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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취산 님의 서재입니다.

멋지게 살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장취산
작품등록일 :
2012.07.12 17:39
최근연재일 :
2012.07.12 17:39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77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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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0,867

작성
12.04.0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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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멋지게 살자!-4-준비의 장2

DUMMY

준비의 장2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난 상진은 간단히 아침을 먹고 인천행 전철을 타기 위해서 가까운 전철역을 향해 걸어 가고 있었다.

며칠 남지 않은 2월 12일 제12대 국회의원 선거로 인해 거리는 현수막과 벽보로 어지럽고 홍보차를 타고 거리유세를 하는 소리는 귀를 시끄럽게 했지만 상진의 내심은 긴장과 흥분으로 인해 설레고 있었다.

사실 지금은 상진의 양해를 구한 현수의 기억이 아내 홍지은의 존재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현수의 처갓집을 찾아 가고 있는 중이다.

현수의 입장으로서는 무엇보다 먼저 확인했어야 할 일이었지만 상진의 몸상태나 여건을 생각해 무던히도 참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은 미룰 수 없어 나서는 길이다.

전철이 동암역에 닿자 북광장으로 나온 현수는 마을버스를 타고 길병원 맞은편 버스정류장에 내려 횡단보도를 건넜다.

대로에서 골목길로 300m 정도를 걸었을까?

‘히말라야시이다’ 우리말로 ‘설송’으로 불리는 침엽수로 둘러 싸인 아담한 소공원이 보이고 그 공원 너머로 파란색 철대문을 가진 단독주택이 보였다.

파란색 대문이 가까워 질수록 현수의 심장은 두근대기 시작했다.

‘맞다! 홍 ㅇㅇ, 장인의 이름이다.’

대문 오른쪽에 떡 하니 걸린 문패에 새겨진 이름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세월을 27년을 거슬렀으니 지금 지은의 나이 23살, 인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3학년을 마치고 겨울방학중일 것이다.

‘일찍 왔으니 어디 나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직 지은을 눈으로 확인하지 못한 상태, 오래 전 처갓집의 전화번호가 기억날 리도 없어 무작정 잠복해야 할 상황이다.

미리 준비야 충분히 하고 왔지만 2월초의 겨울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배도 고프고 추워 죽을 지경이었지만 현수는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기다렸다. 집안에 있다면 늦어도 장인이 퇴근하시는 시간에는 대문에서 맞이하는 지은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옛날에 처가집에서 장인의 위세는 대단한 것이어서 장인이 초인종을 누르면 온 집안 식구가 대문앞으로 도열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실 경상도 남자인 현수는 그런 장인의 모습이 보기 좋았고 가부장의 권위가 절대적인 집안 분위기에서 자란 지은도 현수에게 가장의 권위는 최대한 존중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막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시각, 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예쁜 생머리를 길게 내린 아가씨가 종종걸음으로 대문을 나서고 있다.

현수는 앉아 있던 벤치에서 벌떡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다가 섰다.

‘저 눈!, 동그랗게 뜬 저 눈,그리고 저 입술, 지은아! 지은아! 그대로 있구나.’

현수는 갑자기 복받쳐 오르는 눈물을 억지로 참아 내며 지은을 지나쳐 모퉁이를 돌았다.

“커흑... 으흐흐흐흑.....으흐흐흐흑”

지금부터 5년후 1990년 봄에 현수는 지은과 결혼을 한다.

현수가 지은을 처음 만나는 것은 88올림픽이 끝나는 그해 가을이었다.

‘’지은아 부디 현수 만나 행복해야 해. 아니 반드시 행복하도록

내가 만들어 줄께.

사랑한다 지은아 ! 9년후 현수와 결혼하고 민호와 민지를 낳은 후 만나자. 안녕!‘


한편 지은은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다가 갑자기 다가선 남자로 인해 놀랐으나 남자가 그냥 지나가 버리자 묘한 표정을 지으며 서 있었다.

‘저 사람 누구야?. 왜 갑자기 다가오더니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눈에는 눈물을 글썽거리고 가는 거지? 아는 사람인가? 아니 모르는 얼굴인데, 그참 이상하네.’

잠시후 지은은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집으로 들어 갔다.

“엄마 엄마!”

“왜 그렇게 호들갑이니?”

