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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탄 님의 서재입니다.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추리

강정탄
작품등록일 :
2023.07.08 11:38
최근연재일 :
2023.10.14 22:39
연재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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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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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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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425

작성
23.10.14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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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4. 악마는 인간의 마음 속에 있다

DUMMY

“김일규에 관한 모든 질문, 김현우 외 20명의 요원에 관한 질문, 각국에 있는 빅마더의 지역센터에 관한 질문, 빅마더의 과거의 일체 활동과 행적에 대한 정보 요청은 금지되어 있어요.”


하지만 김현우는 이번 기회에 오랫동안 궁금하게 여겼던 질문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빅마더의 존재 이유는 뭔가요?”


아주 빠른 속도로 빅마더의 존재 이유를 명시한 항목이 화면에 펼쳐졌다.


“빅마더는 인류의 정치, 사회, 문화 활동에 직접 간섭하지 않지만, 독점적인 절대권력이 등장하는 것을 방지하며, 모든 견고한 조직을 느슨하고도 유연한 형태로 변화시켜나가고, 사회구조와 힘의 다극화 그리고 문화적 다양성이 유지되도록 노력합니다. 또한, 인류의 안전을 보장하며 인간 생활의 보편적 향상을 추구합니다.”


김현우는 빅마더의 활동에 공감했다. 그리고 핵심 요원으로서 자신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을 질문했다.


“빅마더는 언제, 그리고 누가 만들었나요?”


빅마더는 잠시 침묵하더니 대답했다.


“나를 포함한 각국에 있는 빅마더 센터의 행적에 대한 질문은 금지항목이에요.”


빅마더는 이초 후에 통신을 종료했다.


김현우는 벽면 스크린에 나타난 해안가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객실 손님의 기분과 취향에 따라 가장 적절한 화면이 나타나는 것이다. 지금은 황혼의 바닷가 전경이 김현우의 기분과 맞아떨어진다고 여긴 것 같았다.


그런데 객실 방문을 누가 다급하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김현우는 재빨리 권총을 뽑아들고 문밖으로 나가 한 사내를 제압했다. 김현우는 사내의 이마에 총구를 들이댔다. 그는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사내는 눈을 크게 뜨고 놀란 표정으로 두 손을 최대한 높이 들어 항복한다는 몸짓을 했다.


김현우는 위험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당신은 누구요. 무슨 일로 찾아온 거요?”


김현우가 노려보자 그는 더듬거리며 답했다.


“저······ 정보가 있어서요.”


어디나 이런 녀석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정보를 무시할 수는 없다. 정보원들은 그들의 생계가 정보의 내용에 달려 있다. 그들은 필사적으로 의미 있는 정보를 찾아서 팔려고 한다. 그래서 때로는 이들의 정보가 꽤 믿을 만도 하다.


“내가 어떤 정보를 원하는지 아시오?”


김현우는 고개를 돌려 흥미 없다는 듯 퉁명스레 대했다.


“김일규 박사의 최근 행적......”


그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이름이 나왔다. 김현우는 감짝 놀랐다.


“뭐? 김일규 박사의 정보?”


사내는 김현우에게 웃음을 보였다. 밉지는 않은 인상이었다. 김현우는 말없이 소형 골드바를 그에게 던져주었다. 이들은 통상적으로 암호화폐를 받지 않는다. 항상 골드바를 받아서 추적을 피한 뒤에 가상화폐로 바꾸어 사용한다. 그래서 특수요원들은 항상 허리띠에 20개의 골드바를 차고 다닌다. 골드바는 권총과 함께 요원들의 필수품이다.


사내는 골드바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소형 상자를 김현우에게 던져주었다.


그런데 방문을 나서던 사내가 갑자기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그리고 당황한 듯 주춤주춤 뒷걸음질 쳐 다시 김현우의 객실로 들어섰다. 김현우는 권총을 빼 들었다.


