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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게구름성

인형의 숲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뭉게구름성
작품등록일 :
2019.04.29 14:28
최근연재일 :
2021.05.12 12:00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1,461
추천수 :
59
글자수 :
223,527

작성
21.04.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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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추천
2
글자
9쪽

2부 - 인형의 숲(2)

[도시전설이 있다. 죽은 사람을 되살려 인형으로 만들어 준다는.]




DUMMY

핀은 왕과 고위관리들 앞에 섰다.


"시험작 입니다."


인간과 얼핏 닮은 모양 이였지만 네 개의 팔과 긴 목, 전신이 갑옷인 듯한 외피. 눈에 언뜻 보이는 무기도 없었다.


"인형이 쓸 무기는 어디 있는가."


왕은 실망한 듯 보였다.


궁중인형사를 믿고 3개월이나 기다린 결과가 이런 쓸모없어 보이는 기괴한 인형이라니.


"일단 설명부터 드리겠습니다. 먼저 몸은 세계수로 만들었습니다. 가장 단단하고 강한 생명력을 가진 살아있는 물건입니다. 손상된다 하더라도 약간의 물과 햇빛만 있으면 원래 모양으로 금방 돌아오죠. 무장에 대해 말하자면 일단 전기먹기가 장착되어있습니다. 이계에서 구해온 물건으로 영구적이죠. 적에게 벼락을 무한정으로 내리칠 수 있습니다. 니폴헤임의 독룡의 독도 있습니다. 그쪽에 간것은 아니지만 우연히 다른 세계로 흘러들어간 독의 일부를 수거해왔죠. 한번 중독되면 세대에 걸쳐 영향을 끼칩니다. 그야말로 저주에 가까운 독이죠. 또 하나, 자유자제로 움직이는 금속으로 무장시켰습니다. 완철. 대장장이의 세계에서는 완벽한 꿈의 철이라 이렇게 불렀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마음대로 변형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자유로운 움직임을 위해 안구벌레를 넣어두었습니다. 이것으로 하늘을 나는 것도 가능하죠."


왕의 입가에 미소가 돌았다.


주변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온갖 이계의 물건들로 가득 찬 기괴한 인형이 왠지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카자스 왕국의 사신이 머지않아 당도한다. 주변국과의 전쟁에 승리한 기념으로 전리품을 선물하러 온다는 구실 이다만, 이곳의 분위기를 살피러 오는 것이겠지. 아마 자랑거리인 인형군대를 대동할 것 같다. 거기서 너의 인형을 자신 있게 보일 수 있겠나?"


"예. 안심하십시오."



며칠 뒤 카자스 왕국의 사신이 궁을 찾아왔다.


예상대로 그들은 인형군대를 대동했는데 5기와 함께왔다.


기사 50과 맞먹는 전력 이였다.


그들의 인형은 전형적인 기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람과 비슷한 뼈대에, 기사와 같은 갑옷과 무장을 하고 있었다.


"폐하. 그간의 전리품입니다. 기쁘게 받아주십시오."


사신의 눈빛이 번뜩였다.


승승장구해온 자신감이리라.


ㅡ머지않아 이곳 라그나 왕국도 손아귀에 넣겠다.ㅡ라고 말하는 듯 했다.


"성대한 연회 감사합니다. 감사의 인사로 재미있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십니까?"


사신을 대접하는 연회자리에 그는 왕 옆에 자리하고 있었다.


"오. 재미 있겠구만. 그래, 어떤 것을 보여주려 하시오?"


왕은 올 것이 왔다는 표정 이였다.


"라그나 왕국은 기사의 수준이 최고라 들었습니다. 저희의 이 인형이 최고수준의 기사를 상대로 어떻게 싸우는 지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단순한 여흥으로써 말입니다."


그들의 힘을 보여주려 할 속셈 이였다.


다음날 커다란 투기장에서 술과 음식이 차려진 또 한 번의 연회가 벌어졌다.


장내에는 인형 한기와 기사 다섯이 대치하고 서있었다.


"열명 정도가 적당할 텐데요."


