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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괴물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에서 능력얻는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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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괴
작품등록일 :
2019.10.01 20:45
최근연재일 :
2019.12.0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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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0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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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39화

DUMMY

유비, 관우, 장비, 조조, 제갈량, 여포, 조운, 초선 등등 인지도별로 4성 장수가 40명. 당연히 그 다음에는 3성 장수의 차례였다. 삼국지에는 참 유명한 이들이 많았고, 때문에 다행히 삼알못인 수호도 아는 이들이 족히 40명은 충분히 넘겼다.


[한수호] 형! 계륵 알지?

[한수용] 내가 바보냐. 알지. 양수?


조조에게 밉보여 목이 댕강되어버린 비운의 책사 양수.

그, 아니, 그녀의 종족은?

대한민국에서는 트롤이라는 단어를 체력재생 의미 이외에 트롤러라는 의미로도 사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수호가 정한 양수의 종족값도 트롤이었다.


[한수호] 와 한수용! 한수용! 한수용!!!

[한수용] -_-

[한수호] 의왼데? 나 깜짝 놀랐자너~

[한수용] 이 자식이! 내가 너보다 훨씬 공부 더 잘했거든!!!

[한수호] ㅋㅋㅋ 예체능이?


한수용은 고2까지 유도를 했었고, 한수호는 나름 인문계에서 프로게이머 지망생이었다.


[한수용] 그래서 님 수능 점수 몇 점?

[한수호] 어? 어... 그래. 양수 그 친구도 트롤로 넣자고. 그 말 하려고 그랬어. ㅇㅅㅇ


불리한 답에는 대답하지 않을 권리가 있었다.

수호는 일단 양수를 팔아넘겼다.

물론 훗날에도 낙양에 떨어진 첫날부터 시작하여 여동생이 되고도 여러 번 팔아넘겼던 수호였다.

아무튼 다시 돌아와 작년에 수호는 턱걸이 중에 턱걸이, 그러니까 후보 중에서도 마지막 끝으로 운 좋게 현재 대학에 입학했었다.


[한수용] 얌마? 수능 점수 몇 점이냐고! 왜 말을 돌려?

[한수호] 님아

[한수호] 아니, 한 대리님.

[한수용] 뭐 인마?

[한수호] 점수가 뭐가 중요해요? 지금 전혀 중요한 게 뭔지 모르고 있네. 형? 학교 공부가 전부야? 그렇게 편협한 시각을 가진 사람이었어? 실망이다 진짜.

[한수호] (실망한 표정)

[한수용] 그래? 계속 말해봐.

[한수호] (죄송하다는 표정)

[한수호] (사과 이모티콘)

[한수호] (사과 이모티콘)

[한수호] 두 번 사과했으니 용서해주세요.(_ _)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양수의 컨셉이 중요할 뿐.


[한수호] 아무튼 양수 컨셉은 닭.

[한수호] 그런데 수인족은 아니니까 닭 품종으로 하기는 좀 그렇고.

[한수호] 그러니까 불닭 마니아 막 그런 걸로 불속성 주는 건 어때? 어차피 버전 여러 개 만들 건데. 한 개는 불속성으로 다른 건 뽀얀 국물 삼계탕 마니아 양수해서 수속성 주자. 후라이드 마니아로 토속성 주고. 이거 굿 아이디어 아님?

[한수용] 뭐? ㅋㅋㅋ

[한수용] 그리고 뽀얀 국물은 또 뭐야???

[한수호] 자고로 여자 피부는 뽀얀 게 매력 아니겠어? ㅇㅅㅇ)b

[한수용] 그건 맞다만... 순수한 내 동생은 어디 갔니?

[한수호] 미국 갔어여~.

[한수용] -_-;;;


그렇게 탄생한 것이 불닭갈비 마니아.

양수.

연녹색 피부의 빨간 머리 소녀가 얼굴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매운 닭갈비를 먹고 있는 일러스트였다.

그래서 판타지 삼국지 세상에서 수호가 만난 양수는 불 속성의 마법사에 닭고기를 좋아하고, 매운 것을 잘 먹으며, 땀도 많았으며, 성격이 다혈질인 것이었다.


일단 정사나 연의의 양수와는 사실상 상관이 없었다.


