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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 파괴. 망가

악당은 스킬을 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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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앞발
그림/삽화
고양이뒷발
작품등록일 :
2024.08.18 15:55
최근연재일 :
2024.08.26 14:4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2,913
추천수 :
161
글자수 :
46,973

작성
24.08.20 18:20
조회
386
추천
18
글자
12쪽

3화 : 반들반들 프로 클린의 명예가 걸린 일.

DUMMY

< 스킬 복제하는 빌런 3화 : 반들반들 프로 클린의 명예가 걸린 일.>



삼지 그룹 사옥 꼭대기 층.

회장은 사별 후 홀로 이곳에 들어와 살았다.

2개의 층을 주거지 용도로 변경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어떤 이들은 회사에 매진 하겠다는 뜻으로 생각했지만.


“아이 캔 플라이~ 아이 캔 플라이~!”


흥겨운 노랫소리.

회장은 펜트하우스에서 끝내주는 풍경을 내려 보며 샤워를 했다.


뭔가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는 모양.


“하하하! 불끈불끈 하구만!”


*


“이 정도면 따돌렸겠지?”


나는 청소 업체분들의 눈을 피해 구석진 곳으로 왔다.

장비들은 박스에 잘 챙겨 왔다.


“이렇게....착용하면 되나?”


뭔가 심오한 것이 생각보다 복잡했다.


“아니. 그리하는 게 아닐 세.”

“어우! 깜짝이야. 놀랬잖습니까. 어르신.”

“아직. 어르신 소릴 들을 나이는 아닌 것 같은데.”

“어...죄송. 선크림은 잘 챙겨 바르시는 거죠?”

“딸래미가 사 줘서 들고는 다니는데, 영 번거로워서.”

“겉늙어 보이는 건 다 자외선 때문입니다. 귀찮더라도 더 늦기 전에 바르세요!”

“말을 해도. 거참.”


대화 중 안전 장비들을 새로 채워주시는 아저씨.

세상에 좋으신 분들이 많구나.


덕분에 멸망할 테면. 멸망해 버리라지. 란 생각이 조금은 사그라들었다.


“오. 확실히 쫀쫀한 것이 느낌이 다릅니다.”

“그보다 연습 중이었나?”

“아니요. 실전 중입니다.”


나는 그대로 건물의 벽에 몸을 밀착시켰다.


“자네. 뭐하는 건가!!”


어르신 아니 아저씨가 당황스러워했다.


“아아!! 좀 어색해 보이죠? 이러면 다들 이상하게 보긴 하겠네. 역시 베테랑은 눈썰미부터 다르군요~!”

“무슨 소릴? 그리고 나 이 일을 한지 일 년도 안됐....”


나는 벽에서 떨어져 박스를 뒤졌다.

때마침 좋은 아이템을 발견했다.


“밧줄은 왜???음...?!”


밧줄을 길게 풀어놓고선 기술을 사용했다.

딱딱하고 튼튼하게 만드는....


누구 기술이었지? 딱히 중요한 놈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 기술덕에 맷집 하나는 대단했던 걸로 기억한다.


‘아 맞다. 마족과 싸우다 죽었지.’


죽을 때 강화된 부분만 남고 나머진 바스러졌다.

강화만 믿고 깝죽일 때부터 알아봤다.


투두둑!


밧줄이 막대기처럼 길게 굳었다.

한 시간은 갈 거고. 이게 질감은 원래의 것과 비슷한데, 내구도는 어지간한 쇠몽둥이보다 좋을 거다.


“어때요? 감쪽 같죠? 이렇게 가슴팍에 붙이면 꼭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이죠? 휘어지기도 하고!!”


밧줄에 철심이라도 박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

훌륭한 착시효과.


역시 헌터는 머리가 좋아야 나처럼 오래 살지.


“어....어떻게 한 건가?”

“마술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겁니다. 서프라이즈~!”

“설마. 자...자네. 헌터.....”


설마. 들켰나?


“......가 여기서 이러고 있진 않을 거고. 그럼 너튜버였나? 마술 너튜버?!”


