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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괴물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에서 능력얻는 기획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밀괴
작품등록일 :
2019.10.01 20:45
최근연재일 :
2019.12.02 23:00
연재수 :
6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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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77
추천수 :
112
글자수 :
606,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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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0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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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쪽

43화

DUMMY

어두운 밤의 자동차 안에서 굳어버린 남자를 조심스럽게 달래주는 여자.


“괜찮아. 뭘 걱정하고 그래. 헤헤.”


혹시라도 좀비나 늑대인간과 싸우게 될까봐 굳어버린 수호를 수하는 달래주었다. 콩깍지가 씌어도 단단히 씐 수하는 수호가 겁이 많은 것까지도 귀여웠다. 으어어 소리를 내는 것까지도 귀여워서 웃음이 날 정도였다.


“하아...”


수호는 자책했다.

과거의 나란 녀석은 왜 게임에 이상한 걸 자꾸 집어넣은 건지. 어쩐지 늑대인간 아니면 좀비가 나올 것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에 수호는 [체험]에 슬며시 걱정이 되었다. 물론 좀비나 늑대인간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난이도가 올라가면 수하를 제대로 돕지 못할 것이 걱정되었던 수호였다.


“오빠 오빠.”

“어.”

“그러면 청소 그건 뭐야?”


수하는 말을 돌렸다.


“청소... 하아... 그것도...”


수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과거의 나는 도대체 어떤 인간이었단 말이냐... 젠장. 기억은 왜 이렇게 생생한 거야...’



* * *



청소 게임을 떠올린 건 마피아 게임보다는 조금 더 오래전의 일.


어느 날 수호는 우연히 한 영상을 접했다.


“도대체 이런 걸 왜 보는 거야? 아우 극혐!”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본 피지 제거 영상과 귀지 제거 영상이었다.

처음에는 극혐했다.

그렇지만 뒤이은 게시물로 청소하는 영상과 고압 세척기로 까만 벽돌을 하얗게 바꾸는 모습들이 수호에게는 게임 영감이 되었다.


“캬... 이것도 보다보면 은근히 쾌감이 있다니까.”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만드는 쾌감.

마치 숨쉴 때마다 답답했던 코딱지가 펑 떨어지는 느낌.

비록 19금 쪽으로 한수호란 남성은 깨끗한 것을 더럽히는 가학적인 취향에 가까웠지만, 일상생활에서는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에 조금 더 기분이 좋은 정상적인 취향에 가까웠다.

역시 그저 빛 속성이라고 해야 하려나?


“흐음... 이걸 게임으로 만들 수 있을까? 그러면 그냥 슥슥 문지르면 깨끗해지는 걸로 할까?”


그런데 그러면 너무 단순했다.


“사람들이 각자 더럽다고 생각하는 것을 사진으로 찍고 그걸 변환해서 오염물로 실시간 처리하고 다시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 기획자는 기획을 할 뿐이고 만드는 건 공돌, 아니, 프로그래머의 몫.

수호는 넌지시 수용한테 물어봤다가 대답으로 2천 억짜리 슈퍼컴퓨터를 사주면 개발해주겠다는 말을 듣고는 포기했다. 무능한 프로그래머 같으니라고. 물론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낸 적은 없었다.


“음...! 그럼 이런 건 어떨까? 환경오염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게 전 세계적인 스케일로 북극과 남극부터... 그렇게 노벨...”


당장 본인부터 일회용품을 애용하는 수호였기에 환경적인 것도 양심적으로 포기하기로 했다.


“그래. 역시 그래도 판타지가 있어야지.”


결국 삼국지에 이종족을 섞었던 판타지 장인답게 수호는 판타지 요소로 작은 청소 용사들을 준비했다.



* * *



다시 시간은 마피아 게임의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거실.


“일단 보시죠.”


수호는 게임 소개에 앞서 위튜브에 올라와 있던 각종 클린 영상들을 시청케 하였다.


“으으! 야! 이거 뭐야?!”

“도, 도련님?”


첫 타자는 귀지 제거 영상.

