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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학도

슬기로운 망겜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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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빌런
작품등록일 :
2019.04.01 20:13
최근연재일 :
2020.08.29 22:04
연재수 :
123 회
조회수 :
48,368
추천수 :
517
글자수 :
443,039

작성
19.09.17 22:31
조회
339
추천
3
글자
7쪽

기다리고 있었어. 새디.

DUMMY

:)




“······동아준?”


한순간의 찰나. 영원처럼 느껴지는 시간.

후드에서, 입고 있던 노란 바지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고, 연기는 이윽고 내 팔과 다리를 삼키고 더 크게 타올랐다.


“아··· 아.”

나는 약간은 걱정되는 눈으로, 지오를 바라봤다. 나를 바라보는 지오의 검은 눈은 평소 반쯤 감겨져있던 그 눈이 아니었다. 그 눈은 여태 봤던 지오의 눈 중에 제일 큰 눈이었다.


“······가, 가지 마! 응? 가지 마! 어디에도 가지 마······.”


지오는 그 큰 눈을 뜨고는 한참동안이나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간신히 입을 움직여서 나에게 말했다.

나는 자기의 감정에 짓눌린 그 모습을 보고는 씨익 웃어주었다. 그리고 그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소리로 통신을 했다.


‘···이따가 타르트 먹자. 초코 타르트든, 계란 타르트든 뭐든.’

‘···나중에 다시 만날 수 있어?’


나는 그 소리를 듣고는 고개를 푹 숙이고 혼자 생각했다. 벌써 내 검은 연기는 몸의 반을 먹어 치웠다.


괜찮아.

다시 만날 수 있어. 현실에서 다시 만날 수 있어.

현실로 네가 나를 인도하는 거야. 이 가상 세계에서 네가, 게임 데이터로 남은 나의 잔해를 안고 돌아가는 거야.

······허무맹랑한 이야기 같지만, 나는 왠지 그게 가능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때는, 기필코. 너와.


“···캬하하하하하! 캬하하하하하하! 어떠냐? 네가 현실에서 불러온 녀석이 사라지는 기분은 어때?

분해? 괴로워? 자괴감이 드니? 얘를 왜 끌어들였나 싶지? 응? 말 좀 해보셔! 눈깔만 돌리지 말고. 제대로 말 좀 해보라고!”


나는 누군가를 약 올리는 듯한 제이드의 말을 듣고는 제이드의 왼쪽, 감춰진 파란 눈을 보았다. 그 파란 눈엔 어느샌가 생기가 사라져 있었고, 눈가에 반짝이는 무언가가 흐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그 눈을 보고서 슬픈 웃음을 지어보였다. 네 탓이 아냐. 전부, 전부, 내 스스로 한 거야. 나는 그렇게 스스로 되뇌었다.


괜찮ㅇ······.

······.



아. 엄마, 미안······.

보고 싶어.


[유언 획득 – 15 : 귀찮아]

[유언 획득 – 동아줄 : 이따가 타르트 먹자. 꼭이다!]


누군가의 칼이, 내 목을 꿰뚫으며 나는 그대로 정신을 데이터 세상으로 날려 보냈다.


“미안··· 아준 누나. 날 용서해줘.”



#####



······.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야?

나는 내 눈에 비치는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나를 공격한 제이드의 공격을 대신 맞고 아준이는 검은 연기로 변해버렸다. 그리고 마지막 말을 남기고 사라지려는 찰나 피오가 그녀의 목을 검은 에너지 칼로 꿰뚫었다.

검은 후드에 피어오르던 붉은 오라를 벗어 던지고, 눈에는 투명한 눈물을 흘린 채로.


“피, 피오. 왜··· 또, 아, 아준이를··· 왜 또, 아준이를···”


나는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은 정신줄을 겨우겨우 붙잡고는 피오에게 천천히 말했다. 그러자 피오는 겨우 눈물을 참고는 나에게 자초지종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 그야······ 이 유언을 우리가 획득하지 않으면 우리는 이 게임에서 나갈 수 없, 으니까···.”

“······.”

“이 유언을 가지지 못하면 형이 말하는 아준 누나···도 현실로 돌아갈 수는 없으니까······. 우리는 영원히 이 세계에 갇히게 되니까.”


피오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준이가 검은 연기로 변해 사라진 곳에 유언 2개가 떨어진 것처럼 보였다. 하나는 평범한 노란색, 그리고 또 하나는 밝게 빛나는 무지개색.

그 유언들은 혼자서 하늘을 부유하다가, 노란색 유언 종이는 피오의 손에, 빛나는 무지개색의 유언 종이는 내 손에 안착했다.