덕조 양수(175~219).


양수는 후한 말기의 중신인 양표의 아들로 어머니는 원술의 누이. 사촌 매형은 손권. 보통 삼국지에서는 명문가로 사세삼공이라는 수식어로 원소가 유명했지만, 사실은 양수도 그에 못지않은 명문가 출신이었다.


다만 소설을 쓸 때쯤에는 삼알못에서 삼어알(삼국지를 어느 정도는 앎)이 된 수호가 나무위키를 참고하면서 글을 썼었다.


“아저씨? 좀 사시나 본데 우리 집안도 만만치 않거든?”


물론 명문가의 자제치고 말투가 예스럽지는 않았었지만.


또 양수는 어릴 적부터 머리가 굉장히 비상하여 그 재능에 관한 일화는 계륵 말고도 참 많았고, 10문 10답은 아니지만 조조의 뜻을 먼저 헤아려 맞힌 일화만 십여 가지에 달했다.


“아! 또! 오라버니가 뻔하지 뻔해!”

“아니, 내가 뭘?!”

“뭐긴 뭐야! 됐어! 이리 와! 아 진짜! 빨리 안 와?! 나 진짜 화내?!”


그래서 수호의 마음을 척척 맞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물론 단순히 그래서만은 아니었다. 짝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상대의 마음을 읽으려 애를 쓰기에 좀 더 잘 알뿐이었다.


아무튼 조조의 퀴즈쇼의 정답자지만 눈치 없이 굴었던 일화들도 많았다.

인재풀이 빵빵한 조조 진영에서 조조의 속마음을 알아차리는 사람들은 양수 말고도 많았지만, 대부분은 알아서 처신을 잘 해서 조조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았던 것에 반해 양수는 대놓고 조조의 성질을 긁었던 것들이었다.


“이봐요! 맹덕 씨! 그렇게 간보지 말고! 똑바로 행동해요! 알았어요?”

“야, 양수리 왜 그래. 어? 왜 싸우고 그래. 너 제발 맹덕 공이랑 싸우지 말라니까. 너 그러면 안 돼! 안 된다고!”

“아 오빠는 왜 맨날 나한테만 그래! 아 씨... 짜증나!”


다만 지구의 삼국지라는 스토리와 판타지 삼국지 세상은 수호가 원작자인 판타지 삼국지 게임이라는 사실을 모를 수밖에 없었던 양수였기에, 수호가 양수와 조조의 분쟁을 최대한 피하려는 이유는 알 수는 없었다.


아무튼 그러했다.

양수가 트롤이었던 이유는 한수호 때문이었고, 그래도 그 덕분에 양수는 192년의 낙양에서 수호를 만나 함께 모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했다.

물론 그건 이 시점에서는 수호도 의도치 않았고 아무도 알 수 없을 일일 뿐이었다.


[한수호] 아무튼 양수는 그런 식이고.

[한수용] -_-;;;

[한수호] 왜? ㅇㅅㅇ???

[한수용] 아니야. 그러면 양수 콘티도 김 팀장님한테 보내드릴게.

[한수용] 근데 막둥?

[한수호] 응?

[한수호] 너 왜 김 팀장님이랑은 톡 안 해?

[한수호] 아 다음은 개개인 컨셉이 아니라 전반적인 그냥 컨셉들인데.

[한수용] 얌마

[한수호] 형 이게 진짜 중요하니까 꼭 전해줘야해. 내가 했단 말은 하지 말고. 비밀임.


양수를 비롯하여 그밖에도 수호는 다채로운 아이디어를 냈다.

수영복 컨셉, K-POP 아이돌 컨셉, 미소녀 마법전사 컨셉, 미스코리아, 아니 미스삼국지, 스포츠 선수, 교육, 보건, 치안, 입법(?), 사법(?), 치안, 행정,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직 등등의 컨셉들을 막 불렀다.


‘어차피 내가 그리는 것도 아닌데 뭐... 흐흐흐.’


참고로 디즈니 공주 컨셉과 할리우드 영화의 히어로 컨셉들은 저작권 문제로 큰일이 난다고 해서 빠졌다.


[한수호] 아... 디즈니는 진짜 기대했었는데... 진짜 예쁠 거 같은데. 그거 로열티 그런 거 주고 하면 안 돼?

