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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트베어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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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리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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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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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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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30화 - 골통 부수기 (1)

DUMMY

여기 철종 4년, 태인현 동곡리의 어느 유복한 가정집에서 태어나 삼남을 돌며 불꽃같은 삶을 경험할 한 남자가 있었다.


“으차! 남원은 떠날 때보다 사람이 더 많구먼? 이게 다 남원으로 오신 소년 선생 덕분인가?”


이들 무리는 총 3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가장 먼저 앞장서던 두 사람의 행색은 비교적 남루하고 등에 지게를 지어 장독을 나르는 장돌뱅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으나, 나머지 한 사람은 비교적 튼튼한 일본목(수입 면포)으로 두루마기를 지어 입고 패랭이를 쓴 채 빈손인 사내라 정체를 알 수 없었다.


개중 비교적 나이가 많은 장돌뱅이가 장터 앞에서 어깨를 짓누르던 지게를 내려놓고는 한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다 왔소, 여기가 남원이요. 여기까지는 처음 온다고 했지요?”

“그렇소.”

“무탈하게 왔으니, 신령님이 도우셨소.”


남원까지 길안내를 자처한 장돌뱅이의 말에 남자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남원 장터의 중앙에서 고갤 꾸벅이곤 허리춤에서 동전 몇 푼을 꺼내 그를 향해 튕겼다.


“수고 했소. 여기 길 안내한 값.”

“아이구 감사합니다! 다음까지 몸조심하시고, 또 무슨 용무 있으시면 불러 주이소!”

“알겠소.”


생각보다 남자의 씀씀이가 컸는지 냉큼 허릴 굽실거리며 감사를 표하고는 냉큼 사라지는 장돌뱅이들.


그러거나 말거나 남자는 그의 고향보다 3배는 클법한 남원의 장터와 그 속에서 수많은 사람과 상품이 오가는 것을 구경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남원에 인물 하나가 났다더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그는 태인의 토호 중 한 명인 김대흠이라는 작자의 셋째 아들이었는데, 이름은 김기범이요, 본관은 도강(道康)이었다.


태인현의 도강, 김기범.


즉, 이 겉은 멀쩡해 보이는 중년인이 바로 동학란 당시 ‘개남국주’라고 불리며 양반이라면 다짜고짜 골통부터 까부수던 열혈남아 김개남이라는 소리이다.


“어디보자.”


그는 장돌뱅이에게 길 안내한 값을 치르고 조금 홀쭉해진 주머니를 매만지며 무작정 관아를 찾아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에겐 단 한 가지의 목적이 있었다.


“자, 그러면 우리 소년 선생은 어디 있을까...?”


그는 최근 조선팔도 떠들썩하게 만든 신동, 우남 이승만 선생을 찾아 이곳 남원으로 온 것이었다.


잠깐. 여기서 김기범과 그의 가문에 대한 약력을 조금 살펴보자면, 그의 집안은 옛 3대조가 위로부터 자기 땅을 마련하여 농사를 짓고 봄과 가을에는 갈대를 베어 부를 축적했으며 겨울에는 길쌈하는 아낙들을 모아 부자가 된 집안이었는데, 이 김기범이 태어날 때쯤 그의 아버지 김대흠은 선대의 유산을 잘 가꾸어 태인현 내에서도 돈 꽤나 긁어모은 알부자요, 이름난 토호에 속한 집안이었다.


그런데 정작 선대가 성실하고 근면하여 가문이 부유해진 것이 그에겐 독이었을까?


성인이 되고나서도 딱히 먹을 것, 입을 걱정 없던 이 김기범이라는 사람은 부친의 지원 아래에 공부도 충분히 하고 결혼도 평범하게 하여 세상사 인생이 무료하던 차였다. 그런데 그때 그의 세계관을 뒤흔드는 충격적인 사건들(아편전쟁과 두 번의 양요, 임오군란 등등)이 터졌는데, 이를 연달아 접한 김기범은 세상 돌아가는 꼴에 도무지 화를 참을 수가 없어 기어이 태인현이라는 작은 새장 밖으로 탈출한 것이었다.


