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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스킬 빨로 서바이벌!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구뇨뇽
작품등록일 :
2019.05.23 12:31
최근연재일 :
2019.06.08 07:17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81,282
추천수 :
1,857
글자수 :
107,009

작성
19.06.08 07:17
조회
2,452
추천
77
글자
12쪽

19화 위기

DUMMY

성헌을 가장 처음 발견한 사람의 외침을 시작으로, 마을 곳곳에 있던 이들이 우르르 뛰쳐나왔다.


“구원자께서 오셨다!”

“다들 나와 봐! 돌아오셨어!”


사람들은 반짝이는 눈으로 전부 성헌을 우러러 보았다.


‘...왜 이래? 단체로 약이라도 했나?’


정작 성헌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너무 감사드립니다. 구원자님 덕분에 이렇게 살았습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웬 아저씨는 성헌의 손을 덥석 잡고 눈물을 글썽였다. 어디서 본 것 같긴 한데, 확실히 아는 얼굴은 아니었다.


“...몰래 카메라? 백현선이 시켰어요?”


사람들은 성헌의 질문을 듣지도 않았다. 서로 감사를 표하기 위해 난리였다.


“잠깐만요, 잠깐만.”


성헌은 달라붙는 사람들을 밀어내며, 이 사태를 설명해줄 사람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영오.’


곧 성헌은 소리를 듣고 여관 밖으로 나오는 권영오를 발견했다.


“비켜요. 다쳐도 책임 못 져요!”


사람들이 말을 듣지 않자, 성헌은 본격적으로 힘을 쓰기 시작했다.

땅을 단단히 디디고 밀어붙이자, 겹겹이 둘러싼 사람들이 출렁였다.

수십 명이 성헌의 근력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으로 나자빠졌다.

기분이 나쁠 법도 했지만, 연신 ‘구원자’를 주문처럼 외우며 황송한 표정을 지어댔다.


성헌은 눈 깜짝할 사이에 여관으로 뛰어가서 권영오의 뒷덜미를 잡아채곤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쿵!


여관의 현관 닫는 소리가 요란했다. 성헌은 버틸 셈으로 현관을 등지고 섰다.


“무슨 일이야?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내 성이 구 씨로 바뀌...?”


성헌은 뒤늦게 권영오의 표정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 그는 밖의 사람들과 똑같은 표정으로 성헌을 보고 있었다.


“...너까지 왜 그래?”

“저, 전 다 알아요.”

“...뭘?”


권영오는 소매로 눈물을 한 번 닦았다.


“일부러 창을 던져서 사람들을 풀어준 거요. 일부러 들키고 도, 도망갈 틈을 벌어준 것도요. 절 위해 대신 미, 미끼가 되어준 것도요. 전 형이 무슨 계, 계획을 가지고 이, 있는지도 모르고...”

“뭐?”

“밖에 사, 사람들은 형한테 전부 감사하고 있어요. 전부 형이 구, 구해준 사람들이에요.”

“아니, 잠깐. 내가 구하다니? 아, 설마?”


성헌은 이제야 ‘구했다.’라는 말과, 자신이 했던 행동을 연관지었다.


“설마 그 밧줄 끊어준 거? 그거 끊겨서 다들 도망쳤다는 거지? 그건 죽이려다가 잘못 던진 건데?”

“거, 거짓말 하지 마세요! 전 형의 진심을 알고 있다고요!”

“네가 왜 화를 내? 화를 내도 내가... 아, 미치겠네.”


연신 들썩이는 현관문에, 성헌의 몸이 요동쳤다. 밖엔 수십 명이 있다. 열진 못하더라도 들썩이게 할 순 있었다.


“이상하게 자꾸 나한테만 피곤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 같아? 기분 탓이냐?”

“쑥스러워 하지 마, 마시고...”

“누가 쑥스럽다 그래! 이, 제기랄! 소리 지르니까 진짜 쑥쓰러운 사람 같잖아!”


성헌은 소리를 지르다가, 덜컹거리는 문 때문에 다시 한 번 짜증이 솟구쳤다.

성헌은 그냥 현관에서 슬며시 비켜섰다. 그러자 현관이 벌컥 열리며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잠깐!!”


그때, 성헌에게서 엄청난 고함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자 사람들의 움직임이 일순간에 멎었다.


“해명하겠습니다. 잘 들으세요. 일부러 구한 것도 아니고, 솔직히 말하자면...”