[한수용] 안 돼.

[한수호] 왜 안 돼?

[한수용] 그게 말이 되냐! 그게 얼만데!!!

[한수호] 아 돈이 많이 들어? 돈 좀 쓰면 안 돼? 쪼잔하네.

[한수용] 우리 회사 팔아도 안 돼.

[한수용] 정 그러면 네가 군대에서 한 30년 말뚝박으면 내가 건의는 해볼게.

[한수호] 앗!!!

[한수호] 말넘심ㅠㅠ

[한수호]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러면 그 대신 무조건 메이드 복장은 있어야 한다고 봐.


메이드 삼국지. 캬.


[한수호] 고것은 인생의 진리.

[한수용] 메이드???

[한수호] 거절은 거절한다 휴먼.

[한수호] 짜잔~!!! 내가 컨셉도 준비했지!!!

[한수호] (메이드 사진1.jpg)

[한수호] (메이드 사진2.jpg)

[한수호] (메이드 사진3.jpg)

···

···

···

[한수호] (메이드 사진27.jpg)

[한수용] 그만!!! 그만해!!!

[한수호] ㅇㅅㅇ?

[한수용] 알았다고! 내가 전달할게! 알았으니까 그만 해!!!!

[한수용] 그리고 타락하지 마 제발ㅠㅠ

[한수용] 막둥아... 형이 미안해ㅠㅠ


수용은 도중에 폭주해버린 한수호를 바로 디자인 팀장 김도희에게 떠넘겨버렸다. 한때 여성 켄타우로스의 스타킹 착용 문제 건으로 수호가 도망 다니던 김도희였다. 아무래도 아직 여린 수호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하드한 취향의 전문가라고 할까나?


[김도희] 자기는 이런 취향이구나? ㅎㅅㅎ

[한수호] 네? 뭐가요?

[김도희] 어머나~ 애기애기하게 생겨서^^

[김도희] 여자 친구들이 참 좋아하겠다. 자기 학교에서 고백 받은 적 없어? 썰 좀 풀어봐 ㅎㅎㅎㅎㅎ

[한수호] 팀장님, 저기 저는 컨셉 얘기만 하고 싶은데요^^:;;

[김도희] ㅎㅎㅎ 지금 얘기하잖아^^

[한수호] 아 그럼 컨셉은 어떻게 괜찮으셨어요?

[김도희] 그러니까 고백 얘기부터 좀 할까? ㅎㅎㅎ


결국 수호는 탈주할 수밖에 없었다.


‘아... 탈주 닌자 컨셉도 넣을까? 도망자라던가... 오! 좋다.’


그러나 학기가 종료된 후에도 계속 피해만 다닐 수도 없는 일이었다. 시련을 피할 생각만은 없었다. 도리어 수호에게는 입대일은 판타지 삼국지에 대해 말을 할 수 있는 시간은 한 달 밖에 남지 않은 셈이었다.


‘훈련소에서는 전화 사용을 못한다니까...’


마음이 급해진 수호는 아예 짐을 싸들고 수용의 집으로 올라와 판타지 삼국지 제작에 박차를 가했다.


“음~. 수호 씨, 결국 잡혀왔구나? 킥킥.”


아니, 수호가 자원한 것이었다.


“아... 팀장님, 하하, 안녕하세요.”

“호호호, 우리 그러면 이제 자기 취향에 대해 마저 말해볼까?”

“네? 제... 취향이요?”


결론은 헐벗은 메이드 수인족?


“아니, ‘헐벗은’이란 표현은 좀...”


틀린 말은 아닌데 적당한 말은 아니었다.


“그럼 노출 많은?”

“아니... 팀장님, 노출도...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른데 꼭 표현을 그렇게 하셔야 해요?”

“그럼 뭐?”


좋은 말이 있을까?


“어... 그냥... 여름옷이라던가... 시, 시원한 옷이라던가... 크흠. 크흠...!”

“풉. 좋아. 큭큭, 그래. 일단 그런 거네. 그러면 호 동생은 귀가 좋은 거야 꼬리가 좋은 거야?”

“......”

“아니면... 둘 다? 욕심쟁이?”

“흠흠... 그런 음해성 질문에는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그리고 호 동생도 어쩐지 호칭이 이상해요...”


