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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로

귀농 헌터의 신화급 레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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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구름로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8
최근연재일 :
2024.05.28 13:05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5,869
추천수 :
73
글자수 :
132,737

작성
24.05.2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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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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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6화. 사 막 (3)

DUMMY

16화 사막 (3)







놀란 마음에 급히 몸을 돌려 유선하를 바라봤다.


그러나 그녀 역시 나와 전혀 다를 바 없었다.


그녀 역시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하필 이중 던전이라니.”


헌터 관리국에 몸담고 있었던 때.


매년 잊을 만하면 꼭 올라오는 보고서가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이 이중 던전의 출현에 관한 것이었다.


책상에 앉아 이따금 보았던 이 특이한 사례는 대한민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일 년에 한두 차례 정도밖에 보고되지 않는 극히 드문 경우의 일이었다.


보고되지 않은 사례를 포함한다 해도 극도로 적은 빈도수로 출현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이게 왜⋯⋯.”


그 시절 읽었던 보고서에서 특히 기억에 남았던것은 이것이 생성된 게이트에 부여된 등급과는 무관하다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던전의 크기마저 연관이 없었다.


어떨 때는 D등급 게이트에서 무려 A등급 이중 던전이 발견되었던 사례도 본 기억이 있었다.


이렇듯 게이트의 등급과 이중 던전의 등급은 서로가 독립되어 존재 했다.


등급만이 아니었다.


크기, 위치, 마력의 농도, 던전의 종류, 클리어 조건까지⋯⋯.


그 어떠한 것에서도 상관관계를 찾을 수 없었다.


따라서, 들어가 보기 전까진 모든것이 예상 불가인 던전이 바로 이 이중 던전이었다.


불확실성.


오직 이 한 단어만이 이중 던전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단어였다.


‘그래서 문제란 말이야. 뭐가 되었든 어떤 패턴이라도 있어야 예상이라는 걸 할 수 있을 텐데⋯⋯. 들어가기 전 까진 알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이거 참⋯⋯.’


그때


선 채로 뻣뻣하게 굳어 깊은 고민에 빠진 내게 유선하가 걱정 어린 눈길과 함께 말을 걸어왔다.


“오, 오빠? 괜찮아?”


너무 크게 놀라서일까.


심각한 표정으로 서서 한마디 말도 없이 안쪽으로 이어진 어두운 길만을 노려보는 내가 그녀로선 걱정이 되긴 했나 보다.


분명 그녀 역시 당황하여 정신이 없었을 텐데 너무 나만 생각한 것 같아 조금 미안해졌다.


“어, 어? 미안. 너무 놀라서 내가 정신이 없었네.”


눈치를 보아하니 수많은 던전을 클리어한 경험이 있는 유선하도 이중 던전은 처음인 것 같았다.


하긴.


이걸 경험해 본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책상에 편하게 앉아 본 보고서에선 사건 당사자들의 그 당시 감정이라든지, 진행 상황에 대한 부분은 거의 나와 있지 않았다.


그건 대부분 진행했던 헌터들이⋯⋯.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살아 돌아온 이가 적으니, 말을 남긴 이도 적은 것은 당연했다.


어찌 되었든 어떤 연유로 이토록 희귀한 현상이 내 두 눈앞에 나타났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운이 좋아서?

아니지.

운이 나빠서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진짜 어쩌다 일이 이렇게 꼬인 거지. 재수가 없어도 이 정도로 없는 건 해도 해도 너무 하잖아.’


더구나 이와는 별개로 밖의 상황도 좋지 않았다.


밖은 몰려든 지네들 때문에 이곳을 나갔다간 목숨을 부지하기도 어려울 것이 자명했다.


아니, 애초에 저걸 피해 도망친 곳이 이곳이지 않은가.


돌아갈 길은 없다.


그렇다고 저 새카만 암흑 속


뭐가 튀어나올지도 모르는 이중 던전으로 들어가자니 이 또한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그나마 경험이 많은 이는 유선하이니, 결정을⋯⋯ 그녀에게 맡기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선하야. 네 생각은 어때? 이런 상황에서 너한테 짐을 지우는 거 같아서 좀 그렇지만⋯⋯. 아무래도 네가 나보다 경험이 많으니 묻는 거야. 어떻게 할까? 이거⋯⋯. 진행할까? 말까?”

“뭐!? 난⋯⋯. 잘 모르겠어. 이런 건 처음이라⋯⋯. 오빠는 어쩌면 좋겠는데?”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다시 내게 되물어 왔다.


