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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원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기억 포식으로 무한성장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케이원
작품등록일 :
2021.10.12 14:20
최근연재일 :
2021.12.1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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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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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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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8,772

작성
21.10.12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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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글자
14쪽

사이코메트리 (2)

DUMMY

“이능이 사이코메트리라고요?”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자마자 서진철이 물어왔다.


“물건을 만졌을 때 장면이 떠오른다는 점에서 사이코메트리라고 해도 되겠네요.”


“한번 보여주시겠어요?”


서진철이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건네는 모습이 뭔가 좀 급해 보였다.


강현이 라이터를 손에 들고 잠시 만지작거리다 다시 돌려주며 말했다.


“방금 전에 사셨나 봐요? 요 앞 편의점에서. 직원이 바코드 찍는 모습이 보이는데요.”


그러자 서진철이 무전기를 들어 지시를 내렸다.


“확인됐어. 건물 내 접촉자 모두 기억 삭제 진행해.”

“기억 삭제요?”


강현은 무슨 그런 이능도 있나 싶어 신기해했다.


“별거 아니에요. 최대 1시간까지밖에 안 되고, 일반인만 가능하니까.”


강현이 속으로 별것 아닌 건 아닌데 라고 중얼거렸다.


“강현 씨.”


서진철이 강현의 주의를 환기했다.


“예?”


“이 시간 이후로는 자신이 사이코메트리라는 걸 절대 아무에게도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잠꼬대도 하지 마세요.”

“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조금 전에는 자신과 접촉한 이들의 기억을 지우라고 하더니 이번에는 절대 사이코메트리라는 걸 밝히지 말라고 하고···.

강현은 서진철의 말이 이해되지 않으면서도 조금 무서워졌다.


서진철이 한숨을 내쉬더니 가방에서 서류철 하나를 꺼내 탁자에 툭 던졌다.


“7년 전 미국 미네소타 세인트폴. 25세 백인 남성. 목이 부러져 사망. 범인은 현장에서 사살되었으며 육체 계열 이능력자로 추정. 피해자는 사이코메트리 각성자.”


다시 또 다른 서류철 하나를 탁자에 던져 놓았다.


“5년 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궁. 31세 여성. 호흡 곤란으로 사망. 범인은 독 안개를 만드는 이능력자로 추정. 피해자는 영국 비밀정보부 MI6 소속으로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지녔다는 게 풍문으로 돌았고.”


“3년 전 한국 강남 각성자 센터 정문. 18세 소년. 정문을 나서자마자 총알 세례를 받고 사망.”


강현이 몸을 흠칫하자 구태여 부연 설명을 한다.


“맞아. 바로 이 건물 앞에서 죽었지.”


“나머지도 다 똑같아.”


가방을 뒤집어 서류철 수십 개를 쏟아냈다.


“이, 이게 다 뭐죠?”

“내가 오지 않았으면 강현 씨가 걸어 나가는 순간 저승사자와 면담하고 있을 거라는 증거.”


불과 열흘 전만 해도 하느님이 자신을 불쌍히 여겨 이능이라는 축복을 주셨다고 생각했는데, 축복이 아니라 목숨이 간당간당한 상황이라니.


강현은 믿을 수가 없었다.


“말도 안 돼요. 세상에 무시무시한 이능이 한두 개가 아닌데 무슨··· 사이코메트리라고 죽여요? 세상을 멸망시킬 힘이 있는 것도 아닌데···.”


강현의 반발에도 서진철은 얼굴색 하나 바뀌지 않고 차분히 설명을 이어갔다.


“엄청 유명했던 일이라 강현 씨도 들어봤을 거예요. 미국 유명 토크쇼 진행자였던 래리 밀러 사건이라고.”


생방송 도중에 자신이 사이코메트리였다고 공표하고 그동안 출연했던 정치인들 비밀을 하나하나 다 까발렸던 사건이다.


“기억나요. 그리고 발표 후에 얼마 안 있어 살해당했죠.”