그렇다면 과연 수호의 취향은 무엇일까?

수인족의 상징은 ‘귀’와 ‘꼬리’.

사실 나중에 판타지 삼국지 세상에서 만날 양수는 그 답을 알고 있었다. 물론 이때도 수호는 노코멘트였었지만. 그러나 항상 옆에서 수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던 양수는 수호가 귀와 꼬리 중에 어디에 더 반응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정답은 ‘쫑긋쫑긋’보다는 ‘살랑살랑’.


아무래도 바로 눈에 띄는 부위보다는 좀 더 은밀한 곳에 가까운 곳이 한창 피 끓는 청춘 사나이인 한수호의 취향에 가까웠다.


“아 몰라요! 진짜 마음대로 하시고요. 그런 건 좀 묻지 마세요. 제발요...”


물론 이때의 수호는 난적 앞에서 꼬리를 말았을 뿐이었다.


“풉... 푸하하하하하!”

“아! 웃지 마세요! 아니! 팀장님!”

“푸흐흐흑! 킥킥! 아 진짜 귀여워 죽겠네!”


서른셋의 능숙한(?) 유부녀에게 스무 살 청년의 풋풋한 반응은 너무 귀여울 수밖에 없었다.


“아 진짜...!”


비록 연예인처럼 잘 생긴 건 아니었지만, 굳이 따지자면 3성 언저리로는 귀여운 수호였다.

판타지 삼국지 식으로 따지자면 상위 10%?

4성이 3%, 3성이 7%, 2성이 90% 확률이었으니까, 누적 계산으로 10% 안에는 들어간다는 말이었다.


사실 예전부터 그랬다.

아기 때부터 이모들의 사랑을 독차지 했다고 할까?

모친을 닮아 동글동글하면서도 가냘프고 여성스런 얼굴에 햇빛을 안 받아 깨끗한 흰 피부가 순둥순둥한 매력을 발산하는 수호는 동 연령대보다는 연상들에게 매우 귀여움을 받았다.


일명 귀여운 연하남 스타일.


그런데 막상 연애를 하기에는 너무 귀여운 탓으로 새내기 때도 여선배들의 짓궂은 장난의 대상일 뿐 연애를 할 수는 없었던 것이었다.


“아! 가까이! 가까이 오지마세요!”


아무튼 사랑받고 자란 막내답게 장난기는 있지만 태생적으로 부끄러움도 많은 수호는 소리를 빼액 지르고 얼굴이 빨개져있었다.


‘아우우, 심장 아파. 큭큭, 진짜 귀엽네? 우리 아들도 이렇게 귀엽게 자랐으면 좋겠다. 히히히.’


김도희는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래서 한 대리가...!

그리고 곰과科의 생물을 좋아하는 이상취향의 유지애가 도련님, 도련님 했었구나...!


‘아... 이런 캐릭터도 넣어야겠다. 어차피 남캐도 있긴 해야 되니까... 수호야 너는 뭘로 넣어야 되니? 귀여우니까 묘족?’


그리고 타고난 그림쟁이 김도희의 캐릭터에 대한 애정은 상상초월.


“팀, 팀장님? 왜, 왜 그러세요! 악!”

“흐흐흐, 그래서 안 할 거야?”


그래서 안 할 거냐고?


“해, 해야죠... 합니다. 해요!”


결국 수호는 원작자로서 아이디어 제공에 캐릭터 모델까지 되었다. 격렬한 반응과 달리 단순한 얼굴 모델이 전부였지만.


“어머나~ 귀여운 거 봐.”


남자한테 귀엽다는 것은 그다지 칭찬이 아니다.

그렇지만 수호는 당장의 수모를 참아내었다.

아직 판타지 삼국지에 대해서 말하지 못한 것이 많고 많았으니까. 결국 좋아서 하는 일이니 수호는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뻔뻔하게 취향, 아니, 컨셉을 이야기 했다.


“아니, 움직이지 말라구.”

“하아...”

“흐흐, 금방 외곽선만 따고, 우리 컨셉 얘기 해.”


이때의 수호는 몰랐지만 후에 중 대륙에서 이때 컨셉 이야기에서 언급된 이들과 꽤나 만나게 되었다.