그것도 의학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수준에서의 시술에 가까운 귀지 제거 영상이었다.

스으윽.

어딘가 번쩍이는 은빛 도구가 귀에 들어갔고, 나올 때는 홀몸이 아니었다. 평범하게 누런 것이 아니라 낯선 까만 것이 낑낑 동반되어 나왔다.


“야! 한수호!”

“어허! 잠시만 참고 봐주세요~.”

“아니 뭐냐고? 야 이걸 우리가 왜 봐!”

“아하하, 죄송 죄송. 그래도 너무 극혐인 장면은 안 나오니 조금만 참고 일단 봐주세요.”


비록 귀지나 피지 제거 영상은 살짝 혐오 요소가 있기도 했었지만, 원래부터 미성년자도 관람이 가능한 등급의 영상이었다.


“어때? 소감이 어땠어?”

“어우... 이런 걸 천만 명이 넘게 봤다고?”

“응. 꼭 명수로 따질 수는 없긴 해도, 조회수가 이천만이 넘으니까 대충 그쯤은 되지 않았을까? 일단은 그래.”

“아니, 진짜 요즘 사람들은 이해를 못 하겠네. 뭘 이런 걸 왜 봐.”

“아 그래~? 흠... 은근히 깐깐하시네. 좋아. 그럼 조금만 더 참고 봐봐. 이게 보다보면 적응 되어서 나중에는 은근히 볼 만 하다니까~.”

“야~! 안 봐.”

“한 번만 더 보자. 이번에는 다른 거임.”


수용은 절대로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다섯 번째 귀지 제거 영상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어우, 엄청 시원하겠다...”라는 말을 내뱉었다.


“허 참... 거 봐유. 사람 일은 잘 모르쥬?”

“......”

“그러니께 인생이란 한치 앞을 모르는 거예유. 앞으로는 단언하지 말아유.”

“야 알았어. 그런데 너 말투는 왜 그래.”

“큭큭큭. 그냥 해봤지. 자~ 다음 영상은 좀 보기 편할 거야. 아... 이걸 먼저 보여줄 걸 그랬나?”


다음 재생 영상은 고압세척기.


고압세척기란 고압으로 물을 뿜는 기구.

촤아아악!

물을 뿜었다. 어디에? 더러운 곳에.

하얀 물줄기가 지나가는 곳으로 까만 바닥이 본래의 색으로 바뀌는 마법 같은 영상이 재생되었다.


“와... 고압세척기 나도 하나 사고 싶다.”


역시나 수용은 홀린 듯이 중얼거렸다.


“으이그, 자기야, 우리는 마당도 없는데 뭐하게?”

“어? 에이... 우리 마당 딸린... 아니야. 어허허. 그냥 그렇다는 거지 뭐... 허허허.”


역시 장비란 항상 남자를 자극하는 것이었으므로, 고압세척기에 이어 등장한 스팀 청소기와 각종 전문적인 청소기기들은 조금 더 한수용의 호감을 샀다.


“와! 도련님, 이거 뭐예요?”


물론 뒤이어 등장한 가스레인지의 기름때와 후드 등의 청소 영상은 주부인 유지애의 관심을 끌기도 했고.


“야 저거 어떻게 저런 데서 사냐.”

“어머어머, 어떻게 저런 데서 살아요?”


그리고 두 사람은 전문 청소 업체가 쓰레기장과 같던 집을 청소하는 영상에서는 드라마틱한 Before & After 에 살짝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했다. 조회수가 높은 것에는 당연히 이유가 있지 않을까?


“와~.”

“엄마야~!”

“우와~! 대박! 저게 저렇게 된다고?!”


그렇게 뜬금없는 위튜브 영상 시청 시간이 끝이 났다.


“자~ 이 영상들의 공통점이 뭘까요오~?”

“...청소?”

“아... 혹시 도련님이 준비하신 게 청소하는 게임이에요?”


정답! 수호가 준비한 건 청소하는 게임이었다.


