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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K의 서재입니다.

치매 노인이 마귀를 잘 잡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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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K
작품등록일 :
2023.05.10 14:38
최근연재일 :
2023.07.01 01:34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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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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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8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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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약탈자(1)

DUMMY

37. 약탈자(1)






슈테튼 유적지에서 생활할 때 거슬리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사적(沙敵) 혹은 약탈자라 불리는 존재였다.


놈들은 베이스캠프로 가는 길목에서 대놓고 노략질했다.

그들에게 걸려 죽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사람 목숨도 파리 같아지는 유적지 안에서는 누구도 도와줄 수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파블로에게는 유적지 생활에 조금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도 약탈자였다.


물론 처음 만난 약탈자들은 여느 놈들과 다를 게 없긴 했다.



"이봐, 노인네. 혼자 돌아다니면 어떡해. 지린내 나는 빤스만 빼고 다 까."

"킥킥, 냄새 존나 날 것 같은데?"



약탈자를 만나면 반드시 싸워야만 했다.

놈들은 노예를 거느리지 않는다. 마주친 사람은 무조건 죽였고, 유적지를 터전 삼은 놈들에게서 도망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


어느 정도 지형에 익숙해져 도망칠 자신도 있었지만, 파블로는 약탈자와 마주했을 때 도망친 적은 없었다.

대부분 그리 강한 놈들이 아니고 숫자도 많은 편이 아니기에 무기를 빼앗으면 바로 항복했다.



"속옷만 벗기지 마세요. 제발요..."


"나보고 냄새날 것 같다는 친구가 누구였지?"


"저 새끼에요! 저 새끼...!"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 으헝헝..."




아무리 억울한 척해도 숨 쉬듯 사람을 죽이는 놈들이니 그리 좋은 감정이 생길 리가 없다.

서럽게 우는 놈들을 속옷만 남겨두고 쫓아냈다.


직접 죽이지 않은 것은 마음에 때가 묻는 게 싫어서 그랬다.


어차피 속옷만 남겨두고 쫓아내도 저들이 이곳에서 살아나갈 가능성은 없다. 몇 주간 유적지에 살면서 겪어본 바에 의하면, 확실하다.



"그냥 속 시원하게 죽여버리면 안 돼요?"



약탈자 제이크의 말이었다.


녀석은 C캠프에서 활동하다가 만나게 되었다.



"함부로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 제이크."


"형님. 유적지에서 어떻게 사람을 안 죽이고 살아요."



가끔 이해가 안 되면 태클을 걸어오는 제이크였지만, 말을 잘 들었다.

나름 사연도 있었는데 이 각박한 세상에서 유별나다고 보긴 어려웠다.




***




길잡이 소년을 통해 C캠프에 도착했을 즈음이었다.


소년의 시신은 어떻게든 잘 보존해서 슈테튼 마을로 돌아갔었다. 전에 했던 말대로 유일한 혈육인 어머니가 감옥에 있었기에 사기꾼이 알아서 장례를 치르겠다고 했다.


웬일로 이런 일에 나서나 했더니, 생각 외로 사기꾼은 말은 냉철하게 했어도 제 사람이라고 생각되면 마무리는 깔끔하게 하는 편인 모양이었다.


"뒤처리는 내가 알아서 할게. 그나저나 길잡이 또 안 필요해?"


"길은 대충 외워뒀다네."


"그래. 그럼 종종 소식 주고받으면서 지내자고. 유적지에서 죽지 말고."



속에 얹힌 응어리 같은 것을 잘 해결한 파블로는 다시 C캠프로 돌아갔다.


한 번 가보니, 두 번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문제가 생길만한 때면 레오나드의 방패가 큰 도움이 되었다.

유적지의 위험한 함정 대부분을 방패로 파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방패 하나만 해도 이 정도인데,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깊이 들어갔으려나.'


성물은 유적지 발굴하라고 만들어진 게 아니다.

전문적인 도구를 가지고 이 유적지를 파고 있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그들이 성물을 먼저 차지할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저 있는 그대로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다시 돌아와서, C캠프는 땅거미 길드라는 단체가 다스리는 곳이었다.


약 500평방미터 정도 되는 공간에 수십 명이 생활하고 있었고, 대부분은 땅거미 길드원이었다.

60명의 길드원을 제외하면, 4명씩 짝을 이룬 발굴팀이 네 팀. 혼자인 파블로까지 셈하면 총 77명이 있었다.



"오늘 점심 한 끼는 5만 셀입니다~"



완전히 날강도나 다름없었지만, 가끔은 땅거미 길드가 준비한 식사를 들어야 할 때도 있었다.

혼자서 들고 올 수 있는 식량은 정해져 있고, 그건 다른 팀도 마찬가지니까.


