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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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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최근연재일 :
2020.09.0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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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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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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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이가온 원정대 (1)

DUMMY

"어서 와요~"



당장 이이나를 찾아간 가온에게 기다렸다는 듯 눈웃음 짓는 이이나.

그녀는 화분에 물을 주고 있는 중이었다.

가온은 앞 뒤 가릴 것 없이 말했다.


"이 애는 왜 원정에 참여하게 하는 겁니까?"

"이 애라뇨?'

"시치미 떼지 마시죠. 입씨름할 기운 없습니다."

"없을 만 하죠~그이랑 그렇게 싸웠는데?"


호호호 과장되게 웃는 이이나를 살벌하게 노려 보는 가온.

태연하게 물을 붓던 이이나는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원정은 많이 불편할 거랍니다? 수발들 아이 하나는 필요하지 않겠어요?"

"제가 알아서 합니다. 몸 조금 편하고자 사람 목숨을 걸게 하라고요?"

"왜 목숨을 걸죠?"


전혀 모르겠다는 듯 눈을 휘둥그레 뜨는 이이나. 가온은 분통이 터지면서도 감정을 억제하고 말했다.


"주술도 모르는 일반인입니다. 제가 가려는 곳은 내로라하는 커튼 사냥꾼들도 목숨 장담이 힘든 곳이고요."

"그렇지요."


어이없는 대답에 실소하는 가온.


"알면 왜..."

"제 말 뜻을 잘못 이해했네요 가온."


물뿌리개를 탁자에 놓은 이이나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시종 한 명의 목숨조차 못 지키면서 어떻게 원정을 성공시키려는 거죠?"

"...!!"


가온이 잠시 말문을 잃었다.


"그게 당신과 무슨 상관입니까?"

"당주님을 설득할 재료는 되겠죠."


물론 저도요 후후 웃으며 가온에게 조금씩 다가오는 그녀. 아찔한 냄새가 비공에 꽂혀든다. 눈썹을 찌푸리는데 이이나가 가온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도전이란 아름다운 것이죠. 하지만 아름다울지라도 실패한다면 손가락질 받는 것도 당연."

"가문의 위신이란 겁니까?"

"당주님은 위신따위 별로 중요치 않게 여기겠지만. 다른 직계나 장로님들은 그럴 수 없겠죠. 가온이 하려는 원정을 어떤 식으로든 막으려 들 거에요?"

"그래도 될까요? 얼마 전의 일을 제가 알고 있는데."


얼마 전 일어났던 삼 세력의 습격 사건. 퇴마 이씨 가문이 암묵적으로 습격을 묵인했다는 사실을 가온이 알고 있음을 상기시켰지만 이이나는 태연자약했다.


"상관없어요."

"...덮을 수 있다 이겁니까?"

"글쎄요. 덮을 수 없더라도 상관 없다는 의미 아닐까요?"


도저히 속을 모르겠다고 가온은 생각했다. 얼마 전에는 이걸로 협박해서 이야기가 잘 되었는데 이젠 아예 상관없다고 하니.



"착각하나 본데. 저는 항상 가온의 편이에요."

"입에 침이나 바르시죠."

"이렇게요?"


빼꼼. 작은 혀를 내밀며 입술을 핥는 이이나. 쓸데없이 고혹적인 모습이었지만 가온은 더 인상을 구길 뿐.


"우후후. 가온. 제 말은 다른 직계나 장로님들을 설득할 만한 신뢰가 필요하단 거에요. 커튼의 영역을 걷어내진 못할지라도 적어도 가문의 명성에 흠집이 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


가온은 피식 웃었다.


"그런 놈들 따위 제 알바 아닙니다."

"흐음."

"방해된다면 가문을 나가서라도 원정을 해야겠지요."

"저나 당주님은 몰라도 다른 이들은 가만있지 않을 텐데요?"



그렇다면. 가온의 눈에 불이 들어왔다.


"가문을 멸망시켜서라도 제가 원하는 바를 이루겠습니다"

"......'


무표정한 이이나. 하지만 가온은 지금이야말로 이이나가 제대로 된 감정을 드러냈다고 만족했다.


"물론. 최악의 경우에요."