“그렇습니다! 짜잔~! 유저가 운용할 수 있는 유닛들은 이렇게 작은 용사들입니다.”


종족은 인간, 엘프, 드워프, 수인족, 켄타우로스.


“어? 판타지 삼국지?”

“아니, 아니. 장수들은 아니잖아. 몬스터 진영도 빠졌고. 그냥 판타지일 뿐이야.”

“......”

“뭐요! 판타지 나고 삼국지 났지. 삼국지 나고 판타지 났어?! 어?!”


이때는 판타지 삼국지도 일종의 트라우마. 수호는 은근히 까칠하게 반응했다.


“아~! 아무튼! 이렇게 작은 유닛들이 청소를 하는 게임입니다~!”


이번에 수호가 준비한 게임의 아이디어는 일종의 전략 퍼즐 게임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니까 먼지괴물이나 해충, 쥐와 같은 것들과 싸우면서 오염의 근원을 제거하는 게임이라는 거지?”

“넵!”

“게임은 퍼즐로 나오는 것들 조합을 유저가 한다고?”


같은 색깔 세 개로 터트리는 조합인데, 유저가 종족과 직업으로 그 색들을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간단한 퍼즐 게임도 한 번 비틀은 것이었다. 그리고 퍼즐별로도 조합식이 있어서 단순한 색깔과 모양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조합표가 있었다. 예컨대 속성에 ‘물’, ‘불’, ‘대지’, ‘바람’이 있다면 ‘빗자루’, ‘걸레’, ‘찍찍이 테이프’, ‘스크래퍼’, ‘진공청소기’, ‘솔’, ‘로봇 청소기’ 등의 문양이 있어서 조합으로 시너지를 내는 것이었다.


“응응. 형도 그 정도는 만들 수 있지? 프로 개발러잖아.”

“야! 이 정도는 껌이지. 아 그리고 그거 어감 안 좋다. 말조심해.”

“넵. 헤헤. 죄송죄송. 아무튼 발라~주세요!”

“아니! 아 이 자식이 진짜 말이나 못하면... 쯧! 너 앞으로 수연이랑 놀지마. 참 나...”


같은 말을 해도 밉지 않은 사람이 있다. 수용은 피식 웃고는 다음 내용을 확인했다.


“그런데 맵이... 진짜... 너 답다. 귀지, 핸드백 안, 싱크대, 렌지 후드, 뷔페 테이블, 인형의 집, 쥐구멍, 문방구, 컴퓨터 내부, 에어콘 내부, 침대 밑, 자동차 실내... 참 생각하는 것도 너답다.”

“앗! 칭찬이야?”

“큭큭, 칭찬이겠냐? 도대체 이런 생각을 어떻게 한 거야?”

“게임에는 익숙한 것이 좋다며. 그러니까 맵이라도 익숙한 거야 하지 않겠어? 다들 저마다 지저분한 무언가를 하나씩은 품고 살잖아요.”

“......”

“아 이걸 안 웃어주네.”

“에휴... 내가 너랑 말을 말아야지... 그래. 그러니까 컨셉이 스테이지 깨고 난 후에 더러워진 장소를 깨끗한 것으로 바꿔서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넵. 뭔가 좀 극적으로 보여줬으면 좋겠어. 임무 성공도에 따라서 차등을 줘서 이펙트도 달리 주고... 그리고 말이지.”


반대로 말하자면 깨끗해야 할 것을 더럽게.

반전의 카타르시스.

그래서 변태 기질이 농후한 수호가 포인트로 준 건 아주 예쁜 여자 캐릭터에게 막 오염물을 덕지덕지 붙여 놓고 깨끗해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너는 진짜... 우리 막둥이 원래 안 이랬는데... 하아.”

“크흠 크흠.”

“야 그런데 그거 원래는 반대로 되어야...”

“여보!”

“어어어?! 뭐? 내가 뭐라고 했어?”


아무튼 그런 요소도 있었다.


‘앗 그것도 좋긴 하네... 반대로 더럽히는 게임도 생각해볼까? 청소부들을 피해서 마구 오염물을 뿌리고 다니는 거지? 흰 옷에 검은 먹물을 막 뿌려? 오우야...!’


