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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원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기억 포식으로 무한성장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케이원
작품등록일 :
2021.10.12 14:20
최근연재일 :
2021.12.1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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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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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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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8,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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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1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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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입소식 (2)

DUMMY

문을 열고 나간 곳은 건물 안이 아니었다.


엄청나게 거대한 공동.

마치 크레이터나 큰 산의 분지 안에 들어온 듯했다.


한가운데 커다란 빈터가 있고, 가장자리를 둘러 산기슭처럼 땅이 비탈지며 올라가 있다.


비탈길을 따라 점점이 보이는 불빛들.

집들이 있는 듯했다.


강현이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봤다.


“아···”


하늘이 아니었다.

엄청나게 높은 천장의 가운데 커다란 원형의 불빛이 태양을 대신하고 있었다.


“길 잃어버리지 말고 잘 따라오도록.”


무심히 앞서나가는 최 교도관의 뒤를 따라 가장자리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감방이 모습이 드러났다.


복잡한 골목길.

다 쓰러져 가는 집들.

마치 옛날 산기슭의 판자촌을 보는 듯.


“무슨 감방이 아니라 마을 같네요?”


“마을이라고 생각하는 게 편할 거야. 여기 밑바닥이 제일 빈민촌이고.”

“다 똑같은 거 아니에요?”


강현의 질문에 최 교도관이 고개를 젓는다.


“꼭대기 쪽을 봐.”


대다수가 판잣집이었지만 그 위에 시멘트벽으로 된 집도 보이고, 통나무집도 보였다. 제일 높은 곳에는 조립식 주택 같은 현대적인 건물도 보였다.


“위로 올라갈수록 다르지. 거긴 그래도 시멘트벽이라도 있으니.”


‘힘센 자가 더 나은 대우를 받는다고 하더니···.’


층을 나누는 기준이 궁금해졌다.


최 교도관이 언덕을 오르다 한 판잣집 앞에 멈춰섰다.


“어르신, 계십니까?”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안이 어두컴컴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천장에 매달린 호롱불에 불을 붙이고 있는 한 노인의 모습.


'웬 호롱불?'


아무리 최하층이라고 해도 그렇지 호롱불은 너무한 거 아닌가?


흐릿한 호롱 불빛에 기대 방안을 살펴보았다.


마치 게르처럼 보이는 실내.

나무로 만든 침대가 공간을 다 차지하고 있었고, 사내들이 그 위에 앉아있다 들어오는 강현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젊은 남자 3명과 호롱불을 붙이는 노인.

침대 4개.


'내 침대가 없는데?'


"신입이다. 약골이니까 너무 거칠게 대하지는 말도록."


침대 쟁탈전을 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최 교도관이 제 말만 하고 나가버렸다.


엉거주춤 서 있는 강현에게 방안에서 제일 덩치가 커 보이는 사내가 일어나 다가왔다.

양쪽 어깨에 난잡한 문신이 빼곡했다.


"관등성명."


갑작스러운 물음에 강현이 멍하니 쳐다봤다.


"관등성명 몰라? 이름, 나이, 주소, 가족관계, 범죄사실."


'관등성명이 아니라 신상명세 아닌가?'


사내의 말에 강현이 대답했다.


"이름 강현. 나이는 스물여섯. 죄목은 살인."

"부모님은 두 분 다 돌아가셨고···"


부모님 생각을 하니 갑자기 열이 뻗쳤다.

여기서 지금 뭐 하고 있는 건지.


순종적으로 살지 않기로 결심한 게 바로 얼마 전인데.

또다시 겁에 질려 억압에 복종하고 있었다.


"나가지도 못하는 놈이 집 주소는 알아서 뭐 하려고?"


강현히 퉁명스레 말하곤 눈을 치켜떴다.


“하, 시발, 조그만한 게."


문신 사내가 뿌드득 목을 돌렸다.


"주소."


사내가 한 발짝 앞으로 다가왔다.


"···."

"주소."


다시 한 발짝.


"몰라, 이 새끼야."


순간 우당탕하는 소음과 함께 강현이 문 쪽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아으으으."


