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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 님의 서재입니다.

별 볼일 있는 무신환생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현정
작품등록일 :
2023.01.05 15:14
최근연재일 :
2023.04.13 07:00
연재수 :
1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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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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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82
글자수 :
811,115

작성
23.01.0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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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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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글자
13쪽

시단공참(時斷空斬)

DUMMY

12. 시단공참


무창의 거리에는 인파가 넘쳤다.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말이 힘겹게 수레를 끌고 있다.


수레에는 오랜 여행에 지친 부부가 10여 세 정도의 아이 둘과 함께 옹기종기 앉아 있고, 짐 칸에는 덮개로 가린 가재 도구와 책이 빈틈 없이 차 있다.


잠시 후 수레가 주막 앞에 멈췄고 낡은 백의 차림의 유생이 가족을 이끌고 들어와 여기저기 패인 식탁에 앉았다.


"주인장, 여기 소면 3 그릇 말아 주시오, 만두 하나하고 빈 그릇도 한 개만 주시오."


"손님. 알겠습니다. 어디 먼 곳에서 오신 모양이에요?"


"성도에서 왔소. 그나저나 말 좀 물읍시다. 이곳이 정말 소문만큼 안전하오?"


"어. 학사님도 이사오신 거예요. 요즘도 중원 곳곳에서 많이 오십니다. 소문 들으셨겠지만, 무창에는 흑사회가 없습니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흑사회 없는 곳이 중원 천지 어디 있겠소? "


"학사님. 저는 무창 토박인데 제가 40년 살면서 외지에서 온 흑도는 봤지만 무창에는 정말 없습니다."


옆에서 귀를 쫑긋 하며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부인과 아이들의 표정이 한껏 밝아졌다.


"그게 어찌 가능하오?"


"장강 옆 버드나무 언덕에 정무문이라고 있습니다. 저도 어르신들한테 들은 이야기입니다. 80년 전에 정무문이 들어서고 무창에 있는 흑사회를 전부 쫒아냈답니다."


"허. 대단하네요."


"마적이나 산적들이 여러 차례 쳐들어 왔을 때 관군은 도망쳐도 정무문이 나서서 전부 쫒아냈다고 하더라구요. 마적 놈들 기세 좋게 왔다가 호되게 당하고 도망치는 것은 저도 어릴 때 몰래 숨어서 본 적은 있습니다."


"주인장이 얘기한 거니 맞겠지. 그런데 나는 평생 학문밖에 한 게 없는데 앞으로 뭐 먹고 살아가야 할지 걱정이오?"


"아. 학사님. 당장 할 일이 없으면 정무문 찾아가 보세요. 밥도 주고 잘 수 있는 방도 내어줄 거예요. 사람에 맞는 일거리도 주선해 준답니다."


"주인장. 아니 그곳이 자선단체요?"


"학사님.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무창은 정무문 때문에 유지되는 도시입니다. 듣기로는 인재를 소중히 여긴다 하는데 어쨌든 찾아가 보시면 호구지책은 마련하실 수 있을 겁니다."


옆 식탁에 앉아서 소면을 거의 먹어가던 나무꾼 차림의 장한이 거들었다.


"어. 그 양반 맨날 속아만 살았나 의심이 많네. 정무문은 무창의 자랑이오. 무창 사람들은 관아나 군은 안 믿어도 정무문은 믿소이다. 아마 자녀들 걱정에 먼 거리를 찾아온 모양인데 제대로 찾아온 거요."


"그런데 정말 정무문 찾아가면 일거리도 찾아 줍니까? 나는 무술이라면 일자도 모르는 유생일 뿐인데."


"내 조카도 정무문에서 무사를 하는데 장부를 정리하거나 학문을 가르치거나 하는 학사들도 있다고 했소이다."


식사를 마친 가족이 물어물어 버드나무가 길게 이어진 길을 따라 언덕에 오르니 저 멀리 커다란 장원이 보인다.


"여보, 저 장원 같은데요. 너무 웅장해서 우리 같은 사람들이 가도 되는지..."


일행이 탄 수레가 점점 느려지고 있다.