“대문앞에서 웬 남자가 나를 빤히 보더니 울면서 지나 갔어, 무서워 죽는 줄 알았어”

“누가 너를 보고 울어. 너 보고 울 남자는 갓난애기 때 너를 대문 앞에 버리고 간 네 친아버지밖에 없으니 얼른 쫓아 가 붙들어“”

“아이 거짓말이 아니고 정말 나를 빤히 보더니 눈에 눈물이 흘렀단 말이야. 엄마!”


지난 밤 현수는 지은을 눈으로 확인 한 후 쉬이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다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다.

다음날 10시경 일어난 현수는 오늘도 서둘러 강남고속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어제 지은을 기다리며 시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현수는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매장에서 SEIKO 전자시계를 구입했다.

이때는 SEIKO가 대세였다. 대구행 표를 끊고 남는 시간에 우동 한그릇을 비우고 12시30분에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암투병중인 지난 몇 년간 먹고 싶은 것 못 먹고 가고 싶은 곳 있어도 갈 수 없었던 현수에게 차창으로 스쳐가는 풍경은 삭막한 겨울일지언정 감회가 남 다를 수밖에 없었다.

깨끗하게 멀리까지 선명하게 보이는 시야, 마음이 탁 트이는 것 같았다.

지금 보이는 깨끗한 저 산들도 앞으로 약15년 전후에는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로 인해 뿌옇게 보일 것이다.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현수에게는 여러모로 새롭게 산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경부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내달린 고속버스는 4시경에야 동대구터미널에 도착했다.

“아저씨예, 성당시장앞으로 가입시더”

현수는 택시를 타고 성당시장에서 내렸다.

성당시장에서 소방도로를 따라 5분 정도를 걸었을까?

1층이 도로를 보고 난 상가건물, 2층을 주택으로 하고 도로를 향한 1층은 세를 주기위한 형태의 건물들이 쭉 늘어서고 그중에서 <성문사>라는 상호를 간판도 없이 유리문에 붙여 놓은 집이 보인다.

한참을 문 앞에서 호흡을 가다듬던 현수는 이윽고 마음을 다잡고 문을 열었다.

“드르륵 ”

한 20평정도 되는 작업공간에서 일하시는 어머님, 큰형님, 형수님이 한 눈에 다 보인다.

아 어머니! 현수보다 36살이 더 많으신 어머니, 현수가 세상을 뜰 때에도 88세의 연세에 정정하셨던 어머니. 현수가 중1학년 때 공무원이셨던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져 돌아가시자 살림만 하시다가 3남1녀 자식들을 위해 온갖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고생길을 의연하게 걸으신 어머니.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불효자식 현수에게 27년을 거슬러 다시 뵈는 어머니의 모습은 기억보다 훨씬 젊으신 얼굴이다. 올해 환갑의 나이. 알 수 없는 슬픔과 기쁨이 동시에 솟구친다.

현수는 이빨을 꽉 깨물며 눈물을 참아 냈다. 어제의 경험이 도움이 된 것일까?

문을 열고 선 낯선 학생이 아무 말도 없이 바라보고만 있자 형님이 다가오며 말을 건넨다.

“어서 오이소. 어째 왔는교, 처음 보는데...”

“아...아님미더, 잘못 찾아 왔는 거 갔심더. 미안함미데이, 수고하시이소.”

현수는 천천히 문을 닫으며 어머니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눈에 담았다.

오랜 고생 끝에 지금부터는 형님이 하는 일이 잘 풀려 앞으로 어머니는 큰 고생없이 지내시는 시기이다. 이대로 돌아서는 현수에게 그나마 죄스러움을 줄이는 변명거리이다.

‘어머니 9년 후에 뵙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죄송합니다.’


이 시간 본래의 현수는 대학졸업식을 앞두고 있고 한달 후 학사장교로 입대해야 할 때이다.

지금 집에 없는 것을 보니 제일 친한 친구 종훈의 자취방에 있을 것이다.

집안 형편이 어려웠던 현수는 한달이면 20일 이상을 친구방에서 보내며 학교를 다녔었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 동인동 골목길, 의대에 다니는 종환의 자취방은 의과대학에서 가까운 동인동 골목안에 있다.

옛 기억을 더듬어 일제시대에 지어진 좁은 골목길을 더듬길 한참 ,

드디어 친구의 자취방을 찾았다. 한옥으로 된 마당에 들어서자

다닥다닥 붙은 자취방 끝에서 바둑돌 놓는 소리가 들린다.