턱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고통에 저절로 신음이 터졌다.


"뭐야? 센 척하길래 뭐 좀 있나 했더니···"


주먹 한 대에 나가떨어진 강현을 보고 문신 사내가 허탈하게 웃었다.


"푸핫."


흥미진진하게 구경하던 다른 사내들도 웃음을 터트렸다.


강현이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사실 조금 전 사내의 덩치에 살짝 겁먹었다.

그 사실이 너무 짜증이 나 견딜 수가 없었다.


“젠장.”


법정에 섰을 때.

다시는 누구 밑에서 개처럼 살지 않기로 결심했다.

폭력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는데···.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강현이 두 주먹에 힘을 주며 가드를 올렸다.


*


퍼억.


다시금 바닥의 흙과 얼굴을 마주한 강현.

이번에도 얼굴로 날아온 주먹을 피할 수 없었다.


“아아악!”


화가 나 견딜 수가 없었다.


이렇게 약해빠졌다니.

자신은 심지어 마나 구속구의 영향도 받지 않고 있는데 얻어맞다니.


'아, 마력.'


습관적으로 마력을 쓰지 않고 있었다.

강현이 다시 일어서며 온몸에 마나를 순환시켰다.


"허허. 우리 그렇게 나쁜 사람들 아니야. 이거야 원. 장난으로 한 일에 뭘 저렇게 죽자고 달려들어?"


신입 기를 죽이려고 살벌한 분위기를 조성해놓고 이제 와 노인이 달래려 들었다.


“주소.”


아랑곳하지 않고 건조한 말투로 사내가 다시 물었다.


"몰라."


퍼억.


이번엔 복부에 박히는 주먹.

피하진 못했지만, 마력을 돌려서인지 쓰러지지 않았다.


그 순간 강현에게 느껴진 이상한 감각.

상대방의 시야에서 자신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는 모습이 보였다.

강현이 얼른 몸을 뒤로 젖혔는데 사내는 아직 주먹을 뻗지도 않고 있었다.


'뭐지?'


사내도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다시 자세를 잡고 주먹을 날렸다.


이번엔 제때 가드를 올려 주먹을 막았다.

또다시 느껴지는 이상한 감각.

팔을 굽혀 아래에서부터 올려치는 주먹의 궤도가 그린 듯이 느껴졌다.


급히 턱을 당기고 가드를 굳히자,

연이어 사내의 어퍼컷이 가드 위로 떨어졌다.


'잘못 느낀 게 아니네.'


주먹에 맞는 순간 뭔가 다음 동작이 예상된달까?

희망의 끈을 잡은 듯했다.


강현이 연이어 자신의 주먹을 막아내자 문신 사내가 흥분했다.


팔을 크게 휘둘러 옆구리를 가격.

강현이 크게 휘청거렸다.


그 순간 다시 강현의 눈에 머리를 노리고 들어오는 주먹의 잔상이 보였다.


강현이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고개를 숙였다.

머리카락을 스치며 주먹이 지나가자 온 힘을 다해 사내의 옆구리를 세게 후려쳤다.


콰앙.

강현의 한방에 사내가 옆구리를 부여잡고 옆으로 날아가듯 쓰러졌다.


"으아악."


갈비뼈가 부러졌는지 방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아! 마력을 너무 실었나?'


"창수야!"


낄낄거리며 지켜만 보고 있던 다른 죄수들이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다급히 끙끙거리는 사내를 침대 위로 옮겼다.

창수는 어지간히 아픈지 오그린 몸을 펼 줄 몰랐다.


이때 울리는 시스템 메시지.


[새로운 기술의 실마리를 깨달았습니다.]

[해금을 위해 추가로 2개 조건을 더 만족해야 합니다.]


강현이 다급히 스킬 목록을 떠올렸다.


[스킬 목록]

- 단기 기억(C)

- 의미 기억(F)

- 절차 기억(잠금)


[절차 기억(잠금) 해금 조건]

1. 반복을 통해 각인된 일련의 순서에 대한 기억 습득

2. ?

