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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로

귀농 헌터의 신화급 레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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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구름로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8
최근연재일 :
2024.05.28 13:05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5,886
추천수 :
73
글자수 :
132,737

작성
24.05.10 19:05
조회
481
추천
4
글자
13쪽

04화. 화 림

DUMMY

04화 화림






“안녕?”

“네?”

“잠깐 앉아도 되지?”

“ ⋯⋯. 예. 예!?”


황당하게도 정말 테이블의 건너편에 여자가 앉았다. 그러더니 자연스럽게 손을 들어 선글라스를 벗었다.


톡.


나무 테이블 위에 벗은 선글라스가 내려졌고 그러자 그걸 따라가던 내 시선도 소리와 함께 그녀의 얼굴로 옮겨졌다.


가려졌던 눈매가 나타나니 여자의 첫인상은 꽤 날카로운 인상이었다.


그래도


꽤 예뻤다.


아니, 상당한 미인이었다.


‘잠깐!!’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테이블 건너편에 앉은 말할 것 없는 미녀.


그런 그녀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내 앞에 앉았다라.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이 얼마일까.


단언컨대 제로다.


내 인생에 한 번도 일어 난 적 없던 일. 그리고 일어날 리 없는 일이라고 봤을 때⋯⋯.


그나마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건 그녀가 불순한 목적으로 접근했다는 설명밖에 없다.


역시나


‘사이비 종교⋯⋯. 같은 건가?’


어쨌든 지금, 이 순간의 기분을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사실 내심 좋았다.


이유야 어떻든 나 역시 혈기 왕성한 20대의 청춘. 싫은 게 이상한 거 아닐까.


그러니


‘흠흠⋯⋯. 잠깐 즐겨도 괜찮겠지?’


자리를 잡은 그녀가 손에 줄곧 들고 있던 휴대폰도 테이블에 내려놓더니 자연스럽게 내 커피에 손을 가져갔다.


쪼오옥.


그렇게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드디어 내게 말을 건넸다.


“조심성이 많진 않네.”

“⋯⋯?”


신종 사기인가.

아니면 생각했던 대로 사이비 종교의 포교 활동일까.


그런데 참 뜬금없는 말이었다.


‘뭔 소리지? 조심성이 없다니?’


상대의 목적이 뭔진 몰라도 기본적으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을까⋯⋯.


그런데 그녀의 말은⋯⋯. 뭐랄까. 목적성이 없다고 할까.


대화가 전혀 이어지지 않았다.


이상한 사람. 그런 그녀에게 물었다.


“우리가 아는 사이인가요?”

“아니. 근데⋯⋯. 너. 생각했던 거보단 평범하네.”

“⋯⋯?”


또다시 대화가 미궁 속으로 빠졌다.


말이 모순. 그 자체다.


아는 사이냐는 내 물음에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바로 뒤에 따라온 말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나를 안다는 듯 말했다.


앞과 뒤의 말이 전혀 반대였다.

상황이 이러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첫째. 이런 미인이 이유 없이 내게 다가왔다.


둘째.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이건 다년간의 내 경험에 의한 것이다. 확실하다.


마지막으로

위의 두 이유만으로도 말이 안 되는데 나를 알기까지 한다라.


어찌 되었든 이 황당한 상황을 머리로 이해해 보려 했다.


그러나 멈춰버린 머리는 더 이상 일하기를 거부했고, 나는 본능적으로 든 생각을 결론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


‘이거⋯⋯. 미친 여잔가 본데!?’


그리고


과정이 달라도 결과는 똑같은 그런 것들이 있다.


지금이 딱 그러했다.


그녀가 무슨 목적이든 무슨 상관이랴. 열심히 머리를 굴려봐도 이 만남의 끝은 불쾌하게 끝날 것이 확실해 보였다.


그러니


‘튀자!!’


마음을 정했으니 빠르게 행동해야 했다. 망설이다간 늦을 것 같았다.


미친 사람을 굳이 상대할 필요는 없었다.


드르륵.


급하게 의자를 뒤로 밀치며 자리를 피하고자 일어섰다.


“사람을 착각하신 거 같네요. 그럼, 이만.”


이렇게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려 하는 내게 그녀가 말했다.


막 몸을 돌리는 내게 들린 그녀의 목소리는 조금 다급한듯했다.


“열매 헌터.”


멈 칫.


놀랍게도


이 말은 내 발을 멈춰 세울만했다.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니 그녀는 웃는 얼굴로 날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테이블에 두 팔의 팔꿈치를 대고 상체를 앞으로 기댄 그녀가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열매 헌터.’


일단 헌터넷은 기본적으로 익명이었다. 시스템적으로 그러했다.

그러니 그곳에서 활동하는 판매자의 신분은 알 수 없다.


단 한 가지 알 수 있는 건 자신이 헌터임을 증명하고 관리국으로부터 인증받은 아이디가 유일했다.


열매 헌터는 내 헌터넷 아이디다.


일상에 가끔 한 번씩 찾아오는 보기 드문 이벤트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의 이 한마디 때문에 순식간에 상황이 묘해졌다.