데니 브리츠 FBI 요원이 문밖에서 정보원을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데니 브리츠 요원은 분노로 얼굴이 충혈되어 있었다.


김현우 요원은 총을 내리고 데니 브리츠를 응시했다. 사내는 데니를 밀치고 황급히 객실을 빠져나갔다. 데니 브리츠는 울화가 치미는 듯 그자의 뒤통수를 향해 소리쳤다.


“후회할 거요, 언젠가!”


그제야 김현우는 이들이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알았다. 민망한 상황에서는 모르는 척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 김현우는 스크린에 비치는 황혼을 바라보았다. 노을이 지고 있었다. 바닷가였던 배경이 빌딩 숲으로 전환되었다. 빌딩 사이로 비치는 주황빛 하늘이 황홀하기만 했다.


문 닫는 소리가 들렸다. 데니 브리츠 FBI 요원은 김현우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가버렸다. 데니 브리츠가 나가자 김현우는 재빨리 소형상자를 열었다. 상자 속에는 오각형의 3차원 홀로그램(Hologram) 작동기가 들어있었다. 버튼을 누르자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홀로그램은 실제 인간을 보는 것처럼 대상이 3차원으로 구현된다. 이들을 보다 보면 홀로그램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로 생생할 때가 많다. 홀로그램에서는 김일규 박사가 살해당할 때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다.


이 내용은 찰리 헌터나 데니 브리츠 요원이 김현우에게 공개하지 않은 정보였다. 그 사내가 어떻게 이런 고급정보를 구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어쩌면 사내는 파리 카메라나 나방 카메라를 사용했을 수도 있다. 물론, 파리처럼 날아다니는 소형 카메라는 제작하는 것조차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정보원들은 법을 우습게 여기는 자들이다.


김현우는 천천히 홀로그램 속 인물들의 동작들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김현우는 김일규 박사를 살해하는 인물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대체 살해자가 어떤 자인지 궁금했다. 그리고 방향을 돌려서 그자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김일규 박사를 살해한 후 넋이 나간 사람처럼 움직이지 않고 서 있는 살인범의 모습은 놀랍게도 김일규 박사와 꼭 같은 모습이었다.


“아니. 김일규 박사가 자신을 살해하다니...... 이럴 수가......”


김현우는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는 의아스러워서 몇 번이나 홀로그램의 재생 속도를 조절하며 분석했다. 하지만 그 두 사람의 얼굴과 모습은 마치 쌍둥이인 듯 같았다.


“그렇다면 혹시······”

그랬다. 한 명은 인조인간일 것이 분명했다.


현장 재생이 끝나고 홀로그램에서 정보원이 나타났다.


“박사가 만든 것은 사유할 줄 아는 인공지능 인간이요. 전자인간. 사람인지 기계인지 구분을 못할 거요. 기계가 사람과 똑같다면 인류의 종말도 멀지 않은 거요. 이에 대한 책임은 누구든 져야 할 것이오. 개인이든 우리 모두이든.


만약 나를 만나고 싶다면 조난위성 흑장미에 주파수를 맞추고 유성 셋이 흑장미에 낙하한다고 말해 주시오. 그렇게 하면 나를 만날 수 있을 거요. 잘 알겠지만, 이 홀로그램작동기는 곧 파괴될 거요.”


그의 말이 끝나자 홀로그램 작동기는 찌지직거리며 불타고 말았다.


김현우는 ‘조난위성 흑장미’의 사내가 단순한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기계가 사람과 똑같다면 인류의 종말도 멀지 않은 거요.” 김현우 요원은 한낱 정보팔이 사내의 그 말을 자신도 모르게 되내고 있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천재 인간 김일규 박사, 그가 만든 인조인간의 손에 의해 창조주인 인간 김일규 박사가 살해되었다. 이것은 곧 인간을 대표하는 ‘인간’이 그의 손으로 만든 인공지능의 인조인간에 의해 종말을 맞이했다는 것이 아닌가.


