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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나. 님의 서재입니다.

Volition : 1988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플나
작품등록일 :
2020.01.21 15:23
최근연재일 :
2024.05.14 23:53
연재수 :
2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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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5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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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0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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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8화 : 구원(Salvation) (3-4)

DUMMY

* * * *


「천왕성 작전Operation Uranus」 개시 약 한 시간 전, 1988년 3월 2일 월요일 10시 4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황해도 금천군 인근, 랑데부 포인트 북동쪽 약 11km 지점.


/상황은?/

/[현재 특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습니다.]/


버건디와 그레모리는 직접 헬리콥터에 탑승하여 수색에 나섰다. 버건디는 헤드셋의 마이크를 쥔 채 연신 아래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은색의 조명이 만드는 원형의 시야는 헐벗은 산과 앙상한 나무의 형태를 적나라하게 그렸다.


/그레모리. 뭔가 느껴지면 바로 얘기하도록./

/[알겠습니다.]/ /


버건디가 탄 헬리콥터 옆으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다른 한 대가 날고 있었다. 그곳에는 그레모리와 네 명의 볼리셔니스트들이 타고 있었다. 플라타너스를 추적하여 발견하면, 볼리셔니스트를 투입하여 발을 묶고 병력을 추가하여 포위할 계획이었다.


/그릇의 신호는?/

/[미약합니다.]/


그레모리는 조금씩 강해지던 신호가 한 시간 정도 전에 다시 사그라졌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 전까지 추적하면서 범위를 좁혀 나간 보람은 있었다. 바로 상어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중간 기지를 찾아낸 것이었다.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온기가 남은 침낭이 동굴 바닥에 놓여 있었다. 아쉬운 건 이곳을 아까 수색하면서 지나갔다는 점이었다. 만약 그때 제대로 찾았다면, 분명 쉬고 있는 상태를 노릴 수도 있었을 터.


그리고 군사분계선 아래의 남한에서도 이산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전조도 없이 대규모 군사 훈련이 시작되었다는 정보였다. 중부전선 부대들의 동태가 심상치 않았다, 갑작스럽게 긴장 정도가 높아졌다. 덕분에 수색에 동원하기로 했던 인력 대부분이 붙잡히고 말았다.


그 중 버건디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남한 볼리셔니스트의 등장이었다. GP에서 날아드는 ‘괴인’의 출현 소식은 전선 전체를 극도의 혼란에 빠트리고 말았다. 이 이야기까지 들은 버건디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양동작전이다...!’/


바보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였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약속된 지원 대부분이 취소되었다. 최초 지원받은 헬리콥터도 줄어들었다. 처음에는 네 대가 지원되었지만, 지금은 날고 있는 두 대가 전부였다. 재보급 시간 등을 생각하면 효율은 반 아래로 떨어졌다.


/‘제기랄.’/


초조함에 애가 달은 버건디였다. 자칫 이러다가 상어가 봉쇄망을 뚫고 남한으로 내려갈 수도 있었다. 이때였다. 헤드폰에서 그레모리의 다급한 음성이 들려왔다.


/[여왕폐하! 아래쪽입니다!]/

/뭐?!/


측면을 함께 날던 헬리콥터가 갑자기 고도를 줄였다. 버건디가 손가락을 아래쪽으로 내리자 조종사가 기수를 숙였다. 그러면서 원형의 은색 조명도 함께 땅을 헤집기 시작했다. 나무와 바위 그림자는 이제 너무 많이 봐서 익숙할 정도였다. 그렇게 앞으로 나가며 조명이 천천히 회전을 시작할 때였다.


지금까지 봐온 그림자와 다른 무언가가 시야에 들어왔다.


/!!!/


조종사도 대상을 확인하고 속도를 줄였다. 서서히 움직임을 멈춰가던 조명이 한 곳을 향했다. 그곳에는 손으로 조명을 가린 사람 한 명이 서 있었다.


/플라타너스...!!/


토하듯 내뱉은 버건디의 말처럼, 산 중턱에서 은빛 조명을 받은 사람은 분명 플라타너스였다. 그는 등 뒤로 커다란 배낭과 사람을 짊어진 채, 빛나는 안광을 보이며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레모리! 대원들을 투입해!/

/[알겠습니다.]/


그레모리가 탄 헬리콥터가 볼리셔니스트들을 내리기 위해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버건디가 탄 헬리콥터는 플라타너스에게 조명을 고정한 채 주변을 천천히 돌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봤기 때문일까. 그가 갑자기 달려 나가면서 팔을 앞으로 뻗었다. 놀란 버건디가 소리쳤다.