3. ?


‘나머지 2개 조건은 뭐지?’


절차 기억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을 때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별거 아니야. 좀 있으면 괜찮아질 거야."


노인이 창수의 몸을 손가락으로 이곳저곳 찔러보더니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자네도 그만 자세 풀고."


어느새 앞에 다가와 아직도 흥분으로 가드를 올리고 있던 강현의 팔을 내렸다.


'움직이는 걸 보지도 못했는데···.'


강현은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마치 이능을 쓴 듯 빠른 몸놀림.

주먹을 내리면서도 노인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


“내 이름은 박인호라고 하네. 그냥 박 노인이나 영감님이라고 부르면 돼.”


노인에 이어 다른 사내들도 각자 자기소개를 했다.


“만나서 반가워. 난 이동영.”

“철진.”


키 작고 까무잡잡한 피부에 단단한 인상이 이동영.

말수가 없는지 이름만 말하곤 돌아선 철진은 차분한 느낌이다.


“저기 창피해서 돌아 누워있는 놈 이름은 창수고.”


“늦었으니까 그만 자고 내일 얘기하자. 자네도 어깨에 힘 좀 풀고.”


노인이 사내들을 시켜 바닥에 이불을 깔았다.


“저만 바닥에서 자나요?”

“보다시피 침대가 없어. 그렇다고 자네한테 맞고 끙끙거리는 막내를 바닥에 재울 순 없잖아?”


노인의 말에,


‘여기서는 힘이 법이라며?’


라는 말이 혀끝까지 나왔지만, 아까의 범상치 않은 모습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나저나 저 문신 덩치가 막내라니?’


강현이 천천히 이불 쪽으로 걸어가자 사내들이 움찔하며 길을 내주었다.


‘하···. 정말 긴 하루였네.’


강현이 고단한 몸을 뉘었다.

막상 눈을 감았지만,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


‘아까 그 현상은 뭐였을까?’


강현은 자신이 저주받은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태어나면서부터 고통받았던 ‘과잉 기억 증후군’.

각성하며 그 끔찍했던 병에서 해방돼서 기뻐했건만 자신의 이능이 오히려 목숨을 위협했다.

결국, 자신의 이능 때문에 어머니까지 잃었다.


이제 자신에게 남은 것은 복수뿐.

하지만 자신이 기댈 거라곤 저주받은 이능뿐이다.


마지막 남은 희망.

자신의 이능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


‘마나의 기억을 읽는 자’


이제 자신의 이능이 단순한 사이코메트리가 아니란 걸 어렴풋이 깨달았다.

자신이 얻은 스킬을 다시 되뇌어보았다.


‘단기 기억’


이건 이미 여러 해 동안 사용해 어떤 기술인지 잘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새로이 등장한 능력.


[사물의 24시간 이내의 기억을 읽습니다.]


물건뿐 아니라 사람의 과거도 일부 볼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숙련도가 올라가면 어떤 능력을 더 보여줄지?


‘의미 기억.’


[사물의 일반적인 지식, 의미에 해당하는 기억을 읽습니다.]


가장 모호하다.

아직 정확히 어떤 작용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예상하건대···


“본질을 꿰뚫어 보는 것 같단 말이지.”


단순한 사실부터 존재의 의미까지.


‘그런데 그 현상은 뭐였지?’


단기 기억이든 의미 기억이든 결국 과거 시점.

결코, 미래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런데 문신 사내의 다음 동작이 눈에 그린 듯 예측이 되었다.

상대의 시야에서 다음 동작을 미리 보는 듯했다.


‘습관일까?’


시스템의 메시지와도 일맥상통한다.


[반복을 통해 각인된 일련의 순서에 대한 기억]


그가 오랜 기간 연습한 동작의 루틴이 순간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짐작되었다.


‘그럼 나머지 해금 조건도 비슷하지 않을까?’


스킬을 획득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역시 레벨업.

일정 레벨을 돌파할 때마다 시스템이 스킬을 쥐여준다.


보통 여기서 재능충이 갈렸다.

