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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븐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피아니스트의 영혼이 들어왔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케븐
작품등록일 :
2023.05.10 13:41
최근연재일 :
2023.06.25 23:55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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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372
글자수 :
205,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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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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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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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콩쿨 견학

DUMMY

콩쿨까지 남은 시간은 단 2주.

하지만, 노헌의 연주는 여전히 미완성이었다.


‘분명 착실히 나아가고 있는데···.’


시간을 투자한 것에 비해 더디게 성장하는 노헌의 연주.

기본기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초보자가 작품 하나를 완곡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현묵도 어느 정도 예상하던 부분.


그러나 문제는 이게 아니었다.


“하아···.”


피아노를 치던 도중, 한숨을 내쉬는 노헌.

그는 요즘 평소보다 약한 모습을 내비치곤 했다.


‘지칠 만하지.’


한 번도 안 쳐봤던 피아노를 벌써 몇 주째 쉬지 않고 연습 중이니 지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시간을 투자하는 것만큼의 성과가 나타나질 않으니 답답할 수밖에.


‘하지만, 이런 힘든 시간 또한 버텨야 해.’


피아노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도 당연히 힘든 시기가 온다.

다이어트도 하루 만에 되는 게 아니지 않은가.

그러나 버티고 버티면 언제나 결실을 볼 날이 온다.

추운 겨울이 지나야 따듯한 봄이 오는 것처럼.


“으음, 또 틀렸네.”


계속 실수하는 구간.

노헌은 애가 타는지, 물을 홀짝였다.


【너무 조급하게 안 해도 돼, 지금도 잘하고 있어.】


현묵이 다독여도 봤지만.


“그래도 2주밖에 안 남았잖아요.”


첫 콩쿨이기도 했고, 이재은과의 내기도 있어선지 노헌은 조급해 보였다.


‘이러면 위험한데···.’


남들이 보기엔 노력하는 노헌의 모습에 “잘하고 있는 거 아니야?”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평생 피아노를 쳐왔던 현묵으로선 이 상황이 위험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건 목표를 위한 노력이 아니야, 그저 쫓기고 있는 것뿐이지.’


같은 노력이라도 본질이 다르다.

어떤 목표를 위해 직접 나아가는 능동적인 노력.

무언가에 쫓겨, 할 수 없이 하는 수동적인 노력.

현재 노헌의 노력은 후자에 속했다.


‘나도 한때는 그랬었지···.’


현묵 또한 힘든 시기가 있었다.

무언가에 쫓겼던 적도, 지쳐 쓰러질 뻔한 적도 있었다.

비록 그때의 현묵과 지금의 노헌은 조금 다른 상황이었지만, 핵심은 똑같았다.

수동적인 노력을 했다는 것.


‘그러니까, 결말을 알고 있는 내가 도와줘야만 해.’


그의 인생에 있어서 암흑기였던 그때처럼 되지 않기 위해.

현묵은 당시에 극복했던 해결법을 떠올렸다.



♪♪♪



다시 돌아온 주말.

평소대로 연습실로 가려는 노헌에게 현묵이 말을 꺼냈다.


【오늘은 연습실 가지 마.】


이제는 콩쿨까지 단 1 주만이 남은 상황.

「아라베스크」의 완곡을 앞둔 지금, 이해할 수 없었지만, 현묵은 항상 정답을 알려주곤 했다.


‘이번에도 뭔가 있겠지?’


생각하며 노헌이 현묵의 말을 따라 도착한 곳은.


“어··· 콩쿨?”


또 다른 콩쿨이 진행 중인 연주회장이었다.


【기분 전환도 할 겸 콩쿨에 대해 알려줄게】


솔직히 조금 뜬금없긴 했다.

콩쿨 설명 같은 건 당일 날,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들으면 될 터인데, 굳이 주말 하루를 날리다니.


그렇게 로비에 발을 들이자.


“사람이 꽤 많네요?”


콩쿨 시작 전부터 북적이는 사람들.

