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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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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최근연재일 :
2020.09.01 23:59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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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6
글자수 :
2,335,429

작성
18.12.10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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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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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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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결의의 복수 8

DUMMY

주위 풍경이 물결처럼 지나간다.

가람은 그 어느 떄보다도 필사적으로 학교로 향하고 있었다.

대체 누가 가온을 납치했단 말인가?



'그 늙은이가? 아니야. 이제와서 내 심기를 건드릴 이유가 없어.'



가람의 실력이 무서워서도 있겠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일개 정부공인 순위권자는 재무진이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가람을 건드리지 못하는 건 그녀도 재무진의 약점을 잡고 있으며 무엇보다 그녀의 뒷배인 조직 덕분이었다.



재무진이 무슨 이유에선지 가온을 크게 경계하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가람이나 퇴마 이씨 가문의 심기를 거스르면서까지 이런 짓을 벌이진 않을 것이다.


'그럼 대체 누가?'



가람은 어떤 결론에 도달했다.

가온은 현재 화제의 인물이다. 그를 궁금해하는 이들은 많겠지만 그를 납치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유명해진 최초의 이유. 그거라면 그를 납치하려는 자들이 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붉은 커튼. 그것에 관심을 가졌음이 틀림없어.'



붉은 커튼과 최초로 조우하고 함께 싸웠으며 그 조각까지 가진 가온. 대부분의 조직은 가온이 가지고 있는 붉은 커튼의 피부조각을 갖고 싶어하겠지만 그가 어떻게 커튼과 협력하여 싸울 수 있었는지를 궁금해하는 것도 사실이다.



'가온이를 조사해 붉은 커튼을 조종하려는 건가? 있을 수 있는 얘기긴 한데 퇴마 이씨 가문의 영향력이 무섭지도 않나?'


퇴마 이씨 가문의 진가를 모르는 약소 조직일수도 있지만 그런 조직에 지금의 가온이 잡힐까? 얼마 전 그가 얼마나 강해졌을지 시험해본 가람으로서는 가온이 쉽사리 당할리가 없다고 여겼다.


애초에 붉은 커튼이 목적이었다면 쥐도 새도 모르게 데려갈 것이지 가람에게 연락을 넣은 이유는?



'가온이가 아닌 내가 목적? 내가 가온이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걸 알 정도의 누군가? 하지만 어째서...나는 그 날 이후로 누군가에게 원한을 살만한 짓은 하지 않았는데.'


머릿속이 점점 복잡해져 갔다.

적의 의도를 모르니 너무나 답답했다.



"죽여버릴 거야..."


살기를 담은 말을 중얼거린 가람의 눈이 흉흉히 빛났다.

예전에도 정부공인 순위권자의 위력을 모르고 함부로 덤벼오는 멍청이들은 많았다. 특히나 가람은 자신의 실력을 거의 내보이지 않았는데도 그랬다.


무슨 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모조리 회쳐버리면 그만이다.

건물 위를 달리고 달려 어떤 교통수단보다도 빠른 속도로 달린 덕에 그녀의 눈에 학교가 비치기 시작했다.



상대가 불러낸 장소는 교정이었다. 최근 재무진이 일으킨 커튼의 학교 습격 사건때 만든 개미굴이 있는데 왜 그곳으로 불렀는지도 의아했다.



'남아있는 사람은 없군...그건 사전에 조사해 놨겠지.'



커튼들이 학교에 침입할 수 있도록 만든 개미굴의 조사는 한참전에 끝났고 휴교를 할 동안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격리조취를 취했다.

관리하는 사람은 당연히 있지만 여기로 불러낸 이상 처리되었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조용히 건물 안으로 들어선 가온은 어두운 계단을 하나씩 올라섰다.


적이 선정한 것은 1학년의 어느 교실이었다.

가람은 그곳으로 향하며 기묘하게 익숙한 광경이라고 생각했다. 그야 평소 직장이나 당연히 익숙하겠지만 뭔가 좀 더 특별한 것이 있었다.



'아...맞아. 이곳은 가온이가 처음 입학한 그 반이었어.'


대체 누굴까? 누구기에 자신을 이렇게나 잘 아는 것일까?



가람은 갑자기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정체불명의 적에도 겁을 먹기는 커녕 반드시 죽여버릴 거라고 분노를 불태웠던 그녀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마치 이대로 가면 뭔가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았다.

전투를 벌일 때마다 항상 목숨이 걸린 커튼 사냥꾼의 감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감이 경고를 하고 있더라도 지금은 멈출 수 없다.


교실앞에 도착하자 안에 누군가가 있는것이 느껴졌다. 기척을 숨길 기색도 없어보여 수상하게 여긴 그녀는 감지망을 학교 넓게 펼쳤다. 그녀는 의외의 사실을 알았다.



학교 당직실에 누군가가 있었고 친숙한 기척이었다. 평소에 보던 경비원의 기척임에 틀림없었다. 즉 학교의 경비원은 처리당하지 않고 자신의 업무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무슨 생각이지?'