"그럼 지금은?"

"만족시켜 드려야겠죠. 대신...제가 성과를 가져온다면."



이이나가 생긋 웃었다.


"그땐, 제 권한을 십분 활용해 가문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해 드릴게요. 가온."


갑자기 거리를 확 좁혀오는 이이나. 특유의 향기가 더욱 콧속을 찌른다.

가온의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민 이이나가 두 팔을 가온의 목에 둘렀다. 이건 무슨 수작이지? 가온이 기가 막혀하고 있는데, 그녀가 귓가에 속삭였다.


"잘만 하면 상을 드릴게요. 가온."

"......필요 없는데요."


후후. 하고 웃는 것마저 거리 때문에 귀가 간지러웠다. 가온이 살짝 밀어내려는 찰나 어떻게 알았는지 이이나가 알아서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가문에 인정받는 최소 조건이 설애란 그 아이의 생존이에요. 데려가고 데려가지 않고는 가온의 마음이지만...잘 생각해 봐요."

"실레했습니다."


가온은 꾸벅 고개를 숙이곤 방을 나섰다.

그리곤 곧바로 설애를 찾았다. 주술을 이용해 비슷한 기척을 찾을 것도 없이 그녀는 가온의 방을 청소하고 있었다.


"오셨어요 도련님."

"설애. 너 명단 봤어?"


봤다면 이렇게 태연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며 묻는 가온.


"네. 봤어요."

"어? 봤다고?'


의외의 대답에 깜짝 놀라는 가온. 명단이란 것에 대해 서로 잘못 알고 있을수도 있으니 다시 물어보았다.


"명단이란 거. 원정 명단 말이야. 그거 본 거야?"

"네. 부당주님께서 확인시켜 주셨어요."



그 망할 여자. 속으로 혀를 차면서도 가온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녀를 데려갈 생각은 없다. 가문의 지원이고 뭐고, 상관 없는 이를 끌어들이고 싶지는 않았다.


"안심해."

"네?"

"널 그런 위험한 장소에 데려갈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

"......"


말 없이 정지한 설애. 그녀는 머뭇거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저, 저도 따라가면 안 될까요?"

"뭐? 그게 무슨 소리야?"

"그야...가문에서 직접 편성한 리스트에 이의를 제기하면 저 같은 건 바로 잘릴 테고..."

"걱정 마. 그건 내가 책임질게. 여기서 잘리더라도 더 좋은 일자리를 약속하겠어."


으으 잘못 말했다. 울상이 된 설애는 한동안 신음하더니 결심한 듯 가온을 바라보았다.


"전 따라가고 싶어요."

"아니. 거기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알아?"

"할 수 있는 데까지 조사해 봤지만 아직 많이 모른다고 생각해요."


설애는 머뭇거리면서도 확실한 눈빛을 보내왔다.


"그래도 전 가고 싶어요."

"아니. 대체 왜? 이유라도 있어? 날 수발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라면 그러지 않아도 돼."


설애는 가온의 눈을 똑바로 마주보았다


"전, 넓은 세상을 보고 싶어요. 도련님."

"......"



가온은 잠시지만 말문을 잃고 말았다.

그녀의 눈에선 진실성과 열망이 엿보였다.


"주제넘고 늦었지만, 전 나중에라도 커튼 업계에서 일하고 싶어요. 그러니 남들과는 차별화되는 뭔가를 갖고 싶고, 또 외국조차 보지 못한 제가 미지의 땅을 본다는 게 너무 두근거려요."


설애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니 도련님. 제발 데려가 주세요. 민폐 끼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 죽어도 아무도 모르게 혼자 죽을게요."

"......"


가온은 한동안 설애의 뒷통수를 내려다보다가 이내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내 말을 전적으로 듣는 게 조건이야."

"......!!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까지 필요한 물건 준비해. 아침이 되면 바로 출발할 거니까."

"네! 알겠습니다!"


방을 나가면서 가온은 스스로에게 되뇌였다.

이건, 설애가 원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거라고. 이이나의 말 따윈 관계 없다고.


