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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슬러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종말의 시기에 그는 사냥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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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슬러
작품등록일 :
2023.06.01 08:39
최근연재일 :
2023.06.14 10:05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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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388

작성
23.06.0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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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 의뢰는 때로 휴가가 되기도 한다 (4)

DUMMY

“생산실... 유달리 넓네...”

“설계 도면을 활용해서 제품이 만들어지는 곳이니까요.”


'생산실'이라는 문패가 걸린 방 안. 그 안에 들어서자마자 스위치를 눌러 불을 켠 진과 엔젤은 다른 장소보다 유달리 넓은 장소임을 실감한다.


"갑작스럽게 중단된 것은 아니어서인지, 깔끔하게 정리되어있군.“

"그러게요. 뭔가 지시를 받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정리를 마친 것 같아요.“


선반과 거치대에 한가득 쌓여 있는 정체를 알 수 없을 암녹색 상자 쪽으로 진과 엔젤 모두 시선을 돌린다. 깔끔하게 오와 열을 맞춰서 정돈되어있는 상자를 보니 급작스럽게 생산을 중단한 것 같지는 않다는 판단을 내리는 엔젤에게 진 역시 수긍하는 말을 전한다.


"이것도 일단 조사서에 기록해야겠지.“

"예. 물론이죠. 다만, 어떤 물건인지를 알려면 개봉을 해야 하겠는데... 이건 데이 원사님께 조언을 구해 보는 것이 좋겠어요.“


우려스러운 말을 하며 '저와 진 둘이서 함부로 개봉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아요.'라는 말을 덧붙이는 엔젤의 행동에 진은 다시 차폐복에 복부에 부착해 둔 랩탑을 꺼내서 전원을 켜고, 데이 원사에게 통신을 보내는 것으로 동의한다는 의미를 보인다.


"... 음, 진. 무슨 일인가?“

"버려진 기지 내의 생산실 내로 들어왔습니다. 안에 상당히 잘 정돈되어있는 상자가 상당히 많이 쌓여 있는데, 조사를 위해서 개봉해도 괜찮을지 확인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군. 한 번 이쪽으로 보여 보게.“


데이 원사의 지시에 진은 즉시 랩탑의 방향을 뒤로 돌려서 암녹색의 상자가 데이 원사에게 보이게 한다. 그 후 천천히 다른 상자 쪽으로도 랩탑을 돌려서 모든 상자를 데이 원사가 확인할 수 있게 한다.


"겉으로만 봐서는 무엇인지 알 수 없군...“

"직접 개봉해 볼까요?“

"아니, 그건 권장하지 않네. 자네기 직접 열기보다는, 우리 쪽에서 인원을 보내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할 걸세. 군의 기지의 생산실인 이상, 경보기가 설치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네.“


알 수 없다는 데이 원사의 질문에 당장에라도 열 기세로 묻는 진이지만, 그 질문에 대한 데이 원사의 대답에 순순히 포기한다. 군의 시설이라면 경보기가 울리는 즉시 센트리 건이 가동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기 때문이다.


"시설 내의 사진만 찍어서 조사서에 첨부하는 것으로 해 두게. 가능하다면 적당하게 찍은 것과 세밀하게 찍은 것을 구분해서 조사서에는 적당하게 찍은 것만 첨부하고 세밀하게 찍은 것은 내게만 따로 보내주게.“

"그렇게 하죠.“

"음... 더 물을 것이 있는가?“


순응하는 진의 대답에 데이 원사는 만족스러운 투로 묻는다. 그제서야 랩탑의 화면을 돌려서 데이 원사와 마주하는 진은 곧바로 '지금은 없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알았네. 생산실까지 조사했다면... 다른 장소는 이미 다 조사했겠군.“

"예. 조사서에 적을 내용도 랩탑에 미리 작성해두고 있고, 연구실의 문서도 USB 안에 복사해 두었습니다.“

"잘했네. 좋은 조사서가 되겠군.“


칭찬하는 말을 마지막으로 데이 원사와의 통신은 마무리되었고, 진은 랩탑으로 생산실 내부의 사진을 촬영하기 시작한다. 내부의 전체적인 사진을 시작으로, 각 벽면의 사진도 찍고, 각 상자의 사진 역시 찍을 생각이다. 그리고 그 생각을 실현하기 위한 찰칵, 찰칵하는 소리가 생산실 내부를 가득 채우기 시작한다.