김기범은 고향을 빠져나오기 전, 새삼 그와 인편을 주고받던 전국의 친우들이 보내온 서찰들을 품속에 잘 갈무리하며 중얼거렸다.


“천하가 요동친다.”


작은 고을인 태인에서도 출세 꽤나 하여, 훈장질도 몇 년 한 그는 자연스레 남들보다 세상일에 관심을 더 가졌던 것이 화근이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두루 사귀었던 그의 친인들은 조선에 망조가 들었다며 곳곳에서 벌어지는 탐관오리들의 참상과 오랑캐들의 수탈을 있는 그대로 적어 보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태인에서 김기범이 탈출하게 만든 직접적인 원흉이었다.


“백성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랐다.”


조정이 무능하여 오랑캐가 판을 치고, 외척들이 득세하여 백성들의 삶은 고달 퍼졌다. 또, 궁궐을 짓는다고 동전을 마구 찍어내 나라의 곳간이 피폐해졌으며, 이로 인해 봉급을 받지 못한 군인들이 기어이 난을 일으켰다. 그리고 종국에는 청나라 만주족들이 한양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불평등한 조약을 강요하여 기어이 수결하게 만들었단다. 지금 한양 조정에는 조선말도 못하는 작자들이 관리요, 고문이랍시고 내정을 간섭한다고 한다.


이게 나라에 망조가 든 게 아니라면 무어인가?


친우들이 보내준 한양의 소식을 떠올리곤 분통이 터져 제 가슴팍을 두드린 김기범은 눈깔을 번들거리며 사람 모인 곳을 찾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최근 삼남의 소식을 전해준 친인들의 소식에 따르면 용한 무당만큼이나 사람 마음 확 풀어주는 서생이 남원으로 유배를 왔다고 했던 까닭이었다.


“답답하다, 답답해!”


그래서 남원으로 찾아온 것이다. 그 행색 특별하고, 당돌하다는 소년 선생을 찾아서 말이다.


「남원 인민 여러분!」


그리고 머지않아, 김기범은 장터의 한 가운데서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연신 우렁차고 당돌한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연단을 찾아 그 목적을 쉽게 달성할 수 있었다.


연단으로 시선을 옮기니, 얼굴 붉게 타오른 소년이 고함을 질렀다.


「이 이승만은 오늘도 화가 납니다! 오늘도 분노합니다!」


그 선생은 서찰에 쓰인 것과 같이 늘상 화가 난 어조로 세상을 매섭게 비판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



비교적 키가 작았던 김기범이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나와 연단 바로 앞까지 도착하자, 스스로를 우남이라고 칭한 선생께서는 그 고사리 같은 조그마한 손에 글씨가 빼곡히 적힌 누런 종이를 활짝 피고는 까치발을 들어 관중에게 보이며 입을 열었다.


‘소문대로 정말 애였구먼. 못해도 상투는 틀었을 줄 알았는데.’


“이거 잘 보이십니까? 만약 뒤에 잘 안보이시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제가 읽어드리지요! <창천이사 황천당립 세재갑사 천하대길(蒼天已死 黃天當立 歲在甲子 天下大吉)>이라. 이것을 누가 말했는지 아십니까? 또 이것이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황건당, 아닌가?’


우남 선생의 이야기에 그것이 소설 삼국지에 나오는 ‘황건당’의 구호라는 것을 깨달은 김기범은 곧장 대답하는 대신 조용히 그의 옆을 돌아보았다. 대충 청중들의 표정과 반응을 보아하니, 저것이 황건당의 구호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딱히 없는 듯하였다.


“유명해서 그런지 다들 아시나 보군요.”


그리고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진 우남 선생께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관중을 쓸어본 뒤에 말씀하셨다.


“그럼 제가 이것을 오늘 왜 이 자리에 가져왔는지 아시는 분이 계십니까?”

“?”


선생의 두 번째 질문에 연단 아래는 꿀 먹은 벙어리마냥 일동 침묵했다. 사실, 조금 배웠다고 잘난 채하는 김기범조차 우남 선생께서 갑자기 황건당 이야기를 꺼낸 이유를 감히 짐작할 수 없었다.


‘그러네? 왜 꺼내셨지?’


