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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게구름성

인형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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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뭉게구름성
작품등록일 :
2019.04.29 14:28
최근연재일 :
2021.05.12 12:00
연재수 :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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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0
추천수 :
59
글자수 :
223,527

작성
21.03.30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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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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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나무의 이야기 - 섬마을 손님

[도시전설이 있다. 죽은 사람을 되살려 인형으로 만들어 준다는.]




DUMMY

<섬마을에는 가끔씩 손님이 찾아온다. 섬마을 사람들은 그들에게 ‘손님채’ 라는 묵을 수 있는 집을 빌려줄 뿐 일체 접촉을 하지 않는다. 그 모습은 마치 꺼리는 듯이 보여 피한다는 말이 어울렸다.>


어르신을 찾는 이가 있었다.


"어르신 덕분에 씻은 듯이 나을 수 있었습니다. 요 저번 육지에 나가 가져온 귀한 술입니다. 드셔보시지요."


투박한 손에 바다 비린내가 나는 청년 이였다.


"본래 병이란 것이 제 몸 알아서 낫는 법인데 약 조금 지어줬다고 이런 것까지 주는 겐가."


어르신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속내는 기뻐하는 듯 보였다.


과하진 않지만 간혹 약주를 조금씩 즐기는 노인 이였다.


노인 역시 투박한 손에 바다 비린내가 났다.


마을 사람들이 어르신 이라 부르는 노인은 어부 이면서 간혹 병치레를 하는 사람들은 돌봐주는 의사이기도 했다.


"어머니. 마을 사람들은 왜 할아버지를 어르신이라 부르는 것인가요?"


손톱에 모래알이 낀 똘망똘망한 소년이 방금의 대화를 들은 모양이다.


"마을에서 제일 큰 어른이라 그런 것이지."


앞치마를 두른 소년의 어머니가 조그마한 술상을 내오다가 소년과 마주쳤다.


"옆집 할아버지가 나이가 더 많은 데두요?"


기이한 일이였다.


보통 어느 정도 나이가 지긋해지면 어르신이라 부르는 것이 보통인데 어쩐 일인지 마을사람들은 이 노인에게만 어르신이라 불렀다.


거기다 이 집을 어르신 집안이라 부르는 것을 보아, 그 칭호는 그쪽 집안을 이르는 고유명사 같은 모양 이였다.


"음. 아버지한테 여쭤보련?"


당연하게 약을 지어주는 그 집안 노인만이 ‘어르신’이라 불려왔다.


섬마을은 그렇게 별다른 변화 없이 지내왔다.


육지의 끝자락에 무수한 섬 중에 작은 섬.


100명 남짓일까? 대부분 어부로써 살아가는 사람들이였다.


"이제 좀 일을 할 수 있겠구만."


부서졌던 배를 다 고친 중년의 사내가 옷을 털며 고깃배에서 내려왔다.


얼마 전 지나간 태풍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 였다.


"막걸리나 한잔 하시게. 내일부터는 다시 배를 띄울 수 있겠지?"


사내의 친우는 벌써 배를 수리하고 그늘에서 쉬고 있었다.


"띄워야지 그럼. 더 쉬면 굶어죽기 딱 좋을 것이네."


"태풍 때 쓸려온 손님은 오늘 다시 고향으로 간다고 하더라네. 종종 이렇게 떠 내려오니 손님 집을 하나 더 지어놓은 것이 참 십상 좋아"


"두말하면. 그것이 언제더라. 100년도 더 된 얘기라 하더라만. 선조 어르신들은 참 재주도 좋고 지혜도 있어."


섬마을 주변해류는 험하기도 하고 복잡해 이런 태풍이 올 때는 숙련된 뱃사람도 쉽게 길을 잃고 헤매고 말았다.


그럴 때마다 몇몇의 배들이 쉴 곳을 찾아 이 섬에 정박하게 될 때도 있는데, 마을 사람들은 그들을 손님이라 부르며 따로 만든 집에 안내해 묵고갈수 있게 해주었다.