가장 첫 순서가 초등부여선지, 초등학생들이 엄마, 아빠의 손을 꼭 붙잡고 재잘거리고 있었다.


【잘 봐둬, 여기 참가하는 사람들 전부 네가 참가하는 콩쿨에 다시 나올 거야.】


규모로 보자면, 다음 주 노헌이 참가하는 콩쿨이 훨씬 거대했다.

그에 비해 이 콩쿨은 건물도 더 작고, 덜 유명했지만, 참가자 수만큼은 밀리지 않는 것이 신기할 따름.


【이 콩쿨은 한 마디로 리허설 같은 거지.】


다음 주에 있을 콩쿨에 대비하기 위한 리허설.

참가곡은 두 콩쿨 모두 동일하기에 큰 무대를 겪기 전 작은 무대에서 실전 감각을 키운다는 의미, 그렇기에 다음 주 콩쿨에 나올 학생들 대부분이 이 콩쿨에 참가한다.


“그럼, 저도 이 콩쿨 나올 걸 그랬어요.”

【노헌아, 완곡이나 하고 말하자.】


현재 노헌의 「아라베스크」는 완곡 직전이었지만, 어딘가 아쉬웠다.

게다가 완곡하더라도 감정을 넣는 세밀한 부분도 더 신경 써야 해 시간도 그리 많진 않았다.


【그럼 슬슬 시작할 거 같으니 회장 안으로 들어가자.】

“네.”


그렇게 들어온 연주회장.

마치 계단식 논처럼 회장 입구부터 무대까지 내려가는 계단이 여러 군데 나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 푹신한 관객석이 설치되어 있었다.


【사람이 많기도 하고, 초등부는 대부분 비슷한 곡을 연주해서 지루한 편이야, 그러니 입구랑 가까운 데에 앉아, 종종 산책도 다녀오게.】


노헌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곤 입구와 가장 가까운 끝줄, 한구석에 자리 잡았다.


“잠시 후, 콩쿨이 시작될 예정이오니 초등부 1번부터 20번은 대기실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앉는 순간, 회장 안에 울려 퍼지는 안내 방송.

주변을 둘러보니 호명된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내가 들어온 입구로 향하고 있었다.


“어, 왜 입구로―?”

【대기실은 로비와 연결되어 있어. 즉 번호가 불렸으면 로비를 거쳐서 대기실로 가야 하는 거지.】


생기는 동시에 해결되는 의문.


【그리고 저기 무대 좀 볼래?】


현묵의 말에 따라 무대로 시선을 돌리자 우뚝 서 있는 그랜드 피아노가 눈에 들어왔다.


【연주는 저 피아노를 사용하고, 무대 바로 밑, 책상 보이지? 그 앞에 앉아있는 세 사람이 이번 콩쿨의 심사위원이야.】


대부분 교수나 경력 있는 피아니스트들이 심사한다고 현묵은 덧붙였다.


【또 말해줘야 할 게··· 아! 이제 시작하려나 보다!】


무대 위 전광판.

붉은색으로 된 조명이 1로 변하는 동시에, 한 어린아이가 무대 위로 아장아장 걸어 나왔다.


잔뜩 겁을 먹은 표정.

그럼에도 아이는 자신보다 몇 배는 큰 피아노 앞에 앉았다.

어느샌가 떠들썩했던 회장은 조용해진 지 오래.


곧이어 아이의 손끝에서 명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톡톡 튀기듯 신나는 리듬.


【쿨라우의 「소나티네 Op.55, No.3」, 초등학생들이 콩쿨에서 주로 많이 치는 곡 중 하나야.】


노헌은 현묵이 전에 설명해주었던 작품 이름 읽는 법을 떠올렸다.


제목 중 소나티네 뒤에 붙는 Op.는 라틴어 Opus number의 줄임말로 작품 번호라는 뜻을 가지며 몇 번째로 출판됐는지를 말한다.

No.는 협주곡이나 교향곡 등 특정 장르의 곡으로서 몇 번째 작품인지 알려준다.


