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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에이 님의 서재입니다.

포식자의 상속녀가 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하이도비
작품등록일 :
2022.01.06 19:03
최근연재일 :
2022.01.27 22:12
연재수 :
3 회
조회수 :
90
추천수 :
0
글자수 :
11,394

작성
22.01.06 19:05
조회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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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9쪽

상속녀가 되다.

DUMMY

턱 끝까지 차오르는 더운 숨을 토해내며 정신없이 내달리던 녹스가 우뚝 제자리에 멈추어 섰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산중에서 무언가 바닥과의 둔탁한 마찰음과 함께 그녀의 코앞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게 뭐야······.?”








날렵한 인간사냥꾼이 앞서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었다면 자신은 이미 포박되어 흙바닥을 질질 끌려가고 있었을 테니까.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버리자 옅지만 더운 신음이 정면에서 느껴져 왔다.








“거기 뭐예요? 사람이예요?! 사..살았어요?”








덜덜 떨며 신음이 들리는 곳을 향해 허공을 더듬던 녹스의 손끝에 미끈거리는 것들이 잔뜩 묻은 상대의 손이 닿았다.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나려던 녹스의 손목을 잡아챈 그의 신음이 더욱 가까운 곳에서 들려왔다.





그가 토해내는 숨결이 붙잡힌 녹스의 손목으로 쏟아졌다.





달빛조차 구름 뒤로 숨어버린 깜깜한 어둠 속에서 잔뜩 겁에 질린 녹스의 손아귀에 작고 단단한 무언가를 건네 쥐어주던 그의 손에서 점점 힘이 빠져나갔다.





더 이상 바들바들 거리는 떨림은 느껴지지 않았고 낙엽 깔린 바닥 위로 톡하고 그의 손이 떨어져 내렸다.








“저쪽이다!”








사냥꾼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까운 곳에서 그들의 기척이 전해지고 있었다.





아마도 피 냄새를 맡았겠지.





이 사람이 왜 이런 곳에 떨어져 죽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녹스는 급히 몸을 일으키며 달리려다 말고 그의 몸에 걸려 엎어져 버리고 말았다.








‘손이 많이 가는 타입이겠어.’








바로 귓속에 대고 말한 것처럼 선명하고 가깝게 느껴지는 사내의 음성이 들려왔다.





누군가 또 있었던 것인가?!





놀란 두 눈으로 깜깜해 보이지도 않는 주위를 살피던 녹스의 손목을 낚아챈 사내에 의해 몸이 일으켜졌지만 엎어지며 발목을 접질렸는지 짧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정말 가지가지 하는 군.’








신경질적으로 말했지만 걷지 못하는 녹스를 단숨에 품에 안아들고 사내는 급히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자신을 안고 있음에도 놀라운 속도로 달려 나가는 사내의 얼굴에 잠깐씩 구름 사이로 스치는 달빛이 비쳤다.





인상을 쓰고 있기 때문인지 제법 사나운 얼굴을 한 사내였다.





턱선 까지 기른 머리칼이 그가 바닥을 딛고 달려 나갈 적마다 찰랑이며 바람결에 흩날렸다.





한참을 지친 기색 없이 달리던 그가 멈추어 섰다.








‘빌어먹을 자식. 성가시게 하는데 타고났었지.’








산속을 벗어나긴 했지만 도시와 제법 동떨어진 어느 들녘의 버려진 집에 다다르자 사내는 품에 안고 있던 녹스를 낡은 소파 위로 던지듯이 내려놓으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의 눈치를 살피느라 겁에 질린 두 눈만 이리저리 굴려대고 있는 녹스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간 사내가 벌써 붓기 시작한 발목을 잠시 매만졌을 뿐이었지만 신기하게도 통증과 함께 발목이 금세 가라앉아 버린다.





놀라운 것도 잠시 사내가 녹스의 눈앞으로 얼굴을 들이밀며 다가왔다.








‘마음 같아선 네가 저들의 손에 죽든 말든 내 알 바 아니지만, 너나 나나 지금은 쓸데없이 낭비할 시간도 여유도 없으니 성가신 일을 다시 반복해 보자고.’








목숨을 살려준 은인의 입에서 나올 거라곤 감히 상상도 못했던 말들이 쏟아졌다.





이유 없는 선의를 베풀만한 인상은 아닌가 같았지만······.








‘끈질기게도 너하나 잡겠다고 여기까지 따라온 모양이네.’








사냥꾼들을 따돌리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가 고갯짓으로 뒤편을 가리켰다.








“여기까지라도 데려다 주신 것도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 때문에 그쪽까지 위험에 빠뜨릴 순 없으니 혼자라도 어서 도망가세요.”





겨우 쥐어 짠 목소리에 진심을 담아보였지만 그는 그저 코웃음을 쳐댈 뿐이었다.





‘저들에게 잡혀가면 넌 평생 뱀파이어들에게 피를 빨리고 살아야해. 모르는 건가?’





“그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단지 사냥꾼들에게서 살아남았다는 사람 얘길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요, 어서 도망가세요. 그쪽은 애초에 저랑 상관도 없는······.”