/피해!!/


로터소음을 뚫고 무언가가 헬리콥터 옆을 스쳐 지나갔다. 다만 전부 다 피하지는 못했는지, 아래쪽 프레임에 무언가 부딪히면서 금속성 소리가 울려 퍼졌다. 헬리콥터의 움직임에 조명이 흔들렸다. 플라타너스의 모습이 사라졌다.


/쫓아!/


영어였지만 조종사는 그 뜻을 알아들었다. 그는 레버를 크게 굽혀 헬리콥터를 측면으로 빠르게 이동시켰다. 문제는 고도를 낮추던 그레모리의 헬리콥터에도 공격이 날아들었다는 점이었다.


/[여왕폐하! 공격 받고 있습니다!!]/


버건디의 헬리콥터가 흔들리며 조명이 어긋난 사이였다. 플라타너스는 그레모리의 헬리콥터에 공격을 집중했다. 연속적인 금속음과 유리 깨지는 소리가 나며 헬리콥터가 크게 휘청했다. 곧바로 그레모리가 배리어를 펼쳐 공격을 막아냈지만, 피해는 컸다.


/그레모리!!/

/[조종사가 부상당했습니다! 이탈합니다!]/

/일단 대원들은 하강시켜!/

/[알겠습니다!]/


그래도 네 명의 볼리셔니스트들은 가까스로 땅에 안착했다. 그들이 땅에 닿는 걸 확인한 그레모리의 헬리콥터가 급하게 고도를 높여 멀리 떨어졌다 하지만 그 틈을 타 플라타너스의 모습은 사라졌다. 버건디가 감에 의존한 채 손가락을 뻗으며 소리쳤다.


/추적한다!/


플라타너스는 등 뒤에는 그릇이 있었다. 분명 일정 이상의 속도는 내지 못할 터.


이런 버건디의 예상은 맞았다. 버건디의 손가락 끝을 향해 조명이 날아들자, 또다시 사람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보통 인간을 아득히 뛰어넘는 속도였지만 다행히 예상 범위 안이었다. 헬리콥터가 기수를 숙이고 속도를 내 플라타너스를 쫓았다. 지상의 볼리셔니스트들도 버건디의 헬리콥터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조명을 받은 플라타너스의 난처함이 여기까지 느껴졌다. 그러나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플라타너스 옆의 나무가 뿌리 채 뽑혀 올라왔다.


/!!!/


놀란 헬리콥터가 튕겨 올라가듯 하늘 위로 향했다. 가속도를 이겨내며 뒤돌아본 버건디의 눈에는 화살처럼 날아가다 떨어지는 통나무가 들어왔다. 간발의 차였다. 속도를 높인 헬리콥터가 상공을 회전하면서 플라타너스를 찾았다.


그러나 그의 그림자는 또 다시 사라졌다. 조명을 옮겼지만 플라타너스는 마치 증발하듯 모습을 감췄다. 아주 잠깐 놓쳤을 뿐이었다. 속도를 보자면 조명 범위 안에는 있어야 했다. 갑자기 이상한 느낌에 버건디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어디 간 거야?!/


이때 무전이 들어왔다. 지상에 전개한 볼리셔니스트 분대장이었다.


/[여기는 밤피르Vampir 하나. 밤피르 액츄얼. 목표를 놓쳤습니다.]/

/멀리 가지 못했을 것이다. 주의하면서 수색하도록./

/[네. 알겠... 크아악!!]/

/?!!/


무선이 끊겼다. 놀란 버건디가 소리쳤다.


/무슨 일이야!!! 뭐야!!/


하지만 답변은 없었다. 급하게 회전한 헬리콥터의 조명이 지상의 볼리셔니스트들을 찾는 동안, 무전에는 비명소리만이 가득했다. 이윽고 조명이 그들을 비췄지만, 드러난 모습은 끔찍했다. 순식간에 생긴 세 구의 시체가 산비탈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누... 누구냐! 모습을 드러내라!!]/


혼자 남은 밤피르 넷은 혼란스러움에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공포에 질린 그는 뒷걸음질 치면서 무질서하게 칼을 휘둘렀다. 버건디가 소리쳤다.