한참을 기다려도 그럴듯한 대답이 없자, 선생께서는 황건당의 구호가 쓰인 누런 종이를 옆으로 치운 뒤 새로운 책을 꺼내 머리 위로 높이 드셨다.


“그럼, 여기서 잠깐 이 황건당의 구호는 잠시 옆으로 미뤄두고, 혹시 이 책을 아시는 분들이 계십니까? 계십니까?”


선생의 물음에 이번엔 맨 앞줄에 있던 덕분에 제목을 용케 읽을 수 있었던 김기범이 곧장 힘차게 대답했다.


“<불씨잡변(佛氏雜辨)>입니다, 선생님!”


그가 적극적으로 대답하자, 선생께서 두 눈을 빛내시곤 힘차게 말씀하셨다.


“오! 참으로 호탕하고 적극적인 학생이십니다. 맞습니다. 이 책은 삼봉 정도전 선생께서 집필하신 불씨잡변이라는 아주 훌륭한 책입니다. 우리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성리학자들이 단연코 한번쯤은 반드시 읽어 보아야할 ‘권장도서’입니다.”


권장도서! 참으로 입에 착 달라붙는 신비한 단어이다.


‘말씀하시는 것이 여간한 성현들과 전혀 밀리시지 않는구나!’


“제가 앞전에 황건당의 이야길 두고 꺼낸 것은 큰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고작 10살이 채 지나지 않은 소년 선생의 이야기에 단어 하나까지 신경 쓰며 촉각을 곤두세우던 김기범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이 책을 모르는 분들께 간단히 설명 드리자면, 불씨잡변은 전조에 부패하고, 방종을 일삼던 불교가 어찌 잘못되었는지, 또 불교의 핵심 교리인 윤회·인과·자비 등이 얼마나 허황되고 잘못된 생각인지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비판하는 말이다, 라고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선생의 말이 이어질수록 연단 아래에서 갓 쓴 양반님들이 이삭 쪼는 참새마냥 고갤 방아 찧는 것을 실시간으로 목격한 김기범은 이 모든 것이 생소했다.


원래 그 자존심 강한 양반님들이 아무런 군말 없이 고개만 까딱이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었으니까. 아니면 그들이 유독 경멸하는 불씨들 때리는 소리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전조의 말기로 갈수록, 사람의 본성과 마음을 구분지은 불교에 빠진 청년들은 세상을 허무적으로 바라보며 부모와 인륜을 끊어버리고, 방종을 일삼도록 하였습니다. 세상만사의 보편적인 원리가 이(理)에 있는데, 어찌 이 말도 안 되는 잡소리로 인민들을 혹세무민한답니까?”


이어 발을 한 차례 ‘꽝!’하고 제자리에서 구른 선생께서는 주먹을 쥐어 하늘에 높이 뻗어 보이며 소리치셨다.


지금부터 말씀하실 것이 바로 오늘 강의의 ‘적’이었다.


“그렇다면 황건당과 불씨의 공통점이 무엇입니까? 이 모두 사람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게 만들고, 말도 안 되는 근거로 사람을 현혹하여 방탕하게 만드는 종교아닙니까? 황건당의 무리가 혹세무민의 사교였고, 전조의 문란한 무리가 추종하던 불씨 또한 종교이지 않습니까!”


선생의 말씀이 참으로 옳았지만, 김기범은 속으로 조금 뜨끔하였다. 이 동방에서 왕도(王道)가 가장 잘 자리 잡은 조선에서 한낱 종교 따위야 개소리로 치부하는 것이 당연한 소리였지만 그래도 저잣거리에 양반님들만 돌아다니는 것이 아닌 지금, 길거리 한복판에서 용기 있게 소리치는 작자는 작금에 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선생께서는 좌중이 웅성거리는 것에 개의치 않으시다는 듯, 용기 있게 이 이야기를 계속하셨다.