이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가던 길을 멈추고 묻는 수밖에.


“그걸 어떻게⋯⋯ 아는 거지?”

“계속 그렇게 서 있을 거야? 올려다보기 목 아픈데 좀 앉지 그래?”

“⋯⋯.”


하지만 이렇다 한들 그녀가 나를 찾아온 목적에 대해선 알 수가 없었다.


하물며 헌터 관리국에서 관리하는 헌터넷의 정보를 알고 왔다는 것은⋯⋯.


‘조금 위험할지도 모르겠는데?’


빠르게 표정이 굳어갔다.


“헤에? 그냥 궁금해서 그래. 표정 좀 풀어. 근데 너무 쉽게 찾아서 좀 실망이긴 해.”

“⋯⋯그게 무슨 소리지?”

“목 아프다니까? 안 앉아?”


고개를 올려 빤히 나를 올려다본 그녀가 다시 한번 재촉했다.


털썩.


자리에 앉자마자 놀란 날 안심시키려는 것인지 달래는 듯한 말을 했다.


“아아. 그렇게 노려보니까 쫌 무섭네. 오늘은 딱히 뭘 원해서 온 건 아니야. 그냥 인사나 하고 얼굴이나 보려고 온 거니까 긴장 풀어.”

“⋯⋯.”


무표정하게 앉아 말없이 노려보기만 하는 내게 그녀가 말을 이었다.


“게이트는 이미 정부와 4대 길드가 독점하는 마당에 당신이 그렇게 던전을 클리어해야만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을 줄줄이 팔아대면 나 아닌 누구라도 의심할걸?”


슬슬 본론으로 들어갈 요량인지 그녀의 말은 꽤 대담했다. 게이트와 정부. 그리고 아이템들에 대해 줄줄이 언급하고 있었다.


“⋯⋯조심성이 없다는 건⋯⋯.이걸 말하던 건가?”

“맞아. 헌터 관리국에서 일해서 잘 알 거 아니야.”

“⋯⋯!!”


내가 헌터 관리국에서 일했던 것까지 알고 있는 모양이다.


‘이쯤 되면 나도 궁금해지네. 그럼 날 왜 찾아온 거지?’


거기에 더해


그녀는 게이트의 독점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기본적으로 게이트는 4대 길드가 독점한다.


다만 생성된 게이트 모두를 다 처리할 수 없기에 개중에 적절한 것들을 중소길드에 양보라는 이름으로 떠넘기는 게 작금의 형국.


당연히 게이트에서 나오는 부산물들의 처분도 이들 4대 길드가 주도한다.


그러나 이 판매의 독점은 완벽하게 이루어 지진 않고 있었다.


간혹 암암리에, 우선순위에서 밀린 중소 게이트를 도굴하듯 몰래 터는 자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굴꾼.


이들이 암시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녀는 나를 이런 존재로 생각하고 찾아온 것 같았다.


“흐음. 그렇게 대단해 보이진 않는데⋯⋯.”

“⋯⋯.”

“후후. 그럼에도 그렇게 많은 양을 개인이 판매한단 말이지. 뭔가 특별한 구석이 있긴 한가 봐?”

“⋯⋯.”

“아. 또 대답이 없네. 비밀이 많은 남자⋯⋯. 인가 봐?”


대꾸도 없는 내게 실컷 자신의 할 말만 쏟아낸 그녀가 기대고 있던 팔을 떼고 허리를 세웠다.


의자의 등받이에 허리를 기대고 팔짱을 끼는 그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이윽고 고개를 약간 기울이던 그녀가 뭔가가 생각났는지 옆에 둔 가방을 급히 찾았다.


“아참! 내 정신 좀 봐. 내 소개를 안 했구나? 난 화림이야.”


그녀가 간단한 소개와 함께 명함 하나를 내밀었다.


‘자기소개를 참⋯⋯빨리도 하네.’


그녀가 내미는 명함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선뜻 받기 싫었다.


일단 이 상황을 주도하는 그녀의 입장이 맘에 들지 않았고 이걸 받으면 그걸 인정하는 거 같았다.


무기력하게 앉아서 그녀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지금 상황에 대한 소심한 반항이었다.


“안 받아? 손 아픈데.”


재촉하는 그녀의 말에 손을 뻗어 어쩔 수 없이 명함을 받아 들었다.


눈길을 돌려 명함을 확인하려는 찰나.


화림이라는 여자는 다시 말을 쏟아내었다.


“그래서 우리 비밀이 많은 남자는 이름이 어떻게 돼?”


순간 실소가 새어 나왔다.


‘이렇게 다 알고 찾아와 놓고 이름 따위는 뭐 하러 묻는 거지? 이미 알고 있잖아?’


뭐 그래도 묻는 것이니 대답했다.


“ ⋯⋯. 신우석.”

“아알라.”


고민하던 그 잠깐의 틈에 커피는 다 마시고 얼음을 하나 입에 물어 든 그녀가 오물거리며 뭐라 했다.


뭐 대충 무슨 소리를 하는지는 알겠다.


“⋯⋯? 이미 알고 있으면서 이름은 왜 물어본 거지?”