"아버지, 여기까지 왔는데 그래도 가서 물어는 봐야 하지 않아요?"


유생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학사님. 정무문 찾아오셨습니까?"


정문에 있던 무사들 중 젊은 경비무사가 밝은 표정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우리 가족이 무창에 처음 왔는데 주막 주인장이 정무문을 가면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예. 잘 오셨습니다. 일을 찾으실 때까지 묵으실 수 있습니다."


"그게 정말이오?"


"무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여보 너무 잘됐어요. 서방님이 성도에서 훈장을 했는데.."


"그러시다면 아마 우리 정무문에서 일할 수도 있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시오."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다른 무사가 정문 옆 바닥에 툭 튀어나온 목판을 3번 눌렀다.


"딸랑 딸랑 딸랑" 3번의 종소리가 울리자


"허. 방금 목판을 눌러 종소리가 난 거요?"


"예. 도련님이 작년에 발명한 겁니다. 목판이 쇠줄로 종하고 연결되어 있습니다. 귀빈이 오시면 3번 누르고 원치 않는 손님들이 찾아와 시비를 걸면 계속 누릅니다. 잠시만 기다리시면 접객당 집사가 맞으러 올 것입니다."


귀빈이라는 말을 듣고 가족들 모두 긴 한숨을 쉬었다.


"허. 처음 보는 신기한 물건이구려. 그런데, 도련님이라고 했소?"


"이제 겨우 7살인데 다들 쉬쉬하지만 진짜 신동입니다. 게다가 미남인데다 벽안은 또 얼마나 사람을 홀리는지 몰라요."


무사는 자기 아들이라도 되는 듯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엄마 옆에 앉아 있던 소녀의 얼굴이 발그레 해졌다.



*****



4년간 양하진은 정무문의 기본무공을 익히고 있다. 혼원일기공, 오행미종보, 비폭검법, 유성비도술 등


"양오라버니. 무슨 고민이세요?"


"허, 하진이를 어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렇소. 기본공은 더 가르칠 것이 없소. 체력과 내공이 부족해서 완벽하게 펼치지 못해도 이미 무공에 대한 이해도는 십성을 넘어섰소. 그렇다고, 어린 아이한테 벌써 상승 무공을 전수할 수도 없고"


"접객당에 머물러 계신 어르신들한테 부탁하는 것은 어때요?"


"그것도 고민 중인데 자칫 잘못하면 너무 잡다한 무공을 배우는 것 같아서..., 오히려 역효과가 날까봐 함부로 부탁하지 못했소. 그리고 서로 의발제자 삼겠다고 싸우면 어떡하고..."


"화산의 사숙이 조만간 들르신다는 데 차라리 사숙한테 부탁할까요?"


"....."


철담대협 양정과 화산옥봉 진하연은 이런 대화를 별실에 있는 양하진이 듣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으리라.



*****



7살이 되자 부부와 떨어져 별실에서 생활하게 된 양하진은 또 다른 고민을 하고 있다.


- 72종 절예를 조금 비틀고 강화시켜서 새롭게 만든 금강신공, 칠절검, 파천장, 파산권, 천유보 다섯 가지 무공을 삼성까지 익혔다. 물론 내공이 부족해서 제대로 펼치지는 못하지만,


양하진은 1년 전부터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무공. 시간을 나누고 공간을 자르는 시단공참의 실마리를 간신히 잡았는데 정각의 지식과 경험으로도 여전히 완성을 하지 못한 상태이다.


- 시단공참. 서두르지 말자. 나는 130살이 아니라 겨우 7살이야. 언젠가는 완성할 거야.


- 어떻게 하면 공간을 지속적으로 가를 수 있는지. 시간을 계속해서 자르고 통제할 수 있는지. 이것은 72종 절예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다.


양하진은 병 뚜껑을 열어, 잡아 놓은 파리 한 마리를 풀어줬다. 병 속에 갇혀서 답답했었는지 파리는 자유를 찾았다는 듯 사면 팔방으로 정신 없이 날아다닌다.