/밤피르 넷! 무슨 일인가!!!/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다 쓰러졌습니다!!]/

/뭐라고...!!/


버건디는 경악했다. 하지만 칼에 잘려나간 밤피르 하나의 상반신 일부가 구르고 있었음에도, 플라타너스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분명 멀리 갔을 리 없었다. 쓰러진 밤피르 셋의 막 생긴 상처에서는 지금도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플라타너스는 반드시 근처에 있어야만 했다. 버건디는 황당한 듯 고개를 돌려가며 지면을 계속 살펴보았다. 그러나 보이는 건 나무와 시체 뿐. 섬뜩함이 등 뒤를 타고 흘렀다.


/어디 있는 거야!!/


답답해진 버건디가 소리쳤다. 그러나 그저 헬리콥터가 만든 풍압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흙먼지만이 조명 안쪽 시야를 흔들 뿐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계기판에서 날카로운 알람소리가 들려오며 램프가 깜빡였다. 연료 부족 신호였다.


/제기랄!!!/


조종사도 버건디를 바라보며 지시를 요구했다. 그녀는 분노를 참지 못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때였다. 뒷걸음치는 밤피르 넷의 후방에서, 무언가 희끄무레한 것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있어서는 안 될 곳에서 그림자가 흔들렸다. 버건디의 동공이 넓어졌다.


/밤피르 넷! 뒤쪽이다!!/


버건디의 무전에 밤피르 넷이 급하게 뒤로 돌았다. 그러나 플라타너스의 칼은 밤피르 넷의 가슴을 파고든 후였다. 저항 한 번 없이 또 한 구의 시체가 생겨났다. 그렇게 땅에 내려선 모든 볼리셔니스트들이 사라졌다. 버건디가 끓어오르는 분노 끝에 토하듯 말했다.


/광학위장Optical Camouflage...!!/


모든 공격수단을 잃은 것을 알았기 때문일까. 밤피르 넷이 쓰러진 곳 옆에서 어떤 장막이 걷히면서 플라타너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천천히 선회하는 헬리콥터를 향해 칼끝을 내밀었다. 그 모습을 본 버건디가 긴장에 침을 삼켰다. 이 와중에도 연료부족 알람음은 조종석 내를 요란스럽게 울리고 있었다.


/돌아간다!/


분노를 삼킨 버건디는 일단 전방 집결지로 후퇴하기로 결심했다. 놈은 단순한 사냥감이 아니었다. 방법을 바꿀 필요가 생겼다.


잠시 뒤 버건디가 탄 헬리콥터가 산 너머로 사라졌다. 조명과 소음으로 번잡했던 산에 다시 적막이 찾아왔다. 숨을 고르던 상어가 칼날을 접고 칼자루를 홀스터에 넣었다.


“헉... 헉...”


탈출 이후 가장 큰 위기였다. 적들을 패퇴시키는 데에 성공했지만, 광학위장이라는 카드 하나를 써버리고 말았다. 다음에는 다른 방법으로 접근할 것이 분명했다.


“괜찮아?”


상어가 고개를 돌려 등 뒤의 채휘에게 물었다. 급격한 속도 변화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느낌에 상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가자꾸나.”


발걸음을 내딛었다. 이때 멀리서 포성(砲聲)이 은은하게 들려왔다. 대구경 야포(野砲)의 사격 소리였다. 남쪽에서 무언가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이건 분명히 인민군 병력을 묶어놓기 위한 남쪽의 양동작전이리라. 점점 목표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에 다시 온 몸에 힘이 돌았다.


버건디가 탄 헬리콥터가 전방 집결지 공터에 착륙했다. 먼저 도착해있었던 그레모리가 그녀를 마중했다. 뒤쪽으로는 차량을 비롯한 각종 장비와 인력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버건디의 무전으로 이미 상황을 들은 그레모리의 표정은 어두웠다.


/여왕폐하!/

/그레모리, 작전을 바꾼다./

/어떻게 말씀이십니까?/

/분명 남한 볼리셔니스트들이 침투해 왔을 것이다. 접선지를 알아내는 것에 집중한다./

/하오면.../

/볼리셔니스트들을 횡으로 펼쳐, 예상지역을 훑듯이 수색시켜./

/하지만 자칫 볼리셔니스트를 잃을까 걱정입니다./

/몇 명 남았지?/

/18명입니다./

/....../


천막 바깥쪽에 있는 테이블로 간 버건디가 지도를 폈다. 접경지역이 자세하게 나온 지도였다. 그 위에는 최근까지 확인된 플라타너스의 이동 경로, 목격 시간 등이 표시되어 있었다. 버건디의 손가락이 남서쪽을 향했다. 선우현 중사가 양동작전을 펼친 곳이었다.


