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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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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작품등록일 :
2018.04.19 18:40
최근연재일 :
2019.09.3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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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
글자수 :
1,220,287

작성
19.02.15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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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드워프 왕국 (1)

DUMMY

왕이 온다는 소식이 퍼지자, 모두가 고개를 숙인다.


“너희도 고개를 숙여라. 그리고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당황하지 말아라. 앞으로 절대 나서도 안된다. 알았지?”


“네? 네···”


우리는 모두 고개를 숙였다. 무엇 때문에 저렇게 거듭 당부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말을 잘 새겨듣는다. 장인어른이 우리에게 해가 되는 말을 하실리는 없으니까.


고개를 살짝 돌리니, 고개 숙인 자들이 만든 길을 따라 다수의 사람이 걸어오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른 색을 모두 잡아먹겠다고 말하는 것 같은 강렬한 붉은색의 머리카락이었다. 그 붉은색에 난 시선을 빼앗겼다.


그것만이 아니다. 마치 통짜로 이루어진 듯이 상의와 하의의 경계를 알 수 없는 백색의 갑옷, 그와 반대로 검은색으로 물들인 펄럭이는 망토. 그의 모든 것이 자신은 남과 다르다고 피력하고 있다.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저 사람이 왕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가 내 시선을 느꼈는지 나를 바라본다. 우리는 서로 눈이 마주쳤다.


“읏!?”


그 눈을 보자마자 오싹하고 소름이 돋았다. 더는 눈을 마주쳐서는 안 된다고 마음속 어디선가 경고를 보낸다. 난 그 경고를 무조건 받아들였다.


다행히 그는 나에게 별로 관심이 없던 것인지, 별 다른 말이 없었다. 그가 계속 걸어온다. 그리고 고개를 숙인 내 시야에 그의 발끝이 보였다.


제발 그냥 지나가라.


쿵쾅대는 가슴의 고동이 밖에까지 들릴까 겁난다.


하지만 내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왕의 발이 내 앞에서 멈춘다.


“너는 누구냐?”


고동이 한층 더 커진다. 뒤통수를 향해 쏟아진 그의 목소리. 그리고 느껴지는 시선. 무엇 하나 질문의 대상이 내가 아니라는 의견에 찬성하고 있지 않다.


내가 대답을 바로 하지 않자, 왕의 뒤에 있던 사람들에게 더없이 낯익은 기척이 느껴진다.


그 기척에 나는 움찔했다. 말도 안 된다. 사람이 사람에게 살기를 드러내다니?


갑자기 살벌해지는 분위기에, 나보다 빨리 반응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제 사위인 라슈라고 합니다.”


장인어른이었다.


“이 놈은 벙어리인가? 왜 네가 대신 대답하지?”


“그게··· 아시다시피 저희가 좀 겁이 많다 보니···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치면 얼어붙곤 합니다.”


“음··· 그렇군. 그렇다면 옆의 녀석도 그런지 볼까? 너는 누구냐?”


이번 질문의 대상은 라피였다. 라피는 그의 눈을 마주치지 않았기에, 별 다른 긴장 없이 편하게 대답했다.


물론 그건 내 입장에서 봤을 때였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들었을 때는 목소리의 떨림이 확실하게 느껴졌을 거다.


“저, 저는 라피라고 합니다. 옆의 라슈가 제 지아비입니다.”


“하하하! 남편보다 훨씬 낫구나. 하지만 누구의 말처럼 얼어붙진 않는군. 이게 어찌 된 일이지?”


그 말에 장인어른이 움찔한다. 아무래도 내가 폐를 끼치고 있는 것 같다.


난 침을 삼키고, 입을 열었다.


“제가 제대로 인사드리겠습니다. 라피의 지아비인 라슈라고 합니다.”


내가 제대로 인사를 하자, 왕의 시선이 다시 나에게로 향하는 게 느껴진다.


아니, 이게 진짜 단순한 시선인지 모르겠다. 단순한 시선을 이렇게까지 똑바로 느낄 수 있을까?


이것이 왕인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야 제대로 입을 여는군. 그럼 한 가지 더 묻지. 언제 이곳으로 왔느냐?”


“방금 막 온 참입니다.”


“사실일 거라 믿는다. 그럼 따라오거라.”


그의 갑작스러운 동행 명령에 내가 반문하기도 전에, 왕의 뒤에 있던 사람들에 의해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나만이 아니라, 라피도 함께였다. 하지만 장인어른은 아니었다.


“저-”


나와 라피가 장인어른에 대해서 말을 꺼내려하자, 장인어른이 내 손을 잡으며 내 말을 막는다. 그리고 천천히 말을 하셨다. 소리가 나지 않는 말을.


장인어른의 입술 모양을 읽으며, 전하려 하는 말을 파악한다.


-절- -항-- 마


이런 것을 연습해본 적이 없어서 한 번에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어이, 빨리 따라와라.”


앞에 있던 사람의 호통에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며, 앞으로 걸었다. 하지만 눈은 계속 장인어른을 향해 있다. 계속해서 같은 말을 반복 중이시다.