[15 : 귀찮아]

[동아줄 : 이따가 타르트 먹자. 꼭이다!]


···평소 아준이가 보여준 행동과는 딴판의 노란색 유언 종이.

피오는 두 손으로 받아 든 그 노란색 종이를 보고는 충격에 빠졌는지 땅바닥에 주저앉아서 울기 시작했다.


“으, 으, 으아아아아아······. 으, 아아아··· 아아아아아아···.”


그 울음은 마치 한동안 울지도 못한 채 이 세상을 살아온 외톨이가 겨우 내뱉은 울음소리와도 닮아있었다. 아무리 참아보려고 해도 잇새로 빠져나가는 울음소리는 한동안 그칠 줄을 몰랐다.


······.

나는 안울었냐고?

피오가 있는데, 내가 울 수 있을 리가.


나는 그저 기둥에 아직 뭣도 모른 채로 잠들어 있는 박사와 메리를 위해서 방어막을 친 채로 피오 옆에서 아직도 의기양양하고 있는 제이드를 바라보았다.

제이드는 피오 옆에서 껄렁껄렁한 포즈를 취하다가 나를 바라보고는, 박수를 치면서 깔깔깔 웃기 시작했다.


“개죽음이네. 하하하. 개죽음.”

“···뭐, 뭐?”

“무언가를 전하지도 못하고, 너희들에게 어떤 도움도 되지 못하고, 그저 빠르게 광탈했다는 말씀. 아, 맨 마지막에 너를 지키고 죽긴 했으니, 최소한 몸빵으로 도움은 됐네.”


나는 그 말에 온몸의 정신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사그라들었던 파란색 오라가 다시 후드 밖으로 나오는 것을 느꼈다.


“하하하, 하하하! 아— 다행이다! 완전히 개죽음은 아니네에! 난 완전히 개죽음인 줄 알았는데~”

“너, 지금 뭐라고······.”


“랩글 15는 개죽음 당했다고. 걔는 아무 것도 하지도 못하고 죽었잖아. 안 그래? 그건 너도 인정하잖아?”

“한 번만 더 말해봐.”


제이드는 고개를 푹 숙이고 몸을 떠는 내가 뭐가 우스운지 아직도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나에게 말했다.


“랩글 15는 개죽음 당했다고. 안 그래?”


내 안에서 뭔가가 툭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동시에 온몸이 파란 오라에 뒤덮이기 시작했다. 하얀 후드는 검게 물들고, 하얀색으로 칠해져있던 후드 안감은 새파란 색으로 바뀌었다.


······.


그리고 나는 단번에 제이드 쪽에 가서는 제이드의 멱살을 잡았다. 내 눈은 어느샌가 파란색으로 변했고, 내 대시부츠에서는 스파크가 튀었다.


“너, 한 번만 더 그딴 소리해봐. 한 번만 더.”


제이드는 이런 나에게 멱살을 잡히고도 생글생글 웃었다. 한쪽 눈은 머리카락에 가린 채로, 나머지 빨간색 눈은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역시 너일 줄 알았어. 새디족 족장랩글이 깃들어버린 애가.”

“···.”


“반가워. 너를 기다리고 있었어. 새디.”


제이드는 여태까지 본 것 중에 제일로 환한 미소를 보이면서 나에게 말했다. 자세히 보니 왼쪽에 감춰져있는 파란색 눈이 평소보다 굉장히 환한 빛을 비추는 것이 보였다.




.


작가의말

* 획득한 유언


유언 획득 – 15 : 귀찮아

유언 획득 – 동아줄 : 이따가 타르트 먹자. 꼭이다!


* 획득한 랩글 경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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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리고 있었어. 새디. 19.09.17 340 3 7쪽
81 랩글 한 마리의 목숨 19.09.14 300 3 7쪽
80 오드아이 19.09.13 296 3 7쪽
79 내 이름을 불렀다. 19.09.07 335 3 8쪽
78 대강당 스펙터클(3) 19.09.06 302 3 7쪽
77 대강당 스펙터클(2) 19.09.05 263 3 7쪽
76 대강당 스펙터클(1) 19.09.04 326 3 7쪽
75 코인이 말했다. 19.09.03 287 3 7쪽
74 미소 19.08.31 371 4 7쪽
73 one attack 19.08.30 358 4 8쪽
72 상상력 놀이 19.08.29 364 3 7쪽
71 노란 안광 19.08.28 333 3 7쪽
70 너, 괜찮아? 19.08.27 291 3 7쪽
69 도화지 도플갱어 19.08.24 295 3 7쪽
68 너를 만났어. 여기서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는데. 19.08.23 388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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