길드의 경우는 발굴은 포기하는 대신, 전문적으로 캠프를 통해 안전과 식사를 제공하고 있었다.

하루 캠프 이용료로 15만 셀을 받았지만, 그 누구도 불평하지 못했다.


식사도 마음에 들만한 건 아니었다. 어디서 가져오는 건지 구황작물을 대충 갈아서 물을 넣고 끓여 죽처럼 만든 것을 식사라고 내놓았다.


소금을 뿌려 먹으면 그래도 항마군 식사보단 나았다. 다른 사람은 역한 냄새에 구역질하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견딜 만했다.



"어이, 할아범. 생각보다 돈이 많나 봐? 우리 자주 보네."



매번 식사할 때마다 배급 담당 길드원이 꼭 한 마디를 내뱉곤 했다.

그 눈빛은 마치 약탈자와 다름이 없었다. 굳이 대꾸해주진 않았다.


아침에 식사를 마치면, 바로 다음 구역을 탐색하러 떠났기에 그들과 마주하지 않을 수 있었다.


종일 길을 찾고, 퍼즐을 풀고, 다음 구역으로 나아갈 단서를 찾느라 기진하면, 다시 캠프로 돌아와 휴식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때로 약탈자들과 마주치기라도 하면, 몸은 멀쩡해도 머리가 피곤해지는 기분이었다.


캠프로 돌아가서도 정신적 휴식을 제대로 취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거기 여성 분. 잠깐 볼까?"


"왜, 왜 이래요."


"아니, 그냥. 우리 마스터가 얘기 좀 해보자고 그래서. 유물 찾아다니느라 많이 힘들었을 거 아냐. 술 한잔하면서 긴장 풀어."



그들은 발굴팀에 속해 있는 여성들을 데려가기도 했다.

이 캠프의 지배자나 다름없었기에 발굴팀이 저항할 방법은 없었다.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하고 돌아가는 건 더욱 손해 보는 일이었고.


그때쯤에는 이미 깊숙이 체감했다.

이곳에는 '법'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는 걸.


페르디난드 가문은 유적지 안에서 발생하는 일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고, 그 누구도 이 욕망으로 이루어진 작은 사회에서 정의와 법을 주창하지 못했다.




.

.

.




그러던 어느 날, 습격이 있었다.


탐험가로 위장한 약탈자가 베이스캠프 안으로 몰래 잠입한 것이었다.


놈은 하나였고, 캠프 중앙에서 무언가를 사방으로 날리더니 곧 자줏빛 연기가 피어올랐다.


-습격이다!

-독안개야! 마스크로 가려!

-남동 방향이 뚫렸다!


파블로는 우선 안전한 사각으로 몸을 피했다.


'마비독인데, 공기를 타고 퍼지는군.'


손과 발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둔해졌다. 미리 방독면을 준비했기에 독에 쓰러지진 않았다.

조금은 답답한 시야로 참을성 있게 상황을 지켜보았다.


펑! 타다다다다다당...!


곧 폭발과 총알이 쏟아지는 살육의 소리가 들렸다.


어디선가 나타난 괴한들이 마구 총알을 쏟아부으며 C캠프를 지배하고 있던 땅거미 길드원들을 학살했다.


-이런 멍청한 새끼들이.


평소엔 보이지 않던 길드 마스터가 방독면을 쓰고 나와 분전해보았지만, 세차게 들이닥쳐 습격의 묘리를 살린 침입자를 막지 못했다.


땅거미 길드원들은 첫 기습 때 이미 반수 이상 죽어 나간 상태였고 이어지는 교전에서 마비독에 조금이라도 당한 길드가 밀렸다.


결국, 길드 마스터는 쓰러졌고 덩치 큰 누군가가 나타나 그의 머리채를 붙잡았다.


"힘이 안 들어가지? 여기 유적지에 사는 독사로 만든 거야. 어때, 죽이지?"

"너, 너 이 새끼들... 크윽... 누구냐."


덩치는 길드 마스터의 목을 칼로 쑤시면서 소리쳤다.



"이런 병신! 독사 쓰는 거 보면 몰라? 당연히 베놈이지! 안 그러냐, 애들아?"

"맞습니다, 형님!"



그렇게 캠프가 점령당했다.

사방에서 속속들이 나타난 약탈자들이 낄낄 웃으며 승전보를 알리듯 허공에 총을 마구 갈겼다.


허공에 퍼진 마비 가스는 금세 가라앉았지만, 발굴팀으로 온 사람들은 대응하지 못해 마비당한 채로 벌벌 떨거나 흐느끼고 있었다.

소리를 들었는지, 덩치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어라, 우린 노예 안 쓰는데. 전부 죽여야겠다. 제이크."

"예, 형님."


