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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행 님의 서재입니다.

토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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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미행
작품등록일 :
2020.02.20 12:35
최근연재일 :
2020.04.28 13:05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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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31
추천수 :
279
글자수 :
213,004

작성
20.04.04 14:25
조회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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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8쪽

30. 프랭크의 사람들

‘토파즈’는 우정과 인내를 상징하는 보석 이름이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1969년에 만든 동명 영화. 이 영화에서 ‘토파즈’ 는 미소 냉전시기의 친 소련 계 영국 정치인 모임 이름. 이들은 오랫동안 영국의 중요한 국가 기밀을 소련에 제공했다.




DUMMY

한참동안 두 사람 중 누구도

말을 꺼내는 사람 없이 침묵이 이어지다가

이규일이 먼저 입을 연다.


“어느 쪽?”


고개를 돌려 눈짓으로 왼팔 안쪽에

살이 많은 부위를 가리킨다.

이규일이 진우지의 왼팔 결박을

조금 느슨하게 해준다.



이규일을 태운 차가 새벽안개를 헤치며

올림픽대로를 달린다.

이규일은 마치 저승사자 같은 표정을 하고 있다.

정 대리가 이규일의 눈치를 살핀다.

진우지의 발언이 궁금하지만

이규일의 분위기에 압도돼

감히 물어볼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규일은 쓸데없는 말이 돌지 않게 단속한다.


“당분간은 모른 척 해.”


차가 김포 아라마리나 요트 계류장에 정차하고

이규일만 내린다.

물안개가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규일이 양쪽으로 정박한 요트들 사이 데크를 따라

안쪽으로 걸어가 가장 큰 요트에 오른다.

이미 약속이 돼 있었던 듯

이규일이 요트에 오르자 선실로 연결되는 문이 열리고,

송 차장이 얼굴을 내민다.

이규일이 안으로 들어간다.

송 차장과 낯선 남자가 이규일을 맞는다.

낯선 남자를 바라보는 이 규일의 시선이 곱지 않다.

새벽에도 전혀 흐트러짐 없는 낯선 남자를 보면서

이규일은 저 사람은 잠을 잘 때도 화장실에 갈 때조차도

저렇게 정돈된 모습일 거란 생각을 해 본다.

이규일이 동아시아인권포럼이나

‘토파즈’에 관한 내용을 제외한

강신영 소장과 수잔 추 그리고 프랭크로 연결되는

커넥션과 수잔 추와 진우지의 관계까지

현재 조사된 내용을 보고한다.

송 차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진우지를 통해 중국으로 넘어간 건

최근 1,2년으로 곁가지에 불과하고,

본질적인 문제는 CIA란 거군.

결과적으로 김순재 정보는 사실이었다는 거고.

그럼 김순재 망명에 다른 의도가 있다는 얘긴데...?”


집이는 것이 있느냐는 듯 쳐다본다.

이규일이 어깨를 으쓱- 해 보인다.


“김순재가 위장망명 했다고 알려 준

평양 쏘스를 통해서 알아보시지요.”


선실 밖 안개 낀 아라 뱃길 너머 먼 곳에

시선을 둔 채 말이 없는 낯선 남자를 힐끔 볼 뿐

송 차장은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는다.


“혹시 수잔의 윗선인 프레드 왕 아십니까?

CIA 해외공작부 동북아 담당이라던데요.“


대답에 앞서 낯선 남자를 돌아보는 송 차장.

아는 이름이냐고 묻는듯하다.

아라 뱃길 너머에서 천천히 시선을 거둔 낯선 남자가

송 차장을 보며 고개를 젓는다.


“글쎄 나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기밀문서를 빼돌리는 CIA 공작은

꽤 오래 전부터 진행됐던 게 분명합니다.”

“강 소장 이전에도?”

“물증은 없지만.”

“상대가 CIA라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거야.

나머진 본사에 맡기고

금강 팀은 여기서 마무리 해.“

“저들은 어떻게 처리하실 생각입니까?”

“진우지는 중국하고 딜 해서

실리를 챙기는 쪽으로 마무리 해야지.

수잔도 간첩 혐의를 적용하는 건 곤란해.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기피인물로 부부 모두 추방하고,

CIA에 부채를 하나 남겨주는 선에서 정리될 거야.”


이규일의 표정에 못마땅한 기색이 드러난다.

내내 말이 없던 낯선 남자가 이규일을 깔보는 투로

툭 던진다.


“왜? 문제 있나?”


가뜩이나 못마땅하던 낯선 남자의 위압적인 태도에

이규일이 울컥한다.

이규일은 지난번 처음 봤을 때부터 잰틀한 척 하지만

어두운 기운을 내뿜고 있는 그가 거슬렸다.

그러나 애써 무시하려 했다.

비상기획관이나 정보기획관 또는 특별보좌관이란

이름으로 국정원 핵심 간부 지근에는

항상 저런 자들이 있다.


“수잔을 구속하고,

프레드를 잡아서 미국이 대한민국에 스파이를 심어놓고

국가기밀을 지속적으로 빼내 왔으니

책임을 지라고 하고 싶겠지?