나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오해.


나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저 싱긋 웃으며 그대로 건물벽에 붙었다.


“선작. 좋아요. 알림 설정. 부탁드려요~!”


*


건물 안 사무실.


“김 대리. 휴대급 마석 수급은 얼마나 진행 됐어?”

“아직.... 외주 업체에서 해결이 안 돼서. 요즘 워낙 수요가 많지 않습니까. 81 소원전과 직접 협의 중에 있습니다.”

“그게 지금까지 질질 끌 일이야? 전자 쪽에서 난리도 아니라고. 담당자 미팅은?”

“.....엉???!”


갑자기 넋을 놓고 창밖을 바라보는 김 대리.


“뭐야? 왜 그래? 창문 청소하는 거 처음 봐?”


하 과장이 고개를 돌린다.

눈이 마주치자, 어색한 미소를 띄우며 창문에 분무기를 뿜는 용역업체 직원.


뽀드득! 뽀드득!


뭔가. 되게 자연스러워 보이면서. 또 동시에 부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했고.


“그...그게 아니라....”

“지금 한가하게 한눈팔 때야? 왜? 재밌어 보여? 회사 때려 치고 자네도 유리 닦고 싶어?”


김 대리는 억울했다.

분명 끊어진 밧줄이 스멀스멀 먼저 올라간 뒤에 사람이 올라오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봤기에.


“아닙니다.”

“그보다 김 대리. 요즘 왜 이렇게 맥이 없어. 허하면 약이라도 지어 먹어.”


그 약을 자기가 사줄 것도 아니면서.


‘내가 잘 못 봤나?’


요즘 조금 무리하긴 했다.


*


“하마터면 들킬 뻔했네.”


특히 직원과 눈이 마주쳤을 땐 심장이 덜컹했다.

당황해서 미끄러질 뻔.


“역시 내 기지. 칭찬해.”


청소 도구까지 챙겨 오길 잘했다.

열심히 유리를 닦는 걸로 상황을 모면했다.


나름 잘 닦은 것 같기도 하고.

일 마치고 알바비 받아야 하나.


“다시. 출발!”


나는 한 마리의 거미처럼 열심히 벽을 타고 올랐다.

아무리 잘 모방 해도. 내 기술이 아니다.

효율이 개판이긴 했다.


지연이의 버프가 아니었다면 이짓도 힘들었겠지.

이제 슬슬 깨어날 때가 됐겠지.

경찰에 신고는 했을까.


잠깐 다른 생각을 했는데, 벌써 꼭데기 층이다.


“여긴가?”


선팅이 워낙 잘 되어 있어 안을 확인할 수 없다.


딱히 상관없다.

빛만 반사할 뿐. 기감까지 차단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내 헌터 짬빠이가 몇 년인데.


창문 너머 사람이 있는 지 정도는 눈감고도 알 수 있다.


‘좋아. 사람 기척은 없어 보이고.’


나는 품에서 조두 놈의 단검을 뽑아 들었다.

사람은 이름을 남기고. 조두는 단검을 남겼다.

이 훌륭한 단검은 죄가 없다.


샤아악-!


검 끝에 마나를 집중하자 푸른 빛이 맺혔다.


끼기기긱!!


창문에 대자 종이 잘리듯 깔끔하게 썰렸다.


“역시 난 마음이 올바른 사내였어. 이렇게 반 듯 한 원이라니.”


뿌듯하기 그지 없다.


톡-! 하고 치니 유리가 안으로 넘어갔다.

사람 하나가 지나기 충분.


샤아아아!


침실에 딸린 샤워실에서 물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씻고 있는 모양이다.


다소곳하게 침대에 걸터 앉아 느긋하게 주변을 감상했다.

나는 조두놈과 다르게 기다림의 미학을 아는 사람이니까.


여기저기 새 그림이 많다.

새 조각상도 있고. 피규어도 있고.


구경을 하는 와중에도 입꼬리가 절로 움직였다.


“후훗.”


회장님을 놀래켜 줄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심장이 두근두근.


