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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 님의 서재입니다.

별 볼일 있는 무신환생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현정
작품등록일 :
2023.01.05 15:14
최근연재일 :
2023.04.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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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0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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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표행 보표 3

DUMMY

38. 표행 보표 3




그림자가 사람 정도 길이가 되었을 때 안주의 궁궐 같은 장원에 도착했다. 활짝 열린 대문 앞에서 경비를 서는 황의 무사 2명 옆에는 군관 복장의 장년인이 초조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대문 위에는 한왕부라고 적힌 현판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주형. 내가 살면서 이렇게 큰 장원은 처음 보오. 완전 궁궐이구려. 아니 왕부 맞구려. 그래서 금의위가 그렇게 막으려고 난리쳤구나"


"양소협, 저도 이번이 두번 째입니다. 너무 크고 웅장해서 적응이 완됩니다."


군관이 한숨을 내쉬고는 입가에 띈 미소가 점점 커지면서 다가온다.


"군주님. 아침부터 기다리는데 안 오셔서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했습니다. 전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예. 오는 길에 문제가 조금 있었습니다. 걱정 끼쳐드렸네요." 주설국은 따갑게 바라보는 양하진의 눈길을 애써 무시하며 군관에게 대답한다.


"저희도 소식은 들었습니다. 하여간 무사하시니 다행입니다. 본전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대문 안으로 들어가니, 좌측의 넓은 연무장에 100명 가량의 무사들이 단체 훈련 중이다. 정면에 보이는 본전까지 100장을 걸어가니 경비무사 2명이 반갑게 맞이하며 본전의 앞문을 열어준다. "어서 들어가십시오.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렇게 본전 안을 들어가서도 경비무사와 문을 2개를 더 통과하고 나서야 내실이 나왔다. 내실 앞에 서 있는 경비무사들은 일류무사들이다.


"기다리던 두 분이 도착하셨네. 문을 열어 드리게" 안내하던 군관이 경비무사들에게 말한다.


"두 분께서는 소지하고 있는 무기는 저희에게 모두 주십시오. 나오실 때 돌려 드리겠습니다." 양하진이 한상과 유성비도를 경비무사에게 넘겨주었다.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전하께서 기다리십니다."


"그럼, 저는 여기서 돌아가겠습니다." 군관이 주설국에게 정중하게 인사하고 돌아섰다.


경비무사가 두툼한 철문을 열어주어 방에 들어가니 100평이 넘는 큰 방의 정중앙 맞은 편에 40대 초반의 장년인이 의자에 앉아 있다. 곤룡포를 입은 관옥 같은 얼굴에 호랑이 같은 눈매의 남자가 흡족한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버님, 금황신단을 무사히 가져 왔습니다. 받으시옵소서" 주설국이 가슴에서 꺼낸 아이 주먹만한 옥함을 건넨다.


"그래. 오는 동안 고생 많았다고 들었다. 수고했구나."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저보다는 옆에 있는 정무문 양하진소문주가 고생했습니다."


"한왕전하께 인사드립니다. 정무문의 양하진입니다." 양하진이 정중하게 포권을 한다.


"양소문주. 고생 많았네. 우리 아이 지켜줘서 고맙네. 설란아. 나는 양소문주와 긴하게 할 이야기가 있으니 나가서 옷을 갈아입고 쉬거라."



*****



"4위는 잠시 물렀거라."


양하진이 방에 들어오면서부터 느껴지던 4명의 기감이었다. 절정의 고수 4명이 몸을 드러냈다. 옷의 가슴에는 청룡, 백호, 주작, 현무가 새겨져 있다.


"전하. 강호 무부와 함께 이옵니다." 그 중 청룡 자수가 새겨진 장년인이 대표로 한왕에게 우려를 표한다.


"어허. 나를 못 믿느냐? 아무 일 없을테니 모두 나가 있거라. 내가 부를 때까지 들어오지 말거라."


"예. 전하. 분부 받자옵니다."


4위가 방에서 나가자 엄숙했던 한왕의 얼굴이 어린아이 같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변한다.


"양소문주. 자네 조금 적응 안되지. 아참. 우리가 이 방에서 나누는 이야기는 밖에서는 아무리 고수라도 못 듣는다네. 내가 죽어도, 자네가 죽어도 모른다네"


"-----"


"양소문주. 지금부터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는 이 방을 나서는 순간 모두 잊거나 영원히 비밀을 지키겠나? 나도 그러할 것이며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일세"


"만일에 제가 지키겠다는 약속을 드리지 않는다면 전하께서는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자네가 약속하지 않는다면 자네는 이 자리에서 그냥 나가면 될 일일세. 자네에게 어떤 일도 없을 것을 약속하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라는 것에 흥미가 끌립니다. 전하께 비밀을 어디에서도 발설하지 않겠다고 약속 드립니다. 그런데, 전하께서는 제 약속을 어찌 믿으십니까?"


