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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르크 님의 서재입니다.

제국의 검술천재가 귀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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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르크
작품등록일 :
2024.07.03 00:58
최근연재일 :
2024.07.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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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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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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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EP 0 - 제국의 기사단장

DUMMY

황혼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언덕.

제국의 기사단장 아담은 홀로 서 있었다.


그의 시야에는 붉은색만이 비춰졌다.

황혼이 불러온 붉은빛이 아니었다.

시체에서 흘러내린 붉은 선혈이 아담의 시야를 붉혔다.


"누구 살아있는 사람이 있다면 대답해봐라."


당연하게도, 그는 알고 있다.

그 어디에서도 살아있는 사람의 기척은 없다는 것을.


"누구라도 좋다···"


어쩌면 아직 살아있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른다고, 죽기 직전의 누군가를 만나게 될 지도 모른다고.

그런 생각이 아담을 걷게 만들었다.


그는 이미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이미 한 쪽 눈은 마족이 쏜 마법에 멀었으며, 왼쪽 팔은 잘려나갔다.

그나마 있는 오른팔도 곧 떨어져나갈 것처럼 흔들거렸다.


아담은 이미 자신의 죽음을 직감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데다가 몸을 회복할 기력도, 마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 죽기 직전에 한 명이라도 살리겠다는 심정으로 시체의 길을 걸었다.


"대답해라!"


소리쳤지만, 돌아온 것은 메아리 뿐이었다.


"정말··· 정말 아무도 없는거냐···"


언덕 위에서 아담은 슬픈 눈을 한 채로 사방을 둘러봤다.

그러나 언덕 위에 사람은 없고 시체만 가득했다.


시체들은 모두 신념을 가졌던 기사들이다.

하늘의 별처럼, 고고하게 빛나며 수많은 이들이 동경했던 별들이었다.


그러나 모든 별이 오늘 이 언덕에서 모든 별들이 지고 말았다.

아담은 다리를 절뚝거리며 시체의 길을 걸었다.


"아리아···"


아리아는 아담의 기사 동기로, 황실의 수호기사다.

매번 눈만 마주쳐도 티격태격했으나, 등을 맞대고 수많은 전장을 함께했던 동료다.


어제까지만 해도 죽지 말라고 말했으면서 멋대로 죽어버리고 말았다.

아리아는 죽는 순간까지도 검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아담은 그런 아리아의 시체를 지나쳤다.

그리고 두 눈을 시퍼렇게 뜬 채로 머리만 남은 기사를 바라봤다.


"크라멜···"


크라멜은 언젠가 아담을 뛰어넘고 제국의 기사단장이 되겠다는 꿈을 가졌던 아이였다.

그 꿈은 언제봐도 찬란했으며, 아담은 언젠가 은퇴할 때가 되면 크라멜이 차기 기사단장이 되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언젠가 크라멜이 차기 기사단장이 된다면 제국의 별은 더더욱 빛날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게 되었다.

크라멜은 목만 남았기 때문이다.


아담은 크라멜을 지나치고 시체의 길을 걸었다.


"시리스, 아자벨, 이시리스."


시체가 된 이들 모두 아는 얼굴이다.

이곳에 온 모두가 제국의 기사들이다.


그들은 대륙을 집어삼키려고 했던 재앙의 마녀에 대적해 제국을 지켜냈다.

그리고 모두가 이곳에서 숨을 거두었다.


다 함께 살아남아 영웅이라고 불리자고 이야기를 했는데 아담은 홀로 살아남아 버렸다.

아담은 주먹을 꽉 쥐었다.

제국을 위해, 세계를 위해서라는 명분아래 자신을 따르던 기사가 모두 죽어버렸다.

그러나 아담을 슬프게 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대체··· 대체 왜 그런 표정을 하고 죽은거냐···"


어디를 둘러봐도,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인 이들밖에 없었다.

그 누구도, 죽음에서 도망치고자 하는 이들이 없었다.


언젠가 사람들은 말할거다.

그 언덕 위에서 죽은 기사들은 명예로웠으며, 자랑스러운 제국의 기사들이라고.

다들 고귀한 목숨으로 제국을 지켰다고.


"나도 그럴려나···"


아담은 너무 많은 피를 흘렸고, 자신의 죽음을 직감했다.

그래서 그는 죽기 직전, 황혼의 너머를 향해 나아갔다.