#


"!“


타타탕! 타타탕! 사격하는 소리가 버려진 기지의 복도를 가득 메운다. 그러나 이 소음의 근원은 진이 아닌, 버려져 있던 군의 기지 내의 센트리 건이다.


"밟으면 작동되는 경보기라니,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그러게나 말이야... 바닥의 타일과 똑같이 생긴 스위치라니, 평소에 이 기지의 인원들은 어떻게 생활한 거야?“


투덜대면서 진은 복도의 한쪽 구석, 센트리 건의 사각지대에 선 채 한숨을 내쉰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사태로 인해 상당히 놀란 탓에 심리적인 안정이 필요함을 느끼면서.


"탄도를 계산해 보자면, 이 위치 및 근처 3미터 정도는 안전하긴 해요. 추가 사각지대를 계산해 볼게요.“

"어. 부탁할게.“


자신이 등에 멘 가방에서 상반신을 드러내고 있는 엔젤이 주변을 둘러보는 동안 진은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떠올리며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센트리 건에 장전된 모든 탄약이 소진되기를 기다리는 것이지만, 그것이 언제가 될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방법이 없기에 기각... 두 번째는 엄폐물을 찾아서 센트리건의 사격을 막아내며 이동하는 것이지만, 엄폐물이 없으니 기각- 이기 이전에 정문 밖에서도 사격이 있을 수 있으니 행동으로 옮기는 것 자체가 불가능...“

"... 응접실 내의 있던 작은 탁자를 들고 방패 삼아 이동하는 것은 어때요?“

"얼마나 버틸지 알 수 없어. 목조 탁자에 옻칠을 한 정도니까... 만약 지금 센트리 건이 쏘는 탄약이 철갑탄이면 열 발을 버티면 다행일 거야.“


'철갑탄이라는 확증은 없지만,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는 것이 좋지.'라고 생각하며 일부러 좋지 않은 상황을 가정하는 진에게 엔젤 역시 이견이 없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보다, 추가 사각지대는?“

"벽에 붙어서 이동하면 조금 덜 피격당하는 정도가 고작이에요. 복도에는 완벽한 사각지대는 없는 구조로 센트리 건이 설치되어 있어요.“

"난관이군...“


엔젤의 대답에 진은 '일단 이동하려면 응접실의 탁상을 집어 들어야 하는 것은 확정이군.'이라고 생각하며 그 후 어떻게 할지에 대해 고민한다. '어떻게든 담을 넘어야 하나?'라는 생각도 해 보지만, 오히려 월담하는 대상을 노리는 센트리 건이 없을 리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 발전실에 가 보는 것이 어때요?“

"오호... 그렇군. 가서 전원을 내려버리면 센트리 건 역시 작동을 멈출 테니까...“

"예.“


엔젤의 의견에 진은 '그것 외에 다른 수단은 없겠어.'라고 생각하며 응접실 쪽으로 뛰어간다. 다행히 복도와 연결되지 않은 덕분에, 지속적으로 사격음이 울려 퍼짐에도 피격당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유감스럽게도 탁상 위에 추가로 두를 만한 것은 없네요.“

"종이 몇 장 둘러본들 아무 의미 없겠지... 이것만 가져가자고.“


벽에 붙어있는 달력 및 족자를 보며 투덜거리는 엔젤의 말에 진은 탁상을 들어 올린 채 즉시 뒤로 돌아선다. 이제부터 달릴 것임을 알았기에, 엔젤은 가방 안으로 완전히 들어간 후, 열려있는 부분의 지퍼를 손바닥으로 꾹 쥔 채 밀어서 완전히 닫는다.