"직속 국왕기사요. 볼프의 수제자들이 다섯이나 모여 있는데 충분할거요."


폭약 소리와 함께 양 진영이 번개같이 달려갔다.


기사들은 일제히 인형에게 달려갔다.


절도 있는 발검.


그야말로 볼프의 제자라는 것이 부끄럽지 않는 아름답기까지 한 동작 이였다.


제일 먼저 달려간 기사의 참격.


인형도 참격으로 대응했다.


힘의 차이.


기사는 그대로 튕겨져 나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이어지는 인형의 발차기가 그의 안면을 강타했다.


흩어지는 치아.


뒤이은 다른 기사가 쉴 틈 없이 몰아치려 다가가자 인형이 일도양단의 기세로 내리쳤다.


자세를 낮춰 자신의 칼을 어깨에 받쳐 충격을 받아낸 그는 다른 손으로 인형의 다리를 붙잡았다.


"지금!"


그가 외치자 남은 세 기사가 일제히 강하고 무거운 참격을 휘둘렀다.


인형은 그 중 한개를 똑같이 칼을 휘둘러 튕겨내었다.


힘 없이 나가 떨어져 나갔다.


기사가 다리를 붙잡고 있는 쪽을 손쉽게 들어 올려 다른 참격도 막아내었다.


그를 방패로.


생각지도 못한 수단에 속절 없이 피가 흘렀다.


"이런. 설정을 잘못한 듯 하군요. 피를 볼 생각은 없었는데요."


카자스의 사신이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그들이 맥 없이 당하기만 한것은 아니였다.


인형이 막아내지 못한 기사가 그것에게 일격을 가했고 정확히 몸 중앙을 뒤에서 관통했다.


심장이 자리 하는 자리였다.


그것으로 끝났어야 했다.


인간이였다면.


인형은 관통한 칼을 그대로 뽑아내어 그를 걷어차 내고는 뽑은 칼을 던졌다.


궤뚫리는 젊은 기사의 목.


선혈이 솟구쳤다.


감정없는 무자비한 인형은 쓰러져있는 기사들에게 다가가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


한명은 목을 부러뜨리고, 한명은 칼로 심장을 궤뚫었다.


이것으로 투기가 마무리 되었다.



단 3분이였다.


인형은 소문 그대로 강했다.


손꼽히는 기사들이 다섯이나 모여서 필사의 힘을 다해 이룬것이 단 일격이였다.


라그나의 왕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


그리고 인형군대를 반대하던 관리들을 노려보았다.


ㅡ이것이 그대들이 반대하던 일이다.ㅡ


투기장 내에 구경꾼들은 식은땀을 흘렸다.


언젠가 이곳에도 손을 뻗칠 흉물이다.


사람들의 편의에 이용되던 인형이 무기로 둔갑했을 때의 파괴력과 폭력성에 혐오감마저 들었다.


하지만 이것은 라그나 또한 인형 군대를 가져야만 한다는 역설이였다.


"제가 나서겠습니다."


왕 앞에 콜드 레온이 섰다.


"그만두어라. 인간이 당할 것이 아니다."


"인간을 흉내낸 흉물 따위. 단칼에 베겠습니다."


그는 관중석에서 한 걸음에 뛰어내렸다.


"힘이 인간보다 강하다면."


인형이 칼을 휘둘렀다.


"흘리면 그만이다."


콜드는 가볍게 대검을 휘둘려 옆으로 비껴쳐냈다.


"인간이라면 치명상을 입을 정도의 일격에도 움직인다면."


그리고는 빙글 돌아 큰 참격을 날렸다.


"움직이지 못하게 하면 그만이다."


그의 대검은 인형은 허리를 갈랐고 인형이 입은 갑옷도 속절 없이 베였다.


제일검이라 불릴 만한 솜씨였다.


관중석의 환호가 울렸다.


인간이 더 강하다.


일류기사를 이길 수는 없다.


잠시뿐인 승리감 이였다.


하반신을 잃었지만 인형은 움직였다.


칼을 들고 여전히 콜드를 노리고 있었다.


불사의 군사.