즉, 위의 곡을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피아니스트 쿨라우가 작곡한 소나티네라는 장르로선 3번째고, 쿨라우의 전체 작품 중에선 55번째로 출판됐다는 뜻이다.


‘지금 생각해도 헷갈리네.’


심지어 특정한 기호를 쓰는 작곡가도 있어 전부 외우는 건 불가능이었다.


‘그래, 그냥 읽을 줄만 알면 된 거지.’


그렇게 노헌이 흘러버리려는 순간.


땡―


어디선가 청명하게 울리는 종소리.


‘아니, 연주회장에서 누가 벨 소리를 안 끈 거야?’


하고 소리의 발원지를 찾고자 고개를 돌린 방향은.


“어? 왜 저기서?”


바로 무대 바로 앞, 심사위원석이었다.


【노헌, 거기 말고 무대 위를 봐.】


현묵의 말을 따라 시선을 올리자 방금까지만 해도 피아노를 치던 1번 아이는 연주를 멈추고 무대 뒤편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갑자기 어디 가는 거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노헌에게 현묵은 설명을 시작했다.


【종소리는 연주를 끝내라는 신호야.】


한 콩쿨에 참가자 수는 얼마나 될까?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만 합쳐도 엄청난 숫자다.

이 콩쿨로 따지면 대략 300여 명.


【연주곡 한 곡만 해도 평균적으로 4분 정도, 만약 300명의 연주를 전부 듣는다면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까?】

[이틀은 걸리지 않을까요?]


노헌은 말없이 휴대폰 메모장으로 대답했다.


그렇기에 콩쿨의 연주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한 사람당, 평균 1~2분 정도로.


【그런데 예외도 있어.】


1분도 듣지 않거나, 한 곡을 아예 끝까지 듣거나.


【바로 엄청 못 치거나 잘 치거나, 둘 중 하나야.】


심사위원이 연주를 듣고 판단하여 종을 언제 칠지 판단한다고 현묵은 말했다.

요약하자면 잘 치면 잘 칠수록 종을 늦게 치고, 못 치면 못 칠수록 종을 일찍 친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종을 아예 안 치고 연주를 끝까지 하는 참가자들이 수상할 가능성이 커.】


그만큼 끝까지 듣고 싶은 연주를 하는 실력자들이기에.


땡―


현묵의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울리는 종소리.

연주를 마친 2번이 무대를 떠나기 무섭게 전광판의 숫자는 3으로 바뀌었고 다음 순서의 초등학생이 무대에 올랐다.


그렇게 반복하길 몇 번.


“앞으로 10분간 휴식하겠습니다. 21번부터 40번은 10분 후까지 대기실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회장 안에 울리는 안내 방송.

노헌은 곧장 바깥으로 향했다.


‘지루해.’


처음에는 피아노를 꽤 잘 치는 초등학생들의 모습에 놀라 집중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5번까지뿐, 그 뒤로는 거의 반복되는 참가곡들의 향연이라 질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건 노헌뿐만 아니라 현묵도 마찬가지.


【오랜만에 온 콩쿨이지만, 재미없는 건 똑같네.】

“네? 선생님이 오자고 하신 거잖아요?”


아직도 노헌은 현묵이 이곳에 데려온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차라리 이럴 시간에 연습하는 게 더 나았을 텐데.’


그렇게 생각해도 현재 콩쿨이 열린 곳은 노헌의 집과 지하철로 1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 적어도 무언가의 성과는 얻어가야만 했다.


‘그리고 선생님이 보내줄 리도 없고.’


그렇게 씁쓸하게 산책하고 회장으로 돌아가던 참이었다.


“쟤넨··· 뭐지?”


노헌의 눈에 들어온 한 무리.

앞서 연주회장에서 봤던 초등학생들과는 나이대가 달랐다.


【네 또래 중학생들 같은데?】


주말이라선지 제각각 사복 차림, 한 손에는 악보집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쟤네도 피아노 전공하려는 애들일까요?”