책임을 내게 넘긴 것이었다.


그런 그녀를 책망할 수도 없다.


‘하긴. 이런 상황에서 선택하라고 하는 건⋯⋯. 누가 되어도 부담스럽겠지.’


어쨌든


공은 나에게로 다시 넘어왔다.


이미 이번 던전에 진입한 지 3일 차.


그리고 밖은 수많은 지네 떼가 있고, 앞은 알려진 게 하나 없는 이중 던전이다.


무엇 하나 쉬운 게 없는, 무엇을 선택해도 리스크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의 순간이 왔다.


“그렇다면⋯⋯.”


침을 한번 삼키고 말을 이었다.


“지네들 때문에 밖으로 나갈 순 없어. 이 던전안에 뭐가 있을지 모르지만⋯⋯. 진입하는 게 맞는 거 같아.”

“오빠가 그렇게 생각하면⋯⋯. 믿어볼게.”

“대신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진행하자. 어쨌든 쉽진⋯⋯. 않을 거야.”


눈앞에 있는 던전의 입구는 새카만 어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속을 전혀 보여주지 않는 이 던전은 굉장히 음험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어둠으로 들어가야 했다.


두려웠지만,


고민은 끝났다.


“그럼⋯⋯. 가자.”


[던전 : 왕가의 무덤에 입장하였습니다.]




***




그렇게 한참을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저벅저벅.


발걸음 소리만 울리는 텅 빈 동굴.


이곳은 너무도 조용했다.


이상했다.


“잔뜩 긴장한 것 치곤 너무 조용한데? 이러다 갑자기 귀신이라도 튀어나오는 거 아니야?”

“무, 무서우니까 그런 소리 하지 마!! 정말 귀신이라도 튀어나오면 어쩌려고 그래?”

“아니, 그냥 농담이야! 농담. 왜 이렇게 호들갑이야.”


순간 그녀의 다소 과한 반응.


이런 식이라면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검으로 몬스터는 잘만 썰어대던 애가 왜 이러는 거야? 설마 귀신같은 걸 무서워하나?’


귀신이란 말에 아주 질색하는 그녀의 반응을 보니 딱 들어맞긴 했다.


그리고 이어진 그녀의 말로 확신할 수 있었다.


“아무튼 앞으로 절대!! 귀신이라든지 그런 소린 내 앞에서 하지 마. 그러다 진짜로 튀어나오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예예⋯⋯. 알겠습니다.”


어찌 되었든 나도 원치 않던 곳에 들어와서 긴장되어 신경이 곤두섰는데, 그녀라고 지금 마음이 편할 리 없겠다 싶었다.


‘너는⋯⋯. 한번 봐줬다 진짜.’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긴 했다.


이런 대화를 나누며 길을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안쪽은 조용했다.


처음에 잔뜩 긴장하며 들어온 것이 무색할 정도.


그때


흐릿한 불빛 앞쪽으로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음? 저건 뭐야?”


화아악.


높게 든 신호석이 뿜어내는 빛이 앞으로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보이는 동굴 안쪽.


안쪽이⋯⋯.


분명 무언가가 달라져 있었다.


어느새 자연 동굴이었던 벽이 매끈한 벽으로 바뀌어 있었다.


“뭐야? 이 안쪽은 사람이 만든 거 같은데?”

“어? 정말 그러네. 어? 저기!! 오빠. 방금 저기 봤어?”

“뭐, 뭔데? 드디어 나온 건가!?”


깜짝 놀라 뒷걸음질 치며 자세를 잡는 나를 보며 유선하가 말했다.


“ ⋯⋯뭐야. 아까는 되게 태연한 척하더니”


조금은 한심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던 유선하가 말을 이었다.


“벽 말이야! 벽. 자신 있게 들어가자 해놓고선 겨우 이런 모습이면 하나도 믿음이 가질 않는데? 잘 봐봐. 저기. 아까 그 검은색 기둥처럼 그림이 그려져 있잖아.”

“험험. 그래? 벽이라⋯⋯ 그러네. 네 말대로 또 벽화가 잔뜩 그려져 있네.”


천장을 포함해 세 면의 벽을 가득 채운 벽화.


앞은 온통 그림투성이였다.


“여기⋯⋯. 되게 오래된 유적지 같다. 기분이 너무 묘해. 고요하고⋯⋯. 아늑한 느낌도 들어.”

“흠⋯⋯. 선하 네 말을 듣고 보니 또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신호석을 들어 벽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봤다.


“어? 저기! 저기에도 아까 오빠가 말한 거인이 또 그려져 있다.”

