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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맨

잘생김을 연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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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맨
작품등록일 :
2021.10.18 01:01
최근연재일 :
2023.09.08 15:36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168,291
추천수 :
3,574
글자수 :
645,036

작성
21.10.20 09:00
조회
3,284
추천
56
글자
10쪽

004 큰 벌을 받을거야

DUMMY

“옴~~~~~~~~~!”


가늘고 길게 내 뱉는 소리와 함께 발생한 진동이 정수리에서 발 끝까지 전해진다.

그렇게 폐 속에 있는 모든 공기를 다 뱉어 낸 진철은 가볍게 눈을 떴다.


아침 루틴을 마친 진철이 요가매트에서 일어났다.

이후 씻고 옷을 입은 후 원룸 밖으로 나갔다.


‘어쩐지 몸이 좀 가벼워진 것 같은데? 정말 컨디션이 좋아. 이렇게 좋았던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띠리링, 띠리링]


막 택시를 탔을 때 전화가 왔다.


“어! 유진아. 어제는 많이 취했던데 잘 들어갔어?”

“취하기는 누가 취해? 바보야. 수희는?”


좋게 인사를 했는데 거친 대답이 돌아와 진철은 어리둥절했다.


“수희는 벌써 갔지”

“벌써 갔다고? 너 이 자식아, 뭔 짓을 했길래 벌써 집에 가?”


아까보다 더 격한 반응이다.


“무슨 짓은 내가 무슨 짓을 해?”


어리둥절한 진철의 대답에 한숨이 전화기를 넘어온다.


“하~! 알았다. 뭔 짓을 안해서 벌써 돌아 갔구나?”


점점 더 모를 소리를 한다.


“무슨 말이야?”

“수희가 욕은 안 하디?”


이번에는 또 기운 빠진 목소리다.

어렸을 때부터 진철과 대화하는 사람들은 지금 유진처럼 감정이 들쭉날쭉한 경우가 간혹 있었다.


‘왜 그러는지는 아직도 이해 못하겠지만’


이제는 적응되어 부드럽게 넘길 수 있다.


“수희가 나한테 왜 욕을 해? 아! 나가기 전에 내 다리를 걷어차기는 했는데.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몰라?”


그래도 이정도까지 다그치면 슬슬 진철에게도 짜증이 올라온다.


“몰라! 잘 자고 일어나서 차려 준 밥 잘 먹고 갈 때 되니까 그랬는데 내가 어떻게 아냐? 걔는 정말 착하긴 한데 옛날부터 좀 이상한 구석이 있었어”

“하~!”


유진이 다시 한숨을 쉬었다.


“나는 지금까지 내 친구가 그냥 자기 관심사인 부분이 아니면 눈치가 느린 건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그냥 바보였던 거야. 수희 불쌍해서 어떡하냐?”

“야! 내가 바보라니. 뭔 소리야?”

“아냐, 됐어. 끊어. 넌 나중에 큰 벌을 받을 거야”


유진은 악담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택시 문을 닫으며 진철은 생각했다.


‘택시비가 제일 아깝단 말야. 그냥 지하철을 타면 좋은데’


진철도 그러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그리 유명한 배우는 아니지만 진철도 대학교 졸업 후 연극과 스크린, 드라마에 진출해 벌써 몇 년이나 활동을 했기에 가끔은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

예전에 지하철에서 제대로 된 진상에게 한 번 걸린 경험을 한 후 다시는 대중교통을 타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도 아까운 건 아까운 거지. 가뜩이나 돈도 없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눈 앞의 건물로 걸어갔다.

국내 굴지의 엔터테인먼트 회사 AAA의 사옥인만큼 높이가 수십층에 달하는 굉장한 규모의 건물이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강진철씨. 오늘따라 얼굴이 좀 밝아 보이네요?”


평소 무뚝뚝하던 정문 경비 형님이 왠일인지 평소와는 다른 인사말을 곁들인다.


“하하! 감사합니다”


진철도 기분 좋게 대답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우와! 오늘 얼굴이 굉장히 밝아 보여요. 기분 좋은 일이 있으세요?”

“그래요? 네, 좋은 일이 있었죠. 고마워요. 수고하세요”


인포메이션 직원분과도 기분좋게 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탁~탁~탁]

“흠~흠~흠”


컨디션이 정말 좋아 자기도 모르게 발끝으로 박자를 맞추며 허밍을 했다.

사실 십 몇 년 동안의 숙원이 조금이나마 이루어졌으니 당연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좀 기다려야 하나?”


엘리베이터가 꼭대기층에 머물러 있다.


“계단으로 가자”


날아갈 것 같은 기분에 몸을 가만히 두기 힘들어 한 번에 계단을 세 개씩 올라가 금방 매니지먼트 3팀이 있는 삼층에 도착했다.


“백실장님”


책상 앞에 앉아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던 스마트하게 생긴 30대 남자가 고개를 들어 진철을 보았다.

그의 이름은 백현수로 진철의 담당 매니저였다.


“아! 강진철 배우님. 어서 오세요. 오늘···음? 뭔가 바뀐 것 같은데요?”

“좋은 쪽으로요?”

“네. 좋은 쪽으로. 뭔가 피부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아요. 요즘 어디 다른 피부과에서 관리 받으세요? 우리 회사와 계약된 곳은 자주 안 간다고 했던 것 같던데? 그렇게 실력이 좋은 곳이면 어딘지 좀 알려 줬으면 하는데요”


경비 형님과 인포메이션 직원에 이어 백실장까지 그렇게 얘기하자 진철은 뭔가 확실하게 바뀐 게 아닌가 생각했다.