제이크는 그때 처음으로 얼굴을 보았다.

볼이 움푹 들어가고 빼빼 마른 체형에 눈은 마치 굶주린 사람의 것 같았다.


녀석은 발굴하러 온 사람인 척, 캠프에 들어와 독가스를 날린 장본인이었다.


"애들 모아라. 처형식 하게."

"예, 형님. 근데 처형식이 뭐예요?"


그는 덩치에게 머리를 얻어맞았다.


"이 멍청한 새끼야. 다 죽이겠다고."

"억...! 아니, 모를 수도 있지 왜 때려요!"


제이크는 얻어맞고서도 가다 말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근데 형님. 독사가 베놈 맞아요?"


덩치에게 다시 머리를 얻어맞은 제이크는 구시렁거리면서 제 할 일을 찾아갔다.


-쓰벌, 안 그래도 머리 안 좋은데, 왜 자꾸 머리 때리고 지랄이야...


덩치는 발굴팀이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흐흐, 여자도 있네? 역시 캠프를 털길 잘했어."


놈이 다가올 때, 모퉁이에 숨어 있던 파블로는 들고 있던 총 개머리판으로 관자놀이를 후렸다.


쩍.


덩치는 반항도 못 하고 바로 쓰러졌다.

순간, 너무 세게 때렸나 싶었지만, 맷집이 강해 보여 힘을 쓸 수밖에 없었다.


-이런 씹...! 너 누구야!


파블로는 곧바로 덩치를 방패막이 삼았다.

다행히 놈들은 총을 쏘지 않았다.


-형님 내려놔!


"우릴 건드리지 말게. 약속한다면, 풀어주겠네."


-엿이나 까잡수셔.


아무래도 약탈자들은 곱게 놓아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잠시 고민하던 파블로는 덩치의 허리춤에 있는 권총이 눈에 들어왔다.

덩치를 붙든 채로 권총을 꺼내 장전했다.


-어어...? 이런 쉬벌, 그거 안 내려놔?


탕.


권총을 격발했다. 약탈자들의 다리를 쏘면서 이동했다.


-아아악...!

-이 씹새끼가...!

-그냥 쏴!


놈들은 덩치를 붙잡았음에도 총을 쏘아댔다. 그래서 덩치를 버리고 방패를 꺼냈다.

청록의 방패가 눈부시게 사방을 밝히자 약탈자들은 눈을 가리고 신음했다.


-으악...!

-아, 앞이 안 보여!

-쏘지 마, 새끼들아! 우리끼리 쏜다!


방패는 당연한 말이지만, 총알로 뚫을 수 없었다. 전신을 가리기에도 수월하고.

권총의 탄알이 떨어져서 소총을 꺼내 개머리판으로 머리를 치면서 다녔다.


이런 놈들에게는 총알도 아까웠다.


"이 새끼, 너 뭐야."


그때 제이크가 나타났다.


녀석은 품에서 칼 두 개를 꺼냈는데, 독을 얼마나 발라놨는지 칼날이 시퍼렇게 빛났다.

멍청해 보였던 아까와 달리 싸울 때가 되니 눈빛부터 독사처럼 살기가 흘렀다.



다른 약탈자들은 전부 쓰러졌기에 제이크만이 유일한 대적자였다.


녀석은 움직임이 생각보다 빨랐고 허점을 노리는 눈도 예사롭지 않았다.

이능을 쓴다고 여겼는지 함부로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래서 이쪽이 들어갔다.


"어...?"


싸움에서는 거리를 잴 수 있다면, 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눈에 봐도 날렵한 제이크였기에 아예 예상치 못할 만한 속도로 들어가자, 허둥지둥 칼을 휘두르는 게 보였다.

그 당황스러운 칼질도 누군가에겐 목이 베일 만큼 날카로운 것이지만, 역시 방패를 뚫진 못했다.


방패에 코를 맞으며 억-하고 쓰러진 놈은 그대로 기절했다.



몇 시간 후, 깨어난 녀석은 충격을 받은 듯 멍했다.


파블로는 발굴팀을 돌려보내고 일기를 쓰고 있다가 그가 깨어난 것을 보고 다가갔다.


제이크는 흠칫 떨며 말했다.


"왜 살려줬지?"


진 것이 분하다기보다는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에 더욱 놀란 모양이었다.


"죽이기 싫어서."


큰 이유는 없었다. 성자도 아니고 올곧은 정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할 뿐이었다.


무엇보다 이미 시체가 한가득한데, 더 늘리고 싶진 않았다. 치워줄 사람도 좀 필요했고.


"대장이 누군가."


그는 멍하니 벌집이 된 덩치를 바라보았다. 아마 그가 보스였던 모양이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돌려 파블로를 바라보았다.


-끄으...

