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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 사이언티스트로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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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K
작품등록일 :
2021.06.02 02:07
최근연재일 :
2021.11.20 03:13
연재수 :
1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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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5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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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1차 저지선(2)

DUMMY

81. 1차 저지선(2)


루펠몬은 평야에서 마주친 이상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군병이라고 보기엔 알맞지 않은 복색이었다.

하얀 실험 가운에 삐죽빼죽 솟은 머리칼.

실외에서 실험용 고글을 착용한 모습은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루펠몬의 감은 저 앞의 남자에게 반응하고 있었다.


'뭐지, 이 남자는.'


벤투스와 국지전을 유도하는 것이 바로 루펠몬 본인이었다.

수도 없는 전투를 지휘하면서 이런 경우는 그도 처음 접하는 일이었다.


"웬 미친놈이 있군요. 그냥 사살하고 지나가심이..."


부관이 총을 꺼내 들자, 루펠몬이 손을 들어 가로막았다.


"잠깐."


그는 드레이크의 머리에서 땅으로 착지했다.


쿵!


갑주를 차려입은 루펠몬의 무게에 땅이 신음했다.

그는 몇 발자국 걸어나가 둠에게 말했다.


"나는 이그니스의 RDK 단장 루펠몬 백작이다. 그쪽은 벤투스의 민간인인가? 아니면 군인인가."


군인이면 여지없이 사살할 것이다.

민간인이었다면 포로로 확보할 테지만, 적의 군인을 살려두는 건 이그니스에선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둠이 자신을 가리켰다.


"나? 나 저지선이라니까. 내가 1차 저지선이야!"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는군."


고개를 절래절래 저은 루펠몬은 다시 자신의 드레이크를 향해 돌아가려 했다.

남자는 어이없게도 아까부터 이상한 말을 지껄이고 있었다.


아마 미친 작자가 분명하리라.


평야 주변은 매복하기도 어려우니 함정도 아니다.

철 냄새에 민감한 드레이크들은 알아서 레이더 역할을 해주었다.


휘릭!


가벼운 점프로 7미터의 드레이크 머리 위로 올라선 루펠몬이 말했다.


"사살해라, 부관. 그대로 지나간다."

"예, 대장님."


부관이 장총 하나를 들어 둠을 겨냥했다.

이그니스 식 플레임탄이면 시체도 남기지 못하고 잿더미로 변해버리리라.


방아쇠를 잡아당기자, 장총이 어마어마한 열기의 화염을 내뿜었다.

불이 붙은 뜨거운 탄이 둠을 향해 쇄도했다.


화륵!


루펠몬은 다시 진군을 명하려 손을 들었다가 멈추었다.



둠은 멀쩡했다.


휘이이잉...


잔잔히 불어오는 바람.

화염탄은 마법처럼 바람을 타고 하늘로 휘이 사라져 버렸다.

총을 쏜 부관은 믿지 못하겠단 표정을 지었다.


"화염을 바람으로...?"



둠이 씩 웃었다.


"자, 그럼 내 차례지? 너희들이 날 지나가려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줄게."


심상치 않은 발언에 선두의 기사단이 침을 삼켰다.


아무리 자신들에게 약한 벤투스라도.

단 하나의 비수를 숨겼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긴장이 되었다.


아무런 함정도 없는 것 같지만, 사실 진짜 함정이 있었다면?

저 교묘한 벤투스가 또 어떤 괴상한 기계를 발명했다면?



둠은 총모양을 한 손으로 루펠몬의 이마를 겨누었다.

혀를 빼물고 조준하는 척하다가, 그는 손을 치워 아무것도 없는 저 먼 평야를 가리켰다.



"빵야~!"



평야에 울려 퍼지는 둠의 목소리.

기사단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몸을 움츠렸다.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마치 진짜 총이라도 쏜 듯 손가락을 입에 가져와 후 부는 둠.


선발대는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둠을 바라보았다.


"뭐야, 아무것도 없잖아."