그 종말이 어떤 형태,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든 그것은 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김현우는 몸을 떨었다.


사실, 인간을 복제하는 인공지능은 그간에 연구해온 광물성 소재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인간처럼 사고하기 위해서는 먹고 즐기는 본능적 욕구와 욕망이 전제되어야 한다. 보다 사실적으로 말하면 아멜리아와 같은 금발의 미녀와 함께 자고 먹고 즐기고 싶은 충동적 욕망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 욕망에 시달릴 줄 알아야 한다. 그러한 욕망 위에서 이성적 사고는 태동하고 발전한다.


하지만 욕망은 광물성 소재로는 원천적으로 구현할 수 없다. 그것은 단백질 소재로만이 가능하다. 그러한 욕망의 문제에 있어서는 초거대 인공지능 빅마더 역시 한낱 파리나 나방보다도 못한 고철 덩어리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단백질 소재를 사용하는 순간 그것은 인간 복제의 사건으로 넘어간다. 세기의 박사 김일규는 그러한 인간세계의 금지규범을 넘어섰다. 그것은 위대한 창조적 능력을 가진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권능일 수도 있다.


그러나, ‘흑장미’의 질책처럼 그에 대한 ‘책임은 누구이든 져야’ 한다.


그것은 김일규 박사 또한 인지하고 있었던 문제라고 김현우는 생각했다. 인간은 결코 인조인간에 대한 욕망을 버리지 못할 것이고, 따라서 누구에 의해서든 그리고 그것이 언제이든, 만들어 내고야 말 것이다. 그 점을 김일규 박사는 충분히 생각하고 있었고, 그 인간은 바로 김일규 박사 자신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으리라.


김천수는 이 문제에 더 이상 매달리지 않기로 했다. 그는 결론을 내뱉었다.


‘김일규는 인류를 대신하여 원죄의 십자가를 진 것이다.’


김현우는 이제야 미국이 왜 그렇게 여유 만만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들은 제2의 김일규 박사를 갖고 있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들은 김일규 박사의 사망을 발표하지 않을 것이었다. 과연 미국 정부는 김현우가 예상한 대로 김일규 박사의 죽음을 발표하지 않았다.


세상은 여전히 평온하게 흘러가고 김일규 박사와 꼭 같은 인조인간이 그의 역할을 대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사실은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알고 있었다. 김일규 박사의 장례식에는 손에 꼽을 수 있는 몇 명의 사람들만이 와 있을 뿐이었다.


“인류에게 위대한 공헌을 한 이름 없는 사나이 여기 잠들다.”


그의 묘비에는 김일규라는 이름조차 새겨지지 않았다.


장례식이 끝나고 김현우는 목이 타서 시원한 무엇을 마시고 싶었다.

러시아 바에서 보드카를 한 병 비운 그는 김일규 박사가 즐겨 찾았던 도박장에 들렀다. 기록에 의하면 도박장에서 김일규 박사는 항상 거액을 거머쥐고 나갔다. 사실 김일규가 원했다면 도박장의 모든 돈을 휩쓸어 갈 수도 있었을 것이었다.


그런데 김현우 역시도 도박장에서 돈을 잃지 않았다. 도박에서 이기려면 냉철한 분석과 전일적 종합 사고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김현우는 칭찬받을 만했다. 정보비는 도박장에서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다. 그날 도박장 주인이 씁쓸한 미소를 지은 것은 물론이다.


김현우는 도박장을 나서다가 문 앞에서 아멜리아 몰리터 요원과 마주쳤다.


“한 잔 할까요?”


아멜리아 요원은 단도직입적이었다. 그녀의 빛나는 블루다이아몬드 빛깔의 눈동자가 김현우를 순식간에 끌어당겼다.


“환영합니다.”


이미 보드카를 한 병이나 마신 김현우는 비틀거렸다. 그는 아멜리아 요원의 어깨를 팔로 감싸며 취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김현우는 아멜리아가 자신의 목에 따끔한 침을 꽂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정신을 잃기 시작했다.