“나라가 혼란할 때 인민 여러분을 혹세무민하여 제 이득만 취하고 제 배때기를 부르게 만드는 천하의 개잡놈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인민의 아편, 종교입니다! 우리 모두가 경계해야 합니다! 한양에 만주족 오랑캐가 똬리를 튼 지금! 서양 오랑캐가 대포를 끌고 총포를 들이밀며 개항을 요구하는 바로 지금! 나라곳간을 제집 광마냥 털어가는 외척들이 득세한 지금! 이 나라가 혼란한 틈을 타 제 잇속을 챙기려는 승냥이들이 있음을 꼭 기억하십쇼!”


연신 고함을 지르고 목이 아팠는지, 몇 차례 ‘켁켁!’거린 선생은 뒤이어 물 한잔을 급히 들이키곤 이어 말씀하셨다. 그 모습이 조금은 애다워 보였다.


‘멋있다!’


정작 김기범은 무능한 조정과 나라님 욕도 당당히 잘하고, 상국의 어르신들 욕도 하고, 기세등등한 서양 오랑캐 내쫓자는 선생님의 용기가 참으로 감명 깊었지만 말이다.


“물론, 참된 수행을 통해 번뇌를 이겨내고 옳은 일을 행하는 수도자가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올바른 종교란, 진리를 이적하는 것이 아닌 건강한 상식으로 올바른 행동을 추구하는 것이니까요. 우리가 모두 존중해야할, 그런 인물들이 말입니다. 하지만!”


‘하지만!’이라는 말과 함께 크게 숨을 들이키는 선생님과 이에 점점 집중되는 관중의 이목. 그때 선생께서는 곧장 말씀하시지 않으셨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자신의 의지를 전하려는 듯, 선생께서는 뜨거운 불이 담긴 눈빛으로 좌중에게 자신의 의지를 피력하셨다.


「컥!」

「푸흡!」


잠시 후, 선생님처럼 숨 쉬는 것을 까먹은 청중 몇 사람이 숨이 막혀 꺽꺽대자, 그제야 선생께서는 입을 여셨다.


“작금의 조선에도 혼란함을 틈타 미몽을 꿈꾸는 한 무리가 있습니다!”


선생의 폭탄선언에 좌중이 경악했다.


근래에 ‘나라에 망조가 들었다, 망조가 들었다.’라는 소리는 자주 들었지만 설마 진짜로 망조가 들어서 황건당처럼 나라 뒤집으려는 역적 놈들이 암약하고 있단 것은 금시초문이었기 때문이었다.


“놈들은 여러분 사이에 숨어있습니다! 당신도, 당신 옆에도!”


선생이 연단 아래를 아무 곳이나 가리키자, 놀란 대중은 겁을 지레 집어먹고는 연단 위의 선생님께 애처롭게 물었다.


「혹시, 그것이 서양인들의 천주교 아닙니까!」

「그, 천주쟁이들이 나라를 뒤집는 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니다! 만주족 돼지들이 몽땅 우릴 변발하려고 드는 것이다!」

「우아아! 전조의 왕씨들이 돌아온다! 놈들이 돌아온다!」

「정감록! 정감록이야!」


누가 보면 무지몽매한 백성들이 크게 두려워하여 울부짖는 것으로 볼 수 있겠으나, 그 안에 얼떨결에 속하게 된 김기범 자신 또한 선생의 폭로와 경고에 한겨울 삭풍 맞은 나뭇가지처럼 제자리에서 부들부들 떨었다. 그가 골똘히 생각해 보건데, 선생님 말씀이 백이면 백 맞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맙소사!’


나라가 망한다는 데, 그 망한다는 이유가 그의 열손가락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정도라서 정작 어떤 놈들이 망국의 원흉일지 헷갈릴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그 원흉이 최근 패악질이 더욱 심해진 외척인지, 아니면 내정간섭을 하는 청국인들인지, 무능한 조정인지 그 원흉 후보자들이 하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아이고, 아이고!」


그렇게 선생님의 연설장이 대성통곡의 장으로 변모하자, 연단 위의 선생께서 갑자기 제 키만한 도끼를 꺼내셨다.


그래, 도끼를 말이다.


“저, 저걸 왜 꺼내시는-.”

“인.민.여.러.분!!!”


산군의 우렁찬 포효와도 같은 선생의 박력에 울음바다였던 연설장이 한순간에 침묵했다. 삽시간에 사위가 조용해지자 선생께서 물으셨다.