"젠장, 우리가 놀아난 거야. 저딴 미친놈 하나 때문에 시간을 지체하고 있다고!"

"대장님."


부관이 루펠몬을 바라보았다.

그가 백작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둠이 가리켰던 곳에서 어마어마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기사단 전원이 화들짝 놀라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드레이크들이 놀라 퍼덕거렸다.


"우왁...!"

"크르르르...!"


루펠몬도 자신의 고개가 돌아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푸확!


"흡...!"


이어서 바람이 강렬하게 떠밀려 왔다.

먼지와 나뭇가지, 풀 때문에 기사단은 본능적으로 팔을 들어 시야를 보호했다.



루펠몬은 사위가 잠잠해지자, 폭발의 근원지를 바라보았다.



거대한 크레이터가 저 먼 평야에 생성되었다.

마치 운석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고오오오....



기사단, 아니 선발대 전원의 입이 쩍 벌어졌다.


벤투스는 아직 저런 수준의 폭발 기술이 없다.

적어도 이그니스의 계산으로는 그러했다.


라샬로와 은밀히 뒷거래한 이그니스는 그들에게 폭발물 규제를 요구했으니까.

최고 의원은 제안을 받아들이고, 돈을 챙겼다.


그 결과 벤투스의 전쟁용 폭발물 개발자들은 전부 조용히 암살당했다.

최고 의원이 주도한 일이니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마치 배신이라도 한 것처럼.

어마어마한 폭탄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라샬로가 배신을 했나."

"어, 걔? 내가 죽였는데?"

"뭐라?"


루펠몬이 눈을 치켜뜨고 둠을 바라보았다.

혼잣말로 중얼거린 자신의 말에 마치 옆에 있는 것처럼 대답했다.


"저런 끝내주는 폭탄 못 만들게 하잖아. 그래서 죽였어."

"말이 되는 소릴..."

"왜 말이 안 돼?"


둠이 킥킥 웃었다.

부관이 다가와 말했다.


"기만입니다. 저런 종류의 폭약을 개발했다 하더라도 남발할 수 없을 겁니다. 저희의 기세를 꺾으려는 모양인데, 이럴 때일수록 강하게..."

"블러핑?! 난 판돈이 좀 크다 싶으면 구라 안 쳐!"


부관 또한 깜짝 놀랐다.

분명 속삭였는데, 놈은 마치 옆에 있는 것처럼 듣고 대답한다.


"그럼 한 번 더 쏘지 뭐. 평화적으로 해결하려고 했는데. 저거 너희한테 쏴볼까?"


둠이 손가락으로 기사단을 가리켰다.

그는 부관을 물렸다.


전쟁 지휘관으로서 루펠몬은 녹록은 사람이 아니다.

그가 최전선에서 복무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지금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수도 없이 많다.

적의 강력한 무기가 기만이 아닐지라도 괜찮다.

전쟁에 관한 철칙으로 그에겐 절대 기세가 밀려선 안 된다는 신념이 있었다.


루펠몬이 자신의 드레이크 머리에 손을 대었다.



용언(竜言).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드레이크 라이더는 자신의 드레이크와 의사를 주고받으며,

드레이크는 드레이크끼리,

그리고 다시 드레이크는 자신의 주인에게 그 의지를 전달한다.


이것이 용언.


첨단 장비가 아닌 드레이크의 고유 특성을 이용한 초고속 명령 전달 체계가 이미 완성되어 있는 그들이었다.


-드레이크 라이더, 산개.


루펠몬의 의지에 따라 하늘로 솟구치는 백여 마리의 드레이크.

갑작스러운 산개에도 지상에 남은 선발대원들은 놀라지 않았다.


루펠몬은 이대로 둠을 포위해 공격하려 했다.

그의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기 전까지는.


'표정이.'


여전히 웃고 있다.

마치 다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그리고 적의 맹습이 시작되었다.



쉬이이이이익...!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듯 구름을 뚫고 내려오는 12기의 전투기.

비행전대는 기사단이 대항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공격을 퍼부었다.


