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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의역설 님의 서재입니다.

링 월드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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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의역설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6
최근연재일 :
2024.06.25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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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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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글자수 :
645,129

작성
23.05.11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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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1

DUMMY

“일단··· 알몸으로 있는 거부터 어떻게 해야···.”


누가 없어서 망정이지, 못 볼 꼴을 보일뻔했다.


“그래도 누가 근처에 없어서 다행이네. 인터넷에 퍼지기라도 하면 끔찍했겠어···.”


하마터면 숲속 변태남으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조리돌림 당할 뻔했다. 한번 퍼지면 하루 안에 전 세계 SNS는 물론 주요 매체의 글로벌 뉴스의 소개되었을 것이다.


“젠장, 점점 추워지잖아?”


싸늘한 바람이 불었다. 심장에 비수가 날아와 꽂히는 것만 같은 싸늘함 때문에 괜히 오금이 저렸다. 관짝을 탈출한 기쁨도 잠시, 아직도 저승사자는 그를 바로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밤, 밤이 되기 전에 보온 수단을 확보하지 않으면 저체온증이 올 거야.”


그는 급한 대로 조난 시 생존 수칙을 닥치는 대로 읊기 시작했다. 낮이지만 가을과 겨울의 사이 즈음이라도 되는지 기온이 그리 높지 않았다. 이 정도 추위라면 밤에 진짜 얼어 죽을지도 몰랐다.


‘다시 관짝에 숨을까?’


이 칼바람이라도 피할 겸, 다시 관짝에 들어갈까 그는 고민스러웠지만, 만일 그런 식으로 내일을 맞이한들 뭐가 달라질까?


‘정 방법이 없으면 밤에 해도 상관없겠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다고 누가 구해줄 것 같은 분위기는 절대 아니었으니 잠자코 구조를 기다리는 대신 적극적으로 행동하기로 그는 결심했다.


 “그래, 별자리! 북두칠성! 북두칠성 정도는 아무리 나도 구별할 수 있겠지? 그렇게만 하면 방향을 확보해서···”


그러나 별을 보려면 아마도 최대 12시간은 더 기다려야만 했다. 밤이 올 때까지 이 방법은 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해가 떠 있으니까, 그건 저녁쯤에 시도해보고··· 혹시 여기 안에 뭐라도 없나?”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스스로가 깨고 나왔던 관짝으로 다시 다가가, 밑져야 본전이라고 일단 머리부터 안에 집어 넣었다.


특별한 물건은 없었지만 특이한 점은, 꺼림칙 해보이는 파란색 점액이 내부에 남아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윽, 이건 도대체 뭐야? 기분 나쁘게!”


그는 곧 그 파란색 점액이 자신의 몸에 드문드문 묻어있는 것과 동일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기겁해서 그것들을 양손으로 팍팍 털어냈다.


드문드문 몸에 남아있는 파란색 점액을 털어내고 계란형 관짝의 내부를 주의 깊게 살폈다. 내부에는 딱 그보다 키가 20cm 정도 더 큰 사람까지 들어갈 수 있는 공간만 있었다.


‘약간 이상한데. 겉으로 보이는 것에 비해서 내부 공간이 그렇게 넓지 않아. 숨겨진 공간이 있는 건가?’


잠자리와 구분되어있는 별도의 공간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는 의심 가는 위치에 쌓여있는 수북한 흙들을 맨손으로 파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손잡이가 보였다.


‘이건 도어락? 설마 금고인가? 진짜 뭐라도 들어 있는 건가?’


그러나 서랍에는 키패드가 달려있었다. 정체불명이었기에 망설여지기는 했지만 뭐라도 안에 들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에 이대로 갈 수는 없었다.


“왠 키패드가? 하지만 딱히 생각나는 비밀번호는 없는데···.”


그는 일단 키패드를 꾹 눌러봤다. 하지만 불빛이 들어온다거나 소리가 나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내장된 배터리가 이미 수명을 다한 것 처럼 보였다.


“젠장, 이러면 완전 나가리인데. 젠장!”


그는 답답함에 관짝을 발바닥으로 쾅! 걷어찼다.


푸쉬익! 놀랍게도 그러자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번쩍하면서 관짝 내부와 키패드에 불이 들어왔다. 


“오우, 깜짝이야!!”


아무래도 간신히 전력이 붙어있던 채로 오락가락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재부팅의 여파인지 잠금장치가 빠르게 점멸하고 있었다.


푸쉬이이이익!!!


“으악!? 터지나?!”


엄청난 증기가 금고로부터 뿜어져 나왔다. 금고가 폭발이라도 하는 게 아닌가 착각한 그는 급하게 땅바닥에 뒤통수를 감싸면서 엎드렸다. 거의 1분동안 엄청난 증기를 뿜어낸 금고는 이내 조용해졌다. 


“···안 터지네?”


잠시 후 금고의 잠금장치가 드드득! 괴상한 소리와 함께 진동하더니, 덜컹하는 쇳소리를 남기고 다시 침묵했다.


“···열어볼까.”


