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14)
이상혁은 자신이 쉴드를 쳐서 총알을 막았던 영상을 자연스럽게 지우기 위해 SH측이 등장하는 모든 영상을 삭제했다.
"읏.."
심시준은 앓는 소리를 냈으나 이내 포기했다. 자신들의 정체를 확인하기 전에 이미 벌어진 일을 어찌할 수 없었고, 그의 입장에서 영상을 지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에 책망할 수도 없었다.
그대신 그는 이 상황을 다른 방식으로 이용할 방법을 생각해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우리 편하게 알고 지냅시다."
심시준의 말에 이상혁은 무슨 뜬금없는 말이냐는 듯 얼굴에 의문사를 띄웠다.
"부산의 일본 야쿠자 건도 그렇고, 이번의 중국 건도 그렇고, 알고는 있지만 함부로 쳐내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니 말이요. 사실 이 나라는 일본이나 중국의 눈치를 너무 봐. 우리 국민들이 외세에 피해입는 모습을 보고있는 우리 속도 타들어간다오. 그런데 그걸 처리해주는 국내 조직이 나타났으니 얼마나 속이 시원해. 원래 너무 규모가 큰 조직이 나타나면 어떤 식으로라도 해체시키도록 방법을 만들어내는게 우리 부서 일인데도 불구하고 그쪽 조직을 가만두는 이유중에 하나가 그거였소. 전국 광역시를 장악하고도 기존의 조직들보다 절제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두 번째 이유였고. 오히려 기존보다 밤의 치안이 좋아졌다고 봐야할 정도니 말 다했지. 그래서 그냥 보고만 있는거요. 경찰하고 인맥도 쌓고, 검사하고도 친분이 있고, 뭐 이런 것들 모두 일정 선을 넘지않고 있으니 말이지."
"... 자세히도 알고 있네요."
"우리나라 공권력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치밀하오. 그리고 그쪽이 나보다 훨씬 어리다는 것도 알고."
이상혁은 심시준의 황당한 말에 할 말을 잃었다.
"..."
"거, 그 형사하고 지내는 것처럼 편하게 지냅시다. 지금처럼 선만 잘 지키면 외국 조직을 막기위한 파트너 정도로 윗선에 잘 보고할테니."
심시준의 말에 이상혁은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가 입을 열었다.
"국정원 직원이 막 이래도 되나요?"
"뭐, 우린 공무원 아닌가? 경찰도 공무원이고 검사도 공무원이요. 아까도 말했지만 블랙 요원이 아닌 이상 그냥 정보수집을 담당하는 공무원이요. 이런 방식도 관리의 일환이고. 이런건 오히려 경찰이나 검찰보다 우리가 더 잘해. 급할 때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우리가 더 많고."
이상혁은 그의 말에 피식 웃고는 한 손을 내밀며 말했다.
"잘 부탁합니다, 형님."
심시준 역시 이상혁의 손을 맞잡으며 대답했다.
"잘 부탁해요, 아우님."
그리고 이상혁은 아직도 약간 뚱한 표정인 유혜리를 보며 말했다.
"잘 부탁합니다, 누님."
그러자 유혜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받아들였다.
"알겠어요. 오늘 일은 어쩔 수 없었던 걸로 치죠."
"... 까칠한 누님, 아까 저한테 다짜고짜 총부터 쏘셨다니까?"
"윽.."
유혜리는 이상혁의 말에 무언가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도 불리할 것 같아서 속상해하며 포기했고, 그런 그녀의 모습에 이상혁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사과했다. 천성이 악해보이지는 않는데 굳이 척질 필요는 없으니까.
"알았어요. 미안해요. 됐죠?"
그리고 유혜리도 이 정도에서 못 이기는 척 받아들였다.
"그래요."
이 날의 해프닝은 이렇게 정리되었다.