언제 시작 된지 모르는 이야기지만 모두가 어릴 때부터 전래동화처럼 듣고 자라 당연하게 생각해왔다.


"아버지"


아까의 소년이 사내들 사이로 달음질해왔다.


"오냐. 막이야."


그늘에서 쉬고 있던 사내가 소년의 아버지인 모양이다.


"마을 사람들은 왜 할아버지만 어르신이라 부르는 것인가요?"


사내는 막이를 무릎에 앉혀 머리를 쓰다듬는다.


"음. 아주 아주 오래된 얘기란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보다 더 오래된 얘기지."


사내가 막걸리 한잔을 비우고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바닷바람이 모래사장을 지나 사내와 한 소년이 앉아있는 소나무 그늘 아래로 불어왔다.


[태풍이 부는 밤 이였다. 기묘하게 생긴 사내가 섬을 찾아왔다.


긴 머리칼에 이런 외딴섬을 방문할만한 인물이 아닌 듯, 고급 비단으로 옷을 해 입은 귀인처럼 보였다.


"할일이 있어 그러니, 며칠 묵을 집을 빌려주시겠소?"


비슷한 생활형편에 여분의 집이 있을 턱이 없다만, 한 청년이 나섰다.


"지금은 쓰지 않는 허름한 창고가 있습니다만, 그거라도 괜찮으신지요."


모두가 낯선 손님을 경계하는 분위기에서, 기묘한 사내는 감사의 표시를 했다.


"마을 사람들에게 한 가지 부탁이 있소.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일에 관여하거나 보려하지 말아주시오. 만약 이를 어기면 큰 재앙이 생길 것이오."


상당한 재물을 나누어주며 말을 마쳤다.


그리곤 며칠을 묵으면서 산이며 바다며 휘적휘적 헤집고 다녔다.


마을사람들에게 미친놈이라고 손가락질 받던 어느 날 호기심 많던 꼬마가 그를 쫓아 구경한 것이다.


"내 분명히 경고했거늘.“


사람의 눈이라고 볼 수 없는 눈 이였다.


"큰 재앙이 내리리라."


작게 읇조리더니 꼬마를 휙 낚아채 바다로 들어가 자취를 감추었다.


그 이후로 마을에는 기묘한 역병이 돌았는데 육지의 어떤 명의가 와도 손을 쓸 수 없는 알 수 없는 병 이였다.


단 한명 의사도 아닌 자가 만든 약만 효험을 보였는데 그 자는 전의 기묘한 사내에게 창고를 빌려준 자였다.


창고를 뒤져보니 한 서적이 있었고 그것으로 사람들을 낫게 해주었다.


그 이후로 마을 사람들은 그를 어르신이라 부르게 되었다.]


"손님맞이 집이 생긴 것 도, 손님들에게 관여를 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란다. 저기 저번에 온 손님들이 길을 떠나는구나. 지극히 필요한 말만 했던 것 너도 봤겠지? 조심 하거라. 괜히 손님에게 참견하다가는 바다로 잡아갈지도 모른단다."


"무서워요."


사내들은 껄껄 웃으면서 이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한바탕 다시 태풍이 불고 난 다음 날, 아직 비가 가시지 않은 날이였다.



어르신을 찾는 이가 있었다.


"....."


어린 소년과 소녀 하나씩을 데려온 수염과 머리카락이 덥수룩한 사내가 무겁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낯선 손님 이였다.


"손님채에 가보겠습니다, 어르신."


분명히 섬마을에 처음 왔을 터인데도 손님은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알아서 움직였다.


"제가 모셔다 드릴게요."


심성이 고운 막이였다.


으레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안내를 자처했다.


마을의 금기 사항 때문에 손님과 이야기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이기도 했기 때문이리라.


"막이야. 두어라. 안 그래도 된다."


어르신이 막이를 붙잡았다.


몸종으로 보이는 어린아이를 데리고 덩치가 크고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손님은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헤치고 곧장 손님채로 향했다.


