에이. 오랜만에 목소리 들으니 반가운데 이렇게 자르기 있어요?”

[내가 한가한 줄 아냐. 잡담은 나중에 따로 약속을 잡아라.]

“그럼 조용히 재활 좀 하려는데 훈련 장소 섭외해 주실래요?”


두꺼운 목소리도 가라앉아 잠시 아무런 말이 없었다.


[······복귀할 생각이냐?]

“나았으니까 해야죠. 제가 주먹질 말고 뭘 하겠어요.”

[솔직히 그대로 꺾인 줄 알았는데. 난 네가 코치 자리라도 청탁하려는 줄 알았다.]

“한 마흔 살쯤 먹으면 생각해 보겠죠? 15년은 남았네요.”

[입 터는 걸 듣자하니 정신적인 문제는 없다 본데.]

“이 양반은 다섯 살 먹더니 더 꼰대가 되셨네. 어디 한 군데 문제 없는 파이터가 어딨어요? 다 참고 싸우는 거지.”

[요샌 선수들 복지도 나아져서 그렇게 억지로 안 내보낸다. 꼰대는 네 쪽이겠지.]


옛날 파이터들은 각종 공포증이나 스트레스 장애를 억누르며 싸웠는데.

시대가 많이 좋아지긴 했다.


“아무튼 간에요. 빨리 옛날 폼부터 회복하려고요.”

[재활 장소는 기자들 눈에 안 띌 만큼 조용한 곳이면 되냐?]

“잘 아시네요. 비용이랑 소개비는 제가 댈 테니 비싼 곳도 상관없어요.”

[백수 주제에 꼴값을 떠는구나. 내 연봉이 몇 억인데 그거 하나 못 해줄까.]


리그 스태프 가운데 클럽에서 억 단위로 챙겨줄 직책은 보통 단 하나.

코치 운운하기에 혹시나 싶었는데 아직도 리그에서 감독으로 현역이었다.

파이트 리그 출범부터 종사하던 사람이니 살아 있는 역사나 다름없다.


“설마 했는데 아직도 감독 하시는구나.”

[소개비는 필요 없고, 폼 좀 올라오면 우리 팀이랑 계약하는 것부터 고려해 봐라.]

“어, 전화 상태가 나빠졌는데요. 잘 들리세요?”

[헛소리도 여전하구나. 섭외 끝나면 바로 연락할 거니 그리 알고 있어.]


삑!

용건이 끝나자 저쪽에서 칼같이 전화를 끊어 버렸다.


‘솔직히 섭외 건수 하나로 팀에 들어오라는 건 수지가 안 맞잖아?’


물론 나름의 농담이었겠지. 원래 일부러라도 농담을 하지 않는 공적인 양반이다.

계약을 고려하라는 실없는 소리나 하면서 그를 응원한 셈이다.

파이터 이우신의 전성기를 생각한다면 5년이나 지난 지금도 기대를 품을 만했다.

여기에 아직 연습하지 못한 천사의 권능까지 감안하면 기대라는 표현도 약하다.


연락을 기다리면서 리그 현황을 조금씩 알아보기로 했다.

방금 통화한 감독님의 이름을 검색하니 이력이 주르륵 펼쳐진다.

5년 전처럼 여전히 국내에서 감독직을 맡으며 리그 발전에 애쓰고 계신다.

실적도 실력도 있는 원로라 그런지 기사들의 논조도 대개 호의적이다.


‘감독님은 여전히 팔팔하시구나. 5년도 의외로 별 거 아니네.’


약간 용기를 얻어서 본인 이름도 검색해 보기로 했다.

혹시나 완전히 잊혔을까 걱정되기도 했는데 기우였다.

파이트 리그의 팬사이트에서 마치 현역처럼 자주 언급되고 있었다.

많은 곳에서 여전히 그의 이름 앞에 빛이니 갓이니 붙이며 추억팔이를 일삼는다.

5년 전에 물러난 퇴물이라고 욕할 만도 한데 예상보다 훨씬 긍정적이다.


‘기분은 좋은데. 뭐라고 떠드는지 자세히 볼까.’


자유로운 분위기의 국내 최대 규모 커뮤니티.

5년간 세상과 단절된 그도 기억하는 곳이었다.

검색이 뜬 게시물을 누르니 낯이 뜨겁다.



[속보]우신좌 또다시 1승......jpg


요즘 ‘그 주둥아리’ 때문에 좆같아서 잠이 안 들다가 발견했다.

옛날에 빛우신니뮤가 인터뷰한 건데 ㄹㅇ 개쩖

mdra.co.kr/news/articleView.html?idxno=61629#08nk

파붕이들이 다 읽어볼 리가 없으니 중요한 부분만 잘라옴


첨부 파일 : 기사 일부 캡쳐

내용 :

Q : 파이터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재능이 딱 하나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A : 마음이 강해야 합니다. 팀원을 생각하는 마음, 오그라들 수도 있는데 진짜로 그게 제일 중요해요. 기술을 잘못 배웠으면 고치면 되는데, 사람을 대하는 마음은 고치기 어렵거든요. 가면 갈수록 개인 역량보다는 팀워크가 더 중요한 스펙이 될 거라고 봐요.