여기서 전투를 벌일 생각이 아니었단 말인가? 뭔가 협상이라도 할 생각일까? 가람이 가온을 끔찍하게 여기는 걸 아는 녀석이 가람이 조용히 협상에 응할거라고 생각했는가?


생각은 이제 됐다. 안에 있는 놈에게 직접 물어보면 되니까.

가온이 느끼기에 주위엔 어떠한 사람도 없고 그저 혼자였다. 얕보여도 너무 얕보였다고 생각하며 그동안 떠들썩한 공적 하나라도 세워둘걸 그랬나. 하고 가람은 후회했다.



다음 순간. 그녀는 주술과 기운을 갈무리하고 기세를 날카롭게 벼렸다.

한 자루의 칼날같아진 그녀가 교실문을 벌컥 열고 들어섰다. 대화할 의지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미 검을 뽑은 상태였다.


그리고 창가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소년을 본 순간 그 모든것이 씻은듯이 사라져버렸다.



"가온...아?"


이름이 불린 가온이 천천히 뒤돌아섰다. 어쩐지 그 시간이 길다고 느낀 가람은 저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켰다.

푸르른 달빛이 그를 비추고 음영이 가온을 휩쌌다. 평소에 자신이 알던 그가 아닌 어딘가 멀고 낯설게 보였다.


불안함을 감추기 위해 가람은 주위를 살피며 물었다.



"다행이야. 너에게 더 심한짓은 하지 않았나보네. 널 납치한 이들은 어디에 있어?"

"........."



가온은 대답하지 않고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점점 이상함을 느낀 그녀는 문득 어떤 것을 발견하고 입을 조금 벌렸다.


잘린 게 분명했던 가온의 오른팔이 멀쩡했다.




"그 사진...조작된 거였어?"



설마 자신의 눈을 속였단 말인가?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 그떄.


"선생님."



가온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어? 그, 그래. 지금 이럴떄가 아니지. 우선 널 안전한 장소로..."

"선생님."

"어?"



재차 자신을 부르는 가온은 어딘가 슬퍼보였다.


"선생님..."


뭔가를 억지로 참고 있는 것 같았다 . 차마 말하고 싶지 않은 무언가를.

가람은 한 가지 말도 안되는 망상에 도달했다. 하지만, 만약 그 망상이 맞다면 이 기묘한 상황이 설명이 된다.



'만약, 만약 가온이가 그걸. 내가...무슨 짓을 한 건지 아는 거라면...'


그리고 가온이 침묵했다. 침묵은 10초. 20초가 넘어갔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진 가람이 입을 열었다.


"가온..."

"왜 삼촌을 죽였어요? 선생님."



그 순간을 노리기라도 한 듯 기습적으로 말해온 가온의 말에 그녀는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한참 동안이나 말을 잇지 못하던 그녀가 겨우 입을 똈다.



"무, 무슨 소리야 가온아..."


시치미를 뗴면서도 가람은 그저 이 순간을 어떻게 넘길지 그것만을 생각했다. 자신을 부른 게 다름아닌 가온이며 그가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것만을.


이렇게 가온을 잃을 수는 없었다. 그때처럼 또 잃을 순 없었다.

그리고 그런 가람을 보던 가온은 다시 말했다.



"어째서, 삼촌을 죽였죠?"

"주, 죽이지 않았어!!"



그건 사실이었다. 그녀는 현수를 죽인적이 없었다.



"직접적으로는 말이죠."

".....!!"



가온은 대채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일까? 대관절 재무진의 거의 완벽하게 은폐했던 그 일을 그가 어떻게 알고 있는 거란 말인가.


가온이 실력을 숨기고 있었다는 것은 알았고 그 이유가 복수심 떄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아직 어리고 아무 힘도 없는 그이기에 곧 현실을 알아차리고 복수를 포기하여 정상적인 삶을 살거라고 여기고 있었다.


최근 싹을 튀운듯 활약하는 가온의 모습을 보며 그가 복수에서 벗어나 자신을 위해 살고 있다고 여겼었다. 하지만, 아니었단 말인가. 포기하기는 커녕 이렇게까지 깊숙한 곳에 들어와 있었는가.


재무진이 가온을 경계한 이유를 몰랐지만 그 기분을 지금이라면 이해할 수 있었다.



"나, 나는...."

"간접적인 살인은 살인이 아니라고 주장할 셈입니까? 그렇게 하신다면...삼촌을 도우러 갈만한 사람들을 공격하거나 죽인다면 삼촌이 죽을 확률이 높을 거라는 정도는 알았잖아요?"



말의 내용은 격정적이었으나 그 어조는 차분했다. 그것이 더 공포스러웠다.



"선생님...가람 선생님...왜 삼촌을 죽였어요?"

"나ㅡ난......"



필사적으로 고민하던 가람이 겨우 말을 내뱉었다.



"하지 않았어..."



그 말을 들은 가온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후우 숨을 내쉰 가온이 평온한 표정이 되었다.



"선생님."

"응?"

"입학때부터...아니. 그 이전부터...절 챙겨주신 것. 감사했습니다."