/여기가 남한 볼리셔니스트가 발견되었다는 지점이고./

/그렇습니다./

/어차피 혼선을 주기 위해서였을 거야. 주공(主攻)은 다른 곳에서 들어왔겠지. 과연 어디로 침투했을까... 그레모리. 미래는 보이느냐?/

/황공하오나, 그릇 때문에 관련된 미래는 안개에 가려져 있사옵니다./

/그렇지.../


예지, 예언, 미래를 보는 일... 이것들은 모두 인간의 「의지」를 변수로 「일어날 일」을 「계산」하는 행위에 가까웠다. 슈퍼컴퓨터를 이용하여 날씨를 예측하는 것과 근본적인 차이는 없었다. 다만 예지의 경우 의지를 읽는 선에서 끝난다면, 「예언」 또는 그레모리의 「미래를 보는 능력」은 다수 의지가 중첩되거나 교차할 경우 그 결과를 예측, 예측된 결과를 조합하여 「발생 가능성이 높은 미래」를 그려낼 정도였다.


그러나 「그릇」은 이 변수를 모두 흔들어놓았다. 그릇 자체도 너무나도 큰 변수였기에, 그것이 불러올 효과를 예언하거나 미래를 보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감으로 찍어야겠군. 플라타너스가 최단거리를 이동한다고 가정한다면... 이 산을 넘을 게 분명해./


지도를 뚫어지게 보던 버건디는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그녀의 손가락 끝이 한 지점을 향했다. 그리고 천천히 움직인 손가락은 지도 위에 커다란 사각형을 그렸다. 가로 10km, 세로 10km 정도의 범위였다.


/여기부터, 여기까지를 수색시켜. 좌우에서 협공하듯이. 준비되는 대로 바로 전개시키도록./

/너무 남쪽이 아닌가 걱정입니다. 만약 돌파당하면 더 이상 저지할 방법이 없을 것입니다./


그레모리가 고개를 숙이면서 조심히 반대 의견을 던졌다. 버건디가 가리킨 곳은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4~5km 떨어진 지점이었다. 거의 최전방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버건디가 고개를 저었다.


/도박이야. 이 사각형 안에 놈들의 접선지가 있는 걸로 가정할 수밖에./

/그리고 수월한 이동을 노린다면 서쪽의 골짜기나 동쪽의 강줄기가 더 유력하지 않을까도 싶습니다./

/아냐. 뻔한 길로 오지는 않겠지./


볼리셔니스트의 전술 기동에 지형은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결국 ‘길’이라고 볼 수 없는 곳이 오히려 유력했다. 그리고 이런 버건디의 예상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다. 상어와 9국 볼리셔니스트의 랑데부 포인트가 그녀가 그린 사각형에 포함된 것이었다. 그레모리가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애쉬를 불러줘./

/네. 여왕폐하./


그레모리가 천막 안으로 들어가고, 애쉬가 나와 버건디 앞으로 왔다. 버건디가 말했다.


/그레이와 함께 병력 지휘를 부탁해./

/네. 버건디./

/만약 적 볼리셔니스트와 조우하면, 즉시 비올레타를 투입시켜./

/... 그렇게 하겠습니다./

/가능한 전력을 줄여놓도록./

/네. 버건디./


짧게 인사한 애쉬가 물러났다. 돌아선 애쉬의 얼굴에는 꾹 참은 분노가 담겨 있었다. 버건디의 결정이라고 해도 그 뒤에 그레모리가 있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게이트를 타고 넘어온 저 이상한 존재에 모든 것이 헝클어졌다.


/애쉬./


버건디가 멀어지던 애쉬를 불렀다. 애쉬가 돌아보자 버건디가 다가오라는 손짓을 했다. 애쉬가 의아해하며 그녀에게 다가가자, 버건디가 주머니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파란색 돌로 장식된 금색의 작은 목걸이가 나왔다. 버건디는 애쉬의 목에 이것을 직접 걸어주었다.


/이건 뭡니까?/

/부적이지. 그리고 지금 구도에 불만이 있는 것도 잘 알고 있어. 이번 일이 잘 끝나면, 확실히 정리할 테니 걱정 마./

/버건디.../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았다. 애쉬가 당황한 듯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버건디./

/아무튼 조심해./


버건디가 싱긋 웃으면서 애쉬를 바라보았다. 애쉬는 여전히 당황함을 숨기지 못한 채, 버건디에게 인사하고 자리를 떴다.