성헌은 ‘원래는 죽이려고 했습니다.’라는 말을 삼켰다. 목사가 사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그의 리더쉽이 무너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실수로 구했습니다. 원래 구하려고 한 게 아니라, 실수였다고요. 일부러 시선을 끌어서 도망갈 틈을 벌어준 것도 아니고, 그냥 제가 도망가다보니 시선이 제 쪽으로 끌린 것 뿐입니다. 그러니까 돌아가세요.”


사람들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성헌은 ‘이제 좀 말이 통하는군.’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역시 저 분 말이 맞았어.”


어떤 아주머니가 권영오를 가리켰다. 그러자 성헌은 더 없이 사나운 눈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워낙 진심이 담긴 눈이라, 권영오도 상황파악이 되었는지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엔 그의 공이 혁혁했기 때문이다.


“부끄러움이 많으신 분이라, 절대 자신이 한 일을 인정하지 않는다더니.”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


누군가 거들었다.


그때, 그 아주머니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우리 구원자께서는 부끄러움이 많으신 분입니다! 이렇게 몰려드는 건 실례에요! 돌아갑시다!”

“다 들립니다, 전부 다 들린다고요. 부끄러워서 듣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만!”


성헌이 몇 마디 했지만 그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말을 듣지도 않을 거라면 왜 구원자니 뭐니 하며 떠들어대는 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이쿠! 그것도 생각하지 못하다니...”

“실례가 많았습니다.”


결국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부끄러움이 많은 구원자가 되어버린 성헌은 힘이 빠져서 벽에 기대섰다.


“구원자 님, 오셨어요?”


그때, 여권 계단에서 지켜보던 백현선이 내려와서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지랄하지마, 제발.”

“푸하하.”


성헌이 애원하자, 백현선은 폭소를 터뜨렸다.


“아, 웃긴다, 웃겨. 내가 오빠를 몰라? 나도 영오한테 말했어. 그럴 사람이 아니다, 일부러 사람들을 구하고 쫓길 위인이 아니라고. 내 말은 안 믿더라, 영오뿐만이 아니라 전부다. 귀신에 홀린 것 같아. 으, 소름.”


그녀는 팔로 몸을 감싸며 부르르 떨었다. 권영오는 연신 성헌의 눈치를 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성헌아...”


겨우 조용해진 여관 1층에 아련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조윤찬이었다.


“아, 저 오빠도 내 말 안 믿었어.”


백현선의 첨언에도 조윤찬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이산가족을 만난 듯 뛰어와 성헌을 와락 껴안았다.


키 차이가 나다보니 성헌의 두 발이 땅에서 떨어졌다.


“놔 줘. 내가 부끄럼이 많아서, 아니 많다더라.”

“살아와서 다행이다...”


하지만 조윤찬은 놓을 줄 몰랐다. 성헌은 안긴 채로 입을 열었다.


“최서영이 없는 게 다행이네. 나 보기 전에 정신교육 똑똑히 해...”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아저씨... 크흡!”


조윤찬의 가슴에 파묻혀 보이진 않지만, 어디선가 애절한 최서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존나 피곤하네.’


지금 안긴 곳이 조윤찬의 품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잠들고 싶은 하루였다.



.............




다행히 사람들은 이내 안정을 찾았다.


앞에선 다른 사람이 살해당하고, 시체 산이 쌓이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었다.

그런 극한에 내몰리다보니 집단 최면에 걸리듯 성헌에게 엉겨 붙은 것이다.

또한 거기 있던 목사의 신도가 종교를 전파한 것도 한 몫 했다.


이제 성헌을 마주치면 인사만 건넬 뿐, 무릎부터 꿇고 보는 사람은 사라졌다.


하지만 성헌의 진심 어린 이야기, 즉 ‘실수로 구했다.’는 말을 믿는 사람은 없었다. 단지 고마움을 과격하게 드러내지 않을 뿐, 구해줬다는 사실 자체는 마음속에 깊이 새기고 있었다.


성헌이 만 하루만의 평화를 즐기고 있을 때였다.


“저기...”


한 청년이 다가왔다. 물론 성헌이 실수로 구한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왜요?”


잔뜩 경계하는 성헌.


“안녕하세요. 변제용이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목사님께 말씀드렸더니 서성헌 씨를 찾아가 보라고 하셔서요.”

“무슨 일인데요?”