김현우가 정신을 잃자 DHS 요원들이 신속하게 그를 비밀안전가옥으로 이동시켰다. 김현우는 무의식 상태에서 진실을 말하게 되는 특수약물을 주사 받은 것이었다. 안전가옥에서 DHS 심문 요원들이 김현우 요원에게 기본적인 신상에 대한 질문이 끝난 후에 중요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당신은 김일규 박사에 대한 새로운 자료를 얻은 것이 있나요?”


질문을 하는 아멜리아 요원의 빛나는 블루다이아몬드 눈동자에 불안감이 어렸다.


“김일규 박사가 동양 무술의 대가에게 살해되었습니다. 그 외에는 아는 것이 없습니다.”


아멜리아 요원은 안도했다. 만일 김현우가 다른 대답을 했다면 사고사를 당할 가능성이 있었다. 김현우는 특수약물을 이겨낼 수 있는 소수의 정예요원이었다. 그들은 김현우를 객실로 옮겨놓고 철수했다. 아멜리아가 가볍게 김현우에게 키스하고 방을 나가자 김현우는 감았던 눈을 떴다.


다음날 김현우는 김일규 박사의 어린 시절부터 그가 구할 수 있는 자료는 전부 수집했다. 그의 전기라도 쓸 수 있을 만한 분량이었다. 김일규 박사는 알면 알수록 기묘한 인간이었다. 그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가 사랑한 것은 비둘기였다. 때로 그는 혼자 공원에 나가서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며 휴식을 취했다. 그는 고독하고 불행했다.


김일규 박사는 어떤 면에서 보면 단 하나의 적도 없었고 또 다른 면에서 보면 수만 명의 적을 두고 있었다. 그는 여러 가지 종교를 믿었다. 그러나 오래가지 않았다. 이제는 자료상으로 밖에 남아 있지 않은 토템신앙, 샤머니즘의 몰두에서부터 시작하여 세계의 거의 모든 신앙에 대해서 그는 연구했다. 그리고 한 권의 책을 저술하였는데 그는 모든 종교를 철저히 비판했다. 김 박사의 비판은 집요하고 철저했다.


김현우는 투덜대며 김일규 박사가 저술한 자료들을 화면 장치에 올려놓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장장 12,000 쪽에 달하는 분량이었다. 김현우는 집중력을 발휘하여 세 시간을 꼼짝 않고 훑어보았다. 그리고 김현우는 김 박사의 저술에서 특이한 부분을 확인했다. 김현우는 김일규 박사가 운명 결정론자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김현우는 주요 부분을 다시 한번 소리 내어 읽어나갔다.


“만일 전지전능한 어떤 존재가 있다면, 모든 것은 그 존재의 의사대로 되는 것이다. 모든 선한 자도 그의 의사대로 움직이는 것이고, 모든 악한 자도 그의 의사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우주의 먼지, 미세한 전자파 하나도 그의 의사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절대적 존재가 행한 것은 커다란 오류였다. 수많은 전쟁은 그의 의사에 의한 것이다. 대지로 스며들어 간 많은 양의 인간의 피는 그가 원한 것이다. 그는 피로 얼룩진 존재이다. 그러므로 스스로 존재하며 전지전능하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 만일 그러한 존재가 있다면 나는 하나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김현우는 이 부분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김현우 자신도 인류의 역사는 극단의 폭력으로 이루어졌다고 믿고 있다. 특히, 21세기까지의 역사는 대량 살상과 폭력이 난무하는 극단의 시대였다.


국가와 민족 그리고 신의 이름으로 극단의 폭력을 아름다운 언어로 미화시켰다. 대화와 타협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이론상으로는 그것이 이상적이었으나 그들은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했다. 수많은 현인이 그것을 지적했다. 도리로서 인간을 교화시키라고 했다. 비폭력주의, 무저항주의 그리고 인간의 양심에 호소함으로써 부드러운 바람에 낙엽이 쓸려가듯 사랑의 언어로 모든 모순을 제거하려 했다. 그러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을 김현우는 알고 있었다.

