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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K의 서재입니다.

치매 노인이 마귀를 잘 잡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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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K
작품등록일 :
2023.05.10 14:38
최근연재일 :
2023.07.01 01:3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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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6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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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사냥꾼(5)

DUMMY

28. 사냥꾼(5)






먼지가 텁텁하게 내려앉은 지하 창고.

홀로 미약하게 빛나는 전구 주위로 어둠이 몰려 있었다. 누구 하나 죽어도 비명 하나 밖으로 새지 못할 정도로 고요했다.


"우리 애들이 잡혀간 이유가 뭐라고?"


묵직한 음성이 서 있는 용병들의 심장을 철렁이게 했다.


그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자, 잘 모르겠습니다."

"잘 몰라?"


퉁. 퍼석...!


마귀를 잡을 때나 쓰는 사람 팔뚝만 한 작살이 대답한 용병의 머리를 뚫었다.


소멜 레오나드는 죽은 용병을 치우라 지시하곤 이를 갈았다.


'도대체 어떤 새끼야.'


사마귀의 값어치도 모르는 원주민놈들을 습격하라고 지시한 건 바로 다름 아닌 소멜 본인.

레오나드의 땅에서 빌붙어 먹는 몇놈 따위는 죽여도 상관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치안청이 줄렛츠에 찾아왔다. 그들은 소멜의 용병들을 체포해갔다.

원주민들을 습격한 증거가 있다면서.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데, 일이 꼬여버렸다.


'성물을 찾아야 한단 말이다.'


줄렛츠 시장이자, 레오나드의 직계 중 한 명인 그가 자신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랜드 포레스트에 아직 남아 있는 레오나드의 성물이 있으니, 반드시 찾아내라고 말이다. 이 나무만 빽빽한 곳에서 성물을 찾아 나서면 인력과 비용이 무시무시하게 들어가는데, 그는 어떠한 지원도 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원주민놈들의 사마귀라도 가로채 들어가는 비용이라도 줄여보려 했던 것인데...


문득 격한 감정에 휘말린 소멜은 앉아 있던 철제 의자의 손잡이를 우그러뜨렸다.


'빌어먹을. 나 같은 방계는 직계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다.'


특히나 줄렛츠의 시장은 그가 저질러온 '실수'들을 묵인하고 있었기에 더더욱 배반할 수 없었다.

레오나드 가문에 큰 소속감을 느껴서 성물을 찾는 건 아니지만, 찾지 않으면 반드시 죽임당한다.


'어차피 성물은 내가 가질 수 없다. 빨리 이번 일에서 손 털고 다른 곳으로 떠야 해.'


치안청의 기습 체포로 그의 용병대는 반파되었지만, 성물 수색을 마친 돈으로 이곳을 떠난다면, 다시 기반을 잡을 수 있다.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자신이다. 방계일지라도 레오나드 가문의 혈통이라는 사실만으로 모든 것이 한 수 접어주는 세상이다.


소멜은 침묵에 빠져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원주민 복장이 아닌 노인네 한 명이 떠올랐다.


놈이 원주민 전사대장 같은 녀석에게 뭐라고 귓속말을 하자마자, 부하들을 풀어주었다.


그는 이를 갈았다.


'놈이군. 그 뱀 같은 노인네가 치안청에 제보한 게 분명해.'


얼굴이 기억났다.

잘 정리된 흰 수염에 푸른 눈과 빼빼 마른 몸.


다시 만나게 되면 팔다리를 꺾어버리리라.




***




파블로는 기억 감정을 마친 이후 몸 상태부터 확인했다.


'딱히 문제가 없군.'


작은 돌을 주워 손으로 부숴보았다. 다행히 몸은 활기가 넘쳤다.


"식사하세요."


쿰니의 부름에 파블로는 움집으로 들어갔다. 안에 사냥꾼은 없었다.


"먼저 식사하라고 말씀하시고 나가셨어요. 주변에 덫을 좀 둬야겠다면서. 참 극성이시죠."

"사냥꾼다운 거지요."


쿰니가 마련한 나물 위주의 상차림은 간이 잘 되어 있고 맛이 좋았다. 생필품 같은 건 사냥꾼이 구해다 주는 모양이었다.


파블로는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연을 맺진 않았습니까?"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친척이라서요. 발트님도 여인을 두실 생각이 없으시고, 저도 남자를 맞이하기 좀 어려워서..."


곤란해하는 것 같길래 파블로는 더 묻지 않았다.


생각의 방향을 사냥꾼 쪽으로 돌렸다.

확실히 그는 여인을 곁에 둘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본인을 망령이라 말할 만큼 친형의 유언에 얽매여 살아가는 사람인 데다가 주변 사람을 아끼기까지 한다.


