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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에이 님의 서재입니다.

포식자의 상속녀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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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도비
작품등록일 :
2022.01.06 19:03
최근연재일 :
2022.01.27 22:12
연재수 :
3 회
조회수 :
105
추천수 :
0
글자수 :
11,394

작성
22.01.25 19:15
조회
28
추천
0
글자
9쪽

그녀의 대역

DUMMY

“아가씨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이에요.”
















붉은 두 눈이 눈물에 흠뻑 젖은 노파가 녹스를 발견하자마자 한걸음에 달려와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녀의 눈에 녹스는 완벽히 죽은 프랑켄의 모습이었는지 한참을 안도의 한숨과 울음을 터뜨리며 녹스를 안고 또 안았다.










한참을 울고 난 노파가 녹스에게서 떨어지자 두 명의 시종이 다가와 능숙하게 얼어붙은 녹스의 몸에 하얀 토끼털로 뒤덮인 망토를 입혔다.










하얀 그녀의 손에 가죽장갑까지 끼워주고 시종들이 물러나자 집안으로 한 사내가 들어섰다.










스트라이프 무늬의 갈색 롱코트를 입은 사내가 중절모를 벗으며 녹스의 앞에 멈추어 섰다.










창백한 얼굴에 새빨간 입술만큼 불타오르는 듯 한 두 눈동자를 가진 젊은 사내가 자신보다 한 뼘은 작은 녹스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원망이 가득 담긴 그의 시선에 당황한 녹스가 가만히 서있기만 하는 마가에게 눈빛으로 도움을 청했지만 그는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관자놀이만 꾹꾹 누르며 외면하고 돌아섰다.










한참을 영문도 모른 채 쏟아지는 원망을 받기만 하던 녹스를 노려보던 사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옆에 서있던 노파에게 들고 있던 모자를 건넨 사내가 다른 한 손에 들고 있던 하얀 퍼 머플러를 녹스의 가는 목에 둘러주었다.
















“당장 날이 밝으면 우리 약혼식이야. 꼭 이렇게 해야만 했어?”










“약혼식?!”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에 동그래진 눈으로 올려다보자 또다시 사내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네가 날 탐탁지 않아 하는 건 이미 알고 있어. 네가 나에게, 우리 가문에게 과분한 여자라는 거 충분히 알고 있다고. 내게 이러는 건 상관없지만 약혼식에서만큼은 내 가족과 가문에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줬으면 좋겠어.”










“저기······. 저는······.”
















머플러의 부드러운 퍼를 쓸어내리다 녹스의 뺨을 쓰다듬기 위해 손을 옮기던 사내가 멈칫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지켜준다고 했던 말 그 약속,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지킬 테니······. 너도 우리의 약속 지켜주길바래······.”
















앞으로 쏟아지는 머리카락들로 그의 두 눈이 가려져 눈빛을 볼 수 없었지만 그의 사그라지던 목소리로 보아 꽤 착잡해하고 있는 듯 했다.










사내가 몸을 틀어 먼저 집안을 나서고 녹스는 자신을 이끄는 노파를 뒤따르기 시작했다.










밤새 마가에게 안겨 달려왔던 산길을 다시 되돌아가는 길에 동이 트기 시작했다.










저 앞에 먼저 앞서가는 사내의 어깨가 쳐져 있었다.










프랑켄과 그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이미 많은 상처를 받은 듯 보였다.
















‘오웬은 몰락한 귀족집안의 4대독자야. 프랑켄은 혼기가 점점 차가고 있고 농장을 비롯해 누눅가를 지키기 위해 여자 혼자선 무리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결혼까지 시키겠다는거에요?!”
















마가의 말에 흥분을 한 나머지 소리를 내버린 녹스에게 잠시 주위 시종들의 시선이 쏠렸었지만 이내 다시 그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발걸음을 재촉하기만 할 뿐이었다.










씩씩거리는 숨을 애써 진정시키며 녹스가 마가를 노려보았다.
















‘그녀도 너와 같은 인간이었어.’
















걸음을 멈춘 마가의 시선이 한 곳에 고정되었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던 녹스의 시선이 암벽 앞에서 멈추었다.










지난 밤 프랑켄을 만났던, 그리고 프랑켄 그녀가 목숨을 잃었던 그 곳이었다.










사방에 핏물이 퍼져있었고 험한 몰골을 한 채로 눈을 감지 못한 그녀가 누워있었다.
















“사냥꾼들에게 쫒기다 목숨을 잃었나봅니다.”
















죽은 프랑켄을 바라보던 녹스의 눈시울이 점점 붉어지기 시작했다.










지난 밤 사냥꾼들에게 쫓기던 건 자신이었다.










만약 프랑켄을 만나지 못했다면······.










마가를 만나지 못했다면······.










저기 목숨을 잃은 프랑켄처럼 이 세상 사람으로 남지 못했던지, 아니면 농장으로 끌려가 평생 피를 빨리며 죽는 날만을 기다리며 죽어가고 있었을 것이다.
















“보지 마십시오. 아가씨가 보시기에 너무 흉측합니다.”
















녹스의 두 눈을 가리며 노파가 걸음을 재촉했다.
















‘그녀 역시 너와 같은 프랑켄의 대역이었어.’
