“그래?”


화아악.


좀 더 높이 들어 약간 위쪽을 비추니 그제야 벽화가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곳엔 선하의 말대로 거인이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내용은 별것이 없었다.


그저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들.


수확하는 농부들.

물고기를 잡는 어부들.

먹고 마시며 춤을 추는 사람들.


그리고 이런 그들을 바라보는 의자에 앉은 거대한 사람 하나.


“이건 뭐⋯⋯. 밖에서 본 거랑 별다를 게 없네.”



다시 방향을 틀어 안쪽으로 빛을 비추니 벽화는 길을 따라 쭉 이어져 있었다.


“선하야.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보자.”


걸음을 옮길 때마다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 벽화에선 점점 계절이 변하며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매번 빠짐없이 등장하는 머리에 후광을 가진 거인.


확실히 이 그림들의 주인공이 있다면 이 거인인 것 같았다.


그렇게 쭉 이어지던 별것 없는 그림들.


계속해서 보다 보니 반복되고 다소 심심한 내용은 금세 흥미를 잃게 했다.


이젠 벽화가 별 신경조차 쓰이지 않았다.


오직 이 이중 던전의 끝이 궁금할 따름이었다.


“한참을 들어온 것 같은데⋯⋯. 분명 길이 하나니까 길을 잘못 들었을 리는 없고⋯⋯. 이 정도면 보스 방 같은 게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으응. 그러게. 별 내용 없는 그림만 한가득고⋯⋯. 이젠 저도 재미없어⋯⋯.”


처음엔 꽤 흥미를 느끼던 선하도 이젠 벽화에서 흥미를 잃은 듯 보였다.


다시 을 떼어 안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


순간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응? 오빠. 갑자기 왜 그래?”


뒤에서 같이 멈춰 선 선하의 말.


그러나 나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별 볼 없던 벽화가⋯⋯.


순식간에 내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크게 빛나고 있는 빛의 문.


그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끝도 없는 몬스터의 파도.


몬스터들은 바로 밖에서 만났던 지네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는 빛의 문이라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빛의 문은 바로


“설마? 이거 게이트인가?”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계절의 변화, 즉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신들의 일상을 기록한 그림들은⋯⋯.


어쩌면 일종의 역사서라고.


이곳에 있던 자들이 역사를 기록하듯 자신들의 삶을 그림으로써 남긴 것이라고.


이건 이제는 모래에 묻혀버린.


사막의 왕국 일대기라 할만했다.


그리고 이 일대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멈추지 않는 검은 지네들의 행렬.

계속되는 비명.

그리고 살육.


두마리의 커다란 지네가 만들어 낸 절망이 그림 속 세상을 덮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줄곧 의자에 앉았던 거인이 비로소 일어서자, 상황은 다시 한번 반전되었다.


검 한 자루 들고 몰려드는 지네들을 쓸어내는 영웅의 등장.


그가 어쩌면 이 던전의 보스일 두 마리의 지네 중 하나를 기어코 쓰러트렸다.


그리고 남은 한 마리의 눈 하나를 멀게 만들었다.


그렇게 한쪽 눈을 잃은 지네는 거인을 뒤로하고 급하게 사막으로 도망칠 뿐이었다.


“결국 이 남자가 이걸 막아냈어.”

“근데 완벽하게 막진 못한 거 같아. 저기 한 마리가 도망쳤잖아.”

“응. 결국 이 던전의 주인은⋯⋯. 저 애꾸눈 지네겠는데?”


그렇게 길게 이어지던 이야기가 끝이 나고 천장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덩달아 좁아지는 길.


그리고 멈춰선 걸음.


유선하가 손을 뻗어 가리켰다.


“저기!!”


그리고 그곳엔 문이 있었다.


돌로 만들어진 커다란 문.


그곳에 새겨진 두 손을 모아 자리에 누운 남자.


그리고 이제 더 이상 그에게 빛은 없었다.


“빛을 잃은 거인⋯⋯. 여기가⋯⋯.”


돌로 된 문.


그곳에 손을 가져다 대자 어김없이 소리가 들려왔다.


[띠 링!]


-던전 : 왕가의 무덤(왕의 묘실)에 입장하시겠습니까?


“여긴⋯⋯. 저 거인의 무덤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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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데저트 로즈 +1 24.05.23 140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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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사 막 (2) +1 24.05.21 172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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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서 울 +1 24.05.18 254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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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02화. 귀 농 24.05.09 519 11 13쪽
1 01화. 사 직 24.05.08 551 1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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