어르신의 눈빛이 불안해 막이도 덩달아 불안해지는 느낌 이였다.


손님이 온 다음날.


일단 비는 그쳤지만 구름이 잔뜩 껴있고 습한 날 이였다.


집이고 땅이고 축축하고 질어 썩 기분 좋은 날은 아니였다.


손님은 주섬주섬 일어나 아이들은 데리고 마을 안을 헤집고 다녔다.


"혹 이 집안에 아픈 이가 있소?"


라며 집집마다 묻고 다니는 꼴을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수상한 모습에 누구라도 경계를 할 텐데 하물며 이 섬마을 사람들은 어땠으랴.


"이 마을에도 의사가 있으니 괜히 쏘다니지 마시오."


마을 사람들은 새된 목소리로 쫓아내기 일쑤였다.


손님의 이상한 행동은 그 뿐만이 아니였다.


밤마다 인적이 드물게 되면 온 마을을 돌아다니며 집집마다 담장을 살피고 집안을 들여다보기도 한다는 증언이 종종 들려왔다.


"어르신, 그 양반 뭘 하는 지는 몰라도 이상하지 않습니까?"


참다못한 마을 청년이 어르신에게 물었다.


"손님이 하는 일이라네. 내버려두게."


마을의 규칙이자 금기사항 이였다만, 손님이 점점 크게 활보하자 마을 내에서 술렁이기 시작했다.


쫓아내자는 움직임이 일었던 것이다.


"어린아이도 있지 않소. 설마 헤코지를 하려고."


신경 쓰지 말자는 사람들이 그들을 말렸다.


며칠이 지나자 마을에 이변이 일어났다.


얼핏 보기에 감기 같은 증상을 보이는 병이 마을사람들 사이에서 돌기 시작한 것이다.


고열에 헛소리 까지 해대는 통에 사람들은 앞 다투어 어르신을 찾아가 약을 지어달라 하였다.


"약을 지어는 주겠네만, 효험은 없을지도 모르네."


어르신의 의술로도 치료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차도를 보이는 사람이 속속 생겼다.


한숨 돌리는 때, 손님은 아픈 환자들이 있는 곳을 골라 살피고 다녔다.


손님이 다녀간 곳은 으레 상태가 심각해져 어르신 조차도 손 쓰기 힘들어 했다.


"이놈,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것이냐."


어미의 상태가 나빠진 한 청년이 자신의 집을 살피던 손님을 눈치 채고 한걸음에 달려가 멱살을 잡아챘다.


"혹 이 집안에 아픈 이가 있소?"


같은 말을 반복하는 손님에게 눈이 뒤집혀 주변에 있던 돌을 쳐들었다.


"네놈이 한짓이렸다!"


불 같은 눈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주먹 만한 돌을 든 손을 내리치려고 할때였다.


"뭐하는 겐가! 손님을 내버려두시게!"


어르신이 그 장면을 보고 고함을 지르자 청년은 그대로 멈춰 섰다.


어느새 마을사람 수십이 모여 웅성대고 있었다.


"아무리 손님이라도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라구요."


"그놈이 지나간 집 마다 병세가 악화되니 뭔 수를 부리고 있는 게야."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었다.


"그래! 거기다가 그놈, 내가 그날 봤어. 그놈, 물길도 아닌 곳을 거슬러 오질 않나, 거기다가 그놈이 온 방향은 섬이 있는 곳도 아니고 육지가 있는 곳도 아니였다고!"


순간 정적이 흘렀다.


"시끄럽네! 손님이 하는 일에 언제부터 이 마을이 이렇게 시끄러웠나!"


"어르신, 지금 집안에 우리 어머니가 저리 앓고 계시다고요. 이놈이 뭔 짓을 한 것이 틀림없다니까!"


손님은 멱살을 잡은 손을 뿌리치더니 청년의 집안으로 뛰쳐 들어갔다.


어, 하는 순간 청년의 노모 앞에 앉아 데려온 소년을 불렀다.