"자네는 나를 잘 모르겠지만, 나는 자네를 제법 알고 있다네. 알게된 지 조금 되었지"


"전하께서 저 같은 일개 무부를 어찌 아십니까?"


"양소문주. 자네는 나에게 큰 빚을 졌네. 나한테 들어올 큰 돈을 자네가 빼앗아갔지. 악양에서. 물론 제남 도박장에서 조금 복구했지만.."


"-----" 양하진의 표정이 심각하게 가라앉았다.


"그렇다고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말게. 그 일이 나에게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으니까? 나에게 중요한 것은 오히려 자네라는 존재라네"


"전하께서 하시는 말씀을 못 알아듣겠습니다."


"자네. 이번 표물의 보표비가 꽤 비쌌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예. 예상보다 많이 높았습니다."


"보표비에는 이 표물에 더해 안전하게 데리고 온 설란이와 또 자네도 포함되었다네"


"제가 한왕전하께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양소문주. 자네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저는 정치 쪽은 전혀 관심 없는 무부이옵니다. 전하께 특별한 마음이나 생각을 품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래. 솔직히 말해서 자네는 내 평생을 살면서 본 다시 없는 인재라네. 자네와 함께라면 내가 천하를 도모하는데 천군만마를 얻는 것 이상이라고 생각하네. 그런 자네가 강호의 무부로 남는다면 내 입장에서는 몹시 아쉬운 일이라네"


"높이 평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하. 하지만, 저는 무공만 조금 뛰어날 뿐입니다."


"양소문주. 정식으로 제안하겠네. 나와 같이 천하를 논하지 않겠는가? 가부는 이 자리에서 답해야만 하네"


"--- 한왕전하. 저는 지금까지도 지금도 앞으로도 천하를 논하는 일에는 전혀 관심 없을 것입니다. 이런 말씀 드려서 송구합니다."


"----- 음. 그래. 그럴 줄 알았네. 양소문주. 자네다운 대답이네"


"전하께서 저를 이렇게 까지 높게 평가해주시는데 받아드릴 수 없는 무부의 심정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양소문주. 내가 이 자리에서 자네를 죽일 수도 있다네" 한왕 주고후가 기세를 일으켰다. 검은 기운이 한왕 주변을 가득 감쌌다. 한왕의 검은 기운은 양하진을 향해 다가오며 온몸을 감싼다. 양하진은 표정의 변화도 작은 움직임도 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한왕이 기운을 거두었다.


"흐흐. 장난 한 번 쳐봤다네. 좋네. 자네에게 이것 만은 꼭 부탁하고 싶네"


"말씀 하십시오. 전하"


"나중에라도 내 맞은 편에 서지는 말게. 나는 자네와 목숨을 건 싸움을 하고 싶지는 않네"


"저는 저와 관련된 강호의 일 이외에는 간여할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그 대답이면 되었네."



*****



한왕이 의자 옆에 있는 줄을 당기자, 경비무사가 방으로 들어왔다.


"설란이를 들어오라 해라."


"예. 알겠습니다. 전하"


잠시 후 푸른 궁장 차림의 주설란이 들어왔다. 양하진은 주설란의 변신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백아린 이후에 처음 보는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아버님. 부르셨습니까?"


"그래. 아비가 너무 무심했다. 5년 만에 만나니 소녀에서 여인이 되었구나"


"제가 아버님 옆에서 제대로 모시지 못해서 송구합니다."


"아니다. 그래 어미는 잘 보냈느냐?"


"예. 작년에 어머니께서 원하시던 조촐한 장례식을 잘 치렀습니다."


"양소문주"


"예. 전하"


"내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한다고 했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하겠네"


"예. 경청하겠습니다. 전하"


"설란이는 숨겨둔 딸이라네. 세상에 저 아이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네. 작년에는 어미까지 잃었다네. 나는 천하를 도모해야 하는데 저 아이의 앞날이 걱정이라네. 그런데, 자네라면 내가 안심하고 믿고 맡길 수 있겠네"


"-----"


"설란아. 너는 내 운명에 좌우되는 삶을 살지 말거라. 내가 너를 지금까지 행복하게 해주지 못했는데 앞으로는 더욱 자신이 없구나. 양소문주라면 너에게 행복을 줄 사람이라고 믿는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


"둘 다 부인을 못 하는 것을 보니, 내 말에 둘 다 동의하는 것이로구나"


"전하. 저는 분명히 좋습니다만 설란군주님의 의견은 들어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설란아. 양소문주가 너의 의견을 궁금해 하는구나?"


"예. 아버님의 깊은 뜻을 잘 알았습니다. 기꺼이 양소문주님을 따르겠습니다."


