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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치 님의 서재입니다.

은신해서 LIVE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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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희치
작품등록일 :
2018.09.26 07:59
최근연재일 :
2019.01.28 23:23
연재수 :
8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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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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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84,438

작성
18.09.2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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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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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3. 공기 같은 남자.

DUMMY

#003. 공기 같은 남자.


탑뷰에 올라오는 동영상은 두 가지.

녹화된 것을 편집해 올리는 것과 라이브로 방송하는 것.

편집본은 대체로 던전과 탑에서 몬스터를 사냥하는 모습이나, 각성자 등록을 하지 않고, 범죄를 저지르는 영상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라이브 방송은 생산직계열 각성자나 엽기방송 하는 이들이 주를 이뤘다. 심지어 야동을 올리기도 하는데, 19세 미만은 시청 불가!


“아, 이걸 어쩌지···”


직접 사람들과 얼굴 붉히는 일이 아니라, 동영상이나 채팅 참여는 종종 하던 기훈. 의도치 않게 테스트 방송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난감했다.

급히 채팅창에 글을 올렸다.


[[투명인간: 테스트 방송입니다. 오늘 각성해서요. 그리고, 야한 거 찍을 생각 없습니다.]]

[양반김씨: 앗! 투명인간님 등장!]

[탑뷰어: 에이, 좋다 말았네.]

[나그네9: 각성자님 은신 계열 맞죠?]

[노상방뇨: 닥치고, 여탕! 여탕! 여탕! 여탕!]

[일반사람님이 입장했습니다.]

[관심종님이 퇴장했습니다.]

[회귀자님이 입장했습니다.]

[일반사람님이 동영상을 좋아합니다.]

[······.]


기훈의 안내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자기들 할 말만 써댔다. 인상을 구긴 기훈이 방송을 종료하려는 그때.


[탑뷰어: 어, 어! 던전이다!]

[노상방뇨: 대박! 던전 생성 라이브!]

[일반사람: 난리 나겠네. 저기 어디냐?]


채팅창이 난리 남과 동시에

끼이익- 쿵, 콰앙! 쿵! 끼이익-

급브레이크 소리와 차량 부딪히는 소리가 뒤를 이었다.


많은 차량이 오가는 왕복 6차선 도로 중앙에 갑자기 나타난 균열.

빠지직- 빠직-

검은 불꽃을 일으키며 공간이 갈리지고 있었다.


“더, 던전···”


정면 도로에 나타난 던전 때문에 엉덩방아를 찧고 마는 기훈은 곧 두려움에 손을 떨었다.


- 케아아!

- 케에엑!


괴성을 지르며 나온 초록 괴물 고블린 때문이었다.


“꺄아악!”

“모두 도, 도망쳐!”

“우아악!”


사람들이 맞서 싸우면 충분히 상대할 만한 하급 몬스터였지만, 갑자기 발생한 던전과 추돌사고는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그들은 차량을 버리고, 던전 주변에서 도망치기 바빴다.


- 케야야!

- 케헤헤!


어른 허리 정도 오는 작은 덩치에도 불구하고, 흉측한 몰골은 사람들을 공포에 휩싸이게 했다.

기훈 또한 주저앉은 채 얼어붙었다. 각성자에 헌터 등록까지 했지만, 그의 신체는 일반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 도망쳐야 해. 어, 어서.’


마음은 굴뚝같지만,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고블린들은 던전에서 나와 달아나는 사람들을 쫓기 시작했다. 주로 약해 보이는 사람들 위주로. 여자나 노인, 아이들.


- 케야아!


한 놈이 기훈 쪽을 바라봤고, 흉측하게 웃으며 세워진 차를 뛰어넘어 빠르게 달려왔다. 놈의 손에는 녹슬고 무딘 손도끼가 들려있었다.


‘제, 젠장!’


끝이라는 생각에 기훈은 몸을 한껏 웅크린 채 눈을 감았다.

타다닥, 타닥-

도로를 뛰어오는 고블린의 발소리가 점점 커져 왔고, 이내

타다다, 타닥-

옆을 지나갔다.


위협이 지나갔음을 느낀 기훈은 실눈을 떠 사위를 살폈다. 이미 자신을 지나친 고블린은 다른 이들을 쫓고 있었다. 딸의 손을 잡고 달리는 여인이었다.


철퍼덕-

아이가 엄마 손을 놓치고 넘어지고 말았다.


- 캬하하!


고블린이 아이를 향해 도끼를 휘두르는 순간, 아이의 엄마가 몸을 날려 아이를 껴안았다.

퍼억!

낡은 도끼가 그녀의 등을 찍었고, 하얀 옷에 붉은 얼룩이 번져갔다.

고블린은 피를 보더니 더욱더 흉포하게 도끼를 휘둘렀다.


“제, 젠장! 기척 숨김!”