우연인지 존재의 장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5속성 모두를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한 원소술사 원소도 이때 나온 아이디어였고, 고슴도치 고순도 그랬고, 불곰 화웅도 그랬다. 물론 불행히도 화웅의 경우에는 듀라한이 된 상태가 첫 만남이었지만... 어쨌든 이때의 시간이 없었으면 판타지 삼국지의 그런 세상도 없었다.


‘보자... 또 다음은 누가 좋을까?’


아무튼 수호는 크리스마스도 새해도 설날도 모두 판타지 삼국지와 함께 하였다.


“형! 도대체 언제쯤 나와?”


입대 전날 까지도.


“응?”

“게임! 게임! 내가 뭐 조카 얘기 하겠어? 게임, 나 군대 가기 전에는 나오나?”

“아...”


가을에 시작된 이야기는 겨울을 지나 봄의 초입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프로젝트는 순항 중.

그렇지만 게임이란 건 하루 이틀 만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수많은 일러스트가 필요한 판타지 삼국지는 더더욱. 때문에 이제 게임은 50%정도 완성된 가운데 예정되었던 수호의 입대가 코앞이 되었다.


“막둥! 오늘 우리 브금(BGM)도 다 나왔다.”

“올~. 이제 그러면 진짜 초읽기네? 잘 하면 나 들어가기 전까지 출시할 수도 있나?”

“어? 그건 좀...”


아쉽게도 일러스트는 아직 30% 정도 뿐.


“쳇...”

“형이 미안해...”

“됐고... 브금에 힙합 같은 것도 좀 넣고 그래. 요즘은 힙합이 잘 나간다더라.”

“응?”

“아 그리고 누나한테 얘기해서 누나네 연습생들도 성우 쫌 쓰면 안 되나? 어차피 걔들도 나중에 그런 거 썰 풀면 재밌지 않을까? 그래도 3성까지는 목소리 있어야지. 꼴랑 4성만 주남.”

“어...?”


힙합은 좀 선을 넘은 것이었지만 KMQ 엔터와의 협업 제안은 나름 신선한 것이었다.


“와... 수호 너 진짜...”


덕분에 아직 연습생이던 걸그룹 스위티가 성우로서 녹음을 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수호의 말대로 게임이 대박이 터진 후에는 스위티 멤버들에게도 매우 큰 이득이 되었고. 판타지 삼국지의 마신강림 업데이트 영상 광고의 메인 모델이 스위티였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형! 이거는 이렇게 하자.”

“넵.”

“한 대리 요즘 대답 잘해? 일도 그렇게 잘 하면 좋겠는데...”

“그래. 호 부장님, 마음대로 하세요.”

“호 부장?”

“네.”

“그래. 한 대리. 허허허, 나 때는 말이야.”


그렇게 한수호는 입대가 다가오는 날짜까지도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게임에 많은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물론 모든 것이 반영된 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게임업계 외부자로서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아마추어적인 시각도 있었고, 게임 회사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순수 게이머로서의 의견도 있었고, 때로는 엠렉스의 사내 의견이 더 좋은 경우도 있었으니까.


원작자라고 항상 옳을 수는 없는 법.


또한 게이머가 바라는 완성도가 회사가 만들어낼 수 있는 완성도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그런저런 여러 가지 사정으로 당연히 판타지 삼국지는 처음 한수호가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똑같이 갈 수는 없었다.


“어때? 괜찮지?”

“어~ 괜찮네. 아니. 내가 뭐라고...”

“그래? 그럼 다행이고.”


사실 완전히 괜찮지는 않았다.


‘아니, 내가 뭐라고.’


그렇지만 아니라고 할 수도 없었다.

자신의 본업이 아니니까.

그러니 다른 이들보다 잘 아는 것도 아니니까.


‘그래도 조금 더 시간을 내서 공부했다면... 내가 진짜 게임 기획에 대해서 알았다면... 입대를 미룰 걸 그랬나? 아니면 내가 게임 회사 사장이었다면 조금이라도 더 달랐을까?’


역사에는 가정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가 없다.

이미 지난 시점이니까.

‘만약 그때 어떻게 했더라면...’이라는 것은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것을 수호는 세상을 살면서 수도 없이 느꼈다.