“사실은... 제가 거기에 가장 오래 잡혀있었거든요. 보통 고유스킬이 좋아 보이면 죽이고, 저처럼 별 볼일 없으면 살려놨어요. 제 고유스킬은 이거라...”


변제용이 손을 들자, 그의 손바닥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성헌은 새삼 예지사안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입을 열었다.


“말 그대로 손전등이네요. 근데 왜 고유스킬로 구분해서 사람을 죽였어요? 알아요, 혹시?”

“네. 그것 때문에 왔습니다.”


변제용은 고개를 적극적으로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거기 대장 격인 사람이 한 명 있는데...”


변제용은 대장의 이름은 몰랐다. 대신 불을 뿜는 고유스킬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한 번 뿜으면 사람을 녹일 정도라니, 대장인 이유가 이해가 갔다.


“그 사람은 계획이 있었어요. 슬쩍 들었는데 그럴듯해서 기억나요.”


그 대장의 계획은 이랬다.


일단 사람을 잡는다.

싹수가 보이는 놈, 즉 가치관이 비슷한 놈은 부하로 삼고, 위협이 될 만한 고유스킬을 가진 놈은 죽인다. 고유스킬을 말하지 않아도 죽인다.


그 짓을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드래곤을 사냥할 머릿수도 줄어들게 된다.

시간이 흐른 후엔, 살아있는 사람들이 대장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그때가 되면 제일 큰 무리는 그의 무리이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모여봐야 드래곤을 잡을 수 없으니까.


거기에 기여도가 없으면 죽는다는 조건까지 쥐고 흔들면, 대장의 한 마디에 죽는 시늉까지 해야 할지도 몰랐다.


“깡다구 봐라, 미친 새끼.”


성헌은 기가 찼다. 다른 사람 목숨뿐만 아니라, 자신의 목숨까지 걸고 판을 벌이고 있었다.


‘완전 배째라잖아?’


진짜 전쟁을 벌일 수도 없고, 이건 간 큰 놈이 이기는 싸움이 된다.

‘같이 용 잡자, 난 못한다, 니네가 우리 밑으로 들어와라, 안 된다.’식으로 나올 게 분명했다. 마음이 급해지는 쪽이 숙이고 들어가는 그림이었다.

그런데 그 대장이란 놈이 숙이고 들어 올리는 없었다. 애초에 깡으로 이런 계획을 짠 놈이니, 배짱이 두둑할 게 분명했다.

성헌을 비롯한 몇 명은 버틸 수도 있다 쳐도, 나머지는 불안함에 못 이겨 분명 투항하는 사람이 생긴다.


그럼 놈들은 사람도 마음대로 죽이고, 스텟도 모으고, 높은 기여도로 드래곤 레이드를 마친 후, 룰루랄라 웃으며 다음 스테이지를 시작할 터였다.


‘아니, 잠깐.’


“이때까지 몇 명이나 죽였죠? 그 새끼들이?”


성헌이 물었다.


“모르겠어요. 밖에서 죽이고 돌아오는 경우도 많아서. 적어도 150명? 200명?”

“벌써요? 이제 며칠 됐다고?”


‘스테이지의 카운트다운이 아니라, 그 새끼들 킬 카운트다운이 진짜였네.


“아, 또라이 새끼...”


‘이러면 어쩔 수가 없잖아? 느긋하게 준비하고 싶었는데...’


“백 목사님 어디 계세요?”

“공터에 계실걸요.”


성헌이 묻자, 그는 대장간 쪽을 가리켰다,


“아참, 그 새끼들 몇 명 정도에요?”

“당장은 백 명 쯤? 하지만 늘어나고 있을 겁니다. 제가 처음 잡혔을 땐, 지금의 절반도 안됐어요.”

“...일단 알겠어요.”


성헌은 공터로 향했다. 얼마 되지 않는 거리라, 곧 백목사가 보였다.


그는 그때처럼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있었다. 이번엔 성경책을 보지 않고 손에 들고만 있다는 게 차이점이었다.

성헌은 백 목사에게 다가갔다.


“방금 듣고 왔어요.”

“...방법이 있겠습니까?”


목사가 성헌을 돌아보며 물었다. 그의 얼굴은 살짝 굳어있었다.


“당연히 있죠.”


성헌은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러자 목사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어떤...?”

“4드론이요.”

“예?”


백 목사는 성헌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갸웃거렸다.

그러자 성헌은 씩 웃더니 설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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