눈앞에서 끔찍한 모습을 보게 되니, 굳었던 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능력을 발동하기 위해 스킬 명을 말하자 몸속의 마력이 움직였다.


“이야아아아아!”


기껏 기척을 숨겨놓고, 소리치며 달리는 기훈. 고블린이 놀라 뒤를 돌아봤을 땐 이미 늦었다.

퍽!

몸을 날려 고블린을 밀쳐낸 기훈.


- 키이이! 잉?


몇 바퀴 구른 후 얼굴을 구기며 일어선 고블린이 기훈을 보곤 고개를 갸웃거린다.

기훈은 그 틈에 녀석이 떨어트린 손도끼를 집어 들었다.


“하아- 하아-”


숨을 헐떡이는 기훈을 보는 고블린의 눈이 흔들린다. 섣불리 공격하지 못하던 녀석의 시선이 피 흘리며 혼절한 여인과 엄마의 품에서 울고 있는 아이에게 돌아갔다.


- 키아아!

“뭐, 뭐야!?”


분명 놈에게 위협이 될 존재는 자신인데, 빈손으로 쓰러진 여성에게 달려드는 고블린.


“알게 뭐야!”


놈이 옆을 지나는 순간 손도끼를 휘둘러 놈의 뒷목을 가격했다.

퍼억-

붉은 피를 튀기며 그대로 고꾸라지는 고블린. 죽지는 않았는지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우아아아!”


기훈은 살기 위해,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놈의 몸에 올라타 손도끼를 마구 휘둘렀다.

퍽! 퍼억! 꽈직!

분명 고블린이 죽었지만, 정신없이 휘두르는 기훈의 손은 멈출 것 같지 않았다.


“아, 아저씨.”


두려움에 떠는 아이의 부름이 있을 때까지.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살피니 고블린 몇 마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섣불리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뭐, 뭐야? 기척을 숨겨서 그런가? 아니, 아무리 그래도 눈앞에 버젓이 있는데?’


고블린 놈들은 자신의 동족을 무참히 죽이는 기훈을 헛것 보듯 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보고 있는 게 맞는지 의심하면서.

오히려 피 칠갑한 자신보다, 쓰러진 여인과 여아 쪽으로 자꾸 시선이 향하는 것을 본 기훈이 용기를 얻었다.


‘지능이 낮아 그런가? 아니면 보이는 것과 달리 기척이 없어서?’


몬스터는 대부분 본능에 충실하다고 한다.

괴팍하고 폭력적이며 살육을 즐긴다. 오로지 파괴를 목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13년 전 몬스터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놈들의 성질은 바뀌지 않았다.


기훈이 가만히 앉아있자, 고블린들의 시선이 모녀에게 향했다.


‘뭐야, 가만히 있으면 동상이나 공기처럼 느껴지냐? 없는 것 같다 이거야?’


당황스럽지만, 기회라 여긴 기훈이 서둘러 포인트 상점을 열었다. 테스트로 라이브방송을 한 덕에 또다시 200포인트가 넘게 쌓여있었다.


기훈은 물약 메뉴에서 ‘하급 근력증가 물약’을 구매했다. 마력 증가 물약과 마찬가지로 처음 마시면 근력이 10 증가한다. 갑자기 힘이 두 배가 되는 것이다.

탁!

떨어지는 물약 병을 잡아 서둘러 마셨다.


“크윽!”


마력 증가 물약보다 쓴맛에 인상을 구기며 손도끼를 움켜쥐었다.

뿌둑-

낡아 삭은 나무자루에 균열이 갔다. 잘못하면 자루가 부러질 것 같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기훈이 쓰러진 고블린을 다질 동안 주춤했던 놈들이 지척까지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물론 기훈이 아니라 쓰러진 엄마를 꼭 안은 아이에게로.


- 키에야야

- 키야악!


“어딜!”


기훈은 맨 앞에 달려온 고블린을 향해 있는 힘껏 손도끼를 휘둘렀다. 기훈이 낸 소리에 깜짝 놀란 고블린이 급히 손을 들었지만,

빠악-

놈의 팔뼈가 부러지며 몸이 붕 떠올랐다.


- 키야아!


괴성을 지르며 수 미터를 나가떨어진 고블린, 당황한 녀석들 시선이 기훈에게 향했다.


- 키야? 키야악!


고개를 갸웃거리던 한 녀석이 결심을 한 듯 기훈에게 달려들었다. 놈이 낡은 검을 찔러왔지만, 한껏 고양된 기훈이 못 피할 공격은 아니었다.

한 발짝 움직여 칼을 피안 후, 도끼로 놈의 머리를 후려쳤다.

퍼억! 뚜둑-

도끼는 놈의 머리에 반쯤 박혔고, 자루가 부러지고 말았다.


- 키야아!


다른 놈이 아이에게 곤봉을 휘두르고 있었다.


“안돼!”


기훈은 그대로 뛰어들어 놈을 덮쳤다.