“얍”


기합과 함께 시단공참을 시전하자 갑자기 파리의 움직임이 마치 멈춰있는 것처럼 느려지기 시작했다. 양하진의 움직임도 느려지기는 했지만, 파리보다는 훨씬 빠르게 파리에게 다가갔다.


파리를 금나수로 잡아채려는 순간 파리가 갑자기 빨라졌다. 양하진은 벼락같이 낚아채서 병에 파리를 다시 집어넣었다.


- 여전히 시단공참이 전개되는 시간은 촌각에 불과하다. 물론 이 정도 만으로도 강호에서 짧은 순간 위기를 벗어날 수는 있을 것이다.


- 한 명이 아닌 다수의 고수를 상대하려면 시단공참을 내가 원하는 시간만큼 끌고 갈 수 있어야만 해.


- 이게 완성되어야 내가 원하는 72종 절예를 넘어서는 나만의 무학이 완성되는 거야.


7살 아이가 무림 역사상 그 어떤 대종사도 이루지 못한 경지를 꿈 꾸고 있다.



*****



"어서 오시오. 나는 접객당을 맡은 황충이라오."


"안녕하십니까. 접객당주님. 저는 한자서라고 합니다."


"그래,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셨소?"


"저는 성도에서 아이들에게 학문을 가르쳤는데 최근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 안전하다고 소문이 난 무창으로 왔습니다."


"얼마나 오래 가르쳤소?"


"대략 이십 년 가까이 4서 5경 위주로 가르쳤습니다."


"우리도 정무문도의 자제들이나 무관 수련생에게 학문을 가르칠 선생을 찾고 있었는데 잘 됐소. 일단 우리와 함께 합시다. 가족은 모두 접객당에 묵으면 되오. 아. 참. 중요한 것 빼 먹었네. 보수는 달에 은전 1냥이오. 괜찮겠소?"


"....."


"물론 교육 성과가 좋으면 보수를 올려주겠소."


"그렇게나 많이요. 저는 좋습니다."


“그리고, 접객당에는 무인이 많으나 걱정 안하셔도 되오. 오히려 식객들이 무슨 일이 생기면 가족의 안전을 보장해 줄테니까.”


"제가 듣기로는 도련님이 신동이라고 하던데 도련님도 수업에 참여하는 가요?"


"허, 그것이 문제요. 문주님은 도련님을 참여시키고 싶어하시는데 오히려 선생님들이 부담스러워 한다오."


"그게 무슨 말씀 입니까?"


"선생님들이 오히려 도련님을 꺼린다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알아들어서, 금방 본인들 밑천이 떨어진다고."



*****



낭인 생활을 5년간 이어오면서도 살아남아 정무문 외당 백호당의 신참 무사가 된 강윤은 정무문 내에서 떠도는 신동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 이 사람들이 단체로 미쳤나라고 생각했다. 그 만큼 말도 안되는 헛소리라는 것은 강윤 입장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 무슨 코흘리개 7살 짜리 아이가 무술 사범과 대등하게 싸운다고? 아무리 내공 없이 하는 연습 대련이라고 해도?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해야지.


남궁세가의 천재들이 15 세 쯤 되면 남궁가 무술 사범과 동수라는 말을 얼핏 들었을 때도 긴가 민가 했는데. 그것도 남궁세가 쯤 되니까 가능할 법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남궁가 무술사범이 더 강하겠지만 정무문 무술사범들도 자기가 겪어 본 바로는 기본적으로는 일류고수다. 그것도 경륜이 느껴지는 상급 일류고수였다.


심지어 그게 사실이라고 목소리 높여 주장하는 외당무사들과 내가 낭인 출신이라고 무시하냐고 놀리냐고 심하게 말다툼까지 했다.


“그럼 강무사가 직접 도련님과 대련해 봐. 도련님이 응해줄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미리 우리끼리 내기를 걸자고”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강윤은 결국 동전 한 냥 내기를 받아줬다. 10 여명의 외당 무사들이 동참했다. 강윤이 비기는 것도 아니고 진다는 것에 걸고서.


