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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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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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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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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5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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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이가온 원정대 (3)

DUMMY

언젠가 생각은 했었다.

안내 시스템은 대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것이며 어떻게 가온의 머릿속에 들어와 간섭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가온은 붉은 커튼의 힘과 같이 흘러들어온 것이라고 여겼었는데...


"...어떻게 너를 찾을 수 있냐니? 아니...잘 이해가 안 가는데."


머리를 붕붕 저은 가온이 물었다.



"난 지금 내 심상 속에서 나 자신을 상상하고 있는 것에 불과해. 맹세코 여자는 생각한 적이 없어. 그럼 넌...뭐지?"

"......"


안내시스템은,금발의 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가온을 바라보고 있을 뿐.


"대체 어떻게...맹약은 그렇게 허술한 것이 아닐 터...대체 흐름이란 무엇을 기원으로 하는 힘이기에 맹약마저 휘저을 수 있는거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안내시스템.

가온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동기화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붉은 커튼의 힘을 찾고 있었는데 안내 시스템의 본체라 할 수 있는 존재를 찾아내다니.

이건 안내시스템이나 가온에게 이득인 일일까? 아니면 별로 좋지 못한 일일까?

가온이 그것을 묻기 위해 입을 열려는 순간, 그녀가 가온에게로 스르르 미끄러지듯이 다가왔다.


"눈을 뜨지 마십시오!"

[눈을 뜨지 마십시오!]


움찔거리며 눈을 뜰 뻔한 가온이었지만 그녀의 외침에 간신히 멈출 수 있었다.

여전히 목소리가 이중으로 들려 이상한 기분이었다.


"마스터. 조금 더 깊게 내면세계에 들어오십시오."

[마스터. 조금 더 깊게 내면세계에 들어오십시오]


안내시스템이 뭐라 더 말하려고 했으나 그러기도 전에 가온은 시키는 대로 했다.


"...감사합니다."

"음."


이젠 바깥에서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메아리치듯이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평범한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음량.

가온은 가까이 다가온 안내 시스템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조금 거리가 있을 때도 미인이라고 생각했지만 가까이 다가온 그녀의 모습은 이국적임에도 경국지색이라고 알수 있을 만한 외모였다.

에메라가 차갑고 조용한 느낌을 내뿜는 미인이라면 그녀는 활발한 태양을 연상시키는 외모였다. 다만 분위기가 가라앉아있어 차갑게 느껴지기도 했다.


안내 시스템이 손을 뻗었고, 그 손이 뺨에 닿았다.

가온은 굳이 피하지 않았다.

그 손이 떨리는 것을 자각했을 때, 안내 시스템이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 안내 시스템?"



당황하는 가온의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웃음을 멈추지 않는 안내시스템.

눈가에는 눈물마저 맺혀 있었으며 진심으로 우습다는 듯이 몸이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가온은 다른 감정도 놓치지 않았다.


울분.


가온에게도 너무나 친숙하고 당연할 정도의 감정이었기에 잘못 느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왜 환의와 울분을 동시에 느끼는 것인가?

잠자코 그녀의 웃음이 멎기를 기다리던 가온은 소리가 잦아들자 겨우 물었다.


"안내 시스템...너는...사람...인거야?"

"......"


금발의 미녀.

아니, 상당히 앳되보이는 걸로 보아 어쩌면 가온과 그리 나이차가 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맑은 눈으로 가온의 얼굴을 천천히 올려다보고,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훗 웃었다.

다시 손을 뻗어오는 안내 시스템. 가온은 이번에도 피하지 않았다.

뺨을 슬슬 쓰다듬던 그녀가 중얼거렸다.


"아아 온기, 이 얼마나 오랜만인지요."

"....."

"다시는...두 번 다시는 느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건만."


기이하다.

분명 심상의 세계일 터인데 점점 현실같은 감각이 되어가고 있었다.

피부로 이변을 느끼면서 가온은 눈앞의 미인을 내려다본다. 키는 가온보다 머리통 하나 정도가 작았다. 이건 에메라와 비슷했다.

그때, 안내 시스템이 손에 힘을 주어 그의 얼굴을 당기려 했다.

가온은 이번에도 저항하지 않으려다가 그녀의 의도가 뭔지 깨닫고 당황하여 손을 잡아챘다.


"뭐 하는 거야?"

"......"


자신의 손목을 잡은 가온의 손을 빤히 바라보는 그녀.

가온은 다시 한 번 물었다.


"왜 키스를 하려고 해?"

"왜일까요? 평소 마스터를 사모해서 그렇지 않을까요?"

"거짓말은."


그게 아니라는 건 바로 알 수 있었다.

안내 시스템은 딱히 가온을 사랑한다거나 해서 그런 행위를 시도한 것이 아니었다.

뭔가 좀더 음울한, 바보같은 의도가 느껴졌던 것이다.