스무 살에 미래예지까지 하신 이우신 장군님...

‘그 주둥아리’가 팀원들한테 지랄해 놓고는 언플하는 거 보고 있으니 인터뷰 내용이 딱 맞음

요즘 자칭 1티어들은 실력은 우신좌 반도 안 되면서 인성은 우신좌 반의 반도 안 됨

어쩌다 리그 꼬라지가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그 새끼 포함 인성 빻은 놈들 자격박탈이나 했으면 좋겠는데 ㅅㅂ 어림도 없지



저런 소리를 진짜 했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기자가 포장을 잘 했다.

어쨌거나 해당 게시판에서 많은 공감을 산 글이었다.

쭉 둘러보면 단순히 밈이나 과거의 농담거리로 소모되는 게 아니다.

진심으로 팬들이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나저나 실력이 반도 안 된다고?’


추억 보정이 과도하게 들어갔지 싶다.

5년이면 파이터들이 쓰는 기술이 몰라보게 발전하고도 남았다.

훈련도 전문화되고 인재 풀도 늘어났을 테니 예전보다 파이터들 실력이 월등할 터.

그가 진지하게 훈련이 임하려는 이유 중 하나다.


‘그만큼 팬들이 인상 깊게 기억해준다는 거니까 좋게 생각할까.’


그게 아니라는 걸 몇 시간 지나 알게 됐다.



* * *



그는 자신을 안드레아보다는 이우신으로 의식한다.

천사가 일부러 영혼을 깎아내어 합쳤기 때문이다.

격이 훨씬 높은 천사의 영혼에 인간성이 삼켜지는 사태를 막으려는 배려의 결과.

대부분의 기억과 다소의 권능, 그리고 천사로서의 신성한 격만이 조금 남았다.

따지자면 약 30%만 천사고 70%는 인간이다.


천사가 아니니 천사의 전투법도 무용.

문의 수호자로서 싸우는 법을 훈련받기는 했지만 재현하긴 어렵다.

그러니 오직 성실히 훈련하여 감각을 되살려야 한다.

감독님이 좋은 장소를 잡아 주셨다.


“와! 이우신 파이터 맞으시죠? 저 완전 광팬이었는데!”

“지금은 재활하러 온 퇴물이지만요. 잘 부탁드려요.”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좋기는 하다.

지금은 선수와 팬이 아니라 훈련생과 교관의 관계.

인사는 적당히 넘기고 몸부터 풀기 시작한다.

5년 전에는 본 적도 없는 신기한 기구가 많다.

설마 단계별 실전격투까지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이 대신할 줄은 몰랐다.


“이쪽으로 오세요! 사용법부터 알려 드릴게요!”


교관이 하나 하나 정성스레 사용법을 알려 주면서 시범도 보인다.

묘하게 가깝게 달라붙은 것 같지만 기분 탓이다.

헌신적인 지도로 최신 문물에 빠르게 적응했다.

확실히 예전보다 훨씬 발전됐다는 게 체감이 된다.


“교관님. 기록 재셨어요?”

“네! 그런데, 혹시 몸이 나으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대답하기 민감할 수도 있는데······.”

“며칠 안 됐어요. 오늘 5년 만에 처음 운동하는 거고요.”


예전에 비해 운동 신경이 녹슬었다는 것도 체감이 된다.

교관이 말을 더듬는 걸 보니 기록이 나쁘긴 나쁜 것 같다.

혹여나 옛 광팬을 잃을까 봐 운동이 오랜만이라고 사족을 덧붙인다.

팬 관리는 실로 중요하다.


“기록이 많이 안 좋나요? 솔직히 몸을 어떻게 쓰는지도 가물가물하거든요.”

“아뇨! 기록에는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복귀하실 목적으로 여기 오신 거 맞죠?”

“네.”


불안하게 자꾸 밑밥을 깐다.

설마 복귀할 기본 준비도 안 돼서 연 단위로 훈련해야 하나?

몇 달은 이곳에서 준비하려고 했지만 1년 이상은 곤란한데.


“이우신 님 얼굴을 오래 못 볼 것 같아서 너무 아쉬워요.”

“그건 무슨 의미예요?”

“5년 만인데 어떻게 지표가 현역들이랑 비슷하세요? 당장 복귀하셔도 되겠어요!”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작가의말

본문은 간결체로 적진 않았지만 간결체의 목적을 참고하여 불필요한 내용이나 접사를 줄였습니다!

문단 길이를 줄이고 한 줄마다 한 문장만 쓰는 것도 그러한 목적을 달성함과 동시에 가독성을 확보하기 위함입니다!

작가가 글알못이라며 너무 불편해 하시지 않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힐러인데 다 죽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 힐러인데 다 죽임 4화 19.11.14 36 1 12쪽
3 힐러인데 다 죽임 3화 19.11.14 54 1 12쪽
» 힐러인데 다 죽임 2화 19.11.13 76 1 13쪽
1 힐러인데 다 죽임 1화 - 프롤로그 19.11.13 108 1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