그는 조심스럽게 금고에 다가가서 문을 열었다. 금고 안의 내용물을 보고 그는 화들짝 놀랐다!


“···오! 옷이잖아!”


옷, 안에 진짜 옷이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가 좋아하는 고급 브랜드의 부드러운 상의 한 벌, 딱 입고 다니기 좋아서 구입한 그저 저가 브랜드의 바지, 그가 애용하는 오토매틱 시계, 그리고 무거운 무언가가 담겨있는 거대한 가방까지 함께 들어있었다.


“이야···?” 


그러나 그는 기쁜 표정이 아니라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것들을 양손으로 잡아 들었다. 그러면서 의심스럽게 중얼거렸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뭐야? 진짜 뭐지? 왜 진짜 물건들이 있는 거야? 뭔가 이상한데···?”


이 옷은 분명히 그의 물품이었다. 어디서 샀는지도 기억이 다 났다. 하지만 그게 더 문제인 점이었다. 그는 의문과 의심을 떨치지 못하면서도 일단 옷을 챙겨 입었다.


“쯧, 근데 왜 하필 팬티는 없는 거야? 그것도 중요한데···.”


안타깝게도 팬티는 없었다. 일단 바지부터 챙겨 입고 나서 그는 상의를 들었다. 그 후드 집업은 매우 부드러워서 소재의 사치스러움이 잘 드러났지만 어울리지 않는 자국들이 남아있었다.


“어라, 왜 수선한 흔적이 남아있지?”


수선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출 수 없는 커다란 흔적이 후드 집업에는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의 기억 속에서는 그런 흔적이 남았던 기억은 없었다.


“알고 보면 내 옷이 아닌가? 다른 사람의 물건? 우연히 겹쳤다고? 이 모든 것들이? 그건 너무···.”


그의 스위스제 시계는 글래스는 깔끔했지만 금속제 베젤, 밴드, 케이스에는 파이거나 긁힌 흔적이 가득했다. 아무래도 이쪽은 글래스만 새것으로 갈아 놓은 모양이었다.


“히야, 살다 보니까 이놈의 기계식 시계가 감성 빼놓고 나름 도움이 되는 날이 오네.”


시계는 멈춰있었다. 그 점이 조금 실망스럽기는 했지만 좌절하지는 않았다. 그야, 오토매틱이라면 스프링을 다시 돌리면 되니까. 


그 시계는 스위스제에 오토매틱 사양 제품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배터리 없어도 태엽의 힘으로 작동한다는 뜻이었다. 


쿼츠 시계에 비해서 기계식 시계는 오차는 한 달에 분 단위로 나기 때문에 실용성은 아주 조금 떨어지지만, 부품들이 버텨주는 한 태엽만 감으면 계속 작동했다.


물론 그렇다고 쿼츠 시계보다 오래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따지고 보면 쿼츠 시계의 배터리는 최소 30년은 가기 때문에 쿼츠 시계 쪽이 성능 면에서는 훨씬 월등했다.


그러나 만에 하나 당신이 무인도에 30년 이상 갇히게 되면 오토매틱 쪽의 손을 들어줄지도 모른다. 이야, 그렇게 생각하면 참 뜻 깊은 기능 아닌가?


‘흔들어볼까? 제발 작동해라!’


그가 시계를 팔에 차고 가볍게 흔들었더니 멈춰있던 시침과 분침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부품이 고장 났거나 기름칠이 말라버렸거나 하는 일은 없는 모양이었다.


‘오버홀(정비)은 필요 없어 보이네. 나한테 그런 능력은 없으니까, 다행이다.’


물론 단 하나 아쉬운게 있다면 멈춰있던 것을 다시 돌렸으니 지금 표시되고 있는 시간이 정확한 시간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래도 그는 현재 시간을 외워두었다.


‘최소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알 수 있으니까.’


그는 금고 내부를 마저 뒤졌다. 그러자 완전히 박살 나버린 최신형 스마트폰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액정부터 해서 반대편으로 구멍이 크게 뚫려있었다.


“쓰읍. 하필이면 이게···”


그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안타깝지만 완전히, 철저하게 박살 나 있다. 이건 절대 안 켜진다는 견적이 나왔다.


“위성 통신망에 연결할 수 있었으면 구조 요청은 일도 아니었을 텐데, 쩝! 뭐, 멀쩡했어도 시계마저 멈추는데 분명 배터리가 나갔겠지. 그럴 거야.”


그렇게 자신을 위안하면서 박살 난 스마트폰은 다시 금고 속에 버렸다. 미련 가져봐야 의미 없었다.


“남은 건··· 이게 마지막인가?”


남은 것은 거대한 가방이었다. 차마 기대를 안 할 수가 없다. 엄청난 도구나 텐트가 들어 있을지도?


기대감을 가지고 가방을 열어보려는데 유감스럽게도 아날로그 잠금장치가 걸려있었다.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려 ‘다섯자리’ 번호 키 자물쇠다. 


‘아니··· 왜 3자리도 4자리도 아니고 5자리인건데? 보통 이런 걸 쓰냐?’


자신의 성격상 다섯자리 자물쇠를 쓸리는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최소한 내가 달아 놓진 않았겠지···.”