예컨대 썩은 토마토나 달걀 등을 던져 얼룩을 만들고 정돈된 물건들을 마구 헤집어 놓으면서 점수를 얻는 게임은 어떨까?


“야! 또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이것도 문서로 일단 정리해봐.”

“어? 어! 넵! 형수님도 괜찮아요?”

“네. 도련님. 짱!”

“헤헤헤.”


그렇게 일단은 작은 청소부라는 컨셉의 게임도 아이디어 목록에 통과했었다. 그러니까 이 날의 프레젠테이션은 판타지 삼국지 세상으로 가기 세 달 전의 일들이었다.



* * *



수하는 수호의 얘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왠지 눈이 절로 차 안이 깨끗한지 보게 되는 그런 이야기였다.


“아하. 그랬구나.”

“......”

“오빠 차 깨끗하다. 응? 표정이 왜 그래~? 이번에는 정상적인 게임인데. 킥킥.”

“하아... 웃겨?”

“그럼? 오빠가 그렇게 있는데 안 웃겨? 푸하하하.”


웃어야지.

풀이 죽은 수호를 보고 웃지 않고 뽀뽀를 할 수는 없지 않는가.


“아무튼 그래.”

“헤헤, 그러면 기획서들이 다 그때부터 만든 거였어?”

“어... 뭐... 그때 가을부터 형을 졸랐었으니까... 본격적인 건 겨울부터 한두 달 정도?”


수하는 계속 대화를 유도했다.

좋아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 그것도 내가 알지 못하는 과거의 이 사람은 어땠는지를 듣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응. 그리고 그곳으로 건너가기 전까지...”


그러니까 마피아 게임과 청소 게임 이후 3개월은 그러했다.



* * *



판타지 삼국지 세상으로 넘어가기 얼마 전에 한수호는 마피아 게임과 청소 게임에 이어 수많은 아이디어들을 통과 받았다.


“알았어. 그래. 까짓것 한 번 해보자!”

“어예~!”

“그럼 아무래도 마피아 게임이 간단하니까 이것부터 개발 들어간다!”

“넵! 우리 형,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호호호, 형제가 같이 게임을 만들다니. 저도 응원할게요.”

“아니, 형수님은 왜 빠지세요? 형수님이 우리 아트 팀장님이신데... 형이랑 저랑만 있으면 그림은 누가 그려요.”


기획에 한수호, 개발에 한수용, 디자인에 유지애.


“호호호. 그럼 서윤이는 누가 봐요~.”


그럼 애는 누가 키우냐고?


“아 그건 제가 볼게요! 저야 어차피 기획 내고 나면 하는 일도 없는데. 흐흐흐. 저는 운전이랑 육아 담당. 아! 커피도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제가 커피 잘 타거든요. 아시죠? 흐흐흐.”

“호호호, 도련님 정말요?”

“네~. 그럼요. 제가 커피숍 알바만 반년을 했는데요. 운전은 아시죠? 무사고 3년! 드립도 착 착 착! 서윤이도 제 말 잘 듣는 거 아시죠? 그러니까 형수님은 걱정 마시고...”


그리고 수호와 유지애가 죽이 척척 들어맞는 모습을 오늘도 질투하는 한 남자.


“야! 무슨 기획자들이 그냥 노는 줄 알아?”


물론 수용의 이 발언만큼은 공적인 발언이었다.


원래 기획자는 아이디어만 내고 끝인 직업은 아니었다.

보통 회사마다 다르기야 하겠지만, 대한민국의 어떤 회사가 노는 인력을 그냥 두고 보는 것이 있는가. 그러므로 기획자 역시 한가로울 시간은 없었다.

그래서 올바른(?) 기획자의 역할이란?

일단 하나를 기획한 후에도 바로 다음 기획들을 짜야하고, 계속해서 수정되는 사안을 조율해야 하며, 게임 개발 과정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에 대해서 일종의 욕받이 컨트롤 타워라고 보는 게 일반적인 이야기였다.