정겨운 소리다. 추억의 소리.

“딱! 딱!”

“ ....... ...... ...... ........”

“어허 바둑 두는 사람 어디 갔나?”

“현수야 한수만 물리도”

“뭐라 캐샀노? 일수불퇴도 모르나?”

“아까 판에 니도 안 물맀나?”

“그래서 이번 판에는 물리기 없다 안캤나? 그냥 가서 라면 끓여 온나”

“이번 한 번만 물리도. 니 아다리도 안 불렀다 아이가?”

“바둑두면서 아다리가 어디있노? 이기 장기가? 장군 부르구로”“

“야 치사하게 굴래? 라면 죽어도 못 끓인다. 같이 굶자 마”

“우와 치사한 놈. 알았다. 알았다. 이번 딱 한 번만 물리 준다.”

“짜식 진작 그라지”


또 하나의 현수는 마당에 서서 싱긋이 웃으며 손으로는 눈가를 훔치고 있다.

“고맙데이 이 자식들아!, 정말 고맙다!. 다음에 보자.”

이래저래 어제 오늘은 눈물이 많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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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1

  • 작성자
    Lv.99 kaimax
    작성일
    12.04.18 16:11
    No. 1

    환생했는데..과거의 존재가 같이 있다니..특이하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musado01..
    작성일
    12.04.28 12:39
    No. 2

    잘 보고 갑니다.

    건 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1 들불의노래
    작성일
    12.05.02 00:32
    No. 3

    음...그럼 지금의 현수의 혼과 미래에서 온 혼으로 두개가 된다는건데;; 음..어렵네요 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쿠샤미두로
    작성일
    12.05.07 01:16
    No. 4

    SEIKO...
    문뜩 떠오르는 '노가바'가 있습니다.
    85년 쯤이나 아니면 앞뒤로 1~2년 쯤(??), 여튼 그쯤 시절에 우리동네에서 불렀던 건데...
    왜 팝송 중에 '칭기즈칸'이라는 노래...이 노래 가락에 맞춰 가사를 바꿔 불렀던건데...
    ....세, 세, 세종대왕~ 해시계, 물시계, 전자시계, 만화시계, 오리엔트 카파 아날로그, 오리엔트 카파 아날로그...
    그러고보니 Orient 시계가 있었네요...당시에...맞는지 모르겠는데 국산이었던걸로 기억납니다. ^^*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23 주야청청
    작성일
    12.05.07 17:09
    No. 5

    본문중에 이해가 안돼는부분이...

    5년후에 결혼했다라고 그랬는데 그밑에서 다시 9년후에보자???
    '어머니 9년후에 뵙겠습니다' 무슨뜻일까요??? 다르지만 같은 2개의 영혼이 같은 세상을 살고있다라...신기하네요...
    건필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1 장취산
    작성일
    12.05.07 17:22
    No. 6

    5년 후에 결혼하고 둘째 아이 민지가 태어나는 해가 9년후가 됩니다.
    남겨진 가족에 대한 현수의 애절한 정이 .......
    나중에 만나는데 자식이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면.....
    해서 조금의 변화라도 없이 둘째 민지가 태어나도록 9년후에 보겠다는
    뜻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1 선율
    작성일
    12.05.09 11:36
    No. 7

    잘 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화일박스
    작성일
    12.05.09 17:07
    No. 8

    과거의 자신과 만남이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1 키온
    작성일
    12.05.13 13:45
    No. 9
  • 작성자
    Lv.70 夢幻人
    작성일
    12.05.25 11:15
    No. 10

    9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일제제품과 한국제품과의 격차가
    하늘땅별땅하던 시기였죠.
    삼성 워크맨(이름은 기억 안나는)을 10만원대 초중반 가격에 샀는데..
    건전지를 사용하고도 8시간재생이 최대였던기억이 나네요..
    당시 일제 워크맨은 3,4만원 더 비쌌지만
    자체 충전지가 있고 그 사용시간이 2,3배이상 길었던기억이 ;;
    내구성이야 말할것도없었고 말이죠..

    그 생각하면 참 많이 따라잡았다는 생각은 드네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1 領天華
    작성일
    12.06.01 22:01
    No. 11

    감사합니다. 건필//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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