강현이 침울해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것도 있지만, 사실 알려지지 않은 더 중요한 게 있어요. 래리 밀러가 말한 정치인들 치부를 나중에 모두 조사했는데, 래리는 열 개의 진실 중에 단 하나의 거짓을 섞어서 발표했어요. 자신의 연적을 제거하려고요.”


그의 말에 충격을 받은 듯 강현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사람들은 사이코메트리스트가 말하는 건 모두 진실이라고 믿어요.”

“···그리고, 세상에 진실만큼 무서운 건 없죠.”


한동안 두 사람 다 말이 없었다.


“그래도 이해가 안 돼요.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각성했다고 모두 다 죽인다니···”


“응? 다 죽인다는 말이 아닌데. 사이코메트리스트가 얼마나 유용한 전력인데요. 다만 발견되면 최우선 포섭 대상이 됨과 동시에 내 편이 아닐 경우 최우선 제거 대상이 되는 거예요.”


‘맙소사. 들키면 죽는 거야?’


“그냥 각성 사실 취소하고 일반인으로 돌아가면 안 될까요?”


안될 걸 알면서도 강현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물었다.


“포섭되지 않으면 최우선으로 제거. 그건 정부도 마찬가지예요.”


서진철이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


잠시 고민에 빠졌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결국, 강현은 짧은 교육을 이수한 후 이능 특수수사대 현장감식반에 배치. 3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


*


지난번 만남 이후 한동안 서진철의 호출은 없었다.


'신물을 찾는 것 같았지?'


강현이 지난번 사건 현장에서 의자에 피해자를 묶은 밧줄을 만졌을 때 들려왔던 목소리를 다시 떠올렸다.


‘분명 신물의 위치를 찾으려고 고문한 것 같았는데.’


서진철 담당관이 갑자기 일어나 나가버려 미처 기억을 다 말해주지 못한 게 계속 꺼림칙했다.


‘전화도 받지 않고···.’


휴대폰을 비롯한 어떤 통신기기로도 사이코메트리 관련된 내용은 말할 수 없게 되어 있어 ‘연락 바람’이라는 문자만 몇 번 보낸 후엔 그저 기다릴 뿐이었다.


강현은 상대가 너무 거물이라 걱정되었다.


최태성.

철혈의 군주. 1세대 각성자. 최강의 헌터.

그리고 세계 랭킹 10위의 영웅.


화려한 명성만큼이나 가진바 능력도 출중하다.

모든 무기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이능을 각성해서 초창기 숱한 전투에서 승리를 이끌었다.


'웨폰 마스터.'


하지만 대중의 인기에 반하는 또 다른 별명.


‘피도 눈물도 없는 개새끼.’


냉혈한.


그가 수호 길드를 국내 1위 길드로 키우는 동안 흘러내린 피와 억울한 죽음은 강을 이룰 만큼 많았다.


서진철이 정부의 주요 인사라지만, 최태성도 그에 못지않은, 아니 서진철로서는 만나 보지도 못할 거대한 인맥을 정재계에 가지고 있다.


강현은 제발 서진철이 무리하지 않기만을 바랐다.


*


강현은 오늘도 이능력 범죄가 발생해 현장에 출동했다.


3년 동안 이 짓을 했더니 '단기 기억' 숙련도도 많이 올라 벌써 D 랭크었다.

1시간 내 기억만 읽을 수 있던 것이 24시간까지 늘어났다.


강현 자신은 레벨업 한번 안 했는데 스킬만 3년 만에 D등급을 달았으니 어지간히 많이 쓰긴 했나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성하면서 주어지는 스킬은 모두 F등급에서 시작한다.

이후 잠재력에 따라 스킬 등급의 상승 속도와 한계가 정해진다.


'3년 만에 D등급으로 올랐으면 잠재력이 나쁘지 않은 거겠지?'


집에 갈 생각으로 퇴근 준비를 하는데 담당관에게서 문자가 왔다.


“웬일이래? 간만에 양주 먹겠네.”


오라는 곳의 주소가 고급 클럽이었다.


*


“이쪽입니다.”


웨이터가 안내해주는 룸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미 만취했는지 담당관 혼자 탁자에 얼굴을 처박고 자고 있었다.