자신의 곁에 여인을 두면 필시 큰 상처를 받으리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마귀와 싸우는 자들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발트님을 잘 부탁드려요. 많이 외로운 분이세요. 홀로 마귀를 잡는다는 게 얼마나 고독한 일인지. 최근까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어요."


이해한다. 그것 또한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홀로 맞서든, 동료들과 함께하든.


파블로는 둘 다 경험해보았다.

전우들이 마귀 앞에서 처참히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과 홀로 굴을 헤매어 어둠 속을 걷는 일.

사람이라면 언제든 무너질 만한 일들이다.


사냥꾼은 홀로 이 수해를 지켰다. 성물 반지가 있다고 해도 그건 만능도 아니고, 영생을 주지도 않는다.

수십 년간 그가 느껴왔을 고독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내가 언제까지 여기 머물진 모르지만, 같이 있는 동안은 쓸쓸하진 않을 겁니다."

"그것만으로 충분해요."


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실 즈음에야 사냥꾼이 돌아왔다.


그는 떠날 복장 그대로였다.


"바로 출발하는 게 좋겠소."


사냥꾼은 레오나드의 성물을 찾는 걸 도와주겠다고 했다. 다만, 시간이 많진 않았다.

그는 토착 마을의 안전을 책임져야 했으니까.


파블로는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났다.


"좋소."



.

.

.



쿰니의 집을 떠난 사냥꾼은 이미 목적지가 있다는 듯이 한 방향으로 걸었다.


그는 성물의 행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었다.


"나는 이 수해 곳곳을 다녀보았소. 안 가본 곳이 없지. 하지만 혼자서는 들어갈 엄두도 못 내는 장소들이 몇 곳 있소. 마귀 숫자가 너무 많거나, 강한 마귀 때문에 얼씬도 못 한 곳이지. 성물이 있다면 그런 곳에 있을 게 분명하오."


사냥꾼과 함께 그런 장소들을 찾아 다녔다.

종종 등골이 오싹해지는 위험한 순간들도 있었지만, 어떻게든 버텨냈다.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마귀와 싸울 수밖에 없었다. 사냥꾼의 안내로 도착한 장소에서 마귀 여왕과 조우하기도 했다.


쩍!


마귀의 갑피 부분을 주먹으로 쳐서 멀리 날려버렸다.

완전히 끝장내고 싶었지만, 주변에서 달려드는 마귀가 너무 많았다.


"위...!"


나무를 타는 사냥꾼의 말에 파블로는 재빨리 서 있던 자리에서 벗어났다.


쿵!-하고 무당벌레 같은 마귀가 떨어졌다.


생긴 게 그렇다는 거지 무당벌레가 아니었다. 껍질 아래의 다리는 노루 다리였고, 머리에 달린 더듬이는 사람의 팔이었다.


파블로는 무당벌레의 머리를 찍어 터뜨렸다.


'신기하군. 어째서 마귀의 몸에는 생물의 팔다리가 달린 걸까. 심지어 인간의 것도 있다.'


혹시 어떤 해괴망측한 실험의 최악의 결과물이 마귀의 기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물의 유전자나 신체를 마구 뒤섞는 끔찍한 실험이 있었을 수도 있다.


아무런 단서도 없고 그저 상상일 뿐이지만, 왠지 그럴 법했다. 물론 마귀의 기원에 대해서 정확히 알려진 바는 전혀 없었다.



"이보시오, 파블로."

"음?"

"끝났소. 그만 패시오."



생각에서 현실로 정신이 돌아왔다.


눈앞에는 머리가 뭉개진 여왕이 있었다. 분명 사냥꾼이 '머리가 하나가 아니오!'라고 외치는 걸 들었는데, 벌써 여왕이 죽어 있었다.


어이가 없다는 듯한 탄식이 들렸다.


"허, 여왕을 주먹으로 패 죽이는 사람은 처음 봤소. 왜 무기가 없는지 이제야 이해가 가는구려."


뒤를 돌아보니, 파블로가 전진한 길 양옆으로 마귀들의 사체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피는 대지를 적시고 있었고 고약한 냄새가 났다.


전부 파블로가 주먹이나 발길질로 죽인 것이었다. 적잖은 시간을 배회하다 보니, 총알이 떨어져서 주먹을 쓸 수밖에 없었다.


사냥꾼이 나뭇가지로 땅을 물들인 핏물을 슥슥 건드렸다.


"괜찮소? 피가 산성인 놈들도 있었던 모양이오. 얼굴에 피가 많이 묻었는데."