“이 개새끼! 죽어! 죽어! 죽어!”


옛일이 떠올라 정신을 놓고만 기훈이 무자비하게 고블린에게 주먹질을 해댔다. 녀석의 숨이 끊어지고, 자신의 손이 부러지는 줄도 모르고···


“이, 이봐! 정신 차려!”


누군가 소리쳐 부르기 전까지.

간신히 정신을 차린 기훈이 주위를 둘러봤다. 언제 몰려온 것인지 헌터로 보이는 사람들이 고블린들을 죽이고, 부상자들을 돌보고 있었다.


“자네, 괜찮나?”


기훈이 지켜낸 아이를 감싸 안은 중년 남성이 물어왔다. 검은 양복 윗주머니에 헌터 협회 마크가 수놓아져 있었다.

협회 직속 헌터였다.


‘아···, 근처에 협회가 있었지.’


후-

긴 숨을 내쉰 후에야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는 기훈. 온몸에 고블린의 피가 튀어 끔찍했다. 손에 난 상처와 뒤틀린 뼈마디에서 뒤늦게 고통이 몰려왔다.


“크으윽-”

“저, 상처 좀 볼게요.”


쓰러진 여인을 치료하던 또 다른 협회 소속 헌터가 다가와 기훈의 손을 살폈다.

뚜둑-

뒤틀린 뼈를 맞춰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지만, 기훈은 이를 악물어 참았다. 손을 살피던 헌터가 곧이어 능력을 발휘했다.

스아아-

은은한 빛이 그녀의 손에서 나왔고, 따스함이 전해져 왔다. 극심한 고통은 줄어들어 무감각해지고,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응급처치는 끝났어요. 각성자 맞죠? 포인트 상점에서 회복 물약 사서 마시면 괜찮아질 거예요.”


상큼한 미소를 날리며 말하는 그녀에게 순간 심쿵한 기훈.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고, 일어서려 할 때.


“어이, 터프가이. 이거 자네 거 맞지?”


기훈이 돌아보니 처음 말을 걸었던 중년 남성이 핸드폰을 건네왔다. 정신없이 움직니 주머니에서 빠져버린 것이다.


“락이 걸려 제대로 못 봤는데, 라이브 방송 중이었나? 채팅창이 아주 난리고만.”


기훈은 서둘러 핸드폰을 확인했다.

액정이 깨지지 않은 것에 안도하길 잠깐. 아직 활성화 중인 라이브 방송 채널에 올라오는 채팅 글이 눈에 들어왔다.


[······.]

[오짐: 뭐야! 아이디만 투명인간?]

[탑뷰어: 그래도 헌터 같지 않은 개싸움은 볼만했음. 일반인 싸우는 느낌?]

[탑뷰어님이 3포인트를 후원합니다.]

[나그네9: 편집 없는 싸움 오랜만에 봐서 개 소름! 개싸움에 개소름!]

[일반사람: 고블린들이 투명인간님 제대로 못 보는 것 같던데.]

[일반사람: 그게 은신술? 우리 눈엔 다 보이던데?]

[신2321: 아이를 구하기 위해 뛰어드는 장면에서 지림. 감동.]

[나그네9님이 5.5 포인트를 후원합니다.]

[······.]


핸드폰이 어딘가에 기대어져 기훈의 싸움장면이 고스란히 찍힌 것이다. 기훈은 서둘러 방송을 종료했다. 방명록에 왜 종료하냐고 난리가 났지만, 애써 무시했다.


“가, 감사합니다. 아저씨.”


기훈이 구했던 아이가 다가와 인사하곤, 구급차에 실리는 엄마에게 달려갔다.


“다행히 생명엔 지장이 없어요.”


그녀를 치료했던 여성 헌터가 말했다.

다행이라 여기며 일어서려는 그때,


“우와악!”


중년 남성이 중심을 잃고 기훈의 등으로 한 바퀴 구르다, 뒤늦게 중심을 잡아 백 텀블링 하듯 반대편에 섰다.


“뭐, 뭐야? 젊은 친구. 아직도 거기 있었어?”


눈에만 보이지 않으면 있는 줄도 모르는 게 되니, 또 같은 일이 발생했다.


작가의말

내, 내일 올리려 했지만... 못 참고 올려버렸네요.

타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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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 나 혼자 라이브(2) +12 18.10.04 9,769 210 13쪽
6 #6. 나 혼자 라이브(1) +6 18.10.03 9,982 204 13쪽
5 #5. 첫날부터 던전(2) +9 18.10.02 10,202 194 12쪽
4 #4. 첫날부터 던전(1) +14 18.09.27 10,630 202 12쪽
» #3. 공기 같은 남자. +5 18.09.26 10,874 210 11쪽
2 #2. 떡 본 김에 제사 +18 18.09.26 11,431 218 12쪽
1 #1. 싫지만 각성했습니다. +28 18.09.26 13,517 2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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