역시 누군가를 놀래키는 일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머리에 리본이라도 묶고 있을까?

그냥 서프라이즈하면 재미없잖아.


씻고 있는 사람이 회장님은 맞겠지?

다른 사람이면 괜히 민망할 것 같다.


“거의 회사에만 있는다고 했....?!!! 으억! 깜짝이야.”


사람이었다. 커다란 새장에 예쁜 여자애가 불안한 표정으로 갇혀 있다.

왜 위화감이 없지?


그러기엔.


앙증맞은 날개가 달린 하얀 원피스.

긴 흑발. 검고 커다란 눈. 하얀 피부.

가느다란 팔다리.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표정.


아. 품평을 할 때가 아니지.

분명 사람이 없는 걸 확인 했는 데....


“사...살려 주세요. 제발.”


녀석이 나지막한 소리로 부탁했다.

대충 어떤 상황인지 이해가 갔다.


“나쁜 놈인지 알았지만, 생각보다 더 나쁜 놈이었구나.”


그사이 샤워기 물이 뚝 끊겼다.


“아이 캔 플라이~ 아이 캔 플라이~ 불끈불끈 하구먼! 허허허.”


노래를 흥얼거리며 밖으로 나오는 회장.

타월로 숱도 별로 없는 머리를 탈탈 털며.


“그러면 머리 더 빠질 텐데....”

“흐억!! 누...누구냐!!”


방금 전 소녀를 발견했던 나와 반응이 비슷하다.


역시 사람 놀라는 건 거기서 거기구나.

그룹 회장님이라고 좀 다를 줄 알았더니.


“어...그. 청소업체 직원입니다만?”


내 복장을 한 번 훑어 보더니.

믿는 눈치.


“뭐?! 하.... 보안팀은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건지. 학생. 여긴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나가요. 여기서 본건 취미생활....그러니까 상황극 같은 합의 된...어휴. 일단 나가요.”


나는 꿈쩍하지 않고 눈만 꿈뻑였다.


“아니. 나가라니까.”

“그게. 집에 갈 차비가 없어서.....”


최대한 처량한 눈으로 회장을 바라봤다.

실제로 내 전재산을 택시비로 기부했으니 거짓은 아니다.


“하...ㅆ.”


욕을 삼키며 회장은 지갑에서 5만 원짜리 지폐 한 다발을 꺼내 줬다.


원래 회장님은 현금 안 들고 다니지 않나?

만능 김비서가 있지 않은가.

이래서 편견이 무서운 거다.


“오!! 감사합니다! 이거 뭐라도 해드려야 하는데....오오! 마침 제가 해 드릴 수 있는게 있네요.”


너무도 고마운 마음에 회장님의 머리를 청소해 드리기로 결심했다.

때마침 손에는 좋은 도구들도 있지 않은 가.


찍- 찍-


회장님의 면상에 정성스럽게 분무기를 분사.

정확히는 머리와 경계가 애매한 이마였다.


“으악! 이 미친!! 갑자기 뭐 하는 거야!!”

“아니. 뭔가 얼룩이 있는 것 같아서..... 걱정마세요. 정성을 다해 닦아 드릴게요.”


이번엔 유리닦개를 들이밀었다.

당연한 절차였다.


“뭐...뭐야!!!”


뒤로 나자빠지는 회장님.


“아직 덜 닦였어요. 가만히 좀 있어 봐요.”


나는 회장의 몸 위에 올라타 계속 닦아줬다.


“이...이 미친 놈이!!”

“이상하다. 왜 안 닦이지. 만화에선 광이 잘 나던데.”

“그만! 사람 부르기 전에 당장 꺼져!”

“에이. 어차피 나가면. 사람 불러서 잡을 거잖아요. 설마. 이대로 쥐도 새도 모르게? 흥! 안 속는다리요.”

“안 부를 테니까. 제발 그만하라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돈을 받았는데, 돈 값은 해야죠. 음...아무래도 접근성에 문제인 것 같네요.”


나는 유리 닦이를 던져버리곤. 허리춤에서 걸레를 꺼내 침을 뱉었다.