펑!


"크라라라!"


드레이크들이 눈 깜짝할 새에 그물에 휘감겨 바닥으로 추락했다.

루펠몬은 기사단이 습격당하는 상황에도 침착하게 명령을 내렸다.


-적습이다. 산개해서 편대를 꾸려서 적을 추적한다. 공중전이다.

-예!


드레이크 라이더들이 명령을 받고 하늘로 솟구쳤다.

기사단의 수는 132명.


드레이크가 132마리이기 때문이다.

오직 드레이크 라이더들로만 이루어진 기사단이었다.


기사단은 12기의 전투기를 추적하려 드레이크를 독려했지만, 속도가 너무 빨라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큭...! 속도로는 절대 못 잡는다!

-더 넓게 퍼져서 포위해!

-저희가 퍼지는 속도보다, 놈들이 벗어나는 속도가 빠릅니다!

-위, 위다!


퍼버버버버벙!


또다시 그물에 걸려 추락하는 드레이크들.

다행히 추락한 드레이크들과 라이더들은 죽지 않았지만, 그물이 얼마나 질긴지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송골매인가...! 하지만 송골매는 이미 파괴되었다고... 게다가 숫자가 너무 많아.'


벤투스가 보유한 최고의 전투기 송골매.

세계 최고 속도를 자랑하는 전투기는 홀랜드에 의해 이미 박살 났다.


그런데 한 대도 아니고, 벤투스는 그보다 더 빠른 전투기를 이미 12기를 완성했단 말인가.


'이대론 안 된다.'


루펠몬은 이를 꽉 깨물었다.

벌써 기사단의 반이 당했다.


게다가 적은 죽일 기세로 미사일이나 기관총을 쏟아붓는 게 아니라, 그물탄만 쓰고 있었다.

마치 발을 묶어두려는 것처럼 말이다.


드레이크들이 아직 일어서지 못하고 있는 지역에 아까 보인 폭탄이 떨어진다면 전멸이다.

쉽사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치욕스러움이 목구멍까지 끓어올랐다.


"전원! 날개를 접고 착륙해라!"


루펠몬의 명령에 아직 체공 중이었던 드레이크들이 서둘러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물탄의 속박에서 겨우 벗어난 드레이크 23기.

아직도 그물탄에 속박된 55기.

남은 드레이크 54기.


-사상자는?

-중상 7명, 경상 35명. 사망자 전무합니다.


루펠몬은 처참한 심정을 느꼈다.

적은 전면전을 상정하지 않고도 자신의 기사단을 제압했다.


제대로 된 전술을 펼치지도 못하고 졌다.



압도적인 스피드.



이전보다 더 빨라진 송골매는 드레이크들을 한껏 유린하고 다시 구름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전투기가 그물탄을 쏠 때마다, 마치 하늘에서 벼락이 치는 심판의 모습 같았다.


루펠몬은 부관에게 기사단을 수습하도록 하고 드레이크에서 내렸다.


쿵.


그는 성큼성큼 둠에게 다가갔다.

둠은 다시 바위 위에 앉아서 신발을 벗고 발가락을 만지고 있었다.

그는 루펠몬이 열 걸음 간격에 들어서고 나서야 고개를 들었다.


"어, 무슨 일이야. 뭐가 잘 안 되니?"


루펠몬의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이 둠을 직시했다.




***




나는 바위에 걸터앉아 하늘에서 속속히 떨어지는 드레이크들을 바라보았다.

뉴 버전 송골매인 델타 편대의 위력이 제대로 나타났다.


"성능 확실하네."


긴 시간 빌에게 맡겨놓았던 프로젝트.

그건 바로 송골매 부활 프로젝트였다.


그동안 벤투스와 이그니스 시티의 전쟁이 억제되는 이유도 바로 송골매란 전투기 하나 때문이었다.


이그니스의 드레이크들은 불의 원소를 먹고 자라며, 그 피부 껍질이 크고 단단하다.