대화로써 타협에 이른다는 것은 이익을 나눠야 한다는 의미이고 이익을 독점하기 위해서는 폭력 사용이 불가피했다. 모든 사회 구성원이 폭력적인 수단을 즐겨 사용했다. 크든 작든 인간이 있는 곳에 갈등이 있었다. 김현우는 세계사를 공부하면서 모든 자료를 지워버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김현우 요원 자신도 문제해결을 위하여 항상 폭력을 사용했다.


김현우는 ‘술에 취한 김일규 박사의 실수’라는 제하의 사건을 취재한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화면에 나타난 그녀의 얼굴은 꽤 미인이었다. 김현우 요원은 그녀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그녀는 의심스런 눈으로 김현우를 잠시 바라보았으나 바쁘다는 핑계로 화면에서 사라졌다.


김현우는 찰리에게 전화를 걸 수밖에 없었다. 찰리는 김현우에게 5분만 기다리라고 했다. 그리고 5분 후에 그녀가 김현우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김현우를 보는 표정이 달라져 있었다. 김현우는 술집 펜타곤에서 그녀를 만나기로 했다. 그녀는 미소를 띠고는 화면에서 사라졌다.


펜타곤은 일종의 전쟁무기 발달사를 전부 볼 수 있고 실지로 사용할 수 있는 장소였다. 한 잔의 술을 마시면서 톰슨 경기관총을 쏘아댈 수도 있었고 밀폐되고 압축된 보호 용기에서 소형 원폭을 터뜨릴 수도 있었다. 여기는 보통 시민은 올 수 없다. 그것은 강제로 막는 것이 아니고 돈이 없기 때문이다. 어느 시대 어느 장소를 막론하고 어디에나 특권층은 있게 마련이다.

계급 사회를 부정하던 사회주의는 결국 지구상에서 몰락하고 말았다. 김현우는 술맛이 씁쓸했다. 그는 전 세계의 원폭 전쟁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김현우는 20세기 냉전시대에 미국과 소련 간의 핵전쟁 시뮬레이션 게임을 시작했다. 미국 대 소련의 핵미사일과 폭격기 항공모함이 총동원되었다. 미사일이 발사되고 대응 파괴가 시작되었다. 상호확증 파괴 전략이 실행되다가 마지막에는 위성에서 베가톤 폭탄 18발로 전쟁은 종식되었다. 지구의 지형이 변화되었다. 인류는 종말을 고했다. 인류의 종말과 더불어 신도 죽었다. 걷잡을 수 없는 통쾌감이 일었다. 그러나 그것은 순간뿐 가슴을 억누르는 답답함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김현우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술을 들이켰다.


“제에길. 악마는 인간의 마음속에 있어.”


옆에서 구경하던 게이머가 다가와서 칭찬을 했다.


“멋진 게임이었어요. 과거에도 당신처럼 워 게임에서 비슷한 결과를 내고, 당신처럼 괴로워한 사람이 있었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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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 ‘인터스텔라 아스트로노머(Interstellar Astronomer)’호의 출항 23.10.14 11 0 4쪽
7 7. 아라무 무루, 차원의 문 23.10.14 3 0 14쪽
6 6. 존재의 목적을 찾아라 23.10.14 3 0 15쪽
5 5. 한계는 파괴되어야 한다. 23.10.14 4 0 25쪽
» 4. 악마는 인간의 마음 속에 있다 23.10.14 5 0 17쪽
3 3. 베일속의 김일규 박사 23.10.14 3 0 12쪽
2 2. 대통령과의 면담 23.07.09 20 1 9쪽
1 1. 인공지능 빅마더의 긴급 명령 23.07.08 3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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