언덕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자 제국의 전경과 함께 한 여자가 보였다.

그녀의 이름은 진 아스트레아, 제국의 황제다.


"황제 폐하···"


그녀는 황혼이 저무는 모습을 한참 지켜보다, 뒤에서 걸어온 아담을 붉은 눈동자로 응시했다.


"아담 기사단장. 살아남은 기사는 있나."

"···"

"그렇군. 전부 사망한건가."


진 아스트레아는 곧이어 아담의 상처를 확인했다.

다가온 그녀는 치유 마법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아담은 이를 거부했다.


"제 몸 상태는 제가 압니다. 이건 신성국의 교황이 와도 못 고치거든요."

"···자네마저 떠나버리면 어쩌자는건가."


아담은 제국의 기사단장으로, 목숨이 다 하는 날까지 제국을 수호하겠다고 맹세했다.

그러나 마족을 이끌고 대륙을 집어삼킨 마제 때문에 생각보다 일찍 목숨을 다하게 되었다.


"죄송합니다, 황제 폐하. 아무래도 저는 기사단장을 할만한 인재가 아니었나 봅니다."


평민으로 태어난 아담은 마족에게 불타던 마을이 떠올렸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 그 안에서 도망치고 살아남으라는 부모님의 절규를 들었다.


힘이 없던 아담은 결국 부모님을 구하지 못한 채로 도망쳤고, 마족을 향한 깊은 증오로 칼날을 닦았으며, 기사로서의 굳은 신념으로 방패를 세웠다.

용병단에 들어가 목숨이 오가는 전장을 누볐으며, 제국의 기사가 되었고 기사단장이 되었다.


부끄러움 한 점 없는 인생이지만, 그 인생도 오늘로 끝이다.

아담에게는 곧 죽음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쿨럭··· 슬슬 시간이 다가온 모양입니다."


아담은 황혼이 저무는 밤하늘을 바라봤다.

밤하늘 아래에는 수많은 시체가 있었다.


마족과 기사들의 시체가 산을 이뤘고, 제국의 수도의 곳곳이 불타올랐다.

아담은 그걸 보며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제가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귀공은 역할을 충분히 완수했다. 그러니 그런 말을 하지 마라."


진 아스트레아의 말에도 아담의 마음에는 후회가 가득했다.

조금이라도 일찍 강해지고자 노력했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기사를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담 기사단장. 황제로서, 자네를 기사단장으로 임명한 것은 가장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네."

"그거 감사합니다. 허나, 당신께서 믿으셨던 저는 마지막까지 거대한 짐을 맡기고 떠나는군요."


제국을 지키는 기사 97명이 이곳에서 숨을 거뒀다.

그들 모두가 대륙을 위해 목숨을 바쳤으니, 앞으로의 제국은 크게 흔들릴 것이다.


어쩌면 비교적 피해가 덜한 공화국에서 쳐들어올 수도 있고, 비열한 성국에서 기습할 수도 있다.


"커흑···"


조금이라도 더 살아남아서, 기사단장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고 싶지만 죽음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담은 점점 말하는 것도 힘들어졌다.

두 눈이 감기기 시작하자, 진 아스트레아는 그의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그대는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기사단장이었다. 내가 숨을 거두는 날까지, 제국이 멸망하는 그날까지 그대의 희생을 잊지 않을거다."

"하하··· 그렇습니까."

"편히 쉬어라. 그대는 명예로운 기사다."


제국의 23대 기사단장 아담, 그는 그렇게 숨을 거두었다.


훗날, 제국의 가장 아름다운 언덕의 이름은 기사의 무덤이 되었다.

그곳에는 97명의 기사, 그리고 제국에서 가장 명예로운 기사 아담의 죽음을 추모하는 비석이 하나 새겨졌다.

비석에는 이곳에서 숨을 거둔 이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맨 위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제국의 23대 기사단장 아담, 이곳에 잠들다.]

[그는 위대한 기사단장이었다 - 진 아스트레아]


***


후회할만한 일은 하지 않았다고 자부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막상 죽고 나니, 여러 생각이 든다.


내가 조금만 더 강했다면 어땠을까.

내가 조금만 더 강했다면 마족을 하나라도 더 죽이고, 기사 한 명의 목숨이라도 지키지 않았을까.

불타던 집과 부모님의 절규에서 더 깊은 증오를 품었다면 더 강해질 수 있었을까.