**
쭈롱의 본거지 앞. 육중한 경찰특공대 차량이 줄지어 달려와 급하게 세운 후, 병력이 신속하게 뛰어내려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 뒤로 일반 경찰병력이 경찰 승합차에서 내려 주변을 포위했다. 이들이 모두 자리잡은 후 뒤따라온 지휘차량에서 남상미와 인천 중부경찰서 부서장이 긴장한 얼굴로 내렸다. 서장은 이번 쭈롱과 관계된 비위사실이 드러나 남상미에 의해 체포되었다.
"전원 진입준비 완료 했습니다!"
특공대장의 말에 인천 중부경찰서 부서장이 식은땀을 흘리며 남상미의 눈치를 봤다.
"저기.. 준비 다 되었습니다, 검사님."
남상미는 부서장의 말에 자세를 바로하며 대답했다.
"바로 작전 시작하시죠, 부서장님."
그리고 특공대장을 향해 단호한 말투로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이들은 인신매매에 장기적출과 인육공장을 운영하던 놈들로 죄질이 매우 나쁘기에 상부에서도 강경진압 명령이 내려온 상태입니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질테니 반항하는 자들은 쏴도 좋습니다. 소중한 우리 병력이 그런 놈들에게 우물쭈물 하다가 부상입는 꼴은 못 봅니다."
남상미의 말에 감격한 특공대장은 어느 때보다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한 명의 부상도 없이 진압 임무를 완료하겠습니다!"
남상미는 특공대장의 군기가 바짝 든 모습에 겉으로는 무표정을 유지했지만 속으로는 피식 웃었다. 그녀는 이상혁이 전부 정리하고 갔음을 알기에 긴장감이 없었지만, 경찰특공대 입장에서는 중국 조직이 얼마나 골치아픈지 알기에 사상자가 나올까봐 무척 긴장하고 있었다.
"1팀부터 최루탄 투척 후 진입. 2팀과 3팀은 1팀 진입 후 바로 이어서 들어간다. 4팀은 창문을 예의주시하며 상황을 감시하여 돌발상황에 대비한다."
특공대장은 이런저런 명령을 부하들에게 하달했고, 특공대원들은 힘차게 대답하며 진입을 시도했다.
- 챙그랑~ 톡, 또르르르.. 펑~
창문을 깨고 들어간 최루탄들이 바닥에 떨어져 몇 바퀴 구른 후 폭음을 내며 가스를 내뿜기 시작했고, 엉망으로 당한채 바닥에 널부러져 있던 쭈롱 조직원들은 새로이 추가된 고통에 신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끄으으~~"
"으어어~~"
그리고 총을 겨누며 들어온 경찰특공대들은 최루탄에 반응해 바닥을 구를 것을 예상했다가 현장 상황을 보며 움찔한 후 무전기를 통해 상황을 보고했다.
"누가 먼저 들어와서 한바탕 한 것 같습니다. 중국 조직원들이 전부 쓰러져 있습니다. 최루탄에 의해 괴로워 하면서도 제대로 몸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뭐? ... 그렇더라도 방심하지 말고 혹여라도 부상자가 나오지 않도록 조심하며 예정대로 건물 전체를 장악해."
잠깐의 고민끝에 나온 경찰특공대장의 말에 특공대원은 알았다고 대답한 후 모든 방에 최루탄을 먼저 밀어넣으며 진입했다. 하지만 결국 몸이 성한 조직원은 한 명도 없었고, 특공대원은 환기를 시킨 후 방독면을 꺼내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얘네들은 누구한테 깨졌기에 이렇게 철저하게 망가졌냐."
"그러게. 하지만 잘됐지 뭐. 이것들 잡아가봐야 제대로 된 벌이나 받겠어?"
"그러네. 누군지 몰라도 잘했네."
시간이 흐른 후 기자들이 몰려와서 이곳저곳 사진을 찍기 바빴고, 리포터는 현장 리포팅을 했다.
"이곳은 중국계 조직인 쭈롱의 인천지부입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현장은 전쟁터같은 모습입니다. 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성한 조직원이 한 명도 없습니다. 과잉진압 의혹이 불거지는 이유입니다. 경찰의 말에 따르면 경찰특공대가 진입하기 이전에 다른 조직과의 싸움에서 무너진 듯 보인다고 했지만, 진상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거산TV 임미현이었습니다."