"자, 그럼 달린다!“

"탁자가 잘 버텨줘야 할 텐데요...“ "운에 맡겨야지. 이거야말로.“


벽에 바짝 붙은 채 작은 탁자로 자신을 가리면서 달려나가는 진에게 센트리 건의 사격음이 점점 크게 들려온다. 그와 동시에 탁자에 총알이 충돌하는 소리가 들려오지만, 그 소리를 듣고 진은 내심 안심한다. 철갑탄이 아니라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


"후아...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


버려진 군의 기지 밖. 아직도 태양이 밝은 빛을 비추고 있는 섬의 모래사장을 걷고 있는 진에게 엔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안전히 마무리된 지금의 상황에 감사하는 마음을 품는다.


"그래도 발전실에서 메인 전원을 내려버린 그 즉시 센트리 건도 작동을 멈춰서 다행이야.“

"발전실에서 시설 내의 모든 전력을 담당하게 되어있어서 다행이에요.“


진의 말에 '다른 장소에서 발전실에서 전달하는 전력을 따로 저장하기라도 했다면 정말 큰일이었어요.'라고 생각하며 대답하는 엔젤의 시선은 아직은 다소 거리를 두고 펼쳐져 있는 바다를 향한다.


"... 이제 조금, 물놀이 할 시간이 생기겠네요.“

"타임 리미트는 6시까지니까, 적당히 놀다가 가자고.“


랩탑으로 현재의 시간이 오후 3시임을 확인한 진은 '리미트는 6시까지지만, 엔젤이 돌아가자는 말을 꺼낼 때까지만 놀다 가자.'라고 생각한다. 정확하게 그 시각에 맞추는 것은 테리에게 부담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으니까.


"그런데 넌 혼자서 깊은 물에는 못 들어가겠는데 괜찮겠어?“

"뭐 어때요~ 바다가 어떤 곳인지 가까이서 직접 보고, 바닷물을 직접 만져보면서 체험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의외로 소박하네. 옷이 젖는 것도 감수하면서 격하게 놀려고 할 줄 알았는데.“


엔젤의 대답에 진은 '고작 그걸 물놀이라고 하지는 않아.'라고 생각하며 의외라는 의미를 담은 말을 전한다.


"어머, 그래도 괜찮아요? 제 옷, 새로 구해주실래요?"

"못할 것은 없지. 소형 안드로이드용 옷을 구하는 것은 블랙 마켓을 통하면 어려울 것도 없으니까.“

"흐응... 그래도 사양할게요. 흠뻑 젖은 옷을 입고 있는 것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요.“


'옷이 다 젖었다고 해서 나체로 가방 안에 갇혀 있는 것도 별로 바라지 않고요.'라고 생각하며 전해온 엔젤의 대답에 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엔젤이 원하는 대로 해 주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다. 어쨌거나 바다에 가서 잠시 휴식 시간을 보내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기에, 진이 걸어가는 방향에 변화는 발생하지 않는다.


"...“

"밀물과 썰물. ... 신기하지?“


쏴아아아... 바닷물이 밀고 들어온 후 다시 물러나는 모습을 보는 엔젤의 시선에는 놀라움이 가득 담겨있다. 가방 안에서 빤히 바라보고 있는 정도일 뿐이지만, 경비행기에 탄 채 멀리서 보는 것보다 더 명확하고 선명하게 보이는 현상에 눈을 떼지 못한다.


"바닥에 내려줄까? 모래 장난도 할 수 있게.“

"모래 장난보다는... 바다를 더 가까이서 보고 싶어요.“

"그래? 안 될 거 없지. 다만 옷이 젖지 않게 조심해줘.“


자신의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은 후 엔젤을 살며시 양손으로 들어 올려 백사장 위에 내려준 진은 자신의 파트너가 스스로 바닷가 쪽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주시한다. 걸음마를 막 뗀 어린아이보다 작은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기에, 여차하면 달려가서 양손으로 들어 올릴 생각으로.


