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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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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작품등록일 :
2018.04.19 18:40
최근연재일 :
2019.09.30 23:58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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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438
추천수 :
269
글자수 :
1,220,287

작성
19.02.13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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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수색 (6)

DUMMY

“여기가 화염산··· 라피, 괜찮아?”


“괜찮아, 오빠. 오빠야말로 괜찮아?”


“좀 덥긴 하지만, 참을 수 있어.”


라피에게는 그렇게 말을 했지만, 정말 상상 이상의 뜨거움이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라피에게 걱정을 끼치면 안 되니까.


정면으로 화염산이 보인다. 이름 그대로 화염을 머금은 듯 엄청난 열기를 발산하고 있다. 이 먼 거리에서 이 정도 열기라니, 마치 산 자체가 불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어.”


다행히 위험한 짐승들을 피하며, 무사히 이곳까지 왔지만, 지나쳐왔던 마을 어디에서도 드워프들은 없었다. 고원과 상황이 똑같았다.


“그럼 이제 한 곳 남았네.”


라피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화염산을 주산으로 삼은 마을. 그 마을조차 산을 깎아서 만든 공간에 지었다는 황당한 소문이 있는 곳. 이야기로만 들었던 드워프들의 본고장으로 향할 때다.




“우와~”


화염산에서 드워프 마을까지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다. 그렇기에 우리는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도착하고 본 마을의 풍경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오빠, 여기 평범한 마을이 아닌 것 같아.”


라피의 말대로다. 정말 평범하지 않다. 드워프들이 손재주가 좋다고는 들었지만, 설마 이 정도로 다른 마을들과 차이가 날 줄 몰랐다.


저 멀리 보이는 것은 마을에 흔히 있는 목책이나 돌담이 아니다. 정말로, 정말로 거대한 벽이다.


거리가 있기에 똑바로 보인다. 벽 뒤에 있는 거대한 석조 건축물이. 그 건축물을 보니, 저곳이 어떤 곳인지 확실히 알았다.


“이건 단순한 마을이 아니라, 옛날이야기에나 나오는 성이야. 근데 이 근처 짐승들이 저런 걸 지어놓을 정도로 사납나?”


도대체 무엇에 대비하고 있는 건지, 성벽조차 철판을 대어 보강한 상태다.


깡. 깡.


그리고 점점 성벽을 향해 다가서자, 그리운 소리가 들려온다. 인기척이다.


“오빠, 사람이 있어.”


라피는 기뻐했지만, 나는 아직 그 감정에 몸을 맡기지 않았다. 이곳의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 이곳에 침략자들이 있을 수도 있다.


애초에 우리 마을과 드워프 마을은 그다지 교류가 있는 편이 아니었다. 고원의 어떤 마을도 드워프와 활발한 교류를 가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저들이 어떠한 이유를 들어서 적대할 수도 있다. 혹시나 저들이 이렇게 대비하고 있는 것이 침략자에 대비하는 거라면, 다른 인종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척당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니, 라피는 몰라도, 적어도 나는 이번 사태를 통해서 의심하는 법을 배웠다. 이것이 우리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우리는 수풀에 몸을 숨기며 점점 앞으로 다가갔다. 성벽 위, 그리고 성문의 앞에는 보초들이 있다. 수인족 중에서도 몸집이 작은 우리 토인과 비슷한 키를, 아니 어쩌면 더 작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드워프들이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드워프들이 우락부락한 팔로 창을 들고 늠름하게 서있었다. 창도 단순한 창이 아니다. 마치 창에다 도끼를 이어 붙인듯한 특이한 무기였다.


“과연 철의 산지라고 불리는 마을다워. 철이 없는 곳이 없네.”


정말 부럽다. 우리 마을에도 이만한 강철들이 있었다면, 정말 좋을 텐데. 아니, 성벽에 있는 철판만이라도 있었으면 여한이 없겠다.


“오빠, 아무래도 더는 못 갈 것 같아···”


라피의 말대로 더 이상의 전진은 불가하다. 이 앞으로는 이제 몸을 숨길 수풀도 마땅치 않았다.