"그러지 말고, 한 번 하지 않을래요? 겉모습은 꽤 괜찮지 않나요?"


꽤 괜찮은 정도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가온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미녀가 달라붙어 있다는 긴장감보다는 커다란 불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평소 자신이 알던 안내 시스템과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는 눈앞의 존재에.

하지만 그의 의식은 눈앞의 존재가 안내 시스템이 맞다고 인식하고 있어서 그 이상 뭘 할 수가 없었다.


안내 시스템은 호오 숨을 뱉더니 이내 배시시 웃었다.


"지금은 안 되나 보네요."

"왜 그러는 거야? 이러는 이유라도 있어? 아니...애초에 그 모습은 뭐야?"

"묻고싶은 게 산더미와 같겠지만, 지금은 그다지 시간이 없는 듯 하네요."

"뭐?"


안내 시스템이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았고 가온의 시선도 그녀를 따랐다.

그러자 보인 광경은 가온이 흐름으로 움직였던 빛이 떨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건, 금방이라도 붕괴될 것 같은 위험한 모습이었다.


"만날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은 모양이네요. 아직 심상의 힘을 제어하는 것이 완벽하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마스터?"


평소와 같은 호칭. 마스터.

오글거린다고 생각하는 호칭이었지만 그래도 큰 거부감이 없었던 전과는 달리 지금은 묘하게 불쾌했다.

그건 그녀가 마스터라는 호칭을 비웃고 있기 때문이라고 가온은 생각했다.

대체 왜? 안내 시스템은 대체 어떤 존재인 거지?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가운데,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물론 절 찾아낸 것만도 정말 대단한 것이지만요."

"......"

"이대로 제어권을 잃어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시는군요. 제 모습이 평소 알던 것과는 달라서요?"


정답이었지만 가온은 굳이 목소리를 내진 않았다.

그런 그가 귀엽다는 듯 꺄르르 웃은 그녀는 다 손을 가온의 뺨에 가져다대었다.


"다음에 저를 찾아오지 않을 가능성도 높겠군요."

"이봐..."

"그럼, 찾아올 만한 메리트를 만들어야겠어요."

"뭐?"


그 순간 대고있던 뺨으로 어떤 기운이 흘러들어왔다.

반사적으로 뿌리칠 뻔 했으나 가온은 그 기운이 익숙하다는 것을 알아채고 움직임을 멈췄다. 이건...


"붉은 커튼의 힘?"

"동기화율을 올리는 중입니다."

"뭐? 그게 가능해?"


그런 게 가능하다면 왜 진작 말하지 않았는가? 그런 의문을 담아 그녀를 쳐다보는데 안내 시스템이 훗 웃었다.


"원랜 고려할 가치조차 없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으니...역시 마스터는 매우 특별한 존재군요."

"무슨..."

"우선 인간의 몸으로도 붉은 커튼의 힘을 소정이나마 낼 수 있도록 만들어 두겠습니다."

"......!!"


가온이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이상하게 목소리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심상에 구현해두었던 몸이 흩어지고 있었다.

그와 거의 동시에 떨리던 빛의 벽이 붕괴하고 있었다.

스르르르...

처음엔 물방울이 떨어지듯, 그 다음은 모래를 붓듯, 이윽고 거센 호스처럼 쏟아지기 시작한 빛은 이내 거대한 해일이 되었다.

하지만 끝난다는 생각은 들었어도 두려움은 들지 않았다. 가온의 힘이기 때문일까?

빛에 시선을 뺴앗긴 가온의 정신을 차리게 만든 것은 약한 악력이었다.


안내 시스템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오늘 저와 만났던 것을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마시길. 특히, 에메라에게는."


에메라? 호칭에 위화감이 있었다.

하지만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가온은 듣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말한다면 저는 앞으로 절대 마스터에게 협력하지 않을 겁니다. 절대로요...제겐 마스터가 매력적으로 느낄만한 것들이 많이, 아주 많이 있답니다. 이건 허세가 아니에요."


그러니까 마스터.

안내 시스템이 입가만 웃었다.


"다음에 뵐 날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콰아아아!!


빛의 해일은 둘을 집어삼켰고, 잠시 후.


"윽!"


가온은 눈을 떴으며 그곳은 익숙한 자신의 방이었다.


"......"


식은땀을 흘리며 아무 말도 못한 채 멍하니 있던 가온.

이윽고 그는 입을 열었다.


"안내 시스템?"

[네. 마스터.]


대답은 어김없이 들려왔다.

아까와는 명백하게 다른, 무기질적이며 기계적인 대답.

하지만 이제는 안다.

저 기계적인 어투에 담겨있는 격정과 광기를.

가온은 처음으로 그녀에게 거부감이 들었다.

줄곧 하나인줄 알았던 것이 이물질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에메라에게...'


물어볼까? 라고 생각한 순간, 방금 전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녀는 분명 에메라에겐 말하지 말라고 말한 것이다.