오도독. 오도독.


화림이 실컷 얼음을 다 씹어 먹더니 말했다.


“어떻게 대답하나 궁금해서.”

“⋯⋯?”

“솔직해서 마음에 드네.”


난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이리저리 날뛰는 그녀 덕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씨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돌아가는 꼴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때


“번호 적혀 있으니까 관심 생기면 연락해.”


화림이 눈웃음 지으며 전화하라는 손짓을 장난스럽게 했다.


그제야 시선이 천천히 내려갔고 받아 든 명함을 볼 수 있었다.


“!!!”


놀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모든 길드가 헌터 관리국에 우호적인 것은 아니었다.


비협조적이란 말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반(反) 한다는 표현이 맞을듯하다.


헌터 관리국에 반하는 길드.


그중 가장 규모가 크고 유명한 것이 어비스 길드였다.


‘사실상 서로 앙숙이지.’


그녀의 명함에 박혀 있는 이름은 바로


“어비스⋯⋯.”


아까 기회가 있을 때 자리를 뜨는 것이 맞았다.


그녀의 화려한 외모에 속아선 안 되었다.


‘혹시나 했다⋯⋯. 이런 여자가 말을 걸 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어야 하는데⋯⋯.’


후회는 언제나 다 지난 뒤에나 찾아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제야 어떻게 그녀가 나에 대해 알고 있고, 이렇게 찾아올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4대 길드와 반목하는 유일한 거대 길드인 어비스 정도 되니⋯⋯. 나 같은 걸 찾는 건 일도 아니었겠지.’


물끄러미 한동안 명함을 바라만 보고 있던 내게 화림이 다시 운을 띄었다.


“여기서 문제.”

“뭐!?”


이런 복잡한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 황당한 여자의 기행은 도대체가 정신을 차릴 여유를 주지 않았다.


‘내가 지금 여우한테 홀린 건가? 이 여자가 도대체가 무슨 소리하는 거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누군가 게이트를 클리어해야만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을 끝없이 팔아 재낀다. 물론 채집 아이템이 주긴 하지만.”


이건⋯⋯.


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헌터 관리국은 뭐라고 생각할까?

“⋯⋯그걸 내가 알아야 하나?”

“에? 맞추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나 보네.”


심드렁한 내 대답에 실망한 눈치였다. 아니 저 큰 눈이 더 커진 걸 보니 제대로 실망한 것 같았다.


“할 말 다 한 거 같으니 그만 일어나지.”

“푸훗. 알았어. 알았어. 성격이 참 급하네.”

“⋯⋯.”

“그럼 다시 문제. 비밀이 많은 남자. 신우석의 잘못은 뭘까?”

“⋯⋯.”


슬슬 인내심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갑자기 찾아와 이런저런 말들을 던지는 상대는 내가 관심을 가질만한 정보를 아주 조금씩 풀어내면서 날 자리에 붙잡아 놓고 있었다.


‘날 가지고 노시겠다?’


그래도


‘좋아. 인정하지. 현재로선 네가 가진 정보가 꽤 쓸만해 보이니까.’


한번 어울려 주지.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양을 팔아서일까?”

“땡!! 틀렸어.”

“그럼, 뭔데?”

“⋯⋯.”


기다리던 대답은 오지 않았다.


대신


드르륵.


의자 끄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일어섰다.


“어머.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오늘은 여기까지. 다 알려주면 재미없으니까.

“뭐!?”


자리에서 일어난 화림이 잠시 내려놨던 선글라스를 다시 썼다.


‘뭐? 이렇게 그냥 간다고?’


황당하다 못해 어이가 없어서 입이 떡 벌어져 이 모습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까만 선글라스 때문에 더 이상 그녀의 큰 눈이 보이지 않았다.


다시 신비로워진 그녀가 웃으며 내게 말했다.


“커피 잘 마셨어. 명함. 연락해.”


휙.


뒤도 안 돌아보며 떠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벙찐 얼굴로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벌어진 입이 쉽게 다물어지지 않았고, 그렇게 한참을 얼어붙은 것, 마냥 벌어진 채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밖으로 나가 자신의 차에 타며 손을 흔드는 화림이라 소개했던 여자가 그대로 차를 타고 가버렸다.


부우우우웅.


“이게⋯⋯. 뭐지?”


벌어진 입을 닫고 시선을 내리자, 손안에 남은 건 어비스의 문양이 새겨진 그녀의 명함만이 있을 뿐이었다.


어비스 길드

진화림 000-0000-0000


그저 명함을 뚫어져라 바라볼 뿐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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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데저트 로즈 +1 24.05.23 141 2 14쪽
16 16화. 사 막 (3) +1 24.05.22 154 1 12쪽
15 15화. 사 막 (2) +1 24.05.21 172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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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서 울 +1 24.05.18 254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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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07화. 게이트 (2) +1 24.05.13 327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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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화. 화 림 +1 24.05.10 482 4 13쪽
3 03화. 귀 농 (2) 24.05.09 494 9 14쪽
2 02화. 귀 농 24.05.09 520 11 13쪽
1 01화. 사 직 24.05.08 553 1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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