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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초인의 세상에서 범인이 할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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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작품등록일 :
2020.05.19 20:08
최근연재일 :
2020.06.30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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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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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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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0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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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격왕 구하기 (4)

DUMMY

"집이 어디지?"

"...? 일단 여기서 전철 타고 한 시간이 좀 안 걸립니다맍."

"위치를 보여줘."



의아했지만 시키는 대로 핸드폰에 찍힌 집의 위치를 보여주었다.

턱을 쓰다듬으며 흠흠 하고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최혁.


"그런데 왜요?"

"왜긴. 한시가 바쁜데 빨리 가야 될 것 아닌가."


순간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혹시 차 있으세요?"

"얼마 전에 압류 당했다. 7천억이라는 빚을 갚지 못해서 말이지."

"그럼 위치는 왜 물..."



말이 끝나기도 전 최혁이 나를 어깨에 들쳐맸다.



"저기..."

"걱정마라. 차보다 내가 몇 배는 빠르니까."

".....!!"

"한시가 바쁘니 빨리 이동하는 게 좋겠지?"



내가 항의하기도 전 최혁이 발로 지면을 박찼다.

바람에 세차게 나를 때리고 두둥실 부유감이 느껴졌다.

느낌 뿐 아니라 시야도 그랬다.

지상이 아득하게 작아지며 멀어지다가 떨어지며 가까워진다.

예전 놀이 공원에서 청룡열차를 탔을 때의 몇 배는 되는 최악의 탑승감.

어질어질한 것을 간신히 참으며 말했다.


"혹시 화나셨습니까?"

"아직 말할 기운이 있다니 제법인데 그리고 아직은 화 안 났어."



헛수고가 되면 화를 낼 거란 소리인가.

일단 지금은 눈을 감도록 하자.

그렇게 난 집까지 거의 날아가는 속도로 갈 수 있었다.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저 왔습니다."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문을 열자 차시혁이 마중을 나왔다.



"오셨습니까. 가신 일은 잘 되셨..."



차시혁의 말이 끊어졌다. 문보다 커서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그 떡대만으로 누군지 짐작하는 거겠지.


"오, 오오...!!"


차시혁의 눈이 초롱초롱해지더니 감격한 듯 두 손을 마주잡았다.


"하늘 분쇄기...!! 내 눈으로 직접 보는 날이 오게 될 줄이야!"

"이 사람이 범인, 네가 말한 사람인가?"


차시혁이 흥분하여 꽥 소리를 지리는 걸 차분한 눈길로 바라보는 최혁


"안녕하십니까 하늘 분쇄기!!"

"그래. 반갑다. 그런데 당신은 뭐..."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물으려 했던 것 같은데 차시혁이 그의 손을 덥석 잡는 통에 말이 끊겼다.



"정말 대단합니다 범인 씨! 정말로 하늘 분쇄기와 협력할 줄이야...!! 천군만마를 얻은 거나 다름없어요. 아. 제 이름은 차시혁입니다. 오래 전부터 당신들의 팬이었습니다."

"어, 어. 그래."

"정말 대단한 육체입니다. 아무리 초인이라 해도 이 정도까지 육체를 단련하려면 얼마나 노력이 필요했을지...!! 당신들과 비슷한 계열의 초인들은 자신의 힘만 믿고 수련을 게을리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흠. 노력하긴 했지."


최혁의 입가가 부드러워졌다.

요즘 비난만 듣고 다녔는데 팬이라고 지칭하여 이토록 좋아해주니 기분이 나쁠리는 없겠지.


"직접 보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


차시혁이 그제야 생각난 듯 나에게 다가왔다.


"범인 씨. 저는 이제 당신 말을 무조건 믿겠습니다."

"그래주시면 감사하죠."

"...이봐 김범인, 이 사람이 당신이 말한 사람인가?"



아까도 했던 질문.

우리의 대화에서 위화감을 느낀 거겠지.



"네. 맞습니다."

"이 사람도 나처럼 상황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잘 모르는 것처럼 보이는데, 내 착각인가?"