“흐헤헤헤! 아 뭐! 그럼 다른 기획자도 부르지 뭐. 형 아는 사람 중에 누구 없어? 이거 이거 사장이 그런 자질구레한 것까지 신경 써야 해? 아 한 팀장님, 이거 이러실 거예요? 실망인데요? 유 부장님, 팀장님 관리 좀 해주세요.”


그리고 수호는 그런 기획자가 될 생각은 없었다. 게임을 만드는 건 좋지만 기획자로 쥐어 짜일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뭐 인마? 하... 아... 그것도 맞는 말이기는 하네... 젠장.”


꺄르르 웃던 유지애가 정색하고 수용의 험한 말을 제지했다.


“호호호. 여보! 고운 말~.”

“어? 어, 알았어. 하아... 미안... 아니, 이거 진짜 이대로 괜찮은 거 맞아?”


그렇게 수용이 퇴사 준비와 함께 마피아 게임의 코드를 짜기 시작한 것이 두 달 전.


“얌마, 형 오늘 사직서 냈다.”

“올~ 출사표!”

“뭐래. 출사표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그런데 인수인계 때문에 설날 때까지는 있어야 할 것 같아. 어차피 우리도 이것저것 준비해야 될 거 많으니까. 괜찮지?”

“응. 완전 괜찮지. 그런데 형, 이런 아이디어는 어때?”


이때가 문제의 추가 모드가 등장한 시점.


“뭐? 좀비 모드?”

“응. 큭큭큭, 마피아와 시민 대신에 좀비랑 시민인데. 무조건 말 못하고 ‘으’랑 ‘어’로만 게임 해야 하는 거야. 어때? 웃기겠지?”

“으?”

“어.”

“어?”

“으.”

“야 인마! 이게 뭐야?!”

“으어어어.”

“야! 너 진짜!”

“아니, 직접 하면 재미있을 거라니까! 아 진짜 뭘 모르시네. 한 번만 해보라니까. 정말임. 리얼. 진짜 진짜.”


이때 수호의 애교는 천하제일.


“하아...”

“마! 행님아! 함 해봐라! 츄라이 츄라이!”


스물다섯 살이나 먹었지만 막내의 앙탈은 매력적이었다.


“하아, 내가 한 번만 져준다. 으휴.”

“흐흐. 감사요.”

“알았어. 딱 한 번만 한다!”

“으어어.”


대충 알겠다는 뜻.


“하이 씨... 그래. 으으으.”

“어어어.”

“으으?”

“어어어!”

“으으으...?”

“으어어?”


수용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으... 안 해! 야! 이게 자꾸 형을 갖고 놀아! 너 이거 장난 맞지?”


그걸 한참 뒤에야 알았으니 형제의 눈치 없음은 집안 내력일까?


“으어어!”

“으어어 하지 말라고!”

“으어억! 으어!”


이번에는 진짜라는 뜻.


“아... 말을 하지... 미안.”


아무튼 그러한 일을 거쳐 좀비 모드는 기획서에 오르고 말았다.

유지애가 재미있을 것 같다고 한 표를 쾌척해주었던 것.

물론 이미 개발 중인 시스템에 텍스트 몇 줄만 추가하면 되는 것이라 딱히 어려울 것이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어차피 그림이야 유지애가 그리는 것이었고, 한수용이야 유지애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하 씨... 괜히 동업을 한다고 해가지고...”

“뭐? 형수님!”

“야! 야! 야 이 나쁜 놈아!”

“뭐요?”

“아... 알았어. 그럼 좀비, 늑대인간, 마녀... 이게 다지?”

“글쎄...?”

“야! 하나만 해! 하나만!”


아무튼 그렇게 수호도 놀지만은 않고 계속해서 아이디어들을 다듬어나갔다. 그 사이에 수용의 사직서가 수리되었고, 인수인계 짬짬이 개발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비록 이때 갑자기 수호가 발을 빼버리는 일도 있긴 했지만, 어차피 하는 일이 없었던 수용은 혼자서 계속 제작을 이어왔던 것이었다.