벤투스의 포탄과 미사일 공격은 쉽게 반감되며 유의미한 데미지를 줄 수 없었다.


예외적으로 그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수단은 오직 송골매뿐이었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쇄도하는 송골매는 미사일의 폭발 위력보다는 빠른 속도에 질량을 더한 포탄 공격을 주로 했다.


마치 적에게 무거운 돌을 날리는 것처럼.

비행기로 포탄을 쏜다는 게 참신하긴 했지만, 실제로 그랬다.


드레이크들은 송골매의 공격에 최소한 피부가 으그러지고, 정타로 들어가면 관통당해 죽었다.


그런 송골매보다 뛰어난 전투기가 12기나 있으니, 드레이크들은 잽도 안 되는 것이다.


'이제는 깨달았겠지, 루펠몬.'


루펠몬이 드레이크에서 내려 척척 다가온다.

베타의 마나 활성탄, 델타 편대의 위력은 이그니스 선발대를 가뿐하게 제압했다.


"수고했어, 빌. 델타 편대 물려."

ㅡ크하하하! 이거 재밌는데! 더 싸우고 싶은데 왜 물리라는 거냐, 둠!


엄청난 속도에 취한 빌은 호승심을 드러냈다.

AI 전투기라 인간의 탑승은 필요 없지만, 빌은 직접 전투기를 몰아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자기가 만든 무기이니 무조건 한 번은 써봐야 한다면서.


엔진을 설계한 내 몫이 크긴 했지만, 12기나 완성한 빌의 몫도 인정해야 한다.

핵융합 엔진의 냉각 체계를 잡는 것에 애먹긴 했지만, 그래도 정상 운용이 가능하니 다행이었다.


전투기를 직접 몰아본 빌은 느꼈을 것이다.

이대로 가면 드레이크들을 전멸시킬 수도 있다는 걸.


"브라보 344, 2217 지역에서 대기해. 드레이크들 또 날아오르면 격추하게."

ㅡ무조건 불러라, 둠. 비둘기들 몸통에 구멍을 내줄 테니까!


교신을 끊으며, 발톱을 손질하고 있자 루펠몬이 다가왔다.


그는 불타오르는 듯한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넌 누구지..."

"아, 왜 자꾸 묻냐."


신발을 신고 바위에서 내려왔다.

나와 키가 비슷한 루펠몬의 바로 앞에 마주 섰다.


드레이크 라이더인 루펠몬과 근접하는 건 남들이 보기엔 미친 짓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허리에 찬 중검에 몸이 반쪽 날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나는 1도 신경 쓰지 않았다.


우리 둘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1차 저지선이라니까."

"..."


투구 사이로 루펠몬이 이를 악다무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는 투구를 천천히 벗었다.


제멋대로 기른 것처럼 보이지만, 단정하게 정리된 중년의 수염과 전쟁터의 베테랑다운 얼굴이 보였다.

이그니스 시티 특유의 붉은 눈동자가 나를 주시했다.


"내 발명품들이야. 어때?"

"그게 사실이라면... 자네 같은 인물이 벤투스에 있는 줄 몰랐군."

"전쟁터에서 나 같은 과학자와 마주치는 것도 예상외였어, 그렇지 않아?"

"그렇군."


그는 언제라도 중검을 뽑아 휘두를 수 있는 기세였지만, 나도 만만치 않다.

바람의 내 주위를 돌고 있다는 걸, 그도 알고 있었다.


"과학자이면서 뼛속까지 벤투스 시민이군. 바람 다루는 게 예사롭지 않아."

"내가 재능이 좀 뛰어나. 그래서 질투를 많이 받았지."

"뛰어난 이는 그만한 대우를 받아 마땅하다. 벤투스가 그래서 발전하지 못하는 것이지."

"케흐흐, 맞는 말이야."


루펠몬이 갑자기 손을 쑥 내밀었다.


"이그니스로 올 생각은 없나. 우린 그대 같은 과학자들은 언제나 환영이다."



과학 기술로 따지자면, 벤투스를 이길 수 있는 시티는 없다.