-절대 반--지 마


계속 멀어지는 바람에 점점 입 모양을 읽기 힘들었지만, 난 결국 파악을 완료했다.


절대 반항하지 마. 이것이 장인어른이 우리에게 보내는 당부였다.


무슨 뜻인지는 알겠다. 왕이라면 이 마을, 아니, 왕이 있으니까, 이제 왕국이겠지. 아무튼 왕국의 최고로 높은 사람이라는 뜻. 아마 촌장이랑은 비교가 안 될 것이다. 당연히 외지인이 실례를 범하면 안 된다는 의미겠지.


하지만 불안하다. 장인어른은 반항이라는 말을 사용하셨다. 그분은 어렸을 때부터 나를 봐오셨다. 내 성격도 잘 아신다. 내가 반항심이 많은 성격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아시고 계신다. 그런데도 반항하지 말라는 말을 하시다니?


그 말은 곧 내가 반항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순간이 온다는 말처럼 느껴졌다.


라피를 보니, 그녀도 나를 보고 있다. 우리의 눈빛이 허공에서 얽힌다. 아마도 우린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우린 꼬투리 잡히지 않게, 몸가짐에 더욱 신경을 써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무슨 작당을 꾸미는 거냐.”


하지만 그런 마음을 먹자마자, 호통이 들려온다.


깜짝 놀라며 소리가 들려온 앞을 바라보자, 우리를 째려보고 있는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그는 소의 수인족인 우인이었다.


“에이~ 뭘 그렇게 신경질을 내?”


그리고 그 우인을 막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드워프였다.


“난 약한 녀석은 질색이다. 남자가 말이야. 기개가 있어야지. 우물쭈물하기나 하고.”


중년으로 보이는 우인은 나를 다시 한번 째려보더니,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내가 대신 사과할게.”


“괜찮아요.”


“받아주니 고맙네. 오늘 이 곳에 왔다고 했지? 뭐 궁금한 거 없어?”


그의 질문에 잠시 골똘히 생각한다. 궁금한 것 투성이라 뭐부터 질문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떻게 왕께서 저희를 알아보셨죠?”


내 대신 라피가 질문을 던진다.


그에 난 나와 눈이 마주쳐서 그랬다고 말하려 했지만, 앞의 드워프가 먼저 대답한다.


“우리 왕께서는 모든 사람들을 기억하시니까.”


“그럼 저희를 처음 봐서?”


“그렇지. 참고로 모든 사람은 이 마을에 현재 있는 사람들 전부 포함이야. 우리 드워프만이 아니라, 모든 인종의 사람들을 다 기억하고 계시지.”


“우와~”


나와 라피는 그 말에 감탄했다. 지금 눈에 띄는 이 마을의 크기와 사람들을 볼 때, 여기서 사는 사람들은 현재 엄청나게 많을 거라 생각된다. 건물도 높은 것이, 고원의 마을 5개를 합친 것보다도 많이 살 것 같다. 그런데 그들을 모두 기억했다니, 정말 대단한 기억력이다.


더 놀라운 것은 지금 이곳에는 정말 다양한 인종이 있다는 것이다. 서로 인종이 다른 사람들은 얼굴을 잘 못 알아본다. 우리도 만약 퇴기형과 다른 도깨비들, 엘르 누나와 다른 엘프들이 같이 서 있다면, 그리고 그들의 체격이 모두 비슷하다면 분명 제대로 못 알아볼 것이다. 그런데 모든 인종의 사람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니. 기억력만이 아니라 통찰력도 대단하다는 뜻이다.


역시 왕은 다르다.




그 후, 왕은 창고와 근처의 주요 시설들을 시찰했다. 모두가 그를 맞이하며 고개를 숙였고, 자신들의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목표 등을 낱낱이 고했다.


우리 같이 오늘 들어온 사람들은 없는 것인지, 아니면 왕의 눈에 띄지 않은 것인지, 추가로 동행하는 사람은 없었다.


일이 모두 끝났는지, 왕은 가장 큰 건물로 향했다. 마을마다 있는 마을회관과는 비교도 안 되는 크기의 건물. 저 건물 하나만으로도 한 마을의 인원들이 모두 들어가서 살 수 있을 것 같은 큰 건물이다.


왠지 기대가 되었다. 딱 봐도 왕궁이다. 이야기로만 들은 왕궁의 안이 어떤 모습일지,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내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다.


“저기요? 언제 풀어줄 거예요?”


“다 소용없어··· 우린 끝났어...”


“뭐가 끝났다는 거예요?”


“미안···”


들려오는 시끄러운 잡음들. 그것을 증폭시켜주는 차가운 벽. 안과 밖을 가로막은 창살.


“오빠··· 우리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


이번만큼은 나도 할 말이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인지 전혀 예상이 되지 않았다.


“... 괜찮아.”


그래도 억지로라도 말한다. 무슨 일이 벌어지던지 내가 할 일은 하나밖에 없으니까.


“이 망할 것들! 내가 여기서 나가면 다 죽을 줄 알아!”


사방에서 험악한 소리가 들려온다. 들려오는 말들이 뜻하는 것은 거의 탈출과 구원이었다.


여기는 감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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