그리고 수하를 만나고 게임 회사를 다시 시작하기로 한 후.


“아 맞다. 우리 언제 출시하냐?”

“어?”

“마피아 그거. 이제 좀만 다듬고 출시만 하면 되는데?”


그러니까 이미 출시만 기다리던 게임이었다.


“벌써?”

“뭐 벌써야. 저번에도 말했잖아. 어려울 것 없다니까. 그게 뭐 어렵다고.”

“어... 그런데 일단 스탑!”

“응?”

“어... 일단 정식으로 창업 끝나고! 그때 알려줄게. 일단 스탑!”

“......?”

“그래도 잘 했다. 형 고마워. 역시 형뿐이야. 흐흐.”


그랬었던 것이 첫 번째 미션으로 유력한 [다 같이 마피아 게임].



* * *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 새 야심한 밤이 되었다.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응. 헤헤.”

“웃겨? 에휴... 아 맞다. 너 얼른 들어가 봐.”


자기도 모르게 중간부터는 그저 옛날 추억처럼 신나게 떠들어대었던 수호가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를 마무리하려고 했다.


“아 잠깐만! 오빠, 나 할 말 있어.”

“응?”

“오빠, 오빠.”

“응? 왜?”

“내가 생각해봤는데...”

“으응?”

“나 위튜버 할래.”


위튜브(WeTube)는 사용자가 동영상을 자유롭게 올리거나 볼 수 있는 굿유의 콘텐츠 호스팅 웹사이트. 그리고 현재 전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으로 대한민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고 있는 곳에 영상을 올리는 이들을 흔히 위튜버라 불렀다.


“어? 뭐?”

“왜? 그때 오빠가 나보고 위튜버 하라며.”

“아니, 그건...”


장난이었지. 수호가 수하에게 키즈 채널 위튜버가 딱이라고 했던 건 어리다고 놀리면 발끈하는 수하의 반응이 재미있어서 그랬을 뿐이었다.


“그건 뭐?”

“그냥 해본 소리였지... 야 너는 학생이 공부할 생각이나 해.”

“오빠는?”

“그게 나아느은... 아 씨... 하여튼 한 마디를 안 져요.”

“프히히히.”

“웃지 마. 너 노래 미션 때문에 그래? 그건 조금 생각해보자니까.”


물론 키즈 채널 위튜버는 장난이었지만, 수호도 인터넷 방송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다만 지금 일단은 게임에서 어떠한 능력을 얻을 것인가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기술은 일단 익혀두면 어디에든 쓴다는 말. 그건 수호와 수하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말이었다.


“아니야. 오늘 오빠 말까지 듣고 생각해보니까 이게 제일 좋은 거 같아.”

“좋긴 뭐가 좋아. 네가 뭐 하게?”

“헤헤, 오빠아~ 내가 뭐 할 거 같아?”


수호의 무시 섞인 말에도 수하는 웃으며 도리어 퀴즈를 냈다.


“뭐? 노래 할 거 아냐?”

“아닌데~?”

“엥? 뭐야. 노래 미션 하려고... 아니야? 아니면... 에이, 너 설마 뷰티 그런 건 아니지?”


수호의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이 뒤따라 붙었다.


“......”

“야~ 그건 좀 선 넘는 거 아니야? 뷰티는 아무나 하는 줄 알아? 큭큭, 우리 수리 좀 웃겼어? 큭큭큭.”


조금 전 수하가 손을 잡아주며 나름 진정을 했던 수호였지만 역시 놀리며 장난을 치는 것이 여유를 찾는 데는 최고였다. 사실 여유를 찾았기에 놀리는 서순이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원래 수호와 수하에게는 선후관계가 보통의 사람들과 똑같을 수는 없었다.


“......”


이 오빠가? 수하의 고운 이마에 살짝 핏줄이 돋았지만 한 번 참기로 했다.


“그것도 아니야.”


아무튼 그것도 아니었다.


“에이~ 뭐가 아니야~. 맞지? 내말 맞지?”