그렇다면 이건 납치범들이 달아 놓은 게 분명하다는 결론을 그는 내렸다. 그는 빌어먹을 악질 납치범들에게 화가 머리 끝까지 났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진정해. 진정! 그래도 99999번만 돌리면 열리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좋아, 좋지!?”


그나마 디지털 자물쇠가 아닌 걸 감사하게 여겨야 한다. 이건 적어도 5번 틀렸다고 30초동안 잠긴다거나 100번 틀려서 1년 동안 잠긴다거나 1000번 틀려서 100년 동안 잠기지는 않는다. 시간을 들이면 쉽게 풀 수 있었다.


화를 누그러뜨리면서 양말 없이 신발까지 마저 신었다. 든든히 챙겨입었더니 더 이상 체온은 떨어지지 않았다. 어쨌든 방금 전보다는 훨씬 생존에 유리해졌으니, 그에게도 여유가 조금은 생겼다.


“준비 끝! 의외로 쉽네.”


왜 이렇게 일이 쉽게 풀리나 그는 의심스러웠다. 마치 그가 바라는 대로 세상이 움직이는 것 같은 기괴한 기분이었다. 혹시 이건 꿈이 아닐까 그는 생각했다.


‘이런 짓을 벌인 놈 말인데, 나한테 원한을 가진 사람이 범인?’


그런 사람이 있었던 것 같기도, 없었던 것 같기도 했다. 가족 관계를 생각해보면 있을 만도 했다. 하지만 확실한 대답이 되어주지는 못했다.


‘설마 꿈인가? 자각몽 같은?’


볼을 열심히 꼬집어 본 결과, 자각몽은 아닌 걸로 그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많은 의문들 속, 불현듯 하나의 가능성이 그의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아니, 상식적으로··· 내가 스스로 관짝에 들어갔을 리는 없잖아? 관짝에 들어가서 스스로 못을 박는다고?’


불가능하다. 물론 못으로 고정된 나무 관은 아니었지만, 어떻게 봐도 저건 관짝이 분명했다. 심지어 유리를 뚜껑으로 삼아놨다. 범인들은 그를 가두면서도 밖에서 상태를 관찰하고 싶었다는 뜻이다.


‘이런 시베리아 비주얼의 숲속에 처박아 놓은 것은 간접적인 살인 행위이지만, 직접적으로 죽이기 위해서 한 짓은 아니야. 이렇게 방치해두면 곰에게 잡아먹힐 수도 있지만, 어쩌면 운이 좋아서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잖아?’


그렇다면 원한은 있지만 무조건 직접 죽여야 직성이 풀리는 철천지 원수의 짓은 아니었다. 스스로 죽이기에는 죄책감이 들어서 간접 살인을 택한 것일까?


‘근데, 사람을 납치해서 외딴 곳에 버리는 놈, 혹은 녀석들이 내 옷에 가방까지 챙겨줘? 물품들은 수선에 수리까지 해주고? 물론 스마트폰은 박살 냈지만! 잘 살아남으라고 응원하냐? 그딴 사려가 깊은 납치범들이 있어?’


와우. 사실이라면 정말 스윗한 납치범들이 따로 없다. 세상에 이런 범죄자만 있었다면 어디서든지 살만했을 거다!


‘아니면 뺑이나 치라는 건가? 희망을 주고 비굴하게 살아가다가 점점 죽어가는 모습을 즐기는 졸부들의 신종 유희인가?’


그가 깨어난 그 순간부터 드론의 카메라나 이곳저곳에 숨겨져 있는 CCTV로 지켜보고 있을 녀석들의 모습을 그는 상상해봤다.


“거 취향 참···.”


진짜라면 중증 관음증에 머리가 돌아버린 변태 새끼들이 따로 없었다.


‘아니면 내가 꼭 여기서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든가? 잠깐! 이런 내용의 소설을 언젠가 봤었던 것 같은데···?’


그의 머리 안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서, 서바이벌 게임인가? 뭐 기억을 지우고 외딴 숲에 버린 다음에,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가 다른 생존자를 만나게 되고, 그 생존자와 갈등 끝에 게임의 룰을 배우고 협력하기로 하는데, 다른 생존자를 사냥하고 다니는 다른 그룹을 만나서 그들과의 사투 끝에 둘만이 남게 되지만, 한 명 만이 살아나갈 수 있다는 주최 측의 압력 끝에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 동료가 사실은 가족이었음을 깨달은 다음에 결국 누구 하나가 희생하고 살아남고, 그 한 명은 주최 측에 복수를 다짐하는 그런 전개!?’


아니면···?


‘가상현실!? 모두 현실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모두 시뮬레이션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디지털 세계가 아닐까?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야,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 그렇다면 사람들을 납치해서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는 이유는? 세계는 만들 수 있지만 NPC와 AI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 개발자가 결국 진짜 인간들을 강제로 시뮬레이션의 주민으로 만들기 위함이었던 거지. 지금은 바로 튜토리얼 단계인거야!’


그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시발, 겁나 그럴싸한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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