강윤이 비번일 때 장원 지리를 익히느라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마침 버드나무 아래에서 다람쥐와 시단공참을 수련하고 있는 벽안의 양하진을 발견했다.


“도련님. 다람쥐와 그만 놀고 저랑 한 번 대련해 보시죠?”


“아저씨는 누구세요?”


“백호당에 새로 들어온 강윤이라고 합니다.”


“좋아요. 연무장에 가시죠. 목검으로 하되 내공을 쓰시면 안됩니다. 저는 7살 밖에 안됐으니까.”


"저도 낭인출신이라 내공 없이 본신의 힘 만으로 대련하는 것을 훨씬 좋아합니다."


심심하던 차에 시단공참에 고민하던 차에 양하진은 강윤의 대련 신청을 받아주었다.


“도련님께서 대련하신다.”

“백호당 신참무사가 겁도 없이 도전하나 봐.”


소문이 나자 연무장에 백호당 무사들을 비롯해 내당 청룡당 무사들까지 간만의 구경거리를 보러 몰려왔다.


“도련님께서 먼저 들어오시죠.”


“강무사님께서 들어오시죠”


어차피 내공 없이 목검으로 하는 대련이라지만 두 손가락으로도 들어올릴 만한 어린 아이에 비해 체력도 힘도 자신 있는 강윤은 아무리 길어봐야 10 초식이면 끝난다고 생각했다.


- 무슨 어린 아이가 이렇게 빨라.


낭인 시절 무수한 전투에서 강윤을 지켜냈던 야수검법으로 10 초식을 공격했다. 아이의 미꾸라지 같은 보법은 따라잡기도 힘들다. 간신히 따라잡아 완력을 다해 검으로 부딪쳐가니 이화접목으로 흘려낸다.


- 이건 아이가 아니다. 마치 노회한 고수 같다. 내 수법을 읽은 것처럼 대처한다. 낭인생활에서도 거의 겪어보지 못한 경험이다.


강윤은 마지막 한 수를 준비했다. 낭인 시절 목숨의 위협을 받았을 때마다 자신을 구해준 구명절초 삼영검이다.


강윤의 목검이 3개의 그림자를 만들며 양하진의 머리, 허리, 종아리를 동시에 공격하는 순간, 양하진의 몸이 허깨비처럼 사라졌다.


- 시단공참을 연습해 보자.


갑자기 강윤의 검 그림자 세 개가 멈춰 있는 듯이 느려졌다.

검영 속으로 느리게 다가간 양하진의 목검이 강윤의 목젖에 닿았다.

강윤은 목에 나무의 감촉을 느끼는 순간 미소 짓는 양하진의 벽안에 빨려 들어갔다.


“제가 졌습니다. 도련님.”


강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몰랐지만,

강윤과의 대련 덕분에 시단공참이 눈꼽만큼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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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철혈문 2 - 혈랑단 +5 23.01.21 3,065 47 12쪽
23 철혈문 1 +5 23.01.20 3,223 4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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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은하상단 1 +5 23.01.15 3,493 55 12쪽
17 구출작전 3 +5 23.01.14 3,481 52 14쪽
16 구출작전 2 +5 23.01.13 3,486 56 13쪽
15 구출작전 1 +6 23.01.12 3,673 56 14쪽
14 벽안옥면 +5 23.01.11 3,706 59 14쪽
13 접객당 삼로 +5 23.01.10 3,778 64 12쪽
» 시단공참(時斷空斬) +5 23.01.09 4,023 60 13쪽
11 재탄생 +6 23.01.07 4,441 63 12쪽
10 정무문 +10 23.01.06 4,509 66 12쪽
9 기연 +6 23.01.06 4,558 67 12쪽
8 흑룡방 +7 23.01.06 4,354 65 12쪽
7 비밀호송 +7 23.01.05 4,520 71 11쪽
6 벽안옥녀 +5 23.01.05 4,942 80 13쪽
5 천수금강 +5 23.01.05 5,201 83 12쪽
4 산동표국 +6 23.01.05 5,521 73 11쪽
3 소림사 +11 23.01.05 6,096 82 13쪽
2 인연 +7 23.01.05 7,035 8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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