“따로 관리 받는 곳은 없어요. 그냥 오늘 컨디션이 좋아서 그런 것 같은데요?”

“그래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어떤 일로 오셨나요? 오늘 스케쥴은 오후 늦게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마 오늘은 김정수 매니저가 모시러 갈 예정이었을 겁니다”


백실장이 패드로 스케쥴 표를 확인하며 말했다.


“스케쥴은 알고 있습니다. 정수씨에게 어제 연락 받았어요. 오늘 온 이유는 따로 드릴 말씀이 있어서예요”

“오! 그래요?”


백실장은 슬쩍 주변의 눈치를 보더니 말했다.


“마치 잘 됐네요. 저도 드릴 말씀이 있었는데. 자리를 좀 옮길까요? 날도 좋은데 옥상 어때요? 뭐 한 잔씩 하면서”

“네 저도 시원한 옥상이 좋겠네요”

“그럼 음료는 뭘로”

“그냥 스틱커피요”

“먼저 올라가 계시면 제가 커피 뽑아서 가겠습니다”

“네”








백실장은 탕비실로 가 커피를 타면서 강진철 배우에 대해 생각했다.


‘무슨 용건일까?’


2년 전 사장이 직접, 신인 배우에게 해주는 대우 치고는 비교적 괜찮은 조건으로 그를 영입했다.


‘뭔가 특출 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사장이 자신만만하게 말했었는데’


사장이 직접 배우를 데려오는 경우는 드물어 백실장을 비롯한 회사 사람들은 많은 관심을 가지고 그를 지켜봤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은 회사 누구도 강진철에게 그다지 기대를 가지지 않고 있다.


‘주연급으로 발돋움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연기력도 별로 발전없이 제자리인데 잡아준 연기 레슨도 제대로 받지 않아. 거기다 회사 말도 잘 듣지 않고 엉뚱한 짓만 계속하니 당연하지’


물론 천재들만 들어갈 수 있다는 명성예술종합대학의 연기과를 졸업한 배우답게 어디서나 제 몫을 할 정도의 실력은 된다.

현재도 드라마나 영화의 조연자리는 끊이지 않고 따 내 개성파 배우로 조금씩 이름을 알리고 있으니 계속 데리고 있어도 회사에 해가 될 사람은 아니다.


‘다만, 앞으로는 지난 2년처럼 밀어주지는 않겠지. 그런데 오늘은 재계약 때문에 온 건가? 회사에서 아직 아무 말이 없어서?’


다른 배우들의 경우를 생각하면 그게 맞겠지만 강진철이라면 짐작도 하지 못할 엉뚱한 용건을 들고 왔을 것 같아 기대가 됐다.


‘처음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보면 볼수록 평범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니까’


어느날 갑자기 인도 암살단에 전해져 내려오는 정통 요가를 배우러 간다는 메모 하나 남겨두고 사라져버리는 그런 사람이다.

그래도 그런 독특한 면이 스타성이 될 수도 있다고 본 백실장만은 강진철에게 아직 기대를 가지고 있다.


‘저런 스타일이 터지면 크게 터지지’








[후룩]

“오늘은 바람도 좋고 햇볕도 좋네요. 촬영하기 좋겠어요”

[후룩]

“그러게요. 오늘 촬영이 밤 장면이라는 게 아쉬울 정돈데요?”


아무도 없는 옥상에서 두사람은 대화를 시작했다.


“백실장님. 회사에서 제 재계약에 대한 건 아직 얘기가 없죠?”

“네. 그런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마 조만간 제안이 갈 겁니다”

“백실장님은 그렇게 보세요?”

“네. 그럼요”

“그렇군요. 하지만 세상 일이라는 건 언제나 예측을 불허하는 법이죠. 그래서 인생이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도 있지만”


백실장은 반가운 웃음을 지었다.


“아! 아르미안의 네 딸들”

“네. 그 전에 코란의 한 구절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세상일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저도 대비를 해야겠어요”

“네? 대비라면 다른 회사를 알아보게요?”


일반적인 사람이 말하는 대비라면 그 말이 맞겠지만 진철은 보통 사람과는 생각하는 방향이 다른 사람이다.


“아뇨. 그런 건 나중에 해도 되는 일이죠. 제 대비는 AAA에 들어온 책들을 다 읽어보는 거예요. 소속된 회사가 없거나 중소기획사의 경우에는 업계에 돌아다니는 책 구하는 것도 일이니까요”


여기에서 책은 대본을 말한다.


“알겠습니다. 이따가 정수에게 회사에 들어온 책들 다 하나씩 가져가라고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이라 일단 대답했지만 백실장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배우님, 어떤 대본을 찾으시는 거죠?”


진철이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제 연기력이 좀 발전한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연기력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대본이 필요해요”

“네? 어떻게요?”

“어제 제가 ‘잘생김’을 연기했거든요”


백실장은 진철의 대답을 이해하지 못했다.


“네?”

“그런데 그 잘생김의 유지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러니 그 짧은 시간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그런 배역이 있는지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여전히 백실장이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하는 진철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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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김을 연기하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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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001 잘생김을 연기하다 +3 21.10.18 6,060 84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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