카악-


“뭐...뭐하는 거야.”

“도구를 바꾸는 중입니다.”

“하지마!! 하지마....!!! 하지 말라고!! 으악!!!”


나는 최선을 다해 회장님의 이마를 닦아 드렸다.

약간의 저항? 부끄럼이라 해 두자.

내 앞에선 의미 없지.


“아니. 열심히 닦았는데, 왜 이렇게 빨간 게 계속 묻어 나오지. 참으로 미스터리야”

“피...피!!! 싸...사이코. 아니. 저기....이보시오.”


회장은 몸을 떨다 언성을 낮추며 불렀다.

이제야 이상함을 감지한 모양.


“네?! 걱정 마세요. 제가 확실하게 닦아 드릴게요. 이건 우리 업체....아! 이름이 뭐더나.”


고개를 내려 조끼의 상호를 살짝 컨닝 한 뒤.


“<반들반들 프로 클린>의 명예가 걸린 일입니다!”

“제발. 그만해주게. 아니. 원하는 게 뭐요? 돈이라면 얼마든 드리겠소.”


이제야 말귀를 알아 먹는 듯 했다.

복장이야 어떻든 애초에 이런 은밀한 곳에 사람이 왔으면 의심부터 했어야지.

도둑 혹은 강도를 디폴트 값으로.


“가진 거 다 내놔!! 아. 이게 아니지. 얼마 전 경매에서 물건 하나 샀죠? <익천>이라고.”


마르지 않는 샘물이란 뜻인데, 진짜로 물이 나오진 않았다.

그 대신 다른 게 마르지 않는다.


“서...설마. 그 물건이 엄청나게 대단한 거였소? 엘리트 요원이 올 만큼?!”


뭔가 오해를 한 모양이다.

다른 나라 비밀 요원 그쯤으로?

하긴. 대낮에 여기까지 침투하는 게 어디 쉽나.


그리고 이 아저씬 재벌이다.

일개 개인이 건들이기엔 리스크가 너무 컸다.

같은 나라 사람이라면 더더욱.


“아니. 설명서에 나와 있는 효과. 딱 그거.”

“..........?? 정력?? 아아! 중국에서 오셨소?”


옆 나라 큰 따그가 나이가 좀 많긴 하지.

그 형님이 먼저 봤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손에 넣었을 것 같긴 하다.


“그건 부가 효과고. 어쨌든 꼭 필요한 물건이니 받아 가겠어요.”


잠을 조금만 자도 피로 회복이 빨라지는 기물.

원기 회복을 시켜주는 물건은 미래에도 최고의 정력제로 인식되었다.


그러고보니 권력자들에겐 미래나 지금이나 최고의 아이템인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하루살이인 내 임무를 위해 꼭 필요한 거다.


“부탁드리오. 차라리 돈으로 지불하면 안 되오? 요즘 밤이 영 시원찮아서.....이제야 삶의 활력을 디찾았는데.....”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놉! 협상 결렬. 그사이 머리에 빨간 게 많이....”

“아니. 됐소. 드리지. 드리겠소.”


회장님은 벌떡 일어나 침대 맡으로 갔다.

그런데. 아이템이 어째 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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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은 스킬을 훔친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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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 나는 사이보그가 아닙니다. +2 24.08.26 147 13 12쪽
8 8화 : 반짝반짝 눈이 부셔. +1 24.08.25 190 15 12쪽
7 7화 : 텔레비전에ㅡ. +4 24.08.24 252 18 13쪽
6 6화 : 1 유로 만. 24.08.23 268 17 12쪽
5 5화 : 선생님은 괴물이 될 수밖에 없는 거에요. +1 24.08.22 311 16 12쪽
4 4화 : 제 점수는요? +5 24.08.21 334 20 12쪽
» 3화 : 반들반들 프로 클린의 명예가 걸린 일. 24.08.20 387 18 12쪽
2 2화 : 회장님 목 따러 갑니다. +2 24.08.19 456 20 12쪽
1 1화 : 오늘만 사는 X. +3 24.08.19 567 2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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