"아니요. 잘 보셨습니다."


당당한 내 태도에 허. 혀를 차는 최혁. 하지만 일단 믿어보기로 한 시점에서 추궁할 생각은 없는지 더 추궁해오진 않았다.

그는 스마트폰을 들었다.



"나다. 그래. 독촉하려고 전화한 것 아니다. 지금부터 내가 있는 장소를 찾아와라.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지? 뭐? 위치 추적이든 뭐든 하면 될 거 아니야?"


무뚝뚝하게 전화를 끊은 그는 팔짱을 꼈다.


"한 번 믿기로 했으니 일단 기다려보지. 하지만 날 납득 시키지 못한다면..."


최혁의 눈이 싸늘해졌다.



"약속을 지키겠다."

"물론입니다."


최혁은 지금 극도로 날카로워져 있다.

존경하는 격왕이 구치소에 갇혀있고 타임 리미트가 시시각각 다가오는데 성과는 없으니까 이 정도는 이해해 줘야한다.



"지금 연락하신 해킹범이 진짜 실력이 있어야 할 텐데요."

"그래야 그나 너나 살 수 있을 테니까."


위치를 알려주지 않고 굳이 알아서 찾아오라고 한 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그를 시험해 보기 위해서일 것이다.

진짜 실력자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최혁을 적으로 돌리는 건 둘째 치고 최악의 경우 차시혁의 실력이 늘지 않아 격왕이 반인간파로 돌아서는 결과를 낳는다.

차시혁은 심각한 분위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질문 공세를 퍼붓고 잡담을 했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누군가 초인종을 울렸다.


딩동.


"내가 나가지."


문을 열어준 최혁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안에 들어온 신경질적인 인상의 남자는 불만스럽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시험엔 통과했습니까?"

"최소한의 신뢰일 뿐. 내 의뢰는 아직 성과가 없잖나?"

"제 실력이 모자란 게 아니라 보안이 철통입니다. 아마 그쪽 계열 초인이라도 있는 거겠죠."



최혁이 자신을 시험한 것이 서운했는지 속사포로 뱉던 남자가 나를 흘깃 거렸다.



"그래서 이 자들이랑 뭘 하겠다는 거죠?"



그는 아니꼽다는 눈으로 나를 보았다.


"초면에 실례 아닌가."

"저는 틀림없이 당신이 조력자를 더 구해온 거라고 생각했는데, 평범한 조력자는 커녕 수준 미달을 데려오니 그렇죠."



수준 미달은 날 두고 하는 말인가.

확실히 이 시기에 나는 수준 미달 일지도 모른다. 기껏 초인이라는 판정을 받아 거들먹거리고 다녔는데 또 그게 아니라는 선고를 받은 지 얼마 안 되어서 평범한 입사에 갓 입사한 때니까.

혹시 나에 대해 개인 조사까지 마쳐둔 걸까.



"나는 김두호라 합니다."


잘 모르는 사람이라 뭐라 말하긴 이르지만 해커가, 그것도 뒤가 찜찜할 해킹범이 저렇게 당당하게 이름을 밝혀도 되는 건가?


"김범인 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조사했으니까. 최혁씨 당신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군요. 이 사람은 전혀 믿을 사람이 못 돼요."


더 이상 불신감을 심어주면 곤란하다.

최혁도 미심쩍다는 눈으로 나를 보기 시작했고.

나는 그의 말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당신을 데려와 달라고 부탁한 건 저입니다."

"당신이요? 어째서? 지금 한 시가 바쁩니다만."

"듣자니까 상대 보안에 막혀서 영상을 뺴내기 힘든 상황인가 본데, 그걸 해결할 방법이 있습니다."

"호오. 해결할 방법."


전혀 믿지 않는 눈치다.

자 이제 구라를 칠 때다.

나는 최혁에게 눈짓해 옆방으로 이동했다. 곧 그가 따라왔다.


"뭐지? 이제 와서 목숨 구걸은 듣지 않을 거다만."