작전은 추적에서 범위 수색으로 바뀌었다. 추적 자체를 포기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플라타너스가 광학위장 법칙을 보여준 이상, 같은 방식의 접근은 자칫 축차투입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았다.


/‘......’/


순간 버건디는 대외정보조사부 별실을 해체할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전국 커뮤니티 현황, 볼리셔니스트 신상정보, 연구 중인 법칙 등 상당한 자료들을 접수했다. 생각 외로 잘 정리되어 있던 정보들은 향후 이곳에 영구히 자리를 잡을 때 활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문득 어떤 의심이 들었다. 아까 플라타너스가 보여준 광학위장 법칙의 완성도는 상당히 높았다. 그림자를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지만 수준은 상당했다. 버건디 자신도 놀랄 정도였다. 하지만 어떤 자료에도 광학위장 법칙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마치 의도적으로 감춘 것 같았다.


그렇다면 과연, 별실에 남아 있던 자료들을 믿을 수 있는 걸까?


/....../


확인할 필요는 있었지만, 하루 이틀 준비한 일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오래 전부터 이런 결론을 내리고 진행해온 느낌이었다. 그릇과의 만남은 그저 기폭제가 되었을 뿐이고. 버건디는 이 일을 어디서부터 다시 생각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어쩌면 더 큰 계획에 말린 건 플라타너스가 아닌 자신들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렇게 재정비한 검은색 나무 볼리셔니스트들이 수색 시작 지점으로 향했다. 두 대의 헬리콥터가 열심히 장비와 인원을 실어 날랐다. 한 시간 정도가 지나고 볼리셔니스트들은 버건디가 그린 사각형의 좌우에서 수색 준비를 마쳤다.


버건디가 헬리콥터에 오르고 있었다. 그레모리는 버건디가 떠나는 것을 보고 출발할 예정이었다. 버건디가 물었다.


/그레모리, 그릇의 신호는?/

/조금씩 강해지고 있습니다. 아직 국경을 넘은 건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좋아. 현장에서는 애쉬의 명령에 따르되, 단독 행동도 허가한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여왕폐하./


버건디가 부조종사 자리에 앉으며 헬멧을 쓰면서 말했다.


/때가 되었다고 생각되면, 주저 없이 실행하도록. 다소간의 희생은 신경 쓰지 말고./

/... 알겠습니다./


문이 닫히고 헬리콥터가 서서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레모리는 떠오르는 헬리콥터를 바라보다가 차량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4-


「천왕성 작전Operation Uranus」 개시 약 세 시간 후, 1988년 3월 2일 월요일 01시 52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황해북도 금천군, 랑데부 포인트.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ㅡㅜ


항상 읽어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행복하세요.

From Plasma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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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9화 : 대치(Confrontation) (5-3) 21.11.27 29 0 11쪽
193 9화 : 대치(Confrontation) (5-1~2) 21.11.14 30 0 23쪽
192 9화 : 대치(Confrontation) (4-4) 21.10.31 29 0 19쪽
191 9화 : 대치(Confrontation) (4-3) 21.10.24 27 0 12쪽
190 9화 : 대치(Confrontation) (4-2) 21.10.17 28 0 11쪽
189 9화 : 대치(Confrontation) (4-1) 21.10.11 3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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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9화 : 대치(Confrontation) (3-2) 21.10.03 25 0 13쪽
186 9화 : 대치(Confrontation) (3-1) 21.09.26 28 1 15쪽
185 9화 : 대치(Confrontation) (2-5) 21.09.25 27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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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9화 : 대치(Confrontation) (2-3) 21.09.12 32 0 12쪽
182 9화 : 대치(Confrontation) (2-2) 21.09.12 27 0 12쪽
181 9화 : 대치(Confrontation) (2-1) 21.09.05 32 0 11쪽
180 9화 : 대치(Confrontation) (1-3) 21.09.04 35 0 17쪽
179 9화 : 대치(Confrontation) (1-2) 21.08.29 30 0 13쪽
178 9화 : 대치(Confrontation) (1-1) 21.07.18 40 0 12쪽
177 8화 : 구원(Salvation) (5-2) 21.07.11 39 0 13쪽
176 8화 : 구원(Salvation) (5-1) 21.07.10 33 1 16쪽
175 8화 : 구원(Salvation) (4-4) 21.07.04 35 0 13쪽
174 8화 : 구원(Salvation) (4-3) 21.07.03 33 0 13쪽
173 8화 : 구원(Salvation) (4-2) 21.06.27 2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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