갑자기 손으로 녹스의 입을 틀어막은 사내가 다른 손을 들어 엄지손가락을 물어뜯었다.





금세 붉은 핏물이 배어나온 손가락으로 사내는 녹스의 이마를 가로로 길게 그었다.





그와 동시에 사냥꾼들이 집안으로 들이닥쳤다.








‘숨은 쉬어도 돼. 말만 하지 마.’








사내의 말에 녹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온 집안을 샅샅이 수색하던 사냥꾼들이 놀랍게도 사내와 마주 앉아있는 녹스를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쳤다.





놀라 두 배로 커진 눈만 껌뻑이며 사냥꾼들을 시선으로 쫒던 녹스가 그들이 집밖으로 사라져버리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길게 뱉어냈다.





녹스의 입김이 자신의 손에 닿자 불쾌한 듯 인상을 찌푸리며 사내가 옷자락에 슥슥 닦아냈다.





무안한 것도 잠시.








‘이젠 말해도 되겠어. 기척이 더이상 느껴지지 않아. 그들이 떠났다.’





“어떻게 된 거죠? 어떻게 우리를 못보고 지나친 거죠?!”





'일종의 환각이라고 해야하나, 낡아빠진 빗자루 정도로 보이게 만들었더니 저렇게 지나쳐버리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마법이라도 부린다는거에요?‘








갑자기 사내가 픽웃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그나저나 넌 우리 대화에서 전혀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군. 둔한건가?’







사내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녹스가 두 눈만 껌뻑이자 사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녹스의 입술에 지그시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슥 훑었다.








‘나와 마주하고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 오직 너 뿐이야.’





“그게 무슨소리죠? 왜 나만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단······.”





‘이제야 눈치 챈 건가?’








사내의 음성이 전해져도 움직이지 않는 그의 입술을 발견한 녹스의 눈이 다시 한 번 커졌다.








‘내가 드러내지 않는 한 오직 너만이 나를 볼 수 있어.’





“제가 어떻게 당신을 볼 수 있는 거죠?”





‘너의 손아귀에 쥐어진 것.’








그의 말에 녹스는 손아귀를 펼쳤다.





어찌나 긴장했던지 피범벅으로 물든 채 꼭 쥐고 있던 손아귀를 풀어내니 작고 아주 단단해 보이는 보석이 눈에 들어왔다.


한 눈에도 고급스럽고 값나가 보이는 것을 잠시 내려다보던 녹스의 시선이 천천히 사내를 향해 들어올리자 잔뜩 불편한 기색이 그의 온 얼굴을 휘감고 있었다.








‘날 가둔 족쇄를 네가 가졌으니 보일 수밖에.’





“족쇄라구요?······.”





‘마가. 족쇄의 다른 이름이자 곧 나의 이름.’








그의 이름을 대내이며 보석을 내려다보는 녹스를 바라보던 마가의 얼굴에 잠시 애틋함이 스쳤다.








“당신께 돌려드리면 자유로워질 수 있는 건가요?”








마가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내가 원하는 건 자유가 아냐. 그리고 지금 네가 내게 그런 같잖은 동정 따윌 가질 때도 아니고. 누눅가의 뱀파이어들이 들이 닥칠 거야.’





“누눅가의 뱀파이어? 그들이 왜요?”





‘누눅 대농장을 운영하는 누눅가의 프랑켄 누눅이라고 알겠지?’








고개를 갸웃거리다 끄덕여 보이는 녹스가 보석을 움켜쥔 손을 가리키며 마가가 말했다.








‘너에게 마가를 건네고 죽은 자가 바로 프랑켄 누눅이야. 실종된 제로스 누눅의 유일한 혈육이자 누눅 대농장을 운영하는 최연소 경영주.’





“그들이 제가 그녀를 죽였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마가는 누눅가의 보물이고 누눅가의 후손들만 가질 수 있지. 그런 마가를 네가 가지고 있어. 그들은 네가 프랑켄 누눅이라고 생각할거야.’





“그게 무슨 소리에요? 아까 그는 분명 사람이었는데... 그 비린 피냄새는 분명 사람이었다구요! 그리고 어떻게 절 그녀라고 생각해요!”





‘내가 널 그렇게 보이게 만들거니 까.’








농담기 없이 진지한 마가의 등 너머로 환한 불빛들이 일렁이며 몰려오고 있었다.





이미 죽어버린 그녀의 이름을 애타게 불러대며 점점 다가오는 그들을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던 녹스가 무표정하게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마가에게 시선을 옮겼다.





“전 인간이에요. 저들에게 피를 빨려 언제든 죽을 수 있는 인간이라구요. 제게 이러는 이유가 뭐죠?”





‘난 약속의 날까지 후대가 끊긴 누눅 가를 지켜야만 하고 넌 저들에게서 그 목숨 부지해야만 할테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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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착각이길 22.01.27 19 0 8쪽
2 그녀의 대역 22.01.25 24 0 9쪽
» 상속녀가 되다. 22.01.06 48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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