"아."


파블로는 제 몸을 돌아보았다. 그의 말처럼 코팅된 전투복 어딘가가 조금 녹았지만, 몸은 멀쩡했다.

얼굴에 따갑거나 아픈 느낌은 전혀 없었다.


"좀 씻고 가면 좋겠구려. 따라오시오. 근처에 물가가 있소."




***




그랜드 포레스트는 커다란 산 하나가 있었다. 수해 중앙에 우뚝 서 있는 산은 마치 거인이라도 되는 듯 고고하게 서서 모든 것을 내려다보았다.


이름부터도 정말 거인산이었다.

이곳은 다섯 번째로 들리는 장소였는데, 사냥꾼은 바로 이곳에 성물이 있음을 확신했다.


"그땐 몰랐는데, 지금 보니 반지가 미약하게 빛나고 있소. 아무래도 성물끼리 가까이 있으면 반응하는 모양이오."

"호재로구먼. 이곳을 샅샅이 뒤지면 된다는 말인가."

"시간이 좀 걸릴 거요. 식량을 잘 챙겨서 들어갑시다."


사냥꾼을 따라 거인산에 입산했다.


이곳은 강한 마귀가 많기에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이었다. 그렇기에 산에 있는 사람은 오직 사냥꾼과 파블로뿐인 줄 알았으나, 산을 오르며 예상치 못한 자들과 만났다.


"너희는."


소멜 레오나드.

그가 수하로 보이는 용병들을 데리고 산에 있었다.


만나자마자 용병들은 제 총기를 들었고 사냥꾼도 창을 굳세게 쥐었다.


소멜이 손을 들었다.


"진정해라. 이런 곳에서 우리끼리 싸우면 손해일 뿐이다. 안 그런가, 전설의 사냥꾼 헬트?"

"..."


사냥꾼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피식 웃은 소멜이 이번엔 파블로를 바라보았다.


"그쪽도 구면이군. 이것도 인연인데, 통성명이나 하지. 나는 소멜 레오나드. 자랑스러운 레오나드의 혈족이다."

"...파블로."


용병들을 인도받겠다고 살벌하게 무게를 잡았던 전과 달리, 이번에 그는 스스럼없이 다가와 두꺼운 손을 내밀었다.


파블로도 그의 손을 마주잡고 흔들었다.

강한 악력이 느껴졌지만, 못 견딜 만한 건 아니었다.


소멜이 한쪽 눈썹을 꿈틀거렸다. 제 힘에 대항하리라 생각하진 못한 모양이었다.


파블로는 자신을 훑어보는 소멜의 눈을 보고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제보했다는 걸 안 모양인데.'


당장이라도 분노하며 달려들어도 이상하지 않은데, 그는 생각보다 이성적이었다. 하지만 그 안의 분노가 사그라든 건 아닌 것 같았다.


소멜이 손을 놓고 물러섰다.


"전설의 사냥꾼과 미상의 강자를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되다니. 이전엔 몰랐는데, 마귀가 판치는 이곳에선 마음이 든든하군."


사냥꾼이 선을 그었다.


"그쪽과 함께 다닐 생각은 없소. 우리끼리 챙기기도 급한 처지라."

"아쉽군. 하지만 일리 있어. 서로 목적도 모르는 데, 무작정 같이 다니는 건 그렇지."


소멜의 말로 인해 파블로와 사냥꾼은 알 수 있었다.

왠지 그와 자신들의 목적이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상대도 그걸 아는 것 같았고.


'눈치가 굉장히 빠른 남자다. 단순히 덩치나 힘으로 판단하면 안 되겠군.'


눈앞의 남자는 먼 혈족이긴 해도 용사의 후손이다.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다.


하기야 '가문'이라는 것이 생테라에서 가지는 위상을 생각하면, 절대로 그곳의 일원이 만만하리란 생각하지 못한다.


가문은 용사의 후손, 생테라를 다스리는 의회의 일곱 기둥이며,

용사를 숭상하는 이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그동안 쌓아 올린 부와 명성으로 거대 도시를 아우를 정도의 집단.


'절대 권력'이란 말이 어울리는 곳이다.


"왜 이런 곳에 왔는지 모르겠지만,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소멜이 의미심장한 눈을 했다.


"여긴 아-주 위험한 곳이거든."

"..."


사냥꾼은 대꾸도 없이 자리를 떠났다.


파블로도 그를 따라 움직였다.

충분히 멀어지기 전까지 뒤통수에 따라붙은 시선은 떨어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



소멜의 집단과 멀어진 이후, 사냥꾼이 걸음을 멈추었다.