"그래. 내게 가까이 오너라"


주설란이 한왕 앞에 다가가자 주고후가 양손으로 주설란의 두 뺨을 감싼다. 잠시 후 검은 기운이 주설란의 얼굴을 뒤덮더니 일다경이 지나자 사라졌다.


"설란아. 네 얼굴의 인피면구를 없앴다. 이제는 너의 진짜 얼굴을 아는 사람은 우리 셋 뿐이다. 누구도 과거의 너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비밀호위도 마찬가지다."


주설란의 누런색 얼굴과 주근깨가 사라지고 백옥같은 피부가 나타났다. 방안을 환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것을 갖고 가라. 양소문주한테 평생 의탁시켜야만 하는 내 마음을 담은 예물이다." 한왕이 금황신단이 들어있는 옥함을 다시 주설란에게 건넨다.


"아버님. 이것은 아버님을 금강불괴까지 만들 수 있는 신단이라고 하옵니다. 그러면 누구도 아버님을 해칠 수 없습니다. 저희가 가져갈 수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이기는 몸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금강불괴도 마찬가지로 인간의 육신일 뿐이고 천하를 얻는 것과는 무관하다. 내 걱정은 말아라. 너와 나는 앞으로 살아있는 한 만날 수 없을테니 전하는 내 마음이다." 다시 주설란에게 옥함을 전하니 공손하게 받는다.


"예. 아버님. 언제 어디에서라도 제 마음 만은 아버님께 향할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네 성은 어미를 따라 유씨를 쓰거라. 유설란이니라. 이제는 너와 남남이 되는 것이니 마지막 선물을 주겠다. 이것은 황상께서 나에게 준 단심비라는 비수이다. 이것의 의미는 혼자만 남겨져 있을 때 비굴한 삶을 살지 말라는 뜻이다."


한왕이 주설란에게 가죽으로 만든 비수집에서 다섯 치 길이의 붉은 빛이 도는 아름다운 비수를 꺼내 비수집과 함께 전한다. 비수에는 영락이라는 글자와 단심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나가기 전 문 옆에 삿갓이 두 개 있으니 나갈 때 얼굴을 가리거라. 이제 그만 같이 떠나거라"


양하진과 주설란이 함께 한왕에게 큰 절을 마치고 돌아서 삿갓을 쓴 채 문을 나섰다.

주설란의 눈에서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



양하진과 청의무복으로 갈아 입은 유설란은 삿갓을 쓴 채 장원을 나왔다. 한왕부에서 군관이 준비해준 말을 타고 다시 제남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아무런 방해자도 없었다. 둘은 한동안 말 한마디 없이 말만 타고 질주했다.


"난누이. 괜찮소?" 말에는 걱정이 가득히 묻어있다.


"동생. 저는 괜찮습니다. 어차피 작년에 어머님도 잃었는데 올해 또 아버님을 잃었다고 해서 세상을 다 잃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동생을 얻었으니까요. 걱정은 백아린언니입니다." 유설란이 담담하게 대답한다.


"백누이는 마음이 따듯하고 넓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양하진이 달랜다.


"저는 이제는 이 세상에서 의탁할 곳이 동생 밖에 없습니다. 언니에게 거절 당한다면 저에게는 단심비만이 탈출구입니다." 유설란이 결연한 의지를 담아 답한다.


"----- 누이. 곧 날이 저무는데 저 객잔에서 묵어야 하겠소."


"방은 하나만 잡으세요. 여전히 금황신단이 있으니까..."


"나도 그럴 생각이었소. 또 도둑이 들면 어떻게 하오. 내가 옆에 누워있어야지"


"제 옆에 누워야 하는 이유가 물건 훔치는 도둑 밖에 없습니까?"


"이렇게 아름다운 누이를 누가 훔쳐가면 어찌하오? 내건 내가 지켜야지"


이틀을 못 씻은 양하진이 목욕통 안에서 편히 앉은 상태로 유설란에게 묻는다.


"누이. 지난 번에는 깜짝 놀라 황급히 고개를 돌리더니 오늘은 어찌 그리 뻔뻔하게 바라보시오?"


"그때는 타인의 남자였지만 이제는 제 남자입니다. 이제는 동생의 몸도 제 운명의 일부입니다. 부끄럽다고 피하지 않고 직시하겠습니다." 붉게 물든 얼굴로 단호하게 말한다.


"그렇게 반짝이는 눈으로 신기한 듯 바라보니 내 양물이 성내지 않소"


"-----"


"누이. 그러지 말고 같이 목욕합시다. 나도 내 것 마음껏 보고 싶소."


"--- 저는 왕부에서 씻었습니다. 대신 수건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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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항주상행 3 +5 23.02.07 1,939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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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항주상행 1 +5 23.02.06 2,146 3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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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금황신단 1 +5 23.02.05 2,130 3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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