-너에게 기사란 무엇이냐.


내가 기사가 되고 싶다고 말하자 스승님이 내게 물으셨다.

그때의 나는 제국의 방패이자 검이 기사라고 대답했는데, 막상 기사단장을 하니까 그런게 아니었다.


기사는 조금 더 강한 인간일 뿐이다.

칼에 찔리면 피가 나고, 피를 너무 많이 흘리면 죽는.

마치 지금의 나처럼.


"슬슬 눈 뜨지?"


뭐야, 아직 안 죽은건가.


"엄살 부리기는. 누가 죽을 것처럼 때린 줄 알겠다."


그럼 팔 하나가 잘리고, 다른 팔 하나가 덜렁거리는데 죽기 직전이지.

눈을 뜨자 화창한 햇살이 내 시야를 가렸다.


붉은색으로 덮인 시야가 아니라, 푸른빛으로 도는 시야였다.

마치 전쟁이 시작되기 전처럼.


내 앞에는 어린 소년이 있었는데, 귀족 집안의 자제로 보였다.

그는 나를 퉁명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말버릇이냐."

"뭐어?"

"나는 제국의 기사단장이다. 아무리 어리다고 한들, 그런 말버릇은 옳지 않다."

"기사단장같은 소리하고 앉았네. 꿈이라도 꿨냐?"


설마 내가 평민 출신의 기사단장이라고 지금 이러는건가.

기사단장에 오른 이후로는 평민이라고 무시를 당한 적이 없었는데, 한참 어린애한테 무시당하는건가.

대체 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이렇게 말하는지 모르겠네.


내가 누구던가.

명예로운 기사들의 정점에 선 기사단장이다.

나를 모욕하는 것은 모든 기사를 모욕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며, 제국법에 따라 사형에 처할 수도 있는 일이다.

나를 모욕하는 것보다도, 이런 말을 함부로 밖에서 했다가 봉변을 당할 어린 소년이 걱정이다.


"부모님에게 따끔하게 한 마디를 해야겠구나. 보아하니 세상만사를 모르더라도, 세상의 편린 정도는 볼 나이일텐데 기사단장인 나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그러자 어린 소년이 진심으로 나를 미친놈처럼 보기 시작했다.


"갑자기 왜 그래. 머리라도 다친거야?"


이어 바람이 흩날리더니,나무 사이로 들어오던 햇살이 내 시야를 가렸다.

그래서 팔로 햇빛을 가리는데···


"이게 뭐야."


잘려나갔을 팔이 붙어있는 데다가 너무나도 짧았다.

게다가 내 팔에는 전장을 누비며 생겼던 수십 개의 상처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거 하나 없이 깨끗했다.

내가 그 모습을 보며 의아해하고 있는데, 남자애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대체 무슨 꿈을 꾼 거야."

"꿈이라니···"


내가 기사들을 이끌고 마제를 상대했던게 모두 꿈인건가.

그럴리가.

나는 여전히 기억한다.

그들의 꿈과 신념을,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바친 언덕 위에서의 전투를.


이제보니 내가 누워있던 곳은 핏빛으로 물든 언덕이 아니었다.

연무장 옆 나무의 밑이었지.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내 기억 속에 이런 곳은 없었다.


"꼬마! 지금이 대체 몇 년이냐."

"제국력 983년이잖아. 그보다 뭐야, 그 말투는."


말도 안 돼.

분명 눈을 감았을 때는 제국력 883년이었는데.

설마 내가 죽은 날로부터 백 년이나 지났다는건가.


"그보다 아버지 정말 화나셨어. 이번에야말로 형을 가문에서 추방하실 생각이신가봐."

"가문에서 추방한다니."


이어 연무장에 한 남자가 걸어오기 시작했는데, 연무장에서 검을 휘두르던 기사들이 일제히 양쪽으로 갈라지고선 검례를 올렸다.

그는 나무 아래에 있던 나를 지켜보더니.


"연습은 안 하고 또 멋대로 쉬고 있었구나, 아담. 아스티엘의 장남으로 태어났음에도 매번 이렇게 나태하게 구는 모습을 보니 더 이상은 가만히 있지 못하겠구나."

"···예?"

"조만간 너의 처우를 장로회와 함께 결정하도록 하겠다."


아무래도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아이로 다시 태어난 모양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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