-어떻게 된 거지?

-아악, 내 다리...


슬슬 다른 약탈자들이 깨어나고 있었다.


"이름은?"


"제이크..."


"파블로일세."


그는 정신을 차린 약탈자들을 지휘해 시체를 치웠다.

떠날 줄 알았더니, 제이크는 캠프를 다 치우고 나서도 가지 않았다. 그의 부하들도 남았다.



"우리 베놈은 이제 파블로 형님을 따르겠습니다."



이유가 궁금해서 물었더니 똑같은 답이 돌아왔다.


"그냥요. 형님을 따르고 싶어서요. 저희 안 죽였잖아요."


내칠 이유가 없어서 일단 두었다.




***




제이크는 유적지 내부 사회를 잘 꿰뚫고 있었다.


캠프가 어떻게 돌아가고 약탈자들이 뭘 노리는지, 그 이유까지 이야기해주었다.


"보십시오, 형님. 여기가 재배지에요."


그가 안내해준 유적지 곳곳에는 신비한 장소가 많았다.

햇빛처럼 빛나는 곳이라든지, 작물을 심으면 금방 자라는 곳이라든지.


넓은 공간에 모래가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다양한 작물이 자라고 있었다.


"밖에 안 나가도 살 수 있어요. 캠프는 재배지 근처에 자리 잡아요. 작물을 키워서 물 넣고 갈아버린 다음, 맛이 엿 같은 죽으로 비싸게 팔아요. 캠프를 습격한 건 재배지를 먹기 위해서였어요."


C캠프에도 재배지가 있었다.


제이크의 말에 따르면, C캠프의 재배지는 200명 이상도 먹일 수 있을 만한 크기라고 했다.

실제로 A캠프는 1천명, B캠프는 7~800명 규모의 인원을 먹이고 있다고 했다.


'웃기는군.'


여러 가지 함정과 퍼즐로 탐사자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이 유적지가,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자급자족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니.


도대체 이 유적지를 설계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제 형님이 여기 주인이에요."



의도하지 않았는데, C캠프가 손에 들어왔다.

앞으로 유적지를 탐사할 때, 꽤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몇 가지 방침을 정했다. 몰살당한 땅거미 길드와는 살짝 다른 쪽으로.

그 방침에 따라 이곳에 들르는 발굴팀은 잘 대해주기로 했다.


제이크는 온건한 대접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캠프의 주인이 되었으니, 만나는 사람마다 속옷 빼고 벗겨놔야 시원한 모양이었다.


가끔 다음 구역을 탐사하다 약탈자들을 마주치곤 했는데, 몇 번 살려서 쫓아 보냈더니 제이크가 물었다.



"그냥 속 시원하게 죽여버리면 안 돼요?"


"함부로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 제이크."


"형님. 유적지에서 어떻게 사람을 안 죽이고 살아요."



그 말에 유적지가 미워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여기서 살고 싶으면, 사람을 죽이라고 보채는 듯한 곳이라서.


도대체 성 페르디난드는 이 유적지를 왜 만들었을까.

어째서 슈테튼의 평범하고 가난한 청년은 누군가를 죽여야만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성서에서 말하는 용사들이 사람들을 위해 흘린 피땀과 숭고한 헌신을 말해줘야 할까.

아니, 용사의 유산 속에서 살아가는 이 청년에게 그런 걸 말해줘도 이해하지 못할 거다.


평생 남을 죽이면서 살아남은 청년에게 어설픈 사상이나 정의를 형편없는 말솜씨로 설득하고 싶지 않았다.



문득 파블로의 눈앞에 지나가는 독사 한 마리가 보였다.


"이렇게 하자꾸나."


독사는 가만두면 사람을 물지 않고 제 갈 길을 간다. 사람이 독사에게 물리는 경우는 가까이 있는 줄 모르고 다가가는 경우밖에 없다.

혹은 장난으로 괴롭혔다가 물렸다든지.


어쨌든 독사 딴에는 위협을 느꼈기에 무는 것이리라.


지금도 개머리판으로 톡톡 건드리니 독니를 드러내고 쉬이이익-위협하는 독사였다.



"너희는 독사다."



그 말에 제이크의 눈이 커졌다.


"그렇다면 독사처럼 생각하고 움직여라. 독사는 먹이를 제압할 때와 강자에게 위협을 받을 때가 아니면, 함부로 독니를 드러내는 법이 없다."


"아아..."



제이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한참 뒤에 녀석이 꺼낸 말에는 웃음기가 없었다.




"역시... 그럼 베놈이 독사인 거죠?"


"..."


"아, 다 알아요. 저 안 멍청하거든요."



그래도 말은 잘 들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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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헌터 지망생(2) +13 23.05.31 1,581 128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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