‘그 사람들도... 아쉬워서 그랬던 건가?’


그리고 최근에는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삼국지 덕후들의 싸움을 보면서도 느꼈다. 물론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아마도 그것이 애정이라고 생각했다. 한수호는 스스로도 아마 그렇게 아쉬운 것이라고 짐작할 뿐이었다.


‘에이, 내가 뭐라고...’


그렇지만 수호도 나름 관계자라면 관계자였다.


“이제 거의 다 나왔어.”

“어...”

“지금은 기본 유닛들만 있지? 여기에 이제 각 장수들만 분류해서 넣으면 돼.”


그래서 정식으로 공개되기 전의 개발 중인 베타 버전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원래라면 절대로 안 될 일이지만, 그 동안 수호가 이래저래 거든 아이디어들이 없었으면 나오지 못했을 게임이었기에 가능한 일.


한수용이 자신 있게 태블릿을 내밀었다.


“어때? 괜찮지? 이번에 일러 잘 뽑혔다고 전부 난리야.”

“어... 어디 한 번... 와~!”

“큭큭큭, 이거 어때? 그리고 이것도! 이건 네 형수 그림! 어때 어때? 우리 마누라 짱이지?”


태블릿 속에는 일단 4성 유닛들의 일러스트들이 줄을 지어 그려져 있었다.


갈색 머리에 풍만함으로 자애 그 자체 유비.

은발에 쿨하게 냉철한 조조.

호랑이 귀와 꼬리가 달린 벽안의 손견.

안경을 쓰고 책장에 기대선 도서관 제갈량과 레드 드레이크를 쓰다듬고 있는 승마복 차림의 애마소녀 여포와 예쁜 화장대 앞에서 빗질을 하고 있는 미발공 관우...


수호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스윽 스윽.


‘아니다. 여포는 한 번만 더 보자. 킹갓선미... 오우야.’


타이트한 승마복의 라인은 예술작품 그 자체.


‘와... 미쳤다.’


역시 여성 캐릭터 장인 아니랄까봐 김도희의 손이 닿은 캐릭터들은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태블릿의 일러들을 하나하나 넘기던 한수호는 일러스트 속 캐릭터들이 예쁘게 그려져 나온 것에 대한 감탄보다는 어쩐지 묘한 감동 같은 것이 느껴졌다.


“막둥? 어때?”


어떻냐고? 수호는 바로 대답을 할 수는 없었다.


‘뭐 어떻긴 뭐가 어때... 와... 진짜 잘 뽑히긴 했네.’


문외한인 한수호가 봐도 제대로 칼을 간 느낌이었다.

역시 이것이 돈질의 힘 덕분일까?

김도희 팀장의 말을 빌자면 사내 디자인 팀 직원들도 평소보다 바짝 힘을 줬지만, 건당 외주 비용이 업계 평균 비용의 2배에 달할 정도로 퀄리티에 힘을 줬다고 했다. 회사로서도 나름 사운을 건 프로젝트였고 투자도 많이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무튼 역대급 일러가 뽑혔다.


하긴 엠렉스의 직원들 사이에서는 일러스트로 시작해서 일러스트로 끝났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까, 수호의 기준으로도 충분히 뽑고 싶은, 아니, 끌리는 캐릭터들이 한 가득이었다.


‘와... 황, 황충... 너무 귀엽잖아!’


아픈 손가락 같았던 황충은 또 어떤가.


“황, 황충도 형수님이 그렸어?”

“아니, 황충은 팀장님이. 큭큭, 그래. 원작자님, 늑대가 고양이가 된 것이 어떻습니까?”


귀, 귀여운데?

수호는 인정할 건 인정해야 했다.

과거의 자신이 잘못 생각한 것이라는 걸.


‘와... 이것이 역시 전문가의 선택인가? 김 팀장님, 역시 그냥 변태 아줌마가 아니라 프로가 맞구나.’


귀여운 고양이 귀가 달린 은발의 궁수는 수호가 처음 생각했던 카리스마 넘치는 늑대와는 180도 다르지만, 어쨌든 지금은 한수호의 마음에 꼭 들었다. 물론 나중에 판타지 삼국지 세상에서도 꼭 마음에 들었었고.