그나마 테라 시티가 조금 비빌 만하지만, 이그니스와 아쿠아는 과학 기술이라곤 젬병인 곳이다.


이그니스는 철갑탄이나 포를 막대한 자본으로 겨우 생산하는 수준이고, 아쿠아는 애초에 과학과 담을 쌓았다.

그쪽은 아직도 백마를 탄 기사님들이 달려오는 수준이다.


그에 비하면 이그니스는 그래도 좀 나은 편이긴 하지만, 걸출한 과학자가 아무도 없다는 건 큰 문제였다.


벤투스는 나날이 발전하는 과학으로 시티의 힘이 점점 상승하는 반면, 아쿠아와 이그니스는 점점 쇠퇴해가니까.

그게 스토리다.


그래서 게임 제작사는 벤투스에게 가장 큰 위험으로 이그니스를 배치했다.

포탄과 미사일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 수많은 드레이크와 물량을 보유한 이그니스 시티.


전쟁만 이기면 장땡인 벤투스 시티지만, 패전하면 끝장.

그 전쟁의 난이도도 아주 끝장이다.


"미안하지만, 내가 이사하는 걸 싫어해. 엉덩이가 조금 무거워서 말이야. 내가 한국인이긴 해도 서양식 비만이야. 이해하겠어?"

"...서양식 비만이란 건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내 제안을 거절했다는 의사는 확실히 받았다."


이 충성심으로 뇌까지 딱딱해진 기사는 상남자답게 관계정리가 깔끔했다.


"케흐흐, 너무 무섭게 그렇게 선 긋지 말자고, 우리~"


나는 익살스럽게 웃으며 루펠몬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

베테랑답게 그는 곧바로 대응할 준비를 갖추었지만, 일반인 눈에는 그저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일 훌륭한 모습이었다.


"나한테 빚을 졌다고 생각해. 너희 전부 안 죽였잖아."

"..."


나는 선발대를 쓸어버리지 않았다.

이들은 전부 필요한 병력이었다.


후반부에 흑기린 놈들이랑 싸우려면 그 어느 시티도 전력을 낭비해선 안 된다.


손가락을 하나 들어 루펠몬의 얼굴 가까이 가져갔다.


"일주일. 딱 일주일만 기다려. 그럼 1차 저지선은 물러서 줄게."

"그게 무슨 말인가."

"말 그대로야. 일주일 후면 물러서 줄게. 2차 저지선부터는 너희를 괴롭힐 송골매도, 어마어마한 폭탄도 없을 거야."

"내가 그걸 어떻게 믿지?"


나는 광기스러운 미소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님 그냥 여기서 다 뒤질래?"

"..."

"그러기 싫으면 참고해. 난 일주일 동안 이 바위에 앉아 있을 거야."


루펠몬은 마치 귀신이라도 보듯 날 바라보았다.

나는 피식 웃고 다시 바위 위로 돌아갔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땅만 바라보다가 이내 돌아섰다.


"아! 나 공격해도 너희 다 뒤진다, 알겠지?"

"..."


잠시 멈칫거렸다가 다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그리 유쾌한 발걸음 소리는 아니었다.


'조금 미안할지도.'


황제의 명을 따라 전쟁을 수행하러 온 장군이 터덜터덜 돌아가는 모습은 마음 한구석에 미안함을 느끼게 했다.

그래도 그것과 별개로 이대로 벤투스와 이그니스가 붙게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주일만 있으면 '장벽'이 만들어질 테니, 그땐 내가 없어도 괜찮을 것이다.



루펠몬이 돌아간 이그니스 선발대 진영은 조용하다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 자리에 진을 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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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중반부(4) +2 21.08.19 1,469 40 16쪽
77 중반부(3) +4 21.08.17 1,432 43 11쪽
76 중반부(2) +1 21.08.17 1,481 4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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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입성(1) +2 21.08.13 1,554 4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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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13구역 방어전(2) +2 21.08.09 1,629 54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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