"말 하는 게 하나하나 살벌하시네...그게 아닙니다. 뭐 나중에 조사해보시면 알겠지만 전 초인판정을 받았었습니다."

"아깐 민간인 이라더니?"

"육체는 민간인 이나 다름 없어서요. 얼마 전엔 실제로 초인 판정이 오류라는 판정도 받았고요."


그 말에 생각에 닿는게 있는지 눈썹을 꿈틀거리던 최혁이 아-하고 기억났다는 듯 신음을 냈다.



"초인 판정을 받은 뒤, 1년 후 쯤인가 오류 판정이 난 특이 케이스?"

"사실 말입니다만, 초인 판정이 오류가 난 게 아닙니다."

"뭐?"

"제겐 특별한 능력이 있습니다. 당신에게만 말씀드리는 거지만, 저에겐 상태와 재능을 판별해내는 스킬이 존재합니다."


최혁이 무슨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다는 듯 조금 입을 벌렸다가 입을 쩍 벌렸다.


"거짓..."


거짓말이라고 하려다가 뭔가에 생각이 닿았는지 입을 다문다.

그렇지.

내가 격왕 이수희의 상태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는 것이 떠오른 거겠지. 뭐 실제로 스킬을 쓴 건 아니지만.

자신이 생각해서 닿은 가설이다. 사람이란 자신이 스스로 생각해내 닿은 결론을 잘 의심하지 않는다.



"물론 만능은 아니고 한정적인 조건이 있습니다만,"

"...좋아. 믿겠다. 그래서?"

"네. 그래서 저 밖에 있는 차시혁씨는...해킹에 관한 한 격왕 만큼의 재능을 갖고 있습니다."

"......"

"그를 가르친다면 남은 이틀내에 분명히 영상을 입수할 수 있을 겁니다."

"그보다 묻고 싶었는데. 영상이라니?"

"네?"



영상을 구하려는 것 아니었나?


"나는 아저씨를 함정에 빠뜨리려는 녹취록 같은 게 없나 찾아보고 있었을 뿐인데. 무슨 영상을 말하는 거지?"

"격왕과 이베라르의 용과의 싸움 영상입니다. 분명 존재하고 있습니다."

"어디서 그 정보를 입수했는지 묻진 않겠지만, 이건 물어야겠군. 그런 능력이 있다면 왜 일반인 판정을 받은 거지? 육체가 일반인 수준이라도 그런 스킬이 있다면 초인 판정이 나올 터인데."


그건 나도 모른다.

내게 분명히 회광반조나 회귀같은 특수스킬이 있었음에도 나는 일반인 판정을 받았다. 잠겨 있어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정확한 건 모른다.

그래도 그렇게 말하면 신뢰감이 떨어질테니 대충 둘러대자.


"그건 비밀입니다. 같은 초인끼리도 건드리지 말아야 할 영역이 있다는 건 아실 텐데요."

"...알고있지."

"그럼 이제 절 도와주셔야겠습니다."

"뭘 도우면 되지?"


나는 손가락으로 방 밖을 가리켰다.



"저 사람에게 차시혁씨를 가르치도록 설득해 주십시오."

"허 참."


기가 막히다는 듯 코웃음을 친 김두호가 못마땅하다는 듯 차시혁을 흘겨보았다.

차시혁은 그러거나 말거나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해킹책을 보고 있을 뿐.



"거기 적혀 있는 거 요즘에 먹히는 건 없수다. 요즘 세상이 얼마나 빠른데."

"네. 그렇더라고요."

"허세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혀를 찬 김두호. 그 입장에선 실력을 시험받은 것도 마음에 들지 않을 텐데 자기보다 다급할 최혁이 갑자기 그를 가르치라고 했으니 무슨 일인가 싶을 것이다.


"말해두는데 가망성 없어 보이면 바로 그만둘 겁니다."

"그러도록 해."


최혁의 대답에 김두호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는 키보드로 뭔가를 작성하더니 차시혁에게 보란듯이 모니터를 밀었다.



"간단한 프로그램이오. 내가 지정한 곳에 바이러스를 심는다면 일단 가르침 받을 자격은 있다고 인정해주..."