마가의 말에 노파의 손을 떼어내며 녹스가 그를 쏘아봤다.
















‘그녀는 왜 죽은 거죠?’










‘겁이 났던 것 같아.’










‘무엇이 그녀를 겁나게 만들었나요?’










‘살이 썩어 문드러져 고통스럽게 죽게 될 거라며 길길이 날뛰더군.’
















계속해서 걸음을 멈추는 녹스를 노파가 재촉하며 이끌었다.










죽은 프랑켄을 보고 난 이후로 마가의 얼굴빛이 많이 어두워져 있었다.
















‘뱀파이어와 인간이 사랑해서는 안 되는 이유······.’
















말끝을 흐리는 마가에게 닿아있던 시선을 오웬에게 옮긴 녹스가 조금 전 그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지켜준다고 했던 말 그 약속,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지킬 테니······. 너도 우리의 약속 지켜주길바래······’
















뱀파이어와 인간이 사랑해서는 안 되는 이유라면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먹이사슬의 상위 포식자인 뱀파이어와 그 하위인 인간 사이의 관계가 애초에 사랑이란 감정이 싹틀 수 있는 로맨틱한 관계가 아니기에 흔한 일은 아니었지만 분명 사랑에 빠지는 이들은 존재했었다.










인간과 사랑에 빠져 가정을 꾸리고 예쁜 딸아이까지 얻었지만 뱀파이어와 몸을 섞은 인간은 살이 썩어 문드러지는 불치병에 걸려 목숨을 잃고 말았다.










부인을 잃은 슬픔과 상심을 견뎌내지 못한 나머지 그는 자취를 감추며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누군가는 그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거라며 추측하기도 했다.










이 이야긴 프랑켄의 친부, 즉 제로스 누눅의 이야기다.
















-
















녹스는 벽에 걸린 제로스 누눅의 초상화를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남자임에도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황금색 금발이 하얀 뺨을 타고 턱 끝까지 흘러내리고 뱀파이어 중에서도 흔치 않은 보라색 눈동자가 박혀있었다.










녹스는 측면의 벽에 달린 거울과 제로스의 초상화를 번갈아 보기 시작했다.










거울 속에 비치는 모습이 그동안 봐왔던 자신의 모습과는 너무도 달랐지만 초상화의 제로스와는 누가 봐도 그의 혈육인 것처럼 너무도 흡사했다.










낯선 금발이 허리까지 늘어져 굽실거리고 이질적인 보라색 눈동자가 자신을 응시했다.
















‘이제 너의 아버지야.’










“세뇌가 필요하겠어요. 금발의 아버지라······. 전 타고나길 흑발에 까만 눈동자를 가진 인간이었거든요.”










‘입조심을 좀 했으면 하는데.’
















못마땅한 얼굴의 마가가 응시하는 곳에서 문이 열리며 시종 하나가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의 손에는 무수히 많은 레이스로 만들어진 드레스가 들려있었다.
















‘곧 있을 약혼식에서 입을 드레스로군.’
















시종에게서 받아 든 자수와 레이스로 가득한 드레스를 몸에 대보며 거울 속을 들여다보는 녹스의 눈에 자신의 모습이 퍽 아름다워 보였다.










어쩔 수 없는 여자인지라 황홀한 눈으로 드레스 이곳저곳을 살피던 녹스에게서 마가가 드레스를 빼앗아 들었다.










흠칫 놀란 녹스가 곁의 시종 눈치를 살폈지만 그녀는 등을 돌린 채 장신구를 챙겨들고 있었다.
















‘약혼식이 시작되면 도망칠 수 없어.’










‘그 말은 제게 선택권이 있다는 건가요?’










‘강제로 널 멍청한 귀족나부랭이에게 시집보낼 생각 없어. 하지만 원한다면 거래는 할 수 있지. 연극이 아닌 진짜 프랑켄으로 살게 해줄게. 인간으로서 사냥꾼들에게 쫒기지 않아도 되고 가난과 굶주림으로부터 영원히 해방되는거야. 네가 도망치지만 않는다면.’
















고민하는 녹스에게 마가가 드레스를 다시 건네주자 장신구를 다 고른 시종이 그녀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파티션 너머로 시종에게 이끌려가 드레스로 갈아입은 녹스가 거울 속을 들여다보았다.
















‘너는 이미 완벽한 프랑켄의 모습이야. 그 누구도 의심할 수 없어.’
















금발의 머리칼은 안개꽃을 품은채로 곱게 땋아졌고 녹스의 가는 몸을 따라 드레스가 물 흐르듯 밀착됐다.










붉은 마가에 가는 체인을 연결하여 시종의 도움으로 목에 건 녹스가 마가의 앞에 섰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널 지켜 낼 거야. 맹세코 너의 안전은 내가 장담해.’
















하루가 멀다 하고 사냥꾼들에게 잡혀가 실종되던 사람들과 밤새 그들을 피해 도망치던 기억들을 떠올렸다.










이곳에 마가와 함께라면 더 이상의 위협은 없을 것이다.










녹스는 목에 걸린 마가를 꼭 쥐었다.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이는 녹스에게 마가가 말했다.
















‘후회 하지 않게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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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대역 22.01.25 29 0 9쪽
1 상속녀가 되다. 22.01.06 52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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