"청아, 약을 꺼내오려무나."


도끼눈을 뜨고 쫓아 들어간 청년은 약이 라는 말을 듣고 멈춰 섰다.


"의원이시오?"


손님은 아무 말이 없었다.


"홍아, 약을 달여 오거라."


소녀는 손님이 건넨 약을 받아 부엌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약을 받아 마신 노모의 안색이 밝아졌다.


열도 내리고 있었다.


한참을 자리를 지키고 있던 손님은 벌떡 일어나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다.


청년도 따라서 재빨리 일어났지만 이미 나가 감사의 인사도 못 드리고 말았다.


손님이 다녀간 후 환자들이 낫기 시작했다.


본래 마을 규칙 때문에 손님에게 접촉은 최소로 했지만 넌지시 말을 건내기도 하는 마을사람들도 늘었다.


규칙에 얽매였지만 최소한의 감사 표시였다.


"손님."


막이의 아버지가 다급히 손님에게 왔다.


"아들이 아픕니다. 낫는가 싶더니 갑자기."


순간 손님이 청이라 부르는 소년이 안색이 바래더니 뛰쳐나갔다.


손님과 홍이라는 소녀도 뒤쫓아 어르신 집으로 향했다.


"힘들 것 같습니다. 상태가 심각합니다."


진찰을 먼저 한 청이가 손님에게 말했다.


막이의 어머니가 가슴을 치며 고개를 떨궜다.


"낫게 할 수 있겠느냐."


손님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낫게 해야지요."


막이의 머리맡에 앉아 간호하던 어르신이 손님과 청이의 얼굴을 번갈아서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막이는 허공을 보며 헛소리를 연신 해대었다.


깊은 밤.


맑아진 하늘, 초승달이 떠있었다.


청이는 막이의 간호를 밤새하다가 바깥바람을 쐬러 바닷가를 찾아왔다.


"자네 왔는가."


옆집의 노인이 왠일 인지 잠자리에 들지 않고 바닷가에 앉아있었다.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있었고, 반대 손에는 술 병이 들려 있었다.


"그 집 아이는 나을 수 있겠는가?"


청이가 노인의 옆에 앉았다.


"그 아이까지 데려갈 수는 없지 않은가. 힘든 고비를 넘겼네. 이제 우리 할일도 끝이 난 듯 보인다네. 곧 돌아가겠지."


"떠나면 자네를 보는 것도 마지막이겠군. 난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 작별 주 한 잔 할텐가."


노인은 출렁이는 소리가 나는 술병을 꺼내들었다.


"농이 지나치군.“


“자네는 나이를 안 먹으니 술 한잔 권할 수도 없구만 그래."


청이와 노인은 껄껄 웃더니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태풍이 물러가고 더위가 찾아온 여름날. 어르신을 찾아온 이가 있었다.


"어르신. 그만 가보겠습니다."


"갈 때가 된 것인가."


"할일을 마쳤으니 가야지요."


"우리가 해 줄 것은 없는가."


"예."


짧은 대화를 마치고 손님은 왔던 모습 그대로 떠났다.


"형님이 어쩐 일이십니까."


옆집의 노인이 어르신을 찾아왔다.


그는 천천히 집안을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손님은 가신 겐가?"


"예"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형님은 뵈었고?"


"형님이라니요?"


어르신은 아뿔싸. 하며 손님의 뒤를 쫓아 뛰어나갔다.


어릴 적 병에 걸려 돌아가신 형님이 있다 들었다.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신 분이라 없는 형님이나 마찬가지였으나, 형님에 대한 이야기는 부모에게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잘 살펴봤어야 했는데.


그저 손님이 데려온 몸종인줄만 안 탓에 자세히 볼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형님!"


이미 멀어진 배를 향해 어르신이 거친 숨을 쉬며 소리쳤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청이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조용히 손짓 했다.


눈이 나빠진 탓에 그의 표정이 어땠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어르신에게 들은 마을의 진짜 이야기는 이러하였다.