‘그러니까 일점사다냥~♬’


아차, 옆에서 한수용이 대답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크흠, 뭐... 괜찮네. 귀엽다. 늑대도 괜찮은데, 고양이도 좋네. 오~ 능력치는 4개 그대로 나왔네?”


자연스럽게 말 돌리기는 성공.


“응? 응. 그냥 매력으로 가기로 했어.”


능력치는 ‘통솔’, ‘무력’, ‘마력’, ‘매력’ 네 가지. 그 이상의 개별 시스템과 밸런스 쪽은 문외한인 수호가 딱히 의견을 내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사실 전문적인 수치나 조절은 흥미도 없었고.


“아하. 글쿤. 오... 여포 이 친구 무력 좀 보소? 역시 여포랑 제갈량이 각각 100이네.”

“그래. 예쁘게 나왔지? 뭐... 아무래도 일단 삼국지 시리즈의 영향력이 있어서... 너무 색다른 것도 안 좋으니까. 이번에는 좀 익숙한 것을 따랐어.”

“에이~ 표절 아니고?”

“이 짜식이 말을 해도 꼭! 아니야 인마!”


사실 한수호도 인터넷과 다른 게임들에서 많은 부분 참고를 하고 영향을 받았으니까 딱히 뭐라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다.


‘와... 나오기는 나오는구나. 이게... 나왔네...’


수호는 기분이 묘했다.

사라진 것도 추가된 것들도 이름이나 설정도 달라진 것들도 많았지만, 대충 70% 정도는 한수호가 생각했던 것들이 게임이 되어 나왔다.


“다른 사람들은 평가가 어때? 큐...”

“QA?”

“어. 맞다! 그거.”


QA(Quality Assurance)는 제품을 시장에 내보내도 되는지를 보장 해줄 수 있는 직군. 일종의 테스터와 비슷하지만 좀 더 넓은 개념의 인력이었다.


“그래 인마, 사내 공개 테스트 결과에 모두 깜짝 놀랐어. 우리 지금 벌써부터 서버 관리자 뽑고 있잖아. 예전처럼 하면 무조건 서버 터질 거라고.”

“에이... 오버한다 또. 그래서... 진짜 괜찮대?”

“아니.”

“어...?”


아니라고? 수용의 말에 수호는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이제 와서 아니라고 하면 어떻게 해?


“완전 완전 완전! 기대된대! 와하하하하!”

“어... 그래?”


몰래 안도의 한숨을 쉰 수호는 머리를 긁적였고.


“응. 우리 막둥이 아이디어가 좋았으니까.”


수용은 흐뭇하게 웃으며 엄지를 척 들어보였다. 그 덕분에 이제야 긴장을 푼 수호도 어깨를 으쓱거렸다.


“뭐... 흐흐, 내가 안 해서 그랬지, 원래 이 정도는 껌이지. 어? 내가 고등학교 때도 공부만 했으며 한국대 갔다. 형, 안 그래?”

“풉.”

“어어? 웃어?”

“큭큭큭, 우리 막둥이는 언제 철드누~.”


다만 어깨를 토닥거리는 수용의 손길에도 수호는 든든하다기보다는 살짝 아쉬움을 느껴야만 했다.


‘하... 그나저나 결국은 못 보고 가는 구나. 에이 씨...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이야? 뭐가 이렇게 오래 걸리냐... 참 게임 제작이라는 것이 쉬운 게 아니구나. 그렇지만... 하아... 아쉽다.’


그런 아쉬움이 후에 수호가 입대 후에도 계속해서 판타지 삼국지에 미련을 갖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또한 판타지 삼국지 소설의 탄생 비화이기도 했고, 그리고 조금 더 후에는 판타지 삼국지 세상으로 끌려가게 될 이유이기도 했다.


‘하아... 또 모자란 게 뭐가 있을까? 훈련소 가면 전화도 못 한다는데... 아... 그 사이에 또 이상하게 되면 어떻게 하지?’


입대 전날의 밤에도 군대에 간다는 두려움보다는 판타지 삼국지에 대한 아쉬움과 불안감으로 가득할 정도였다.


“하아...”


수호에게 판타지 삼국지는 그런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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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2화 +2 19.11.06 61 1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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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화 +2 19.10.30 61 1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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