“그새 못 참고 혼자 마셨어요?”


평소에도 불러놓고 먼저 술을 마시기는 하지만 이렇게 취한 적은 없었는데···.


강현은 평상시와 다른 담당관의 모습에 고민이 많나 보다 생각하며 어깨를 흔들었다.


별다른 저항 없이 옆으로 쓰러지는 담당관.

가슴부터 탁자 아래로 흘러내린 피가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담당관님!”


강현이 깜짝 놀라 서진철 담당관을 부른 순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을 걷어차며 형사들이 들이닥쳤다.


순식간에 강현을 바닥으로 눕힌 후 팔을 뒤로 꺾어버리는 형사들.


“이 자식들아, 나 아니야! 아니라고! 나도 방금 왔어.”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고 부르짖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강현의 등 뒤에 올라타 수갑을 채웠다.


“난 이능 특수수사대 강현이다! 같은 편이라고.”


강현이 다급히 신분을 밝혔다.

그때 강현의 귀 가까이 누군가의 숨결이 닿았다.


“같은 편은 무슨···.”


그러면서 강현의 손에 무언가를 쥐여주려다 혼자 화들짝 놀란다.


“이런, 젠장. 누가 감식반 아니랄까 봐. 이 자식은 술 먹으러 오면서도 장갑을 끼고 오냐?”


놀란 그의 표정을 본 동료 형사들이 우스운 듯 놀려대는 소리에 주변이 떠들썩해졌다.


등 뒤의 사내가 거칠게 라텍스 장갑을 벗겨내고 손에 무언가를 쥐여줬다.


나이프 손잡이였다.


순간 강현의 머리에 밀려드는 기억들.

서진철 담당관의 모습이 보였다.


*


서진철이 룸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건장한 체격의 사내들이었다.


특히 가운데 상석에 앉은 사내.

수호 길드 비서실장 이승환의 얼굴이 보였다.


서진철은 배짱 좋게도 룸 안으로 들어와 소파에 털썩 앉았다.


“요즘 설치고 다닌다며?”


서진철이 비서실장의 말에 대꾸도 없이 앞에 놓인 양주잔에 술을 따르곤 한입에 털어 넣었다.


“최태성한테 전해. 민지 시신만 건네주면 더는 신경 쓰이게 하지 않겠다고.”

“민지? 민지가 누군데? 아, 회장님 전 애인?”


아는지 모르는지 기억을 더듬는 척하던 비서실장이 갑자기 과일을 한 움큼 쥐어 서진철에게 던졌다.


“시발. 걔를 왜 네가 찾고, 지랄인데.”


서진철이 비서실장을 쏘아봤다.


“이봐. 현장 증거 없다고 완전범죄 될 줄 알았어? 이능력자들 세상이야. 정황 증거도 넘치고. 얼마든지 괴롭게 만들어 줄 수 있어.”


서진철의 도발에 뒤에 선 사내 중 하나가 칼을 빼 들었다.


“나 하나 죽인다고 해결될 일 아닌 거 알지?”


칼을 빼든 사내를 손을 들어 저지한 비서실장이 탁자 위에 휴대폰을 올려놓았다.


“회장님, 어떻게 할까요?”


마치 바로 앞에 상대가 있는 양 공손히 묻는 비서실장.


휴대폰에서 중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좀 전에 위랑 얘기 끝났어. 강현 존재는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다더군. 계획대로 해.”


비서실장이 피식 웃으며 통화를 끊었다.


“얘들아.”

“자, 잠깐만.”


서진철이 다급히 말하자 비서실장이 비아냥댔다.


“왜? 아깐 호기롭게 들어오더니 지금 와서 쫄려?”


그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서진철이 품 안에서 담뱃갑을 꺼냈다.


“갈 땐 가더라도 마지막 담배 하나는 괜찮잖아?”

“허···. 영화 찍냐?”


비서실장이 어이없어하며 바라보다, 서진철이 문 담배에 라이터를 가져갔다.


“시발, 나도 누구처럼 태극 4개 한번 달아보고 은퇴해서 국회의원이나 해보려고 했는데.”