'이유? 간단하지! 지금 네 수준으로는 나가서 죽기 딱 좋은 수준이다! 운 좋게 강력한 커튼들을 잡고 나니 세상이 우스워 보이더냐'


이이협의 말이 자꾸 머리에서 소생했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그의 말이 틀리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설애를 데려가는 게 아니다.

그녀를 지킴으로써. 자신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것과는 별개로, 성공시키리라.


이번에 나갈 원정은 그저 시행용으로 생각했었지만, 반드시 뭔가 성과를 낼 거라고 가온은 결심했다.





이튿 날.

이이협이 적어도 가문에서 데려가라고 한 사람은 다름아닌 가영이었다. 이이협이 원래 그녀를 생각했는지. 그녀가 지원했는지는 모른다.

가온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적어도 그녀라면 자기 몸보신은 충분히 할 테니까.

익환과 이자견의 도움을 받아 원정을 나갈때 필요한 서류들을 미리 작성하고, 오늘이 허가가 나올지 말지 결정되는 날이었다.


뒤에 령화라는 힘이 있는 이상 결과는 불 보듯 뻔했지만.

중요한 것은, 멤버.

종국에는 결국 붉은 커튼의 힘에 의지하겠지만, 그 전까지 커튼들을 확실하게 척살하고 견제할 수 있는 멤버가 필요하다.


생각해 둔 사람들은 있었고 연락도 넣었지만 그들이 따라와 줄지 의문이다.

방구석 폐인인 이자견은 그 능력이 매우 우수했기에 필히 데려가고 싶었지만 그녀가 싫다고 하면 억지로 끌고 갈 생각은 없었다.


띠링.


핸드폰이 울렸다. 문자를 확인. 발신자는 호운이다.



[내가 호구로 보이냐 씨-발놈아.]


가온은 태연하게 답장을 보냈다.


[함께 가주실 거죠?]


바쁘다고 답장이 늦게 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빨리 답문이 왔다.


[언제까지 붉은 커튼 조각 준 걸로 우려먹을래? 애새꺄.]


화가 단단히 났군. 가온은 피식 웃으면서 답문을 보냈다.


[안 가시는 걸로 알고 있겠습니다.]

[수당 얼만데.]

[돈은 생각보다는 많이 못 드리고, 대신 이번에도 물건으로 드릴 생각입니다.]

[내가 우선적으로 정해도 되냐?]

[3순위 정도 되십니다.]


잠깐의 침묵. 잠시 후 답장이 왔다.



[그딴데에 내가 왜 가냐.]

[정말 아쉽네요. 호운 씨가 있다면 공략이 훨씬 쉬웠을 텐데...]

[아니, 그런 데에 굳이 가주니까 조건좀 올려달라고.]


좋아. 호운이 원정에 참여하게 되었다.

가온은 미소 지으며 목록에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좍 훑었다.

각 나라에 있는 정부공인 순위권자는 거리가 거리이기도 하여 거의 오지 못했지만. 호운까지 포함하면 다섯 정도의 정부공인 순위권자가 원정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젠 다른 전력을 확인하러 갈 때다.

얼마 전 회유한 전 퇴마사 연구장. 이젠 령화가 갖고 있는 회사의 연구장이 된 황석필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황석필 한 명으로도 굉장한 전력이라고 생각했다. 그 휘하 전투부분이 아니라 천대받던 이들은 그 중 몇 명만 쓸만하면 그걸로 괜찮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황석필은 장담했던 것이다.

윗선의 압박으로 사장된 연구중 원정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 수없이 있다고.

그리고 황석필을 만난 가온은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건 커튼 탐지계의 일종인데. 방벽의 것과 다른 게 있다면 정확한 위치를 표시하는 게 기존보다 느리고 감지 범위도 좁다는 걸세. 허나 방벽의 시스템이 고정된 위치만을 감지한자면 이건 이동을 전제로 한 감지기라 원정엔 안성맞춤일걸세."

"이건요?"

"이건 방벽의 요격과 비슷한 것이지. 커튼들이 싫어하는 것. 주술과 비슷한 페로몬을 뿌려 커튼들이 다가오는 것을 꺼리게 만들지. 놈들의 발을 느리게 하는 것에 있어선 요격보다 나을 거라고 장담하지."