주한 미국 대사를 초치시키고,

우리 대사도 불러들이고..

그렇게 미국과 갈등하는 게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될까?“

“국제법을 어겼으니 절차에 따라 처벌하는 게

마땅한 거 아닙니까?”

“처벌하면?

그게 우리한테 무슨 도움이 될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송 차장이

이규일을 제지하며 나선다.


“프레드가 국내에 있다니까 수사해.

일단 프레드라는 인물이 드러난 이상

그냥 넘어갈 수는 없겠지.

하지만 거기까지야.

뒤처리는 회사를 믿고 맡겨.

이건 미국과의 문제야.

국익을 전제로 외교로 풀어야 돼.“


더 이상 대거리해 봤자 소용없다는 걸 아는

이규일도 이쯤에서 감정을 삭인다.

때맞춰 이규일의 비화폰이 진동한다.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는 이규일.


“- - - 알았어. 지금 갈게.

진우지가 자살했답니다.”

“어떻게 감시했길래-?!”

“용변을 보겠다고 화장실에 들어간 후에

팔 안쪽에 심어놓은 자살캡슐을

물어뜯어 삼켰답니다.“


국적에 관계없이 비밀첩보원들한텐

절대 철칙이 있다.

‘절대로 잡히지 말라.’

하지만 그래도 잡힌다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조직과 동료를 보호해야 한다.

그래서 만일에 사태에 대비해

살이 많은 신체부위에 청산가리 캡슐인

일명 ‘L약’을 심어 놓는다든지

어금니 하나를 빼내고

그 공간에 캡슐을 대신 넣어 놓는다.

이규일도 중국에서 블랙으로 활동할 때

늘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었다.

아마도 진우지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주저 없이 같은 길을 택했을 것이다.

진우지의 자살을 도운 건 이규일이다.

그 대가는 류 채우 박사 관련 정보였다.



이른 아침,

출근을 위해 한적한 주택가를 빠져 나가는

이 승우 의원 보좌관 이종수의 차.

갑자기 뒤에서 쿵-! 서둘러 정차하고 내린다.

뒤차 운전자도 내린다. 프랭크다.

이종수가 프랭크를 확인하고 놀라 주변을 살핀다.

하지만 프랭크는 태연하기만 하다.


“의원님이 우리와 만난 이후에

특별한 얘기 없었어요?”


이종수가 다시 한 번 주위를 살핀 다음

우물쭈물 대답한다.


“없었어요..

하루 종일 업무 외에 얘기는 안 하세요.”

“그 문제로 특별히 만나거나 의논하는 것 같은

사람은?”

“제가 알기로는 없어요.

아들 문제에 김정은 찬양 글,

동영상까지 터져서 그런지 사람 만나는 걸

기피하고 있어요.”

“만신창이가 돼서 쫓겨나는 것 보다는

쓸데없는 망상 버리고 우리 사람이 되는 게

좋을 텐데,

왜 고집을 부리실까?”

“저도.. 에둘러 얘기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의원님을 만만하게 보면 안 돼요.

철학과 신념이 분명한 분이세요.”

“하하하 이건 다른 범주의 싸움이에요.

가족문제나 불륜 같은

국민정서를 자극하는 문제 앞에선

철학이니 신념이니 하는 건 무용지물이에요.

난 그동안 자기과신에 차 있는 사람들이

이런 문제로 무너지는 걸 숱하게 봐 왔어요.

시간 없다고 빨리 결정하라고 전해줘요.

특히 아들 문제는 우리가 막는데도 한계가 있다는 걸

잊지 마시라고-“


프랭크가 이종수 차 안에

두툼한 봉투를 던져 놓는다.


“차 수리비에요.”


돌아서 가다가 문득 멈추더니

좀 오래돼 보이는 차를 보고,

다시 이종수를 돌아본다.


“이번 기회에 차 좀 바꿔요.

명색이 국회의원 보좌관인데,

아니 머지않아 금 빼지 달지도 모르는데-”


자기가 던져 놓은 돈 봉투를

턱짓으로 가리킨다.


“충분할 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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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 불상사 20.04.13 134 8 9쪽
36 36. 그 여자, 나미경 20.04.11 137 6 11쪽
35 35. 숨바꼭질 20.04.10 129 4 12쪽
34 34. 위험한 거래 20.04.09 119 5 11쪽
33 33. 한상진의 죽음 20.04.08 122 9 7쪽
32 32. 반격 2 +2 20.04.07 126 5 7쪽
31 31. 반격 1 20.04.06 120 5 9쪽
» 30. 프랭크의 사람들 +2 20.04.04 130 5 8쪽
29 29. 진위펑(金玉風), 진우지(金無忌) +1 20.04.03 122 6 8쪽
28 28. 미국 삼촌 20.04.02 115 4 10쪽
27 27. 토파즈 20.04.01 118 5 10쪽
26 26. 그들만의 애국 20.03.31 122 6 7쪽
25 25. 수잔의 일탈 20.03.30 128 5 10쪽
24 24. 접선 암어. 20.03.28 129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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