콜드는 분노한 듯 크게 고함을 지르며 인형의 잔해를 수 십번 베었다.


그리고 직감 했다.


자신만만하게 나섰지만 인간은 인형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만약 대련이 아니고 전쟁이라면.


밤낮 없이 군량미 없이 베여도 잘려도 움직여 끊임없이 목숨을 노리는 이 물건을 없애버리고 싶었다.


이 흉물을 만든 카자스 또한 없애버리고 싶어졌다.


콜드는 살기등등하게 다시 관중석으로 돌아갔다.


"소문대로의 기사시군요. 굉장합니다."


카자스의 사신이 박수를 쳤다.


인형이 멈췄다.


"저도 작은 여흥을 준비했습니다만."


핀이 빙긋 웃으며 관중석에서 사신과 왕을 올려다 보았다.


"폐하. 허락 해 주시겠습니까."


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카자스에 비하면 미천한 솜씨로 만든 초기작입니다만 한번 봐주시겠습니까."


"그대들도 인형군사를 만들었습니까? 재밌겠군요. 인형 한기를 내어드리죠. 구경 좀 시켜주시겠습니까."


"남은 네기 전부 보내주셔야 할 건 같습니다."


사신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수많은 전쟁에서 검증된 자부심 높은 병기를 고작 초기작으로 모욕을 하고자 하는 것인가.


그는 웃더니 네기를 다 내려 보내었다.


복수의 인형이 함께 전투를 할때의 전력을 과시하는 것도 좋은 기회라 여겼다.


"이 녀석 입니다. 카자스에 비하면 보잘 것 없군요. 그래도 나름 이름은 붙였습니다. 이 녀석을 보면 수많은 여행을 다닐 때의 해질녘이 생각나거든요. 노을. 이라 붙였습니다. 카자스의 '심판'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겁니다."


핀은 겸손한 듯 자신감을 내비쳤다.


노을이 모습을 드러냈다.


심판의 인간과 비슷한 모습에 비해 그것에 벗어난 이형의 인형.


심판 네기가 칼을 들고 전투 태세를 갖추어도 노을은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었다.


"펑!"


폭약소리와 함께 심판 네기가 번개 같이 달려나갔다.


코앞에 다가 설정도가 되어서야 노을이 고개를 들었다.


촥. 하는 소리와 함께 보이지 않았던 병기가 나타남과 동시에 네기 전부를 정확하게 찔렀다.


바늘 같이 생긴 창날 이였다.


한번 더 같은 소리와 함께 인형에 박힌 채 창날에 또 다시 창날이 돋았다.


순식간에 반파된 심판은 일단 물러나 태세를 가다듬으려 했다.


노을의 창날이 사라지더니 손에 쇠사슬이 나타나 심판 주변 땅에 박혔다.


그리곤 순식간에 사슬을 타고 날아오더니 네개의 팔에 각각 한기 씩을 잡았다.


파직. 하고 전기가 일더니 벼락 같이 내리쳤다.


인형은 엄청난 전격에 녹아내렸다.


불사의 병사라 해도 몸이 없으면 전투가 불가능했다.


단 30초였다.


사신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조정을 잘못했나보군요. 이렇게 빨리 끝날 줄은 몰랐습니다."


"여흥거리라더니 너무 짧은 것 아닌가? 사신께 실례가 되어버렸다!"


핀과 왕의 큰 소리로 웃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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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2부 - 인형의 숲(1) 21.04.03 27 1 11쪽
7 인형의 숲 - 모정 21.04.02 32 1 16쪽
6 나무의 이야기 - 불면증 * 현자의 도서관 21.04.02 27 1 11쪽
5 인형의 숲 - 수집가 * 복수, 용서 21.04.01 34 1 12쪽
4 나무의 이야기 - 전기가 살고 있다, 안구 벌레 21.03.31 37 1 9쪽
3 인형의 숲 - 비 21.03.31 44 1 11쪽
2 나무의 이야기 - 섬마을 손님 21.03.30 64 1 17쪽
1 인형의 숲 - 도시전설 +2 21.03.30 168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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