“아니라고.”

“아냐?”

“응. 아니야.”

“정말? 너 진짜 뷰티도 아냐?”

“응.”

“아 그럼 뭐지? 노래도 아니고 뷰티도 아니고... 야! 너 설마...”


순간 수호의 머릿속으로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댄스를 추는 여성들의 영상이 스쳐 지나갔다.


“설마 뭐?”


수하는 이번에도 살짝 올라간 입 꼬리로 태연하게 되물었다.

에이, 그건 아니겠지?

수호는 입 밖으로 흉측한(?) 단어를 꺼내기 전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설마 뭐어~? 빨리 말해봐.”

“아, 아니야.”

“뭐? 바른대로 말해. 뭔데?”


가늘어진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수하의 눈을 피해 수호는 서둘러 화제를 전환시켰다.


“야아... 나는 좀 그렇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

수호는 머릿속으로 했던 생각을 수하가 눈치 채지 못하게끔 일단 수하를 놀리기로 했다.


“응?”

“나는 우리 수리 그래도 자존심은 있는 줄 알았는데... 결국 키즈 위튜버를 한다고 하네.”

“...응? 뭐?!”


이번에는 수하도 예상치 못한 수호의 공격에 잠깐 타이밍을 잃었다.


“큭큭큭.”


수호는 웃음을 터트렸고, 정신을 차린 수하와 옥신각신 다정하게 투닥거렸다.


“그래서 진짜 뭐할 거야?”

“알고 싶어?”


수하는 도도하게 물었다.


“눼에~. 알고 싶습니다.”

“알려주세요.”

“아우 씨... 또 시작이다.”

“알기 싫어?”

“야! 그냥 좀 알려줘라. 꼭 이런다니까. 이게 너 혼자만의 일이냐? 뭔 또 유세를 떨고 있어 이 기집애야!”


수호가 볼멘 소리를 했지만, 수하는 차분하게 대응했다.


“그래서 싫으냐고.”

“......”

“나 안 알려줄래.”

“아 알았어. 우리 예쁜 수리님, 알려주십쇼!”


10년이나 된 나름 유서 깊은 둘 만의 장난(?)이었지만, 예쁘다는 말에 수하는 배시시 기분이 좋아졌다.


“헤헤, 게임 위튜버 할 거야!”


그리고 갑자기 수하의 입에서 나온 게임이란 말에 수호는 순간 멍해졌다. 게임 속 세상에서 온 소녀가 게임을 하면... 어라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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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1화 +1 19.12.02 37 1 24쪽
60 60화 +2 19.11.30 35 1 24쪽
59 59화 +3 19.11.28 39 1 22쪽
58 58화 +2 19.11.26 41 1 21쪽
57 57화 +2 19.11.24 37 1 18쪽
56 56화 19.11.23 41 1 23쪽
55 55화 19.11.22 36 1 22쪽
54 54화 +4 19.11.20 44 1 21쪽
53 53화 19.11.19 39 1 19쪽
52 52화 19.11.18 42 1 21쪽
51 51화 19.11.16 42 1 22쪽
50 50화 19.11.15 47 1 21쪽
49 49화 +2 19.11.14 51 1 18쪽
48 48화 19.11.13 50 1 24쪽
47 47화 19.11.12 50 1 26쪽
46 46화 19.11.11 52 1 22쪽
45 45화 19.11.09 55 1 22쪽
44 44화 19.11.08 56 1 21쪽
» 43화 19.11.07 58 1 22쪽
42 42화 +2 19.11.06 61 1 21쪽
41 41화 +4 19.11.05 64 1 22쪽
40 40화 19.11.04 57 2 24쪽
39 39화 19.11.02 58 2 24쪽
38 38화 19.11.01 62 1 23쪽
37 37화 19.10.31 57 1 24쪽
36 36화 +2 19.10.30 61 1 22쪽
35 35화 19.10.29 64 1 22쪽
34 34화 19.10.28 61 0 23쪽
33 33화 19.10.26 72 1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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