“어쩌지···”


유일한 출입구에 저렇게 사람들이 깔려있다면, 아무래도 성벽 안의 정보를 가져가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


지금까지 알아낸 것은 드워프들은 무사하다는 것. 그거 하나다. 왜 근처 마을의 드워프들은 모두 없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침략자를 피해서 이 마을로 모인 거라면 이해가 가능하다.


하지만 비약적인 추측만 가지고 돌아가기에는 면이 안 선다. 형들과 누나가 믿고 맡겨준 건데, 적어도 하나 더, 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가고 싶다.


“오빠, 저기!”


성문 구석에 있는 쪽문이 열린 것은 그때였다.


“저건?”


문을 통해 사람들이 나온다. 그런데 드워프들만 있는 게 아니다. 두건으로 몸을 덮고 있어서 제대로 알 수 없었지만, 체격이 절대 드워프는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다. 두건으로 몸을 덮지 않은 것은 오직 드워프들뿐이다.


“호, 혹시?”


의심이 머리를 든다. 설마 드워프들이 정말로 침략자들과 연관이 있는 걸까? 저 사람들이 잡혀간 사람들이 아닐까?


“라피.”


“응, 오빠.”


확인해봐야 한다. 이것만 확실히 확인한다면, 우리의 임무는 충분히 완수했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조심스레 성벽에서 멀어진 다음, 행렬을 쫓아갔다.




행렬이 도착한 곳은 근방의 숲이었다. 우리는 그들을 무사히 따라왔다. 다행히 아직 들키지 않았다.


드워프들은 두건을 쓴 사람들을 포위했다. 그리고는 주변을 둘러본다. 난 그 모습에 불길함을 느꼈다.


“좋았어, 이 정도면 작업하기 딱 좋아.”


작업? 무슨 작업? 드워프들이 하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아는 작업이 맞는 건지, 그것이 아니면···


‘너무 조용해···’


주변의 동물들의 수가 다른 곳보다 확연히 적다는 것이 느껴진다.


지금 시간은 아침. 혹시나 이 근처의 동물들은 이 시간에 잘 활동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고요함이 나에게 더욱 큰 불길함을 전해준다.


옆을 보니, 라피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인지, 눈동자에 불안함이 가득하다. 나도 상황을 제대로 알지는 못하지만, 우선 라피를 안심시키려고 손을 맞잡자, 드워프들이 사람들을 향해 몸을 돌린다.


무기를 들고 사람들을 향하는 드워프들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철렁한다. 의심이 몸을 일으켜 세운다.


‘여기서 나가야 하나? 저들을 막아야 하나? 아니야, 아직 확실한 것도 없는데. 여기서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는 확신도 없는데. 괜히 나섰다가 잡힐 수도 있어. 하지만, 맞다면?’


제발 내 예상이 맞지 않기를 바란다.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간다. 아차 하는 생각에 라피를 바라보았다. 내 악력에 그녀의 손이 다쳤을까 걱정되었다. 하지만 라피도 나 못지않게 손에 힘을 쥐고 있다.


우린 눈이 마주쳤고, 더욱 긴장을 고조시켰다. 같은 감정으로 연결되자 상승작용이 일어난다. 서로를 맞잡은 손이 덜덜 떨렸다.


드워프들이 사람들의 바로 앞까지 다가서자, 우리는 결국 결심했다. 뭔지는 몰라도 우선 막아서기로. 드워프들의 특기는 불. 적어도 도망은 확실히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자, 자. 이제 두건들 벗어요~”


“아, 이제 괜찮나요?”


“네, 네. 여기면 충분히 선선하니, 댁들한테도 아무 영향 없을 겁니다~”


한 드워프의 말에 모두가 두건을 벗는다.


“푸하! 후~ 겨우 살겠네. 더운데, 두건까지 덮고 있으려니 아주 답답해 죽는 줄 알았다고요.”


처음 두건을 벗으며 말하는 자는, 고양이 수인족인 묘인족이었다. 그 후로 하나 둘 모두 두건을 벗는다. 역시 예상대로 인종이 모두 제각각이다. 고원에 사는 수인족은 물론, 얼굴은 물론 머리까지 새하얀, 본 적도 없는 인종도 있다.