"못 하겠는데요."


차시혁이 눈을 끔벅댔고 잠시 벙쪘던 김두호가 푸핫 뿜었다.



"이보시오 하늘 분쇄기. 이 친구 너무 솔직한 거 아니..."

"이렇게 하면 아예 작동이 안 되잖아요?"

"......!!"


김두호의 안색이 달라졌다.


"이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이렇겐가."


급기야 뭔가 조작하더니 됐다 라고 중얼거리는 차시혁

구경하던 김두호의 입이 쩍 벌어졌다.


"동업자였나?"

"제가 맹세컨대 그는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해킹의 해자도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나는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가르치시는 보람이 있을 겁니다. 해 보시지요."

"...이봐. 이걸 이렇게 해 봐."



김두호는 더 시험해보고 싶어졌는지 몇 가지 테스트를 겸했고 그 때마다 차시혁은 기대 이상을 넘어 경악적인 솜씨를 선보였다.



"마, 말도 안돼.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이론조차 모르던 것을 이렇게 단시간 내에..."


차시혁의 재능에 전율하는 김두호.

분명 차시혁은 일반인인 상태에서 3년만에 자력으로 세계 최고의 해커의 자리에 올랐다.


훌륭한 선생님만 있다면 시간이 압도적으로 단축된 건 분명할 터. 게다가, 나도 공유 스킬을 발동하고 있으니 습득 속도가 두 배다.


지금 이 자리에 괴물이 탄생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났다.







"고, 고작 하루만에...!!"



김두호는 이제 놀람을 넘어 경외어린 표정으로 차시혁을 바라보았다.

그 차시혁은 어째서인지 나를 보고 감동하고 있었고.



"정말 범인 씨 말대로 됐네요."



그는 고작 하루 만에, 국가 기관 중 한 단체의 보안을 뚫었다.

아직 초인들이 직접 지키는 초인부의 보안을 뚫진 못했지만 이 속도라면....



"좋아. 이제 안심하고 설득하러 갈 수 있겠어요."

"설득?"


최혁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속엔 설렘이 묻어 있었다.



"네. 재판 당일에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기회를 줄 남자를 포섭하러 갑니다."

"그런 자가...아. 설마."

"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초인 재판장 중 하나. 만물자를 설득해 주십시오. 안면을 튼 당신만이 가능한 일입니다"


으음. 최혁이 신음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어디서 정보를 얻었는지는 몰라도 나, 그 친구랑 생각보다 친하진 않은데."

"격왕을 위해서라면 협력해 주겠죠. 그리고 재판 날, 저도 법정에 있을 수 있게 손을 써 주십시오"

"그건 왜지?"

"직접 말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최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걸로 어느 정도 준비는 마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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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홍의 마녀 (5) 20.06.01 218 10 16쪽
17 홍의 마녀 (4) +4 20.05.31 221 12 13쪽
16 홍의 마녀 (3) 20.05.30 225 11 13쪽
15 홍의 마녀 (2) 20.05.29 227 11 13쪽
14 홍의 마녀 (1) 20.05.28 248 15 16쪽
13 초인부 +2 20.05.27 248 12 13쪽
12 조용히 살 거야! +2 20.05.26 268 15 13쪽
11 현상금? +2 20.05.25 281 19 12쪽
10 격왕 구하기 (8) 20.05.24 289 14 13쪽
9 격왕 구하기 (7) 20.05.23 285 15 13쪽
8 격왕 구하기 (6) +2 20.05.22 280 11 31쪽
7 격왕 구하기 (5) 20.05.21 281 12 18쪽
» 격왕 구하기 (4) +3 20.05.20 293 12 13쪽
5 격왕 구하기 (3) +8 20.05.19 308 16 14쪽
4 격왕 구하기 (2) +2 20.05.19 324 16 12쪽
3 격왕 구하기 (1) 20.05.19 361 14 11쪽
2 회귀 +4 20.05.19 447 17 12쪽
1 이런 힘이 있었어?? +4 20.05.19 628 25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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