[옛날 섬마을에 찾아온 기이한 인물이 있었는데, 긴 머리에 고급 비단옷을 입고 곱상한 외모였으나, 바닷 사람인듯 그을린 얼굴을 한 손님이 찾아왔다.


"어젯밤 태풍에 물건 하나를 잃어버려 찾고자 합니다. 제가하는 일에 관여치 마시고 신경 쓰지 말아주십시오."


한 마을 사람이 다가가자 대뜸 이렇게 말했다.


별 이상한 사람이다, 하고 이내 신경 쓰기를 그만두었다.


며칠이 지나도록.


비가오고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에도 손님은 계속 물건을 찾아 헤맸다.


그를 딱하게 여긴 한 청년이 그에게 허름한 창고를 빌려주며


"쉴 곳이 없다면 이곳을 쓰도록 하시오"


하였다.


손님이 온지 일주일째, 모래사장에서 찾던 물건을 드디어 찾았다.


그는 떠날 채비를 하면서 창고를 빌려준 청년에게 거듭 감사의 인사를 하며 발길을 돌렸다.


그때 손님의 주머니에서 녹색의 빛나는 구슬 하나가 떨어졌는데 그를 눈치 채지 못하고 가자 한 소녀가 달려가 구슬을 주워주었다.


그 순간 구슬이 번쩍. 섬광을 내었다.


손님의 안색이 파랗게 질리며 청년에게 다가가 말했다.


"이 구슬은 실로 위험한 물건 이였소. 신이 아닌 자가 건드리면 땅에 깊은 저주가 깃드는 구슬이오. 그 아름다운 자태에 넋을 빼앗겨 사람이든 짐승이든 탐을 내고말지. 나는 사실 바다의 신중의 하나로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에 역병구슬이 생겨 가져가려 하였는데 일을 그르치고 말았소. 곧 이 마을에 역병이 돌 것이니 인간의 의술로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오. 내 이 사실을 신들에게 말해야 하는 것이 급하니 병을 고치는 약과 의술서를 두고 가겠소. 본래 인간의 손에 들어가면 안되는 물건이지만 신세를 졌으니 감사의 표시이외다. 조만간 다시 오겠소. 그때까지 약을 지어 병세를 늦추고 있어 주시오. 재료 또한 인간 세계에서 구할 수 없는 것이니."


손님은 두꺼운 의술서를 청년에게 건내 주었다.


"내 실수로 벌어진 일이니 이 아이는 내가 데려가겠소. 역병을 뒤집어 쓰게 되었으니 인간의 몸으로는 나을 수 없소이다."


웅성거리는 마을 사람들 소리 속에도 청년은 손님의 말을 빼먹지 않고 듣고자 했다.


"역병은 긴 세월을 걸쳐 발작처럼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오. 그때마다 다시 치료를 하러오겠소."]


"손님의 물건을 함부로 만진 죄 값을 치른 게지. 그때 이후로 손님에게 관여하는 것을 금기로 했다네."


병세가 심각하게 악화돼 인간으로써 살수 없는 환자는 손님이 데려가 신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손님이 데려가 신으로 만든 이들은 반인반신의 몸인지라, 섬 마을에 병이 창궐했을 때만 뭍으로 올라온다고 했다.


왜 병이 창궐했을 때만 뭍으로 올라오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청이와 홍이라는 아이가 그들이였고, 홍이가 첫번째였다.


어르신이 형님이라고 한 청이는 70년전 어르신이 태어날 때 쯤 손님이 데려간 친형이라고 했다.


"손님은 항상 모습을 바꾸고 와. 그래서 기록을 남긴다 해도 알아볼 수가 없지. 하긴 기록을 남기면 어쩔 텐가, 그저 전래동화가 되어버리는데 채 50년도 안 걸릴 거야."




"그런데 얼마 전 양인 손님이 찾아와 이 마을저주를 해결해주고 갔다네. 어떻게 한건 지는 모르겠다만 고마운 일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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