"위험하군.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둘 다 죽을 수도 있겠소. 저들도 성물을 찾는 모양이오. 다행인 건 저쪽은 아무것도 없는 산봉우리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지."


그는 한 동굴로 파블로를 안내했다. 산 정상은 가보았지만, 성물은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산 안쪽에 있는 동굴에 있을 가능성이 컸다.


"거인산의 마귀는 토착 주민들 사이에서 아주 유명하오. 당한 마을이 한두 군데가 아니지. 여왕은 아니지만, 십수 년을 활동한 놈이 이곳에 웅크리고 있소. 나도 놈을 잡으려 했지만, 녀석은 그때마다 이 거인산으로 도망쳐 추적을 뿌리쳤소. 조심해야 할 거요. 게다가 나는 굴속을 숲만큼 잘 다니지 못하오."


"그럼 내가 앞장을 서지."


파블로는 굴이라면 자신이 있었다.


항마군에 있었을 때, 마귀 굴에 들어가 본 적이 있었다. 이곳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았다.


역시 굴 안쪽으로 조금만 깊게 들어가자마자, 마귀들이 튀어나왔다.



키에에에엑--!


선두에 선 파블로는 홀로 모든 마귀를 때려잡았다.


사냥꾼은 뒤에서 횃불로 시야를 밝혀주었다. 굴은 좁고 어두웠기에 사냥꾼과 합공을 펼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힘이 더 센 파블로가 마귀를 상대했다.


그래도 속도는 혼자일 때보다는 빨랐다.


"놈은 머리가 몸통 안에 있소!"

"머리가 없소. 대신 아래에 항문이 있소."

"아무 데나 때려도 급소요!"


정확하게 마귀의 취약점을 말해주는 사냥꾼 덕에 마귀를 수월하게 상대할 수 있었다.


기억을 되돌아보니, 일전에는 소대원들과 이동하느라 느릿했는데, 지금은 아니었다.

가히 파죽지세와 같은 돌파였다.

이 정도면 하루 안에 거인산 심층부까지 도달할 수 있으리라.


마지막 식량을 배에 채워 넣는 동안 파블로는 마음에 걸리는 점을 말했다.


"성물을 찾는 것도 좋지만, 문제는 그다음인 것 같다네. 우리가 찾는 동안, 놈들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어. 힘으로 강탈하려고 할 수도 있네."


"음. 그럴 수도 있겠군."


"성물을 찾아 도망칠 방법을 궁리해야 하네. 레오나드의 성물인 걸 안다면,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걸세."


"이미 알고 왔을 수도 있지."


저들이 밖에서 매복한다면, 이쪽이 훨씬 불리하다.


적들은 밖에서 식량만 축내며 기다리면 된다. 반면, 이쪽은 이제 마지막 식사인 데다가 마귀를 잡느라 지치기도 했다.


어쩌면 지금 여기서 잠시 중단하고 돌아가 식량을 채워와야 할 수도 있었다. 그러면 저들도 눈치채고 다시 성물 수색을 재개하겠지만, 목숨이 위험한 것보단 낫다.


그러나 사냥꾼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파블로. 저들이 생각하지 못한 게 하나 있소."


"그게 뭐지?"


"바로 당신이오."


사냥꾼이 파블로를 가리켰다.


여전히 진중한 얼굴이라 장난 같지 않았다.


"당신은 이 성물 반지의 힘도 끌어냈소. 그렇다면 레오나드의 성물도 그 힘을 끌어낼 수 있을 거요. 여기서 돌아가지 말고 끝까지 가봅시다."


"만약 실패한다면..."


"아니."


그의 눈은 올곧은 믿음으로 차올라 있었다.


"나는 당신을 믿소. 그간 당신이 내게 보여준 것들은 믿을 수밖에 없는 일들이었소."


"..."


"당신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성물의 힘을 일깨울 수 없을 것이오."


파블로는 잠시 이해하기 힘들었다.

무얼 보고 그는 그토록 확신한다는 말인가. 잘못된 생각이라면, 여기서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냥꾼은 완고했다.


"그리고 좀 잘못되면 어떻소. 이 반지가 있는데. 내가 다치면 당신이 치료해주시오."


씨익.

가죽 가면 아래로 미소가 보이는 듯했다.


처음 보는 사냥꾼의 웃음이었다.


파블로는 그 미소에 마음의 불안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이토록 자신을 믿어주는 데, 그 믿음에 배반할 수 없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많은 것이 소모되었다고 생각했지만, 단순히 잃기만 한 건 아니었다.


눈앞에 그 증거가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생생한 미소를 지으며.


노인은 울렁거리는 감정을 애써 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가봅시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3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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