"어? 아니. 그거야 내가 당연히 해야 할..."

"하지만 그 은혜. 원수로 보답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말끝에 가온이 손을 들어올렸다. 그 손에 강렬한 붉은 빛이 맺힌 순간. 언제 날아왔을지도 모를 검격이 붉은 빛을 흩어버렸다.


"가온아. 잠깐만! 얘기를 하.."


하지만 가온은 그녀가 뭐라하건 말건 화염구 스킬이 무효화되었을 떄부터 검을 뽑아들고 그녀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카캉!



검을 맞대며 지근거리에서 두 남녀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가온의 검은 명백히 그녀를 죽이려고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표정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가온아......"



가람의 두 눈이 슬픔으로 가득해졌다.



"날, 죽이려는 거니?"

"네."

"난 널 좋아해. 너도 날 좋아하고...이성적이 아니라도 인간적으로. 내 생각이 틀렸니?"

"아뇨. 맞습니다."

"그런데도 날 죽일거니? 오래 전 그때의 일 때문에?"

"네. 곧바로 사과하지 않고 변명부터 했을 때. 이미 정했습니다."

"......그래?"


가람은 가온이 정말 많이 강해졌다고 느꼈다. 자신이 힘을 별로 주지 않고 있기도 했지만 밀리지 않는 그 실력도 그랬지만 정신적으로도 많이 강해졌다.


지금도 결의를 가지고 사사로운 정을 떨쳐낸 채 자신에게 복수하려고 하고 있지 않은가.


"너도, 현수 오빠처럼 날 버리려는 거구나."

"........."

"그럼. 됐어."



까앙!!


말끝에 가람이 가온을 날려버렸다. 훙훙 날아간 가온은 벽에 처박혀 크레이터를 만들어냈다. 쿨럭 헛기침을 내뱉은 가온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며 가람이 검을 그에게 겨누었다.




"네가 어떻게 그 일을 알고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복수심에 머리가 돌았네? 혼자서 날 이길거라고 생각했어?"

"...얼마 전 절 습격하셨을땐 역시 봐주셨었던 거군요."

"어머. 그것조차 알아낸 거야? 하긴 재무진 그 늙은이가 숨기고 있던 일도 알아냈는데 그것쯤이야...그 엄청난 정보력이 어디서 났는지 궁금하네?"



검을 겨누며 천천히 걸어오는 가람은 가온이 언제 그 불덩이를 쏘아낼지 예의주시했다. 이 정도 지근거리로 들어가면 그도 함부로 기술을 날릴수는 없으리라.



"지금이라도 그만둬. 난 정부공인 순위권자였어. 상식이 있다면 그 의미를 모르지는 않을텐데?"



실력과 운을 겸비한 최강의 커튼 사냥꾼들. 그게 바로 정부공인 순위권자다. 그에 비해 가온은 강하다고는 하지만 일반적인 사냥꾼 레벨. 격이 다르다.



"그렇네요."



가온은 빙그레 웃으며 다시 검을 쳐들었다.



"그런 상대니 상식적으로 싸우면 안 되겠죠."

"뭐?"


다음순간 가온의 손에 화염구가 맺혔다. 설마 자신도 휘말릴 거리에서 저 기술을 사용하겠다는 말인가?


'그럴 리는 없겠지...저 불덩이에 휘말리면 스스로의 주술일지라도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게 분명해.'



그렇다면 필시 뒤로 물러나 불덩이를 날릴 기회를 잡으려 할 것이다.

가온의 담력에 놀라면서도 화염구를 흩어버리기 위해 검격을 날렸지만 이번엔 가온이 검격을 쳐내버렸다. 그리고. 가온은 그대로 손을 아래로 내렸다.



"어?"



다음 순간.거대한 화염구가 일으킨 폭발이 두 사람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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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결의의 복수 10 +2 18.12.18 170 6 15쪽
220 결의의 복수 9 18.12.12 219 5 18쪽
» 결의의 복수 8 18.12.10 176 4 12쪽
218 결의의 복수 7 18.12.05 191 5 16쪽
217 결의의 복수 6 18.12.03 178 5 14쪽
216 결의의 복수 5 +3 18.11.29 178 6 12쪽
215 결의의 복수4 18.11.26 170 5 14쪽
214 결의의 복수3 18.11.24 179 5 12쪽
213 결의의 복수2 18.11.22 185 5 11쪽
212 결의의 복수1 +1 18.11.14 178 6 14쪽
211 시련의 세계 18.11.12 190 5 13쪽
210 전(前)대 18.11.08 188 5 14쪽
209 죄책감의 계약 5 +2 18.11.05 342 6 20쪽
208 죄책감의 계약 4 +2 18.11.01 200 6 17쪽
207 죄책감의 계약 3 18.10.30 205 6 16쪽
206 죄책감의 계약 2 18.10.25 181 6 12쪽
205 죄책감의 계약 1 18.10.23 229 5 11쪽
204 말도 안 되는 변명.2 18.10.18 211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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