"...“


자신의 발아래 한가득 깔려있는 모래를 딛고 걸어가던 엔젤은 몇십 걸음을 걸어서야 바닷물이 자신의 몇 보 앞까지 들이 닥쳐오는 것을 목도한다. 자신의 뒤로 자신의 파트너가 걸어오고 있는 것도 알지 못한 채 바닷물을 주시하고 있던 엔젤은 잠시 빠져나갔던 바닷물이 다시 자신에게 쇄도하는 것을 주시하지만, 그러던 도중 진이 자신을 들어 올리는 손길을 느낀다.


"어이쿠... 잘못하면 완전히 젖을 뻔했어.“

"... 미안해요. 저도 모르게 정신이 팔려서... 너무 아름다운 광경에...“

"처음 본다면 정신이 팔릴 만도 하지. 그럴 정도로 지금의 광경은 매우 멋진 광경이니까.“


납득이 간다는 말을 하면서도 진은 내심 '엔젤답지 않네. 이렇게 감성적인 모습을 보이다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을 말로 꺼내는 행동은 자제한다. 지금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냈다간 엔젤의 휴식을 망쳐버릴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판단이 들기 때문이다. 다소 어려웠던 의뢰를 마무리한 참이니, 충분한 휴식이 필요한 만큼, 그 휴식을 망칠만한 행동은 당연히 자제해야 함을 잘 알고 있기에, 진은 다시 엔젤을 백사장 위로 천천히 내려놓는다. 다시 한번 자유롭게 움직이며 휴식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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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 약은 환자를 구하지만, 국가를 위해 이용당하기도 한다. 23.06.14 7 0 13쪽
24 24화 – 남자와 동행하는 소녀는 쉽게 오해받는다. 23.06.13 10 0 11쪽
23 23화 – 재회 23.06.13 10 0 13쪽
22 22화 – 의견의 차이 23.06.11 9 0 11쪽
21 21화 – 금발의 소녀 (5) 23.06.11 9 0 12쪽
20 20화 – 금발의 소녀 (4) 23.06.10 24 0 12쪽
19 19화 – 금발의 소녀 (3) 23.06.10 19 0 13쪽
18 18화 – 금발의 소녀 (2) 23.06.09 10 0 12쪽
17 17화 – 금발의 소녀 (1) 23.06.09 9 0 13쪽
16 16화 – 위험한 물질은 꼭 악용하는 자가 있게 마련이다 +2 23.06.08 12 0 12쪽
» 15화 – 의뢰는 때로 휴가가 되기도 한다 (4) 23.06.08 11 0 12쪽
14 14화 – 의뢰는 때로 휴가가 되기도 한다 (2) 23.06.07 19 0 12쪽
13 13화 – 의뢰는 때로 휴가가 되기도 한다 (2) 23.06.07 12 0 13쪽
12 12화 – 의뢰는 때로 휴가가 되기도 한다 (1) +2 23.06.06 15 1 13쪽
11 11화 – 인간의 생명은 어떤 상황에서도 소중하다. (3) 23.06.06 15 0 12쪽
10 10화 – 인간의 생명은 어떤 상황에서도 소중하다. (2) 23.06.05 11 0 12쪽
9 9화 – 인간의 생명은 어떤 상황에서도 소중하다. (1) 23.06.05 14 0 12쪽
8 8화 – 계층의 역사는 계속되고 있다 23.06.04 19 0 12쪽
7 7화 – 옛 친구의 의뢰 23.06.04 12 0 12쪽
6 6화 – 옛 친구와의 대화 23.06.03 17 0 12쪽
5 5화 –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것은 옳은 행동일까? 23.06.03 32 0 12쪽
4 4화 – 도시 코드 : 00778 23.06.02 17 0 12쪽
3 3화 – 첫 임무 23.06.02 22 0 12쪽
2 2화 – 접촉 23.06.01 22 0 13쪽
1 1화 – 은신처는 안전하고 비밀스러운 곳이 좋지 23.06.01 79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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