【저렇게 몰려다니는 걸 보면 아마 예술중학교에서 단체로 온 거 같구나.】


한 명씩 차례대로 로비로 향하는 중학생들.

그들이 다 들어가고 나서야 노헌도 들어설 수 있었다.


[생각보다 많이 왔는데요?]

【보통 한 중학교에서 8명씩은 오지.】


다시 연주가 재개됐는지 로비 중앙에 설치된 TV에서 무대가 실시간으로 송출되고 있었다.


【이번 연주 끝나면 들어가자.】

[네.]


한 번 연주가 시작되면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입장과 퇴장은 연주가 끝나야 하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였다.


그렇게 노헌이 기다리고 있는 사이.


“야야, 쟤 그 영상에 나온 애 아니야?”

“아! 「겨울바람」 친 걔?”

“정하린, 한 명도 벅찬데 쟤까지 참가해? 아, 나 좋은 생각 났을지도?”


로비 한쪽을 차지하고 있던 중학생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심지어 몇몇은 흘깃흘깃 노헌을 바라보다가 눈을 마주쳐 황급히 돌리기도 했다.


‘뭐지?’


부담스러운 시선을 애써 외면하고 있던 그때.


“저기, 너 혹시 이 영상 나온 애 맞지?”


중학생 무리 중 한 명이 노헌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녀가 보여준 영상은 역시나 현묵이 나섰던 그것이었다.


“어, 어? 맞아.”

“대박! 너 진짜 잘 치더라! 피아노는 언제부터 쳤어?”


당황스러운 리액션과 질문.

노헌이 실질적으로 피아노를 배운 건 1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정직하게 대답할 순 없었다.


“그냥, 옛날부터···.”


어쩔 수 없이 내놓은 건 애매모호한 답변.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계속 말을 걸었다.


“우리는 천예중학교 다니는데, 너는 어디 중학교야?”

“천예중? 아!”


낯익은 이름.


- “저는 천예고등학교에서 온 교사, 정미영입니다.” -


노헌을 스카우트하러 온 천예고등학교 산하의 예술중학교.


【어? 내 후배들이었네?】


현묵이 졸업한 중학교였다.


“나는 현성중학교 다녀.”

“현성중? 처음 들어보는데, 혹시 그냥 일반 중학교야?”


노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아, 맞아! 영상보니까 전공생 아니라고 했었지?!”


자기 혼자 납득하는 그녀.

아무래도 노헌이 예술중학교에 다니는 거로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도 그렇게 잘 치는구나! 그러고 보니 이름이―”

“야, 그거 부탁이나 좀 해 봐.”

“아! 알겠다고.”


갑자기 뒤에서 말을 끊는 중학생 중 한 명.


‘그거? 부탁?’


노헌이 의문을 떠올리고 있자니 여학생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 오늘 참가하는 애 중에 정하린이라고 있거든?”


어딘가 낯이 익은 이름.

하지만, 얼굴이 떠오르질 않았다.


“그런데?”

“혹시 그 영상처럼 하린이도 참교육 좀 시켜주면 안 될까?”

“뭐―?”

노헌이 의문을 표하는 순간.


땡―


종소리와 함께 연주회장에서 나온 한 여학생.



“어···? 하, 하린아?”



바로 정하린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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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피아니스트의 영혼이 들어왔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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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첫 번째 콩쿨 +2 23.05.18 215 10 13쪽
8 천예중, 정하린 +2 23.05.17 216 12 11쪽
» 콩쿨 견학 +3 23.05.16 218 9 13쪽
6 뒷걸음질 +1 23.05.15 228 12 12쪽
5 천예고등학교 +1 23.05.14 235 10 12쪽
4 88명의 친구 +2 23.05.13 257 11 12쪽
3 시작의 아라베스크 +1 23.05.12 316 13 12쪽
2 피아니스트와 중학생 +1 23.05.11 396 10 12쪽
1 하늘에서 떨어진 피아니스트 +2 23.05.10 686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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