누구는 10레벨당 한 개 스킬을 얻는데, 누구는 50레벨이 되도록 한 개도 못 얻기도 했다.


두 번째는, 기존 스킬이 성장하면서 파생 스킬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기존 스킬 숙련도가 임계치에 다다르면 등급이 오르는데, 이때 새로운 스킬이 생성되기도 한다.


마지막이,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주어지는 스킬.

조건을 예상할 수 없고, 조건을 알아도 사람마다 다 다르게 작용한다. 누구는 촛불에 손만 가져다 댔는데 파이어 스킬을 얻고, 누구는 그냥 손만 데고 만다.


워낙 널리 알려진 방법이라···

사실 강현도 손을 덴 적이 있었다.


한때 얻고 싶은 스킬을 가진 사람을 찾아가 오랜 시간 훈련을 따라 하다 보면 스킬을 얻을 수 있다는 루머가 돌아 스킬 전승 도장이 유행했던 적도 있었다.

사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찾고 있기도 하고.


‘하지만 해금 조건이 붙는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어.’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스킬이 주어진다고만 들었지 또 다른 조건이 붙는다는 말은 처음 들어봤다.


‘다들 숨기고 있는 걸까 아니면 나만의 특징일까?'


어찌 됐건 운이 좋다고 생각한 강현이다.


*


수호길드 길드장실.


“면담이 가능하다고?”


“예. 일반인 면담은 불가능하지만, 수사를 위해 수사관 혹은 검사는 1회에 한해 방문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레비타 특수교도소로 가는 바람에 자신들의 손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 강현을 잡기 위해 비서실장은 다방면으로 정보를 모아왔다.


그래서 찾은 틈새.


「사건 담당 검사 면담은 1회에 한한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아 사장된 조항이지만 비서실장은 끈질긴 노력으로 이 조항이 아직도 살아있음을 확인했다.


“작전은?”

“지난번 최면술사를 검사로 위장해 들여보낼 생각입니다.”


“최면술사라면 일단 신물의 행방을 찾는 걸 우선으로 하는 건가?”


비서실장이 강태성 길드장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예. 강현이 만약 신물의 행방을 알고 있다면 최면술사가 알아낼 수 있습니다. 이후 극독이 담긴 알약을 먹게 할 생각입니다.”

“나쁘지 않군.”


길드장의 반응에 비로소 비서실장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저번에 보니까 최면술사도 100% 성공하지는 못하는 것 같은데 문제는 없나?”

“그건 마력이 상대보다 약해서 그렇습니다. 강현은 레벨이 많아야 1이나 2. 절대 저항할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마나 구속구를 차고 있는데요.”

“···그래. 마나 구속구가 있었지.”


그제야 길드장이 안심한 듯 표정을 풀었다.


“일 다 끝나면 최면술사는 어떻게 할 생각이지?”


길드장의 질문에 비서실장이 다시 긴장한 표정으로 단호하게 말했다.


“일이 끝나면 바로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길드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소식 들고 오겠습니다. 회장님.”


비서실장이 길드장에게 깍듯이 인사하고 방을 나섰다.


작가의말

절차 기억은 우리가 몇 년이 지나도 자전거 타는 방법을 잊어먹지 않는 것처럼, 운동, 기술, 악기 연주와 같이 반복을 통해 습득된 기억을 말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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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무공 (2) +3 21.10.19 6,003 103 15쪽
9 무공 (1) +3 21.10.18 6,367 106 14쪽
8 최면술사 (3) +5 21.10.17 6,196 103 13쪽
7 최면술사 (2) +8 21.10.16 6,270 109 13쪽
6 최면술사 (1) +6 21.10.15 6,599 102 13쪽
» 입소식 (2) +3 21.10.14 6,805 113 13쪽
4 입소식 (1) +4 21.10.13 7,141 113 13쪽
3 사이코메트리 (3) +9 21.10.12 7,276 115 13쪽
2 사이코메트리 (2) +5 21.10.12 7,774 117 14쪽
1 사이코메트리 (1) +7 21.10.12 10,482 11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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