“거, 꿈도 크셨네.”


덩치들이 킥킥거리며 비웃었다.


“하, 별 같잖은 것들까지 비웃네.”


서진철이 길게 담배 연기를 뿜더니, 느닷없이 양주병을 들어 비서실장의 머리를 내려쳤다.


비서실장 머리 바로 앞에서 멈춰버린 양주병.

온몸이 옴짝달싹 못 했다.


“참 대단해, 특수수사대 대장 양반.”


"이···익"


비서실장이 옆의 사내에게 느긋하게 나이프를 건네받더니,

가슴에 한번, 배에 한번.


나이프를 쑤셔 박았다.


다시 나이프를 건네자 사내가 쟁반에 받은 후 손잡이를 정성스레 닦았다.


*


“젠장!”


조심성 없게 호랑이굴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가다니.

나이프에 강현의 지문을 묻힌 형사가 강현을 일으켜 세웠다.


“너희들 다 최태성 개냐?”


그 순간 복부에 꽂히는 주먹.

강현이 아침에 먹은 식사까지 확인하려는 듯 꺽꺽거렸다.


“이 새끼 입에 술 좀 부어.”


한 명이 강현의 입을 벌리고 술을 들이부었다.

입가로 술이 흘러넘쳤다.


“야, 시발. 이거 비싼 술인데.”


다시 한번 시작된 폭력.

강현의 정신이 점점 흐려져 갔다.


*


‘의원 중에 태극 무궁화 넷 달고 은퇴한 사람은 한 명뿐인데?’


조사실에 들어와서도 강현은 칼에서 읽은 서진철의 독백을 계속 되뇌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서진철의 독백은 자신에게 보내는 다잉 메시지가 분명해 보였다.


‘직위에 별로 욕심이 없는 양반이었지.’


그런 양반이 죽는 순간에 갑자기 욕심을 드러낼 이유가 없었다.


‘그럼 남은 것은 그 사람이 내 편인가 적인가인데···.’


신경을 딴 데 팔고 있자 앞에 앉은 검사가 책상을 쾅 하고 내리쳤다.


“그만 자백하지.”


“칼에서 네 지문 나왔고, 너랑 담당관이랑 자주 만났다는 증인들도 확보됐어. 결정적으로 네 계좌에 쌓인 돈. 월급만 가지고는 설명이 안 되잖아.”


강현이 검사를 빤히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


“최태성 인맥 한번 끝내주네. 국내 1위 길드다워. 형사에 검사에···. 판사까지 매수된 건 아니겠죠?”


강현의 말에 검사가 몸을 뒤로 젖힌다.


“하, 이 자식. 귀엽네.”

“뭐, 너도 다 아는 것 같으니까···. 어렵게 가지 말고 여기 조서에 사인하고 좀 쉬자.”


검사가 이미 내용이 쓰인 검사 조서를 내밀었다.


“변호사 오기 전까지는 진술 거부하겠다고 했잖아요.”


다 안다고 사인해주겠다는 건 아니었는데···.

나중에 어떻게 되든 쉽게 인정할 생각은 없었다.


“하···.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은데.”


검사가 체념한 듯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더니 영상을 재생시켰다.


의자에 앉아있는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현아. 엄만 무사하다. 절대 불의에 굴복하지 말고···”


그 순간 날아온 주먹에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꺽꺽대셨다.


“이 개새끼들아.”


강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자 수갑과 탁자를 묶은 쇠사슬이 요란한 소리를 냈다.


“워, 워. 진정하고. 너만 말 잘 들으면 아무 일 없을 테니까. 그만 자리에 앉지.”


검사가 진정하라는 듯 두 손을 흔들었다.


“폰··· 좀··· 줘봐.”

“왜? 한 번 더 보게? 별로 정신건강에 안 좋을 텐데?”


“시발. 폰 좀 달라고!”


강현의 울부짖음에 얼떨결에 폰을 넘겨주는 검사.


강현이 휴대폰 카메라에 손을 가져가는 순간 단기 기억 스킬이 발동하며 당시의 기억이 밀려 들어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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