"이봐 안내시스템. 아까 그건 무슨 소리야? 왜 에메라에게 말하지 말라는 거지?"

[에메라 님 말씀이십니까? 질문의 의도를 잘 모르겠습니다.]

"이봐..."

[질문의 의도를 모르겠습니다.]

"......"


그건 발뺌보다 더한 뭔가의 이유가 느껴지는 말이었다. 가온은 추궁을 멈췄다.


[마스터. 동기화율이 올랐습니다. 지금 새로운 힘을 연마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래."


간신히 대답하며 몸을 일으키는 가온.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고 뒤죽박죽.

이럴 땐 몸을 움직이는 게 나았다.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가온은 반사적으로 들어오라고 답했다.

시종. 설애가 머뭇거리는 태도로 가온을 보고 있었다.

가온은 힘들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슨 일이야?"

"손님이 찾아오셨어요 도련님."

"손님?"

"네. 또래의 남성 두 분입니다."


남성? 또래?

가온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자기를 찾아올 또래의 남정네들이 있던가?

그의 어리둥절한 기색을 읽었는지 설애가 한 마디 덧붙였다.


"외국인 분들 이시던데요."

"......나가볼게."


퇴마 이씨 가문 본가에, 그것도 고작 응접실에 들어오는 것에 절차를 수도 없이 밟아야 했으므로 가온은 그냥 자기가 나가기로 했다.

그리고 대문 앞에 떡 하니 서 있는 두 명을 보고 가온은 눈살을 찌푸렸다.


"마인, 로베르토."


그렇다.

가온을 찾아온 것은 바로 세계대회에서 결투를 벌였던 두 사람.

둘은 심각한 기색이었다. 로베르토는 그렇다 치더라도 평소 건들건들거리던 마인마저 표정이 굳어있었다.


"왜 찾아왔냐?"


우리가 딱히 친한 사이는 아니지 않냐는 의미로 묻자 로베르토가 말했다.



"단도직입 적으로 말하겠다."

"말해."


심호흡 한 로베르토가 말을 이었다.


"네가 간다는 원정, 나도 받아다오."

"나도."

"좋아."


로베르토 마인 가온의 말이었다.

직후 두 사람은 어리둥절한 기색으로 고개를 모로 꼬다가 이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괜찮은 거냐?"

"너무 쉽잖아?"

"한 사람이라도 아쉽거든. 다만 너희는 조건을 더 달아야겠어."

"조건?"



가온은 씨익 웃더니 말했다.


"일 년동안 내 산하 밑에서 일할 것."

"......"

"......"


둘은 어이없다는 표정이 되었지만 가온은 그럼 말라는 듯이 귀를 후벼팠다.


"저번에 너무 어이없이 당해서 경험 좀 쌓고 싶은 거 아니었어? 싫음 말고."

"아니..."

"알았다."


로베르토는 뭐라고 항의하려 했으나 마인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진심이냐는 듯이 마인을 보던 로베르토는 한숨을 쉬더니 애니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치 못한 수확에 가온은 입꼬리를 올렸다.

헌데 이제 시작이었다.


"그리고 이가온."

"음?"

"내 스승님도 네 원정에 참가하고 싶다고 하시는군."

"......뭐?"



의외의 거물의 이야기에 가온의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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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 이가온 원정대 (2) 20.06.09 74 6 12쪽
318 이가온 원정대 (1) +2 20.06.01 99 4 13쪽
317 반목 +2 20.05.25 77 3 14쪽
316 원정, 원정을 나가보자! 20.05.20 78 3 12쪽
315 잊혀지고 있는 자들 20.05.11 78 3 13쪽
314 갑작스러운 조우 20.05.04 73 3 12쪽
313 습격 8 20.04.28 73 3 12쪽
312 습격 7 20.04.21 76 5 13쪽
311 습격 6 20.04.14 80 3 13쪽
310 습격 5 20.04.07 80 3 11쪽
309 습격 4 20.03.31 87 3 12쪽
308 습격 3 20.03.23 82 3 13쪽
307 습격 2 20.03.17 78 2 12쪽
306 습격 20.03.10 79 2 17쪽
305 연구 결과. 20.03.02 77 3 18쪽
304 맞선?? 5 +2 20.02.24 79 3 18쪽
303 맞선?? 4 +2 20.02.17 88 3 18쪽
302 맞선?? 3 20.02.11 88 3 16쪽
301 맞선?? 2 20.02.03 127 4 15쪽
300 맞선?? 1 20.01.28 88 4 12쪽
299 인류의 최강자들 2 20.01.20 80 3 12쪽
298 인류의 최강자들 20.01.13 91 4 12쪽
297 최초의 탈환4 20.01.07 79 5 12쪽
296 최초의 탈환 3 19.12.31 108 3 11쪽
295 최초의 탈환 2 19.12.23 84 4 13쪽
294 최초의 탈환 19.12.16 91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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