쓸만했다.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커튼들을 사전에 알고 차단하기엔 딱 좋았다.

그것만이 아니라 커튼에게서 기척을 숨기는 물건 외 다수의 연구 물품들이 즐비했다.

왜 이만한 기술들이 사장된 걸까?


"정부의 현 지침은 무리한 개척보다 현 상황의 유지이니...이 물품들은 방벽 안에서는 크게 활약하지 못할 것들이지."

"그렇군요."


납득한 가온은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그 뒤로도 가온은 원정을 위해 여기저기 누비며 계약하거나 필요물품을 준비했다.

소문은 빨랐다.

젊은 신성이 기상천외한 일을 준비한다는 소문이 좍 퍼졌다.

가온은 좋지 못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난 좋다고 생각해."


익환의 말이었다.


"왜 그렇죠?"

"소문 자세히 들어봤어?"

"아니요."


하지만 대충 짐작은 갔다.

대개 가온이 원정을 실패할 거라고, 이번엔 너무 나갔다고 말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기대치가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고 생각하고 있어. 개인적 생각으로 이번 원정은 성공해서도, 실패해서도 안 되는 결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

"익환이 형. 전..."

"알아. 네가 커튼을 미워하는 거. 하지만 생각해 봐. 여왕의 영역을 찾아내 부순다는 건 심플하면서 좋은 일이지만, 결국 붉은 커튼의 힘에 의지해야 하잖아? 이가온이 꾸린 원정에 붉은 커튼이 또 나타나 도움을 주었다...너무 작위적이지 않아?"

"작위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해야한다고 가온은 생각했다.

익환은 고개를 저었다.


"너무 급하게 가다가 탈 나. 요즘 뭔가 심상치 않아. 지금도 붉은 커튼이 너와 엮여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이 이상 깊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게 하면..."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고려해 볼게요."


익환은 이번 원정이 아니라 후일을 걱정하는 것이다.

타당한 의견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커튼을 눈앞에 두고 그냥 간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그런 경우가 온다면 작위적이라도 붉은 커튼의 힘을 빌릴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서 커튼을, 놈들의 영역을 없앨 방법이 있다면...


[있습니다.]

"......!"


갑자기 말을 걸어온 존재는, 바로 안내시스템이었다.


[붉은 커튼때 낼 수 있는 불을 인간인 상태로 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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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 이가온 원정대 (6) 20.07.06 60 3 12쪽
322 이가온 원정대 (5) 20.06.29 67 3 12쪽
321 이가온 원정대 (4) 20.06.22 65 2 13쪽
320 이가온 원정대 (3) 20.06.15 70 2 12쪽
319 이가온 원정대 (2) 20.06.09 74 6 12쪽
» 이가온 원정대 (1) +2 20.06.01 100 4 13쪽
317 반목 +2 20.05.25 77 3 14쪽
316 원정, 원정을 나가보자! 20.05.20 78 3 12쪽
315 잊혀지고 있는 자들 20.05.11 78 3 13쪽
314 갑작스러운 조우 20.05.04 74 3 12쪽
313 습격 8 20.04.28 73 3 12쪽
312 습격 7 20.04.21 76 5 13쪽
311 습격 6 20.04.14 80 3 13쪽
310 습격 5 20.04.07 80 3 11쪽
309 습격 4 20.03.31 87 3 12쪽
308 습격 3 20.03.23 82 3 13쪽
307 습격 2 20.03.17 78 2 12쪽
306 습격 20.03.10 79 2 17쪽
305 연구 결과. 20.03.02 77 3 18쪽
304 맞선?? 5 +2 20.02.24 79 3 18쪽
303 맞선?? 4 +2 20.02.17 88 3 18쪽
302 맞선?? 3 20.02.11 88 3 16쪽
301 맞선?? 2 20.02.03 127 4 15쪽
300 맞선?? 1 20.01.28 88 4 12쪽
299 인류의 최강자들 2 20.01.20 80 3 12쪽
298 인류의 최강자들 20.01.13 91 4 12쪽
297 최초의 탈환4 20.01.07 79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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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 최초의 탈환 2 19.12.23 84 4 13쪽
294 최초의 탈환 19.12.16 91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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