그리고 남상미는 경찰의 과잉진압에 초점을 두고 방송하는 거산TV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여튼 저것들은 어느나라 방송국인지를 모르겠다니까요."
그러자 옆에 있던 김주원이 맞장구를 쳤다.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한 편으로는 정확한 사실 보도를 위해 노력하는 방송도 보였다.
"...... 그동안 이들은 인신매매한 사람들의 장기를 적출하고, 인육을 생산하는 등 인성이 사라진 듯 보이는 무도한 행동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즉, 이들은 한국에서 생산한 장기와 인육을 중국으로 보내는 임무를 맡았던 것입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증거를 확보한 서울중앙지검에서는 이들에 대한 강경진압을 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하는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이 애초부터 사건의 본질 흐리기로 보이는 이유입니다. 그러면 현장을 지휘한 특공대장의 말을 잠시 들어보겠습니다."
"우리 경찰특공대는 죄질도 나쁘고 평소 잔인한 행태를 보여온 이들을 진압함에 있어 특단의 조치를 명 받고 진입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
특공대장은 현장 진입 후의 상황을 설명했고, 그 설명을 듣고 난 MBS 기자 김화진(레이나 방한때도 단독 인터뷰를 따낸 열혈 기자)은 그들의 죄질에 대해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현장에 진입해본 분으로써 어떻습니까? 실제로 그들의 죄질이 나쁘던가요?"
"물론입니다. 제가 직접 진입해서 본 그들은 ......"
자신이 본 것에 대해 설명한 특공대장은 말미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
"무엇보다 감사했던 것은 서울중앙지검 남상미 검사님의 지시입니다. 강력 범죄자인 저들보다 우리 경찰병력이 더 소중하니 적을 앞에두고 우물쭈물 하지말고 강력하게 대응하라는 그 말씀. 본인이 책임지겠다던 그 말씀이 아직도 귓가에 맴돕니다."
특공대장의 말에 김화진 기자는 잠시 당황했지만 곧바로 단독 특종으로 전환할 생각을 했다.
"말씀 감사합니다. 방금 경찰 특공대장님의 말씀에 의하면 서울중앙지검 남상미 검사의 지시가 경찰특공대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남상미 검사는 이번 사건을 진두지휘한 검사로, 앞서 중국 조직과 인천 중부경찰서 고위 간부들의 결탁을 확인하고 체포한 후 이 곳 중국 조직의 심장부로 신속하게 병력을 몰고 온 인물입니다. 이 사건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직접 처리한 분으로 지금까지 해결한 굵직굵직한 사건만 여러 개인 스타 검사입니다."
MBS는 단독 특종으로 남상미 검사를 띄워주었고, 이후 인터넷 뉴스영상의 댓글 역시 폭발적이었다.
- 키야~ 남상미 검사님 덕분에 우리가 삽니다~~
- 오오~ 중국 무서워서 손도 못 대던걸 이렇게 시원하게 밟아주다니~ 이런 분이 아직도 평검사라니, 당장 검찰총장 가즈아~!!
- 역시 믿고보는 MBS. 기레기들아 보고있냐~~!!
인터넷에서는 남상미의 인기가 하늘을 모르고 치솟았고, MBS의 인기 역시 다시 한 번 올라갔다.
무슨 이유에선지 거산 TV를 비롯해서 많은 언론은 이 사건의 본질을 흐리기 위해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을 부추겼으나, 이미 언론을 선별해서 보는 국민들에게는 먹히지 않았다.
MBS의 적나라한 보도 덕분에 한국내 파장이 일파만파 커져만 갔고, 급기야 중국 언론에서 일제히 반격을 시작해 중국내 한국혐오 분위기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 우리 중화민국은 인권을 중요시하는 나라입니다. 한국정부는 중화민국을 흠집내려는 한국 언론을 통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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