“진정한 적이 누구신지 알고 싶으십니까?”


위협적으로 날카롭게 벼려진 도끼를 머리 위로 치켜든 선생님은 이내 도끼를 동서남북으로 한 차례씩 겨냥하시곤 말하셨다.


“그것은 바로 ‘동학’입니다! 선대왕 시절, 나라를 혹세무민하여 처형당했던 최 씨의 망령을 뒤집어 쓴 사교가! 그 빌어먹을 사교가 이 나라 조선에 암약하고 있단 말입니다!”


동시에 연단 바로 앞에 있던 사람들이 큰 목소리로 외치며 일어섰다.


<사교! 사교!>


그들은 바로 갓 쓴 양반들. 선생의 외침과 함께 앞줄에서 불쑥 일어서는 양반님들의 모습을 본 김기범은 깜짝 놀랐다. 양반님들의 손에는 연단 위에 당당하게 선 선생님의 손에 들린 도끼와 같은 것을 똑같이 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놀란 김기범이 중얼거렸다.


“이, 이게 다 무슨 일인가?”


각자 흉악한 도끼와 쇠로 마감된 지팡이, 몽둥이 따위를 든 양반님들을 본 관중은 얼굴이 절로 헬쓱해 졌으나, 선생님께서는 오히려 자랑스럽다는 표정으로 갓 쓴 양반님들을 향해 먼저 선창하셨다.


“그렇다면, 나라의 중심이라고 하는 우리 조선의 유학자들이 나서야 할 때가 아니겠습니까? 비록 무능하고 부패한 조정이라지만, 그들이 인민들을 보호할 수 없다면 우리가 바로 구국의 결단을 내려서 이 한낱 사교로 더럽혀진 팔도강산을 정화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화! 정화!>


“조정이 무능하여 백성을 핍박하고, 사교가 횡횡한다면 바로 우리 삼남의 유림들이 결집하여 책임지고 일어서야 하는 것이 진정한 유자의 도리가 아니겠습니까! 부끄러움 없이!”


<유자의 도리!>


“인민 여러분! 유림 여러분! 그리고 머리에 갓을 쓴 자들이여! 여러분이 진정한 왕도를 알고, 본성의 선함을 믿는 올바른 성인이라면 당장이고 양팔을 걷어 부치고 이 이승만과 함께 합시다! 인민 여러분! 유자의 짐을 지십쇼!”


<유자의 짐! 유자의 짐!>


관중이 하나가되자, 비로소 준비가 끝났다는 것을 확신한 선생님은 호기롭게 명령하셨다.


“자! 갑시다!”


<만세! 만세! 만세!>


이어서 만세삼창과 함께 조용했던 남원 고을은 혼란으로 가득했다.


그렇게 남원을 중심으로 시작된 <동비대토벌>.


도끼와 몽둥이를 든 양반님들이 가장 맨 앞에 앞장서고, 그 뒤를 따라 자칭 ‘선한 백성’들이 농기구를 따라 들곤 남원 고을 곳곳에 숨어있던 사교의 무리를 찾아 고을을 정화하기 시작했다.


“여기 숨어있다!”

“여기에도 있다!”


동학교도들이 모시던 더러운 신주와 위패가 밟아 부서지고, 그들이 자칭 경전이랍시고 만든 쓰레기는 마을 중앙에 모아 한꺼번에 타올랐다.


그리고


“이 못된 사교 놈들! 다 부숴버려!”


「우직! 쿵!」


“저 친구 이름 좀 알아봐주십쇼. 가장 열성적이군요.”


그 선두에서, 김기범은 가장 열성적으로 몽둥이를 휘두르며 우남 선생의 눈에 기어이 들 수 있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본 작품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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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3화 - 금수회의록 (1) +7 24.04.28 1,051 4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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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4화 - 대한양행 (1) +2 24.04.19 1,218 46 18쪽
34 33화 - 혁명의 당위성과 전위당론 (2) +6 24.04.18 1,238 45 13쪽
33 32화 - 혁명의 당위성과 전위당론 (1) +7 24.04.17 1,264 49 15쪽
32 31화 - 골통 부수기 (2) +13 24.04.16 1,267 5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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