“하하하! 어쩔 수 없죠. 우리야 화염산의 열기에 익숙하지만, 댁들은 그렇지 않잖아요?”


“하긴, 그렇죠. 대단해요. 어떻게 그런 곳에 터를 잡았나 모르겠네요.”


“에이, 우리도 다른 곳 가면 춥다고요.”


드워프들과 두건을 덮고 온 사람들은 모두가 화기애애하게 잡담을 했다.


정말, 정말 간절히 바랐던 장면이지만, 그 화기애애함은 우리의 예상에서 벗어났다.


우리는 앞으로 달려 나가기 위해 일으키려 했던 그 자세 그대로 굳어있다. 다른 곳은 다 땅에 붙어있는데, 엉덩이만 허공에 떠 있는 요상한 자세였다.


“자, 그럼 모두 오늘 작업을 시작해봅시다. 다들 처음도 아니니, 할 일을 잘 알고 계시죠?”


“그럼요. 열매들 가지고 가면 되는 거죠?”


“하하하! 정확합니다. 우리도 같이 열매를 따고 싶긴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거 이해하시죠? 주변 경계도 해야 하고, 무엇보다 저희는 나무를 잘 못 타서요. 나무를 부수거나 태우는 건 잘하지만.”


“걱정 마세요. 저희가 확실하게 채집할 테니까요. 특히 전 민첩함으로는 당해낼 자가 없다는 묘인족! 제 민첩함을 확실하게 감상하실 기회입니다!”


“오! 정말 기대되는데요?”


“민첩함으로 당해낼 자가 없다니, 그건 저를 빼고 하는 말이겠죠?”


갑자기 끼어드는 목소리에 묘인 남성은 옆을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원숭이 수인족인 원인 여성이 있었다.


“묘인들보다 우리 원인들의 민첩함이 훨씬 위죠. 나무를 타는 것은 우리를 당해낼 자가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 아닌가요?”


“지금 저와 겨뤄보자는 뜻?”


“어머, 그런 뜻으로 받아들이셨군요. 하지만 아쉽네요. 어떻게 하수와 겨뤄보겠어요? 그저 잠시 놀아드리죠.”


“하하하하!”


묘인 남성은 크게 웃었다. 원인 여성도 조용히 웃고 있다. 하지만 웃음 속에서도 살짝 뜬 눈에 담긴 감정은 아무리 봐도 전혀 호의적인 감정이 아니다.


“그럼 누가 이기나 해 봅시다!”


“호호호! 좋아요!”


묘인과 원인이 동시에 나무를 타고 올라간다. 가만히 지켜보니, 아까의 말과 다르게 원인 여성도 정말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자, 그럼 우리는 천천히 나무 아래에 떨어져 있는 것부터 주웁시다.”


새롭게 들리는 목소리에 모두가 동의하고 작업을 시작하려 한다.


그런데 그 목소리가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다. 우리는 그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엇?”


그곳에는 그리운 얼굴이 있었다. 혹시나 소리를 지를까 봐 내 입과 라피의 입을 동시에 막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약한 소리가 라피의 입을 막은 내 손 사이로 흘러나왔다. 다행히 저들은 듣지 못했다. 오직 나만이 들을 수 있었다.


“아빠···!”


그곳에는 라피의 아버지이자, 내 장인어른이 계셨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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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드워프 왕국 (3) 19.02.19 93 1 11쪽
134 드워프 왕국 (2) 19.02.18 94 1 9쪽
133 드워프 왕국 (1) 19.02.15 97 1 9쪽
132 수색 (7) 19.02.14 90 1 11쪽
» 수색 (6) 19.02.13 85 1 10쪽
130 수색 (5) 19.02.12 94 1 10쪽
129 수색 (4) 19.02.11 93 1 9쪽
128 수색 (3) 19.02.09 100 1 10쪽
127 수색 (2